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뚝심의 리더십 파울루 벤투 감독

“당신의 능력을 믿습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1일(한국시각), 지구촌 대축제 2022 카타르월드컵이 개막됐다. 손흥민과 황희찬, 김민재 등 역대급 커리어를 쌓고 있는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같은 조인 H조에 우루과이와 포르투갈, 가나 등 상대적으로 우세한 강팀이 포진해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한국을 H조 최약체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선수들의 컨디션과 공격진의 실전 감각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팬들이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 13일 오후 10시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 전 파울루 벤투 감독이 밝힌 말이다. 16강 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만큼 최소한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이라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선수 시절
특출난 수비

벤투 감독은 창보단 방패 스타일이다. 다이내믹하지 않은 플레이를 선호해 일부 선수와 마찰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을 정도다. 이로 인해 장기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은 벤투 감독이 월드컵 일정을 소화하며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포르투갈 리스본 출신의 벤투 감독은 선수 시절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하부리그 팀인 CF 벤피카에서 성인무대에 데뷔한 벤투 감독은 이 팀에서 보인 활약을 통해 아마도라로 이적해 서서히 출전 시간을 확보했다.

이 시기에 국내 컵 대회 우승에 기여하는 등 커리어도 향상됐다. 1991년부터 1994년까지 뛴 비토리아 SC에서 본격적인 선수 인생의 꽃을 피웠다. 비토리아에서 보낸 세 시즌 동안 벤투는 리그 95경기에 출전해 13골을 기록하는 등 우수한 기량을 보여줬고, 대표팀에도 처음으로 발탁됐다.


1996년 여름 이적 시장에서 벤투 감독은 SL 벤피카로 이적했다. 비토리아 시절만큼 부동의 주전까지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시즌 당 30~40경기를 뛸 정도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었고, 두 시즌 간 리그 49경기에 나와 2골을 기록했다.

두 시즌을 보낸 후 벤투 감독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오비에도로 이적했다. 벤투 감독은 네 시즌 동안 오비에도의 핵심 미드필더로 기용됐다. 매 시즌 30경기 이상을 리그에서 소화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총 리그 136경기 4골이라는 성적을 거뒀다. 이 시기에 우루과이 출신의 명장 오스카르 타바레스 감독 밑에서 뛰기도 했다.

어느덧 선수생활의 말년으로 접어든 벤투 감독은 2000년 고향팀인 리스본의 스포르팅 CP로 이적했다. 스포르팅에 합류한 이후에도 그는 기량을 한동안 유지했다. 이전까지는 국내 컵 대회에서의 두 차례 우승을 제외하면 우승과 인연이 적었던 벤투 감독이었지만, 스포르팅에서는 2001-2002시즌 포르투갈 프리메이라 리가 우승과 컵 대회 우승의 더블을 이룩하는 데 핵심 선수로 활약하면서 마침내 리그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또 이때는 아직 어린 유망주였으나 훗날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함께 뛰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노쇠화의 길은 피할 수 없었고, 2003-2004시즌 출전 기회가 확연히 줄어들자 시즌이 종료된 후 현역에서 은퇴했다.

포르투갈 국가대표팀에는 1992년 1월15일,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A 매치에 데뷔해 총 35경기에 출전했다. 루이스 피구, 파울루 소자, 후이 코스타, 주앙 핀투 등과 같은 포르투갈 골든 제네레이션의 일원이긴 하지만, 피구 및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선수생활 초기에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골든 제네레이션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메이저대회가 1989, 1991 피파 유스 챔피언십이었는데 당시 벤투 감독은 선발되지 못했다. 포르투갈 골든 제네레이션이 처음 성인팀으로 등장한 유로 1996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20대 후반에야 실력이 만개한 대기만성형이었다.

창 아닌 방패 플레이 추구
강팀 공격 무력화 가능할까


하지만 포르투갈 황금세대의 정점이었던 유로 2000에 당당히 국대로 선발됐다.

유로 2000에서 포르투갈은 죽음의 조인 A조(독일, 루마니아, 잉글랜드) 3번 포트로 속해 있었지만, 강호들을 모조리 격파하고 조 1위로 올라가서 8강에서 터키까지 꺾고 4강에 올라갔다. 이 당시 유로에 거의 무관심했던 한국에서도 새벽에 중계되는 포르투갈 경기를 챙겨본 축구팬이 많았을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했다.

벤투 감독은 매 경기 주전으로 풀타임 출장했다. 포르투갈은 4강에서 당시 최정점의 전력을 가졌던 프랑스와 만났다. 1-1의 팽팽한 승부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지네딘 지단의 페널티킥 골든골을 허용하면서 아쉽게 탈락했다.

