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난파선 키 잡은 홍명보

독이 든 성배 왜 들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서 감독직 수락 배경에 대해 밝혔다. 홍 감독의 변심에 뿔난 울산 축구팬들은 야유를 쏟아냈다. 오는 9월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부터 지휘봉을 잡게 될 홍 감독이 각종 우려 속에서 10년 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시선이 쏠린다.

차기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하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없다”던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내 축구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가 10년 만에 ‘독이 든 성배’를 다시 든 것이다. 홍 감독은 지난달 30일, 포항과의 정규리그 원정경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돌고 돌아
결국 토종

지난 10일 홍 감독은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서 열린 광주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홈경기 후 진행된 기자회견서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이유를 밝혔다. 

홍 감독은 이날 차기 사령탑에 내정된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인생서 가장 큰 어려운 시기가 2014년 월드컵이 끝난 뒤였다” “그때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고 솔직한 심정으로 (대표팀)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다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서 가고 싶지 않았다” “2월부터 내 이름이 의도와 관계없이 전력강화위원회, 축구협회, 언론에 나오는데 정말 괴로웠다” “무언가 난도질당하는 느낌이었고, 굉장히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난 5일 이임생 위원장이 집 앞에 찾아왔다” “2~3시간 기다린 위원장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때 처음으로 이 위원장을 만났고 그가 내게 ‘MIK(Made In Korea)’ 기술 철학을 얘기했다” “내가 예전에 행정을 하면서 그 일에 관심이 많았다” “나 역시 협회 전무이사 시절부터 이를 추진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루지 못했다” “행정적으로는 한계가 있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일을 가장 잘 실행할 수 있는 것이 국가대표 A 대표팀 감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이자 결정적으로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 계기는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꿈틀거려서”라고 답했다.

홍 감독은 “(브라질월드컵서)실패했던 과정과 그 후의 일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한 일이었다”면서 “도전하는 게 두려웠고 그 안으로 또 들어가는 것에 대해 답을 내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결과적으로 내 안의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고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는 강한 승리욕이 생겼다”며 “새 팀을 정말로 강한 팀으로 만들어서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울산서)10년 만에 간신히 재미있는 축구도 하고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나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나는 나를 버렸다. 이제는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경기 내내 자신의 변심에 극도의 실망감을 보인 팬들에게는 사과의 뜻을 전했다. 

홍 감독은 “죄송하고 드릴 말씀이 없다. 온전히 나 개인만을 위해 울산을 이끌었다. 울산에 있으면서 선수들, 팬들, 축구만 생각하며 보낸 시간이 너무도 좋았다”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얼마 전까지는 응원의 구호였는데, 오늘 야유가 됐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4년의 감독 홍명보와 2024년의 감독 홍명보는 다르다고도 했다. 


“한국 축구 위해 나를 버렸다”
10년 전 오명을 씻어낼 기회

홍 감독은 “10년 전에는 솔직히 말하면 이제 막 시작한 지도자였지만, 지금은 K리그서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12월 울산 지휘봉을 잡았던 홍 감독은 지난해 울산에 구단 창단 40년 만에 리그 첫 2연패의 영광을 안겼다.

홍 감독은 ‘원팀’ 정신을 바탕으로 대표팀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팀원 서로가 끌어주고 밀어주는 하나의 팀을 만드는 것이 홍 감독의 축구 철학이다. 

홍 감독은 “대표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각자의 재능을 이기주의 위에 놓는다고 하면 재능은 발휘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모두의 재능을 헌신이나 희생이라는 가치 위에 올려놓는다면 팀은 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축구계에 따르면, 홍 감독은 FC서울과 경기까지 팀을 맡을 예정이었지만 고별전 없이 팀을 떠났다. 이미 떠나기로 결정이 된 홍 감독이 팀을 맡을 경우, 선수들 역시 집중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0일 열린 광주FC와 경기서 울산은 0-1로 패했고, 순위도 3위까지 떨어졌다. 같은 날 울산 팬들은 광주전을 앞두고 홍 감독에게 거센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홍 감독 역시 어수선한 분위기를 우려하며 선수들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한 바 있다.

홍 감독은 지난 11일 오전 회복 훈련을 마친 뒤 선수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발표 이후 축구 팬들이 꾸준히 품어왔던 대한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에 대한 투명성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전력강화위원회의 일원이었던 박주호 역시 직접 감독 선임 절차에 대한 과정을 폭로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뒤를 이어 한국 축구의 발전을 이끌 차기 사령탑으로 홍 감독이 내정됐다고 전했다. 이튿날엔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이하 이 이사)가 홍 감독 선임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 

갑자기 돌아선 
진짜 이유는?

이 이사에 따르면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다. 지난 2월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한 이후 약 5개월 동안 사령탑을 찾던 축구협회는 홍 감독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이 이사는 브리핑을 통해 홍 감독을 선임한 8가지 이유로 ▲축구협회 철학 및 게임 모델에 맞는 플레이 스타일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속성 및 연계성 ▲탁월한 리더십 ▲외국인 지도자 국내 거주 이슈 ▲지도자로서 성과 ▲외국인 감독의 시간적 어려움 ▲과거 대표팀 지도 경력 ▲외국인 감독 체류 시간 확보 등을 언급했다. 


