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그래도 선장 황선홍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3.04 11:26:29
  • 호수 1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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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져 가는 태극전사호 키를 잡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황선홍 현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까지 맡게 됐다. 황 감독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로 좌초 위기에 놓인 국가대표팀의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된 것이다. 현역 시절 한국 최초의 해외 리그 득점왕이던 그가 ‘투잡 감독’으로 새 이름을 쓰고 있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회(이하 강화위)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3차 회의 결과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발표했다. 이에 따라 황 감독은 이달 21일과 26일로 예정된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2연전을 이끌게 됐다. 

그 기간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황 감독을 제외한 기존 코칭스태프가 맡게 될 예정이다. 북중미월드컵 예선전 이후 황 감독은 올림픽 축구대표팀으로 돌아간다. 다음달 카타르서 열리는 2024 파리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겸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을 치르기 위해서다.

항저우 게임 
금메달 주역

황 감독이 최우선 후보로 정해진 이유에 대해 정 위원장은 “황 감독은 협회 소속 지도자고 아시안게임 금메달 성과도 냈다”며 “본인이 일시적으로 두 개팀을 맡을 의향이 있고, 구상이 있다면 최우선으로 검토해야 하는 후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황 감독이 이끌 A 대표팀은 중국·태국·싱가포르와 C조에 속해 있다. 한국은 2승(승점 6)으로 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내년 6월까지 2차 예선을 벌여 조 1·2위 팀이 최종예선에 진출한다.


황 감독은 이달 태국전을 위해 별도 코치진을 꾸릴 예정이다. 무엇보다 카타르아시안컵에 주장 손흥민과 이강인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등 침울해진 대표팀 분위기를 회복시키는 것도 그의 임무다. 황 감독은 항저우아시안게임서 이른바 ‘탁구 멤버’로 알려진 이강인과 정우영, 설영우 등을 이끌고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황 감독이 임시 사령탑으로 임무를 마치면, 파리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겸한 카타르 U-23 아시안컵이 열린다. 다음달 15일 막을 올리는 이번 대회는 지난 아시안컵에 이어 카타르서 열려 중동팀의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은 일본과 UAE(아랍에미리트), 중국과 B조에 속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이 과정서 U-23 대표팀은 이달 A 매치 기간에 사우디아라비아서 올림픽 예선을 대비한 친선경기를 벌인다. 한국은 남자 축구서 올림픽 최다 연속 본선 출전 기록(9회)을 보유하고 있다.

무리수라는 지적을 뿌리치고 강화위가 황 감독을 선임한 건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쾌거 등 국제대회 수상 경험 등을 높이 산 결정으로 풀이된다. 현재 23세 이하인 올림픽대표팀 멤버들이 추후 북중미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A 대표팀에 진출할 가능성 또한 황 감독이 선임된 이유였다.

정해성 위원장은 “파리올림픽 본선행 도전 과정과 A 대표팀 일정이 일부 겹쳐 이 부분에 대해 고민했던 건 사실”이라면서 “6월에 있을 월드컵 2차 예선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5월 초까지는 정식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초 강화위는 K리그 현직 지도자 중에서 정식 사령탑을 선임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24일 제2차 회의서 로드맵을 바꿨다. 이달 A 매치 2연전은 임시 감독으로 치르고, 충분한 검토 과정을 거쳐 오는 6월 A 매치 일정에 맞춰 새 사령탑을 선임하기로 했다.

이달 1일 개막한 K리그 사령탑을 차출할 경우 발생할 K리그 관계자들과 팬들의 반발을 고려한 결정이다.


2차 회의 당시 강화위원회는 황 감독과 더불어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최용수 전 강원FC 감독을 사령탑 후보군에 올려놨다.

클린스만 경질 후 임시 감독 선임
손흥민-이강인 사건 수습 적임자?

