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난파선 키 잡은 홍명보

독이 든 성배 왜 들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서 감독직 수락 배경에 대해 밝혔다. 홍 감독의 변심에 뿔난 울산 축구팬들은 야유를 쏟아냈다. 오는 9월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부터 지휘봉을 잡게 될 홍 감독이 각종 우려 속에서 10년 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시선이 쏠린다.

차기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하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없다”던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내 축구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가 10년 만에 ‘독이 든 성배’를 다시 든 것이다. 홍 감독은 지난달 30일, 포항과의 정규리그 원정경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돌고 돌아
결국 토종

지난 10일 홍 감독은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서 열린 광주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홈경기 후 진행된 기자회견서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이유를 밝혔다. 

홍 감독은 이날 차기 사령탑에 내정된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인생서 가장 큰 어려운 시기가 2014년 월드컵이 끝난 뒤였다” “그때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고 솔직한 심정으로 (대표팀)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다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서 가고 싶지 않았다” “2월부터 내 이름이 의도와 관계없이 전력강화위원회, 축구협회, 언론에 나오는데 정말 괴로웠다” “무언가 난도질당하는 느낌이었고, 굉장히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난 5일 이임생 위원장이 집 앞에 찾아왔다” “2~3시간 기다린 위원장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때 처음으로 이 위원장을 만났고 그가 내게 ‘MIK(Made In Korea)’ 기술 철학을 얘기했다” “내가 예전에 행정을 하면서 그 일에 관심이 많았다” “나 역시 협회 전무이사 시절부터 이를 추진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루지 못했다” “행정적으로는 한계가 있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일을 가장 잘 실행할 수 있는 것이 국가대표 A 대표팀 감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이자 결정적으로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 계기는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꿈틀거려서”라고 답했다.

홍 감독은 “(브라질월드컵서)실패했던 과정과 그 후의 일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한 일이었다”면서 “도전하는 게 두려웠고 그 안으로 또 들어가는 것에 대해 답을 내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결과적으로 내 안의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고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는 강한 승리욕이 생겼다”며 “새 팀을 정말로 강한 팀으로 만들어서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울산서)10년 만에 간신히 재미있는 축구도 하고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나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나는 나를 버렸다. 이제는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경기 내내 자신의 변심에 극도의 실망감을 보인 팬들에게는 사과의 뜻을 전했다. 

홍 감독은 “죄송하고 드릴 말씀이 없다. 온전히 나 개인만을 위해 울산을 이끌었다. 울산에 있으면서 선수들, 팬들, 축구만 생각하며 보낸 시간이 너무도 좋았다”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얼마 전까지는 응원의 구호였는데, 오늘 야유가 됐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4년의 감독 홍명보와 2024년의 감독 홍명보는 다르다고도 했다. 


“한국 축구 위해 나를 버렸다”
10년 전 오명을 씻어낼 기회

홍 감독은 “10년 전에는 솔직히 말하면 이제 막 시작한 지도자였지만, 지금은 K리그서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12월 울산 지휘봉을 잡았던 홍 감독은 지난해 울산에 구단 창단 40년 만에 리그 첫 2연패의 영광을 안겼다.

홍 감독은 ‘원팀’ 정신을 바탕으로 대표팀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팀원 서로가 끌어주고 밀어주는 하나의 팀을 만드는 것이 홍 감독의 축구 철학이다. 

홍 감독은 “대표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각자의 재능을 이기주의 위에 놓는다고 하면 재능은 발휘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모두의 재능을 헌신이나 희생이라는 가치 위에 올려놓는다면 팀은 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축구계에 따르면, 홍 감독은 FC서울과 경기까지 팀을 맡을 예정이었지만 고별전 없이 팀을 떠났다. 이미 떠나기로 결정이 된 홍 감독이 팀을 맡을 경우, 선수들 역시 집중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0일 열린 광주FC와 경기서 울산은 0-1로 패했고, 순위도 3위까지 떨어졌다. 같은 날 울산 팬들은 광주전을 앞두고 홍 감독에게 거센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홍 감독 역시 어수선한 분위기를 우려하며 선수들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한 바 있다.

홍 감독은 지난 11일 오전 회복 훈련을 마친 뒤 선수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발표 이후 축구 팬들이 꾸준히 품어왔던 대한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에 대한 투명성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전력강화위원회의 일원이었던 박주호 역시 직접 감독 선임 절차에 대한 과정을 폭로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뒤를 이어 한국 축구의 발전을 이끌 차기 사령탑으로 홍 감독이 내정됐다고 전했다. 이튿날엔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이하 이 이사)가 홍 감독 선임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 

갑자기 돌아선 
진짜 이유는?

이 이사에 따르면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다. 지난 2월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한 이후 약 5개월 동안 사령탑을 찾던 축구협회는 홍 감독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이 이사는 브리핑을 통해 홍 감독을 선임한 8가지 이유로 ▲축구협회 철학 및 게임 모델에 맞는 플레이 스타일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속성 및 연계성 ▲탁월한 리더십 ▲외국인 지도자 국내 거주 이슈 ▲지도자로서 성과 ▲외국인 감독의 시간적 어려움 ▲과거 대표팀 지도 경력 ▲외국인 감독 체류 시간 확보 등을 언급했다. 


