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무보수’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노림수

받을 거 다 받고 이제 와서…

[일요시사=경제1팀] 김성수 기자 = 대기업 회장이 ‘무보수 경영’을 선언했다. 앞으로 연봉(월급)을 받지 않겠단다. 한두 푼도 아니고 수십억원을 포기한 것이다. 대단한 결심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왜 그랬냐는 의문이다. 그렇고 그런 뻔한 이유 말고 분명 다른 진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변했다. 갑자기 ‘무보수 경영’을 선언했다. 정 회장은 최근 전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지난해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저부터 변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보수를 회사에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초상집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정 회장은 왜 무보수를 결정한 것일까. 일단 표면적으론 실적 악화가 주된 이유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어닝 쇼크’를 겪었다. 장기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지의 손실이 반영되면서 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매출은 2012년 2조2073억원에서 지난해 2조8771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664억원에서 -2039억원으로, 순이익은 98억원에서 -2107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올해 들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1분기(1∼3월) 다시 흑자전환에 성공, 한숨을 돌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15일 22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로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292억원)에 비해 22.1% 감소했다. 순이익도 35억원을 냈으나 전년 동기(39억원) 대비 10.1% 줄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12일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 대상으로 새롭게 지정됐다. 그만큼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부실 우려가 있다”는 판정을 받은 현대산업개발은 앞으로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협의해야 한다. 만약 상황이 좋아지지 않으면 채권단 간섭이 더 심한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단계로 갈 수도 있다.
 
정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변화의 계기로 ‘무보수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임직원에게 보낸 경고성 시그널이란 해석도 있다. 정 회장은 “경쟁력과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코스트 혁신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발상의 전환과 과감한 체질개선을 통해 밸류 엔지니어링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무보수는 실적 악화와 함께 연봉 공개도 그 이유로 꼽힌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의 개별 연봉이 공개되고 있다. 연봉 공개 이후 여론을 의식한 ‘회장님’들은 속속 무보수 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일찌감치 그랬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그랬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도 급여를 포기했다.
 
정 회장의 경우 유독 말들이 많았다. 회사가 적자를 냈는데 거액의 연봉을 받아서다. 너무 많지 않냐는 지적이었다. 하물며 다른 계열사에서 월급을 챙기기도 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현대산업개발에서 15억62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현대산업개발은 살림이 어려워졌는데 정작 오너인 정 회장이 고액 연봉을 받는 것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보수 반납”결정…실적 악화가 배경
회사 적자에도 거액 연봉 받아 논란
두둑한 배당도…3년간 130억원 챙겨
 

뿐만 아니라 정 회장은 현대EP에서도 7억4100만원을 받아 총 23억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하지 않은 다른 계열사들의 보수까지 합치면 금액은 더 올라간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를 비롯해 현대EP·아이서비스·아이파크스포츠·아이콘트롤스·아이앤콘스·호텔아이파크 이사와 에이치디씨자산운용 감사를 겸임하고 있다.
 
사실 정 회장이 욕먹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배당 때문이다. 정 회장은 23억원의 연봉도 모자라 두둑한 배당까지 챙겼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적자에도 주당 50원씩 총 37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이중 5억1400만원이 정 회장(13.63%)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현대산업개발은 2011년과 2012년 각각 511억원, 147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당시 정 회장은 72억원, 21억원 등 93억원을 가져갔다. 최근 3년간 10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챙긴 셈이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 외에 다른 계열사에서도 짭짤한 배당금을 받았다. 아이서비스는 지난해 주당 1250원씩 총 18억원을 배당했다. 앞서 2011년과 2012년엔 각각 18억원, 28억원을 풀었다. 아이콘트롤스는 ▲2011년 8억원 ▲2012년 17억원 ▲지난해 11억원을, 아이앤콘스는 ▲2012년 50억원 ▲지난해 19억원을 지급했다.
 
정 회장은 아이서비스(10.61%)와 아이콘트롤스(51.08%), 아이앤콘스(4.7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최근 3년 동안 이들 세 회사에서 배당금으로 각각 7억원, 19억원, 3억원 등 총 30억원에 이르는 돈을 받았다.

오너는 잔칫집
 
시민단체 관계자는 “최근 경영 악화와 연봉 공개 등이 맞물리면서 무보수를 선언하는 총수들이 늘고 있다”며 “오너들은 연봉을 포기하는 대신 막대한 배당을 받고 있어 무보수 선언은 상징적일 뿐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두산 장남 ‘콘돔 사업’ 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이 콘돔 사업을 시작한다. 빅앤트인터내셔널은 지난달 29일 ‘바른생각’이란 브랜드로 6월부터 콘돔 판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콘돔 판매 수익금은 성(性)과 관련한 사업 후원 기금으로 사용된다. 또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 콘텐츠 제작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빅앤트는 “미혼모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공헌사업으로 수익금은 공익적인 목적에 사용할 예정”이라며 “우선 전국 GS편의점을 통해 판매를 시작한 뒤 약국, CU, 세븐일레븐 등으로 판매망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빅앤트는 박 회장의 장남 서원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광고회사다. 서원씨는 세계 광고인들의 등용문인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출신으로 2006년 빅앤트를 설립했다. 2009년 반전을 테마로 한 광고 작품으로 5개 주요 국제 광고제를 석권하는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서원씨는 “늘어나는 미혼모를 보면서 콘돔과 피임약 사용을 보편화하는 것이 하나의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콘돔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고 청소년들도 콘돔을 구입하는 것을 부끄럽지 않게 여기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취지”라고 말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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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