정 위원장은 “축구대표팀 임시 사령탑에게 필요한 주요 덕목 위주로 점수를 매긴 결과 황 감독이 1순위 후보로 낙점받았다”며 “3차 회의서 세 명의 후보에 대한 정밀 검증을 진행했고, 당초 순위대로 황 감독에게 가장 먼저 A 대표팀 감독직 겸임에 대한 의사를 타진해 승낙을 받았다”고 전했다.

당초 여론의 시선은 박 감독을 향했다. 팀 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박 감독의 ‘파파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특히, 황 감독이 두 팀을 병행하는 게 무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었다. 올림픽팀은 아시아 최종예선서 3위 이내에 들어야 파리행을 확정지을 수 있다. 4위에 머물면 아프리카 팀과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한국 축구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황 감독은 현역 시절 붙박이 스트라이커였다. 그는 2002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서 폴란드를 상대로 선제골을 터뜨리는 등 A 매치 103경기서 50골을 넣어 득점 2위에 올랐다. 이를 계기로 ‘센추리클럽’에 가입했다.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A 매치 130경기 58골)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득점을 기록한 것이다. 센추리클럽은 FIFA가 공인하는 A 매치에 100회 이상 출전한 선수들의 명단이다. 해당 국가서 중요한 핵심 선수로서 오랫동안 국가대표로 인정받아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황 감독은 홍명보와 함께 한국 축구 사상 첫 월드컵 4회 연속 출전이라는 기록을 가진 선수이자 한국 축구 선수 최초의 해외리그 득점왕이기도 하다. 공격수로서 은퇴할 나이인 34세의 나이에도 2002년 한일월드컵서 주전 공격수로서 대한민국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보통은 나이가 들면서 기량 저하로 대표팀서 주전으로 뛰지 못하거나 미리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 동시대의 공격수인 최용수, 김도훈, 서정원이나 2002 한일월드컵 공격수였던 이천수, 설기현 등 모두 30세를 넘어가면서 대표팀 주전서 밀렸다.

가난한 시절 
딛고 스타로

안정환도 34세로 출전한 2010 남아공월드컵서 한 경기도 못 뛰고 벤치 신세를 졌으며, ‘캡틴’ 박지성은 30세에 대표팀을 은퇴했다.

황선홍 이후 공격수인 이동국, 박주영 등 대표팀을 거쳐간 다른 선수들도 기량 기복이나 감독의 판단에 따라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황 감독이 14년간 대표팀 주전으로 뛴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30대 중반까지 주전으로 활약했던 필드 플레이어는 차범근, 홍명보, 황선홍 딱 3명뿐이다.

1990년대 축구를 보지 못한 세대들은 그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가운데 한 사람으로만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그마저도 왜곡되거나 폄하된다. 2002년 월드컵을 직접 보지 않은 세대 중 안정환이 주전 공격수였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실제로 황 감독이 주전 공격수고 안정환은 그와 교체되는 후반 조커 공격수였다.


그러나 황 감독이 본선 첫 경기인 폴란드전부터 허벅지에 입은 부상으로 세 번째 경기인 포르투갈전부터는 안정환이 선발 출장했다. 32강 조별리그부터 4강전(독일전)까지의 6경기 중 황 감독이 3경기(폴란드, 미국, 독일), 안정환이 3경기(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서 선발 출장했다.

이후 3위, 4위전(터키전)에서는 안정환이 선발 출장했다. 이를 계기로 둘은 유럽팀을 상대로 대등하게 맞서 싸울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중앙 공격수였다고 평가받는다.

잦은 부상과 불운에 시달리며 1994 미국월드컵 볼리비아전 한 경기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비운의 스트라이커이기도 하다.

축구 선수로서 한창인 24세(1992년) 독일서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군대 면제를 받기도 했다. 1993년에 결국 수술을 받으면서 몸의 균형이 완전히 깨졌다고 토로했다. 부상서 회복되자마자 1994 미국월드컵에 나가서 욕이란 욕은 다 먹었다. 이어 본인 스스로 기량이 절정이었다고 말한 1998년에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또 부상을 입었다. 지지리도 운이 없던 셈이다.