포르투갈의 붙박이 주전이었기 때문에, 33세의 노장이었음에도 2002 한일월드컵에도 출전했다. 인천에서 열린 32강 본선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한국전에서 후반 이영표가 골 에어리어로 넘겨주는 크로스를 막지 못하고 보고만 있다가 박지성이 받아 골로 연결해 포르투갈이 1-0으로 패하며 조 3위로 월드컵 16강에 실패한 바 있다.(21위)

벤투 감독은 안정적인 후방 빌드업과 수비 전환에서는 조직적인 전술 플레이를 강조하되, 후방 빌드업이 끝난 후에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선수의 개인기를 바탕으로 자율적인 플레이를 바라며 강조하는 매니저 육성형 감독에 가깝다.

선수들에게 전술적 움직임을 세세히 요구하기보다 선수들의 개인적인 실력과 움직이는 플레이에 직접 디테일하게 코칭하려고 하는 유형이며 전술이나 용병술은 보수적이다 보니 경기 흐름을 바꾸는 빈도가 적은 편이다.

확고한 점유율 획득을 기본으로 하되 점유율 자체에만 목적을 두지 않는다. 빠른 템포의 전진패스를 통한 속도감 있는 공격 전개를 주 전술로 사용하고 있다. 즉, 빌드업을 중심으로 시원한 공격을 하는 토털 풋볼을 추구한다.

공격 시에는 4-2-3-1이나 4-4-2, 혹은 4-1-3-2가 그의 주요 트레이드 마크며, 양쪽 풀백과 중앙 미드필더 라인이 공격 진영으로 높게 올라오면서 수적 우위를 점하고, 동시에 상대 수비수를 유인해 상대의 수비진을 허물어 버리고, 이 틈을 1선의 스트라이커와 2선의 윙어들이 파고들어 기회를 갖는 전술을 기본으로 한다.

안정·조직적
전술 보인다

그래서 1선 스트라이커도 2선의 선수들과 자유로운 스위칭 플레이가 가능해야 하고 2선이 강한 대표팀 사정상 이 같은 플레이가 가능한 원톱이 각광받는다. 2선이 전 포지션에서 가장 강한 대표팀 특성상 반드시 필요한 플레이이며 공격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한 전술이라 볼 수 있다.

수비 시에는 4-4-2 전술로 공격수 2명부터 차례로 전방 압박을 시작해 공을 직접 뺏어내거나 롱볼을 유도해 따내는 전략을 사용한다.

전술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후방 빌드업이다. 이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로 거의 낙점돼있던 조현우를 김승규로 바꾼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후방 빌드업은 보통 김영권-김민재 사이에 황인범이나 정우영이 들어와 쓰리백을 만든 후 보다 넓은 시야 및 킥력과 정확도가 좋은 기성용의 시원한 롱패스를 통해서 공격을 시작한다.


홍철, 김진수, 이용, 김문환 등 공격적인 풀백들과 중앙의 이재성, 남태희 등 활동성 있는 미드필더들이 상대 수비를 휘저으면 황의조, 손흥민, 권창훈, 나상호, 황희찬 등 공격수들이 침투해 경기를 주도해 나간다.

체계적인 압박 시스템을 갖춘 강팀을 상대할 경우 전반적으로 라인을 내리거나 후방에 숫자를 많이 두며 손흥민을 필두로 빠르게 뒷공간을 노리는 등 실리적으로 경기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전술의 틀은 유지된다.

이 같은 전술은 굉장히 빠른 축구를 추구하기 때문에 경기가 잘 풀려 나간다면 굉장히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볼 수 있지만 안 풀린다면 그야말로 답답한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

장점은 역습으로 상대방의 허를 찔러 경기를 쉽게 풀어갈 때가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벤투 감독이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데 능한 매니저 유형에 가까운 감독이지, 지략과 전술에 능한 감독은 아니라서 계획적으로 팀을 이끌 경우, 변수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거나 지략가 유형의 상대 감독이 재빠르게 대응해버리면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다.

첫 경기
매우 중요


지난달 가진 최종 예선 이란전 원정에서 손흥민의 골로 1-0 리드를 가져왔으나 이후 상대팀의 전술 변화와 선수단의 체력 고갈로 말리기 시작했고 결국 실점으로 이어져 1-1로 비겼다. 특히 실점의 기점이 된 이재성은 이미 체력 문제로 인해 수차례 실수하는 모습을 보인 상황에서 감독이 미리 교체를 해줬어야 했는데 교체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플랜B 준비 미흡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비판이 다시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달 예선에서는 그동안 플랜A를 고집한 벤투 감독의 노력이 빛을 보였다. 선수들의 호흡이 완성에 가까워지면서 아랍에미리트와 이라크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어떻게 보면 벤투 감독은 국가대표팀을 클럽처럼 운영하는 것인데, 아무리 실험해봤자 결국 월드컵에서 통하려면 완성된 전술과 뛰어난 조직력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플랜B는 버리고 선수들을 최정예 선수들만 뽑아서 조직력을 키우는 쪽으로 간 것이다.