이 이사는 “축구협회 철학 및 게임 모델을 고려했을 때, 홍 감독이 울산서 보여준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상대 측면 뒷공간을 효율적으로 공격했다”며 “또 선수들의 장점을 살려 공수 밸런스 기회 창출 등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회 창출 리그 1위, 빌드업 1위, 압박 강도 1위 등을 기록했다” “활동량이 10위라는 점까지 (종합해)해석하면 효과적으로 경기했다는 것”이라며 “아르헨티나도 2022 카타르월드컵 때 우승했으나 활동량은 하위권이다” “이것이 한국 축구에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등 전술적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또 “홍 감독은 이전 A대표팀뿐 아니라 23세 이하, 20세 이하는 물론, 축구협회서 전무로 기술과 행정 분야에 대해서도 폭넓은 시야를 갖고 있다”며 “각급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속성과 연계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감독의 리더십도 높게 평가했다. 그는 “한국 축구가 가져야 할 원팀 정신을 유지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팀 내 자유로움 속에 기강이 필요하고, 원팀 정신을 확립할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외국인 감독들과 비교했을 때, 국내 감독으로서 갖는 장점도 명확하다고 짚었다.

이 이사는 “외국 감독의 국내 거주 이슈를 교훈 삼아 국내 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또 리그 우승 2회, 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등 (후보로 거론된)외국 감독들보다 더 성과를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길어진 판단
무능의 극치

그러면서 “당장 9월부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이 시작되는 시점서 외국인 감독은 한국 선수들을 파악하는 데 시간적 어려움이 있다고 봤다”며 “과거 대표팀을 지도한 경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단기간 소집 시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고, 지난 대표팀서의 실패가 상황에 따라 활용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빅리그 경험은 존중하지만 그것들이 홍 감독보다 뚜렷한 성과라고 판단하기 어려웠고, 그들의 철학을 대표팀에 입히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또 외국인 감독 후보들 인터뷰 결과, 충분히 한국서 체류할 거란 확신이 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는 이런 8가지 이유로 홍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히면서도 시즌 중반에 현직 감독을 빼 오는 것에 대한 팬들의 불만과 갑작스러운 국내 감독 영입과 관련한 의심이 달라지길 바란다고도 했다. 

그는 “(축구협회의)평가와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 팬들이 있더라도, 축구협회와 홍명보호에 대한 많은 사랑과 격려, 응원 등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한 뒤 독일 출신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했다. 

이후 정해성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전력강화 위원회를 꾸려 새 감독 선임을 주도했다. 국내외 100여명의 후보군을 만들어 최근까지 10차 회의를 통해 4명으로 추렸다. 

그러나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제대로 된 감독을 찾지 못해 3월 A매치 기간은 황선홍 당시 올림픽 대표팀 감독, 6월 A매치 기간에는 김도훈 감독이 임시 감독으로 대표팀을 지휘했다. 

그동안 대한축구협회는 제시 마시, 에르베 르나르, 세뇰 귀네슈, 거스 포옛, 다비드 바그너 감독 등과 접촉해 협상에 나섰다. 이 중 마시 감독과는 계약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마시 감독은 캐나다행을 택했다. 결국 대한축구협회의 선택은 홍 감독이었다. 

이 같은 상황서 지난 5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충남 천안축구종합센터서 진행된 ‘2024 대한축구협회 한마음 축구대회’에 참석해 “감독 선임과 관련해 아직 보고받은 바 없다”며 “잘될 것이라 믿고 이 이사가 열심히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선택 8가지 이유
“퍼거슨 감독도 쉽지 않아”

이어 “누구를 뽑더라도 여론이 45% 대 55%로 갈릴 것 같다” “누가 하든지 반대하는 쪽이 55%일 확률이 높다”며 “55%의 지지를 받으며 (감독이)되는 경우도 없는 것 같다” “알렉스 퍼거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2014년 7월10일 당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홍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던 바 있다. 

지난 2013년 6월24일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된 홍 감독은 382일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고 쓸쓸히 퇴장하게 됐다. 홍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서 조별 예선 1무2패의 성적을 기록하며 최하위로 탈락했다. 382일 동안 거둔 A매치 성적 역시 5승4무10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경기 성적 이외에도 홍 감독은 각종 논란에 휘말렸다. 월드컵에 앞서, 경기도 성남시 운중동의 78평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월드컵을 앞둔 4월부터 땅을 보러 다녔고 최종 계약일 역시 5월이었다. 월드컵 직전에 한 행동이기에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또 브라질월드컵 조별 예선 탈락 이후 선수단이 현지서 즐거운 분위기로 회식하는 영상도 논란이 됐다. 공개된 영상의 선수들은 지나치게 흥겨웠고 여성들과 어울려 노는 선수들도 포착됐다. 홍 감독은 선수들 격려 차원의 회식이라고 해명했으나 국민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또 개막 전부터 최종 명단에 2012 런던올림픽 멤버 12명을 넣으면서 ‘의리 축구’ 논란으로도 불거졌었다. 대한축구협회의 유임 발표 이후 이 같은 논란이 거세지자 홍 감독은 결국 감독 자리서 내려오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나 사퇴 기자회견서도 논란을 빚었다. 그는 사퇴 발표 자리서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 A급 선수들이 있는데 이 선수들은 유럽에 나가면 거의 B급일 수밖에 없다” “A급 선수가 유럽에 가서 경기를 못 뛰고 K리거는 경기는 뛰지만 그보다 조금 수준이 떨어진다고 했을 때 이 부분에서 어떻게 구성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축구 팬 사이에서는 홍 감독의 B급 발언이 K리그를 무시한 발언이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초라한 성적
논란의 사퇴

이렇듯 홍 감독은 각종 논란과 부진한 성적 등을 이유로 떠나는 자리서도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홍 항저우 뤼청, 울산 현대 등에서 감독 생활을 이어갔다.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을 맡던 시절 19경기 5승, 승률 26%로 역대 한국 감독 중 최저 수준의 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 감독은 지난 2021년 울산 지휘봉을 잡은 뒤 명예를 회복했다. 이후 2022년에는 울산의 준우승 징크스를 깨고 K리그1 우승 트로피를 안겼으며, 지난해에도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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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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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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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