한국 축구 기둥
동시에 두 팀

말도 탈도 많았지만, 한국 대표팀은 황 감독 없인 설명하기 어려웠다. 황 감독만큼 장기간 국가대표팀서 고정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선수가 없었다. 특히 한일전마다 그의 맹활약도 빠질 수 없다. 총 4경기에 출전해 5골을 넣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는데, 차범근의 6골에 이은 역대 한일전 최다 골 2위 기록이다. 그가 뛴 한일전에선 전승을 거뒀고, 출전한 모든 한일전서 결승골을 넣은 유일한 선수다.


그는 힘들었던 가정형편 속에도 쓰러지지 않고 버텨왔다. 성이 황씨라서 별명을 ‘황새’라고 아는 사람도 많다. 실제로는 가난하던 어린 시절 약점이었던 체격을 만회하기 위해 물배를 채워 뒤뚱거리는 그의 모습을 보고 동료들이 황새라는 별명을 붙였다고 한다.

학교 급식만으론 원하던 체중을 만들 수 없자 배가 터지도록 많은 양의 물을 마셨다. 물배라도 채워 몸싸움에 밀리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버틴 것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직후 은퇴를 선언한 황 감독에 대해 거스 히딩크 감독은 “나는 황선홍에게 애착이 가는 게 사실”이라며 “그는 팀의 베스트로서 항상 혼자 아픔을 뒤집어 썼다”고 말했다.

히딩크는 “황선홍의 가족사는 좋지 못하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와 할아버지마저도 A 매치 중에 돌아가셨다”며 “그는 그리움에 차 있었다. 그래서 공을 찼다고 한다. 응원 나올 부모님이 있었으면 그에게 좀 더 힘이 됐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한국 대표팀이 프랑스와 경기서 0:5로 대패하던 날, 황 감독은 히딩크를 찾아와 밤을 새워 울었다는 후문도 있다.

은퇴 후, 해설위원을 거쳐 2008년 부산 아이파크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후 친정팀 포항 스틸러스를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감독했다. 포항서 K리그 1회 우승과 FA컵 2회 우승을 기록하며 감독 커리어 초반에는 좋은 경력을 보유했다. 

올림픽 축구대표팀과 국가대표까지
붙박이 스트라이커에서 지도자로

2016년 FC 서울 감독 부임 이후 첫 시즌 K리그 우승을 제외하면 2017 시즌에는 리그 5위에 그쳐 5년 만에 AFC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실패하기도 했다. 2018 시즌에는 급기야 10위, 11위를 오가며 강등권 문턱서 전전했다. 그해 4월30일자로 결국 사퇴하면서 감독 명성에 금이 가고 말았다.

12월14일 뜬금없이 중국 갑급 리그의 옌볜 푸더의 감독으로 선임됐으나 구단 해체, 이후 휴식을 취했다. 2020년 하나은행에 인수된 대전 하나 시티즌의 초대 감독으로 임명됐으나 부진한 경기력이 지속돼 2020년 9월8일부로 사퇴했다. 

이후 1년의 휴식과 방송 활동을 거쳐 대한민국 U-23 축구 국가대표팀에 취임했다. 여러 우려 속에 항저우아시안게임 우승에 성공하며 지도자로서의 재기에 성공했다.

A 대표팀과 U-23 대표팀 감독을 겸임하는 경우를 아시아에선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모리야스 하지메 현 일본 축구 대표팀 감독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두 팀 지휘봉을 함께 잡았다. 이번에 황 감독과 함께 임시 감독 후보로 거론됐던 박항서 감독도 6년간 베트남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동시에 지휘했다.