여기서 볼 때 벤투 감독이 최정예에 올인하는 방식은 모 아니면 도의 결과를 낼 것이라고 볼 수 있다.

H조 상대국들의 선택은 한국과 정반대다. 가나는 카타르 도하와 환경이 유사한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 지난 17일 스위스를 상대로 평가전을 치렀다. 포르투갈은 홈이긴 하지만 가나와 전력·스타일이 유사한 나이지리아와 격돌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 1일 일찌감치 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짰고, 두바이에 훈련 베이스캠프를 차린다.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꼽히는 캐나다와 두바이에서 평가전을 치르고 카타르로 입성할 계획이다. 대한축구협회도 카타르에 들어가 유럽파들이 모두 합류하면 비공개 평가전을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는 있지만, 아이슬란드전은 출정식을 빌미로 상업적 성격에 너무 치중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선수단 구성을 결정하고, 월드컵 본선에 맞춘 전술을 가다듬어야 하는 벤투 감독으로서는 여러 제한된 조건에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시기다.

일단 아이슬란드전에서 몇 가지 테스트는 필수적이다. K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조규성의 활용법이 제일 큰 숙제다. 최근 유럽파 황의조의 경기 감각이 좋지 못한 상황이다. 부진이 장기화돼 임대 중인 올림피아코스와의 계약을 조기 해지하고 원 소속팀 노팅엄 포레스트로 간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리스본 출신 월드 클래스 수비형 미드필더
주요 선수 부상·체력 저하·부진 잇단 악재

다음은 수비다. 월드컵 본선에서 벤투호는 아시아 예선과는 다른 방향의 경기 운영이 불가피하다. 주도권을 잡고 공격 중심의 능동적 전개를 하기란 어렵다.

벤투 감독도 지난 6월 브라질과의 경기를 통해 그 부분을 인정했다. 유럽파가 주축인 공격·미드필드와 달리 김민재를 제외하면 나머지 수비라인이 모두 소집되는 만큼 이번 아이슬란드전 준비 과정에서는 수비 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벤투호의 성공 여부도 크게 엇갈린다. 그만큼 한국은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다는 뜻이다.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카타르월드컵에서 한국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10회 연속 월드컵에 나서는 태극전사들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위라는 최고 성적을 낸 바 있다. 러시아월드컵을 조 3위로 마친 후 벤투 감독을 선임해 4년간 준비해왔다”고 소개한 <인디펜던트>는 손흥민과 김민재의 활약도를 주목했다. 해외서도 현재 대표팀의 확실한 기둥으로 두 선수를 인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인디펜던트>는 한국의 카타르월드컵 최종 성적을 8강으로 예측했다. “첫 경기가 한국에 승부처다. 우루과이전에서 패배하지 않으면 조 1위도 노려볼 수 있다. 손흥민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칠 것이다. 8강전에선 스페인에 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반대 평가도 있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지 <디애슬레틱>은 한국을 가장 기대되지 않는 팀의 그룹에 뒀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팀들을 네 등급으로 분류한 <디애슬레틱>은 한국을 성공이 기대되지 않는 팀으로 봤다. 폴란드·일본·이란·사우디아라바아·카타르·에콰도르·가나·튀니지 등이 한국과 함께 4등급으로 분류됐다. H조 기준으로는 한국과 가나의 예선 탈락을 전망했다.

물론 변수도 존재한다. 일단 가나의 귀화 프로젝트가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가나축구협회는 본선 진출 확정 후 가나 혈통의 이중국적자 이냐키 윌리암스(아틀레틱 빌바오), 티라크 램프티(브라이튼), 모하메드 살리수(사우샘프턴)를 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바이어 레버쿠젠의 미드필더인 캘럼 허드슨-오도이, 수비수인 제레미 프림퐁의 귀화를 마지막까지 노크하는 모습이다. 지난 9월 귀화 선수들이 새롭게 가세했지만 조직력에 녹아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조직력이 정비된다면 가나는 월드컵 예선 때와는 완전히 다른 팀이 돼 H조의 복병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벤투호는 주요 선수들의 부상도 신경써야 한다. 지난 2일 새벽(한국시각) 열린 챔피언스리그 마르세유 원정에 나선 손흥민이 상대 수비수 샹셀 음베바의 어깨에 안면을 강타당해 전반 29분 만에 의료진의 부축을 받고 교체됐다.

16강 넘어
8강도 가능

부상 직후 손흥민은 안와 골절, 뇌진탕 증상이 의심됐다. 경기 후 역전승을 거두며 동료들과 라커룸에서 환호하는 사진이 나와 큰 부상은 아닐 것으로 보기도 했다. 하지만 소속팀 토트넘은 지난 3일(한국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이 안면 골절로 수술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월드컵 개막을 불과 17일 앞둔 시점에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대형 악재가 터진 셈이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