이 이사는 “축구협회 철학 및 게임 모델을 고려했을 때, 홍 감독이 울산서 보여준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상대 측면 뒷공간을 효율적으로 공격했다”며 “또 선수들의 장점을 살려 공수 밸런스 기회 창출 등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회 창출 리그 1위, 빌드업 1위, 압박 강도 1위 등을 기록했다” “활동량이 10위라는 점까지 (종합해)해석하면 효과적으로 경기했다는 것”이라며 “아르헨티나도 2022 카타르월드컵 때 우승했으나 활동량은 하위권이다” “이것이 한국 축구에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등 전술적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또 “홍 감독은 이전 A대표팀뿐 아니라 23세 이하, 20세 이하는 물론, 축구협회서 전무로 기술과 행정 분야에 대해서도 폭넓은 시야를 갖고 있다”며 “각급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속성과 연계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감독의 리더십도 높게 평가했다. 그는 “한국 축구가 가져야 할 원팀 정신을 유지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팀 내 자유로움 속에 기강이 필요하고, 원팀 정신을 확립할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외국인 감독들과 비교했을 때, 국내 감독으로서 갖는 장점도 명확하다고 짚었다.

이 이사는 “외국 감독의 국내 거주 이슈를 교훈 삼아 국내 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또 리그 우승 2회, 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등 (후보로 거론된)외국 감독들보다 더 성과를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길어진 판단
무능의 극치

그러면서 “당장 9월부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이 시작되는 시점서 외국인 감독은 한국 선수들을 파악하는 데 시간적 어려움이 있다고 봤다”며 “과거 대표팀을 지도한 경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단기간 소집 시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고, 지난 대표팀서의 실패가 상황에 따라 활용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빅리그 경험은 존중하지만 그것들이 홍 감독보다 뚜렷한 성과라고 판단하기 어려웠고, 그들의 철학을 대표팀에 입히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또 외국인 감독 후보들 인터뷰 결과, 충분히 한국서 체류할 거란 확신이 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는 이런 8가지 이유로 홍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히면서도 시즌 중반에 현직 감독을 빼 오는 것에 대한 팬들의 불만과 갑작스러운 국내 감독 영입과 관련한 의심이 달라지길 바란다고도 했다. 

그는 “(축구협회의)평가와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 팬들이 있더라도, 축구협회와 홍명보호에 대한 많은 사랑과 격려, 응원 등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한 뒤 독일 출신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했다. 

이후 정해성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전력강화 위원회를 꾸려 새 감독 선임을 주도했다. 국내외 100여명의 후보군을 만들어 최근까지 10차 회의를 통해 4명으로 추렸다. 

그러나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제대로 된 감독을 찾지 못해 3월 A매치 기간은 황선홍 당시 올림픽 대표팀 감독, 6월 A매치 기간에는 김도훈 감독이 임시 감독으로 대표팀을 지휘했다. 

그동안 대한축구협회는 제시 마시, 에르베 르나르, 세뇰 귀네슈, 거스 포옛, 다비드 바그너 감독 등과 접촉해 협상에 나섰다. 이 중 마시 감독과는 계약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마시 감독은 캐나다행을 택했다. 결국 대한축구협회의 선택은 홍 감독이었다. 

이 같은 상황서 지난 5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충남 천안축구종합센터서 진행된 ‘2024 대한축구협회 한마음 축구대회’에 참석해 “감독 선임과 관련해 아직 보고받은 바 없다”며 “잘될 것이라 믿고 이 이사가 열심히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선택 8가지 이유
“퍼거슨 감독도 쉽지 않아”

이어 “누구를 뽑더라도 여론이 45% 대 55%로 갈릴 것 같다” “누가 하든지 반대하는 쪽이 55%일 확률이 높다”며 “55%의 지지를 받으며 (감독이)되는 경우도 없는 것 같다” “알렉스 퍼거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2014년 7월10일 당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홍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던 바 있다. 

지난 2013년 6월24일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된 홍 감독은 382일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고 쓸쓸히 퇴장하게 됐다. 홍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서 조별 예선 1무2패의 성적을 기록하며 최하위로 탈락했다. 382일 동안 거둔 A매치 성적 역시 5승4무10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경기 성적 이외에도 홍 감독은 각종 논란에 휘말렸다. 월드컵에 앞서, 경기도 성남시 운중동의 78평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월드컵을 앞둔 4월부터 땅을 보러 다녔고 최종 계약일 역시 5월이었다. 월드컵 직전에 한 행동이기에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또 브라질월드컵 조별 예선 탈락 이후 선수단이 현지서 즐거운 분위기로 회식하는 영상도 논란이 됐다. 공개된 영상의 선수들은 지나치게 흥겨웠고 여성들과 어울려 노는 선수들도 포착됐다. 홍 감독은 선수들 격려 차원의 회식이라고 해명했으나 국민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또 개막 전부터 최종 명단에 2012 런던올림픽 멤버 12명을 넣으면서 ‘의리 축구’ 논란으로도 불거졌었다. 대한축구협회의 유임 발표 이후 이 같은 논란이 거세지자 홍 감독은 결국 감독 자리서 내려오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나 사퇴 기자회견서도 논란을 빚었다. 그는 사퇴 발표 자리서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 A급 선수들이 있는데 이 선수들은 유럽에 나가면 거의 B급일 수밖에 없다” “A급 선수가 유럽에 가서 경기를 못 뛰고 K리거는 경기는 뛰지만 그보다 조금 수준이 떨어진다고 했을 때 이 부분에서 어떻게 구성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축구 팬 사이에서는 홍 감독의 B급 발언이 K리그를 무시한 발언이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초라한 성적
논란의 사퇴

이렇듯 홍 감독은 각종 논란과 부진한 성적 등을 이유로 떠나는 자리서도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홍 항저우 뤼청, 울산 현대 등에서 감독 생활을 이어갔다.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을 맡던 시절 19경기 5승, 승률 26%로 역대 한국 감독 중 최저 수준의 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 감독은 지난 2021년 울산 지휘봉을 잡은 뒤 명예를 회복했다. 이후 2022년에는 울산의 준우승 징크스를 깨고 K리그1 우승 트로피를 안겼으며, 지난해에도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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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