한국에선 허정무 감독이 1999~2000년, 핌 베어벡 감독이 2006~2007년 두 팀을 동시에 맡은 바 있다. 임시 사령탑 체제를 꾸린 대한축구협회는 이제 본격적으로 정식 감독 선임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정해성 위원장은 “현재 한국 축구 대표팀이 어떤 전술을 지향해야 하고, 어떤 기술 철학을 보여줘야 하는지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뒤 이에 맞는 감독을 찾을 것”이라며 “대표팀 경기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감독을 5월 초까지 선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황 감독은 아내 정지원과의 사이서 1녀2남을 낳았다. 둘째이자 장남인 황재훈은 아버지를 따라 축구 선수가 돼 선수생활을 했지만,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입으면서 황 감독이 축구를 그만두게 했다. 본인이 당해봤던 부상이라 재활 과정 등을 잘 알아서 그만두게 했다고 한다.

맏이이자 장녀인 황현진은 ‘이겨’라는 이름으로 걸그룹 예아(Ye-A)로 데뷔했다. 처음에는 황 감독과 아내가 거세게 반대했다고 한다. 황 감독이 대중들에게 안 좋게 인식된 것을 의식하면서다. 황 감독은 “자신이 선택한 길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며 “‘만약 포항 프런트가 포항 홈경기에 자신의 딸이 소속된 걸그룹을 초청한다 해도 본인이 불허할 것’ 딸의 활동에 일체 비호 및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새의 추억
득점왕 출신

예아는 아이즈원 출신 권은비가 <프로듀스 48>에 참가하기 전에 소속돼있던 걸그룹이기도 하다.

하지만 황현진은 “이 일을 해 보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후회할 것 같다”고 했고 결국 허락했다고 한다. 황씨는 미국 뉴욕대에 합격해 1학기를 재학한 후 활동을 이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활동을 완전히 접고 현재는 연예계서 은퇴한 상태다. 대학 졸업 후에는 호텔 관련 직장을 다닌다는 근황이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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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떼거리 가등기’ 노량진 지주택 유령 조합원 실체

