<이슈&인물> 무너진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1.24 12:44:11
  • 호수 13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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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아이파크 또 무너졌다

[일요시사 취재 1팀] 김민주 기자 =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경, 신축공사 중이던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가 붕괴됐다. 이 사고로 공사 인력 1명이 사망했고, 5명이 실종됐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은 회장직을 사퇴하면서 실종자 구조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꼬리자르기식 사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사 중이던 아파트가 무너졌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공사 현장 2단지 201동의 23~38층의 건물 외벽을 제외한 대부분이 내려앉은 것이다. 사고 당일에는 잔해들로 전신주 고압선이 부딪쳐 광주 신세계백화점, 유스퀘어 등 인근 건물이 정전됐다. 

일주일 후 
현장 방문

아파트가 무너지면서 생긴 파편은 공사 현장 근처에 주차된 차량 20여대를 매몰시켰고, 인근 주민들은 대피했다.

작업 계획서에는 28~29층에 3명, 31~34층에 3명 등 공사 인력 6명이 있었다. 이 중 1명은 사망했고, 5명은 구조를 위해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2차 건물 붕괴의 위험이 있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의 시공사는 HDC현대산업개발로 회장은 정몽규다. 그는 1996년부터 1998년까지 현대자동차를 이끌었지만, 현대자동차 경영권이 정몽구 회장에게 넘어가면서 1999년부터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정몽규 회장이 HDC현대산업개발에 자리 잡은 지 23년의 세월이 흘렀고, 23년의 역사는 아파트 붕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정 회장은 참사 발생 후인 지난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용산사옥 대회의실에서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와 회장 사퇴 의사를 밝히고 광주로 향했다.

정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현대산업개발은 광주시를 비롯한 관련 정부기관들과 힘을 합쳐 사고 현장을 안전하게 관리하면서 실종자 구조작업을 진행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자 가족분들께 피해를 보상함을 물론 입주 예정자분들과 이해관계자분들께도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골조 등 구조적 안전 결함에 대한 법적 보증기간은 10년이지만 새로 입주하는 주택은 물론 현대산업개발이 지은 모든 건축물의 보증기간을 30년까지 늘리겠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저는 이 시간 이후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회장직 사퇴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가족들과 여론은 호의적이지 못하다. 피해자 가족들은 정 회장이 광주 아파트 참사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야 광주에 방문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서울 본사 기자회견 후 정 회장은 광주로 내려가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 사과를 했지만 이미 시간은 많이 지났다. 추운 한겨울,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1분1초가 아까운 시간이다. 내 가족이 매몰돼있는 건물의 수색은 진행되지 않았고, 총책임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정 회장이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광주에 방문한 것은 17일로 사고 발생일로부터 일주일이나 걸렸다. 12일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가 광주를 방문해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과를 전했다. 


현대산업개발 측에서는 사고 발생 당일 정 회장이 임직원들과 함께 광주에 내려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가 난 이후 정 회장은 광주에서 머물렀고 지난 토요일에 오전 회의를 마치고 서울로 이동한 뒤, 17일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 사퇴를 밝히고 광주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 사측의 주장이다.

광주 화정 아파트 참사 
책임지고 회장직 사퇴

반면 18일 이용섭 광주시장은 정 회장에게 후속 조치를 촉구하며, 정 회장이 사고 발생한 지 일주일간 광주에 방문하지 않고 서울 본사에서 사퇴 발표를 한 것에 대해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 모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후속 조치에 대한 모든 것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답변했지만, 사측의 의견은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정 회장은 일주일간 무슨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HDC그룹의 지주사인 HDC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HDC현대산업개발 보통주 100만3407주를 장내매수했다고 공시했다. 날짜로는 13일에 57만3720주, 14일에 29만9639주, 17일에 13만48주를 매수했다. 

또 정 회장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회사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같은 기간 HDC 보통주 32만9008주를 장내매수했다.

이번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당일인 지난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9.03% 떨어진 2만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정 회장이 회장직 사퇴를 발표한 지난 17일은 전 거래일보다 0.79% 하락한 1만8750원에 장을 마쳤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이번 매수에 대해서 광주 아파트 참사로 인한 주주가치 보호와 책임 경영을 통해 회사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고, 앞으로도 필요 시에는 주식을 추가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투자자 신뢰회복을 위한 움직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국민은 주식 매입으로 회사의 신뢰도를 높이는 게 우선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고 수습과 구체적인 사후 대응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이 같은 행보가 정 회장의 사과문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는 비판도 일었다. 이 밖에도 피해자 가족들은 정 회장에게 원론적인 사과문이 아닌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종자 두고
주주들부터?

피해자 가족 협의회는 소방대원과 인명구조견, 중장비 운용 기술자와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화 마련과 휴식 보장, 피해자 가족들과 사고 현장 주변 상인들, 입주자들의 생계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실종자 수색이 빨리 이뤄지는 것과 위험한 환경에서 2차 피해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실종자 5명을 수색하기 위해 구조 인력 204명, 인명구조견 8마리, 내시경 카메라와 영상 탐지기, 드론, 집게차, 굴삭기 등 장비 51대를 현장에 투입했다. 

구조대원과 구조견은 지하층 잔재물에 대한 정밀 재수색과 사고 건물 22층 이상에서도 수색 작업을 진행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없었다. 

본격적인 정밀 수색은 기울어진 타워크레인 해체 등 안전보강이 완료된 이후 시작될 수 있다. 대책본부는 20일 오후까지 보강 작업을 마치고 해체용 대형 크레인 두 대를 이용해 기울어진 타워크레인 해체를 시작하고, 이달 마지막주 초부터는 정밀 수색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번 광주 아파트 참사를 지켜본 사람들은 과거의 한 참사를 기억해 냈을 것이다. 바로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서 특별점검대책반장으로 활동했던 이종관 삼풍백화점 붕괴 기록전시관 관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광주 아파트 참사는 불법·탈법·편법에 의한 참사로 데자뷰로 전했다. 