[단독] ‘떼거리 가등기’ 노량진 지주택 유령 조합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수백억원대 조합비를 횡령한 조합장이 구속되는 등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 노량진 본동 일대가 60여명이 넘는 ‘떼거리 가등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업 구역 내 건물에 수십명의 가등기를 설정한 이들은 “지주택 조합원으로 전 재산을 쏟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가등기권자는 지주택 분담금을 입금한 흔적조차 없었다. 지난달 초 주식회사 로쿠스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 본동 일대에 주택건설사업을 추진하는 회사 자격으로 노량진 본동 지역주택조합원 재산보호연대(이하 재보연) 일부를 고소했다. 고소 취지는 ‘재보연이 허위가등기를 이용한 위계를 행사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고소인의 사업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었다. 협상력 높이려 현실판 알박기 현재 재보연은 법적 토지 소유권을 놓고 반발하면서 로쿠스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재보연 관계자들은 2013년 7월부터 사업구역 내에 위치한 A, B, C 부동산에 가등기 및 공유지분 관계를 설정해 로쿠스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등기 말소가 이뤄지지 않은 건물은 철거조차 할 수 없어 노량진 본동 현장은 10년 넘게 슬럼화가 진행 중이다. 현재 로쿠스 측이 확보한 주택건설 대지면적은 95% 이상이다. 이 중 A, B, C 등은 1% 미만에 해당한다. 현재 A 빌라 502호는 기존 41명, 신규 12명 도합 53명, B 빌라 202호는 11명의 ‘떼거리 가등기’가 설정돼있다. C 건물의 경우 1명의 가등기권자가 설정된 상태다. 가등기란 본등기할 법적인 요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못했을 때, 임시로 등기부에 올려 두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매매 예약, 대물변제에 따른 취득 등으로 매입할 것을 약속했을 때 아직 소유권을 확보하지는 못했으나 미래에 그 권리를 주장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이용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가등기권자 중 일부는 재보연 소속으로 과거 노량진 본동 지주택 조합원이었다. 많게는 2~3억원씩 조합원 분담금을 납부한 투자자다. 그러나 일부는 조합계좌 또는 대우건설 계좌로 분담금 입금 내역조차 확인되지 않은 ‘허위 조합원’ 자격을 주장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 빌라 등기부상 가등기권자인 강모씨는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 “왜 이런 걸 취재하나?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가 있지 않겠냐”며 “전 재산을 투입했지만 대우건설이 뺏어가면서 피해를 입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노량진 본동 지주택 조합원 분담금 입금 내역 자료에는 강씨의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강씨 외에 분담금 입금이 확인되지 않아 지주택 조합원이라고 볼 수 없는 가등기권자도 10여명 이상으로 드러났다. 재보연은 현재 주택개발 사업권자인 로쿠스 측에게 가등기말소를 원하면 1000억원 이상의 합의금을 내라는 입장이다. 전 재산 쏟았다더니··· ‘조합원리스트’에 없어 재보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부동산 시세에 따라 가등기권자 1인당 기준 최소 9억원은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로쿠스 측은 “조합원 자격도 없는 가등기권자에게 보상할 의무는 없지 않겠나”라며 “엄연히 사업을 방해하는 행위로 가등기말소 소송 중”이라고 답했다. 재보연이 사업 구역 내에 가등기를 설정한 취지가 불순하다는 의혹도 있다.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재보연 관계자는 C 건물 가등기권자 김모씨에게 “소유권은 매도청구 대상이 되나, 가등기는 매도 청구 대상이 되지 않는다. 로쿠스가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가등기를 말소해야만 하기 때문에 로쿠스가 협상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며 “로쿠스도 대출을 받아서 토지와 사업권을 매수했을 것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이자가 불어나기 때문에 그때 가서 시가보다 높은 금액을 불러서 협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송이 아닌 협상으로 끝내야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등기설정이 필요하다”며 “협상이 끝나면 가등기를 말소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재보연 측은 허위로 매매예약서를 작성하고, 매매예약 체결을 조작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실제로 김씨는 2018년 4월26일에 재보연 관계자를 만났으나, C 건물의 매매예약서상에는 2018년 3월28일로 소급해서 작성했다. 매매예약 날짜를 변경한 이유에 대해 김씨는 “하나자산신탁 소장을 접수한 2018년 3월30일 이전으로 매매예약을 정해야 의심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자산신탁은 2016년 11월22일 관할관청인 동작구청장에게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신청했고, 동작구청장은 2017년 4월10일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했다. 