이번 광주 아파트 참사를 보고 그가 느낀 감정이 그만큼 ‘참혹하다’는 것이고, 삼풍백화점과 흡사한 방식으로 아파트가 무너진 것이다.


백화점과 아파트의 설계와 공법은 다르다. 그러나 광주 아파트의 외벽이 뜯겨나간 형태, 힘없이 뽑힌 철근은 삼풍백화점과 매우 흡사하다.

이 관장은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공정 전반에 걸친 편법과 탈법”이라며 “27년 전이나 지금이나 현장에서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들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삼풍백화점은 하중을 분산하는 슬래브가 설계보다 얇게 시공되거나 아예 설치되지 않았었다. 광주 아파트도 사정이 마찬가지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관장은 하중을 받쳐줘야 할 동바리(바계 기둥)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 콘크리트는 영상 5도 이상에서 9일 이상 버텨야 안전한데 최근 날씨가 그렇지 못했다는 점을 덧붙였다.

총체적
부실공사

처음부터 불량 콘크리트를 사용했다는 정보도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광주 아파트 현장에 콘크리트를 납품한 레미콘 업체 상당수가 콘크리트 재료 관리 미흡으로 국토교통부에 적발된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지난 19일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지난해와 올해 레미콘 업체 품질관리 실태 점검 결과에 따르면 사고 현장에 콘크리트를 납품한 업체 10곳 중 8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점검 결과에 따르면 콘크리트에 들어가는 자갈, 모래 등 골재를 잘못 관리했거나 배합 비율을 맞추지 않은 업체가 3곳이었고, 콘크리트 강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혼화재를 부적절하게 보관한 업체가 3곳, 시멘트 관리가 부실한 업체도 3곳이었다.

국토부 점검에 따르면 부적합 공장에서 생산된 콘크리트가 사고 현장에 쓰였을 확률이 높다.

정 회장의 위기는 처음이 아니다. 첫 번째 위기는 1999년이었다. 이전까지 정 회장은 고 정세영 명예회장과 함께 현대자동차를 이끌었다. 그러나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요구로 그해 3월 현대차를 넘기고 대신 HDC현대산업개발을 넘겨받았다. 

HDC현대산업개발로 옮겨온 뒤 고 정세영 명예회장과 정 회장은 조직문화 변화를 이끌었다. 경영진을 현대차 출신으로 교체, 투명한 회사 업무를 강조했다.

HDC현대산업개발로 온 지 한 달쯤 뒤 아파트 분양가를 자동 계산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아파트’라는 브랜드 사용을 놓고 현대그룹과 갈등이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국내 아파트 브랜드의 강자는 현대아파트였다. 현대아파트의 가치가 3조~4조원에 이른다는 평가도 있었다.

정 회장은 당연히 현대아파트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당시 특허청에 등록된 상표의 법적 소유주도 HDC현대산업개발이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HDC현대산업개발에 ‘현대’를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했고, 그 결과 2000년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이파크를 만들었다.

외벽 뜯긴 형태 삼풍백화점과 흡사 
실종자 뒷전 투자자 신뢰회복 우선?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이파크 브랜드를 개발한 뒤 꾸준히 성장했다. 1999년까지 5위권 밖이었던 HDC현대산업개발은 2000년 5위, 2004년에는 4위까지 올랐다.

이런 승승장구에도 2008년 금융위기를 비켜갈 수는 없었다. 당시 HDC현대산업개발은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내수시장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발목을 잡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해외실적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 시장 침체는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떨어져 2014년에는 13위가 됐으며 적자는 1400억원대를 기록했다.

정 회장은 무보수 경영을 선언하는 등 비상체제 운영에 나섰다. 그 결과 2014년에는 해외공사 수주를 성공했다. 1년 만에 흑자 전환 성공이었다. 2015년에 다시 10위로 올라섰고, 현재까지 10위권 이내에 꾸준히 머물고 있다.

정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건설업 이외 업종 진출을 통한 노력을 지속해서 해왔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와 한솔개발 인수, 한화에너지와 통영천연가스발전사업 공동추진, 면세점사업 진출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계열사만 30곳에 달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이런 행태가 HDC현대산업계발의 부실 공사 사고의 원인이 아닌가 하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건물 붕괴 논란은 이번에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9일 오후 4시 23분쯤 재개발을 위해 철거 중이던 광주 동구 학산빌딩이 무너졌다. 이 순간 정류장에 정차한 버스가 매몰되는 등 큰 피해가 있었다. 피해자는 총 11명으로 사망 3명, 부상 8명이었다.

이때도 정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서 사죄하고 조속한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은 붕괴의 원인 규명보다는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피해 보전을 하는 쪽으로 의견을 결정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철거비용과 피해 보상금 등을 포함하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최대 4000억원의 손실을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화정 아이파크는 단지 공정률이 약 60%다. 총 도급액이 2557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투입된 공사비는 1500억원에 달한다. 전면 철거를 할 경우 비용은 약 148억원으로 예상된다. 

곳곳 잡음
건설 접나

입주 예정자에 대한 입주지연 보상금도 마련해야 하고,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한다면 최소 2년 이상이 소요된다. 입주지연 보상금도 약 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그룹 해체 수순을 밟은 성수대교 붕괴 사고(동아건설산업 시공),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삼풍건설산업 시공) 수준과 비견되는 처벌 수위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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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