하나자산신탁은 2018년 3월경 사업 지역 내에 97.81%에 해당하는 토지에 대한 사용권원을 확보했고, 주택법 제22조에 따라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지에 대해서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허위 조합원 “왜 취재하냐” 하나자산신탁은 주택법에 따라 2018년 3월30일 C 건물 가등기권자인 김씨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을 제기했으며, 김씨가 소송장을 받은 것은 그해 4월9일이다. 재보연 측과 김씨는 2018년 4월26일에 만나 C 건물 1평에 대한 가등기를 설정했지만, 하나자산신탁이 소송한 3월30일보다 매매예약서를 일찍 체결한 것처럼 속인 것이다. 또 재보연 측은 김씨와 매매예약서상에 “본 예약의 증거금으로 3000만원을 입금한다”고 적었다. 이는 로쿠스와 협상용으로 매매예약서를 작성하는 것이었기에 돈을 주고받은 흔적이 필요했을 뿐이다. 실제로 2018년 4월26일 재보연은 매매예약서를 작성한 직후 김씨에게 2000만원을 송금했고, 김씨는 재보연 측의 지시에 따라 2000만원을 다시 돌려줬다. 김씨는 C 건물의 1평에 대해서만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 “재보연이 내 명의로 가등기를 설정하도록 한 이유는 로쿠스의 사업을 방해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재보연 측은 김씨와 작성한 매매예약서 제1조에 ‘1평의 매매대금을 1억원’으로 허위 기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C건물 1평의 매매대금 1억원으로 기재한 이유는 재보연 측이 ‘이렇게 기재하면 로쿠스로부터 평당 1억원 이상 받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자산신탁과의 매도청구 소송서 감정평가할 때에도 도움이 된다고 재보연이 말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김씨는 C 건물의 가등기를 설정하면서 10원 한 장도 투입하지 않았지만, 서류상 1평당 1억원의 부동산을 소유한 셈이다. 이는 엄연히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가등기권자들이 사업 주체로부터 받은 보상금만큼 분양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매예약 가등기 방식의 소유권 획득’은 불법 부동산투기 방식으로 자주 쓰이는 수법이다. 한 예로 2013년 이성한 경찰청장은 후보자 시절 전매가 금지된 서울 마포구 성산동 시영아파트를 가등기 형태로 매입한 뒤 1년 만에 되판 것으로 드러나 불법 부동산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그해 3월26일 백재현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이 청장의 인사청문 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는 1987년 7월2일 권모씨로부터 시영아파트 한 채의 소유권을 ‘매매예약 가등기 형태’로 획득했다. 무주택자를 위해 분양한 시영아파트는, 주택건설촉진법 등에 따라 최초 공급일인 1986년 5월부터 2년간 전매가 금지돼있었다. 이 청장은 이 아파트를 전매 금지가 풀린 지 3개월여 만인 1988년 9월 안모씨에게 팔아넘겼다. 부동산 전문인 최광석 변호사는 “이 청장이 실제로 얼마나 시세차익을 거뒀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매금지된 아파트를 사들인 뒤 1년 만에 팔아넘긴 것만으로도 부동산투기 의혹이 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청장 측은 “신혼 때 부동산 안내에 따라 (가등기로)구입했고 살아보니 주거환경이 좋지 않아 되팔았다”고 해명했다. 넣다 뺐다 조작 달인 현재 로쿠스 측은 재보연과 가등기권자를 상대로 가등기말소 소송을 걸었다. 로쿠스 측은 지난달 “수십명에게 각각 가등기말소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소장 송달부터 1심판결까지 가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과도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고 가등기권자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이유를 밝혔다. 현재 주택법 제22조에 따라 주택건설 대지면적의 95% 이상의 사용권원을 확보한 경우,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지의 모든 소유자에게 매도청구가 가능하다. 다만, 가등기말소 또는 근저당권 말소 등을 강제로 청구할 수 있는 법률 규정은 없다. 이에 따라 등기 또는 근저당권이 말소되지 않는 이상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로쿠스 측은 재보연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해서는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가등기권자들이)재산보호연대의 비용 9억6000만원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등기권자들이)해당 사건 사업 진행을 방해할 목적으로 사업 부지 내의 서울 동작구 본동 2필지에 허위의 가등기를 설정했다”며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고소인 회사의 이 사건 사업업무를 방해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재보연 일부가 지분 쪼개기를 통해 소유자를 늘려 사업주체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주택공급 지연과 공사 현장 방치로 인한 슬럼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총회를 거쳐 조합원 지위를 회복한 이들은 재보연 일부의 지분 쪼개기 등으로 착공이 지연되면서 보상이 지연되는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 앞서 노량진 본동 지주택은 2007년 본동 441일대에 368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토지 매입비 목적으로 총 1400억원을 모아 조합을 결성하고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어 대우건설의 보증으로 금융권서 자금을 빌려 사업을 진행했다. 이듬해인 2008년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10년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지만, 서울시와 동작구가 재개발사업 기준을 강화하면서 사업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날짜도 금액도 틀린 매매예약서 평당 1억 뻥튀기···시세조작 의혹 결국 2012년 3월 PF 대출금 2700억원을 갚지 못한 조합은 파산했다. 당시 조합 측은 공사를 맡은 대우건설이 사업 승인과 착공서 늑장을 부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지급보증으로 빚을 대신 갚았기에 피해자 입장이라고 주장해 왔다. 대우건설 측은 언론과 인터뷰서 “PF 대출을 갚지 못해 대위변제로 2700억원의 빚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토지 소유권을 얻는다고 해도 6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전 조합장 최모씨가 분담금 가운데 18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결국 투자금 4100억원을 허공에 날리게 되면서 지주택 사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손꼽힌다. 2012년 10월1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전 조합장 최씨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서울 영등포구 소재 재단법인 사무실과 지방 거주지 등 2~3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서 검찰은 최씨가 수백억원을 횡령한 단서를 잡았다. 최 전 조합장이 2011년말 구속 수감되면서 기존 지주택 조합원 중 156명은 철거, 설계업체 등 관련 업체 약 30여곳은 조합에 대한 반환금 채권+변호사비+기타 비용 명목으로 조합과 860억원(약 186건)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조합원 1인당 평균 2억5000만원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당시 인근 래미안트윈파크 신축아파트 분양가가 7억8000여만원임을 고려하면 향후 대우건설과의 단체 협상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려는 ‘꼼수’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공증채권의 발생은 조합원 간 내분의 불씨를 제공하고, 대우건설이 보증연장을 할 수 없는 명분을 제공한 것이다. 결국, 대우건설도 2012년 3월24일 PF 연장을 포기했다. 조합 부도 이후 대우건설은 그해 4월10일까지 2700억원을 대위변제하고 처분권 취득한 사업부지는 공매하겠다고 코람코자산신탁을 통해 조합에 통지했다. 그러면서 시행사 로쿠스로 소유권 이전 등기되는 동시에 하나자산신탁으로 신탁등기(공매대금 2100억, 신탁등기비 100억)가 이뤄졌다. 수십년째 줄다리기 당시 로쿠스 측은 채권자 지위를 가진 지주택 조합원 156명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3차례 총회를 거쳐 156명 중 34명은 조합원 지위를 회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122명에 대해서는 제명 조치했다. 최종 388명이 현재 유효한 조합원이고, 조합 이사 A씨를 포함한 122명은 2012년 말 제명되면서 재보연을 꾸렸다. 로쿠스 측은 “재보연의 핵심 주동자들은 지분조차 없는 조합에 대한 공증채권증서 하나만 믿고, 무모한 소송으로 시간 끌기만을 반복하고 있다”며 “A, B, C 부동산 등에 대한 매도소송도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됐음에도 최근 또다시 14명의 가등기권자가 본 등기를 실행했고, 본 등기자들이 또다시 가등기를 설정하면서 사업을 방해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토로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개발 슬럼화 현실 노량진 본동 주택개발사업이 수십 년째 지연되는 가운데, 철거가 진행 중인 상태의 슬럼화 가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0년 부산 여중생 살해 피의자 김길태의 은신처가 재개발 지역 내 빈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재개발 지역이 치안의 사각지대”라는 인식이 생겼다. 김길태가 당시 범행을 저지른 곳도 모두 재개발 지역 인근의 주택 옥상이었다. 경기도의 경우, 부천 소사3구역이 ‘재개발 슬럼화’의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 구역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이주가 시작돼 7월 기준 92% 이주를 완료했으며 내년 상반기 착공할 예정이지만, 철거 전 약 1년여 동안 빈 주택으로 방치되면서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실제 이 구역은 대부분 빈집으로 대문에는 ‘출입금지·철거 대상 건물’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출입할 수 있어 진입을 막을 수 없는 실정이었다. 일반적으로 1기 신도시와 인근 지역 등에 대한 재개발사업이 추진위 구성부터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길게는 20여년 정도 소요돼 이처럼 슬럼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천시 관계자는 “철거 전까지 빈집 관리 및 우범지대 전락을 막기 위해 조합과 경찰 등 여러모로 안전을 위한 대책을 세우려고 한다”며 “조합에 미리 구역 진입을 막을 수 있는 안전담장 설치 등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정비 방향에 주민들의 의견이 다양하게 담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우진 주거환경연구원장은 “개발·재건축을 진행하는 노후주거지 조합원들은 높아진 공사비에 따라 수억 원의 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며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시기가 아니라 분양 수익만으로 사업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사업지는 시공사가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