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의혹만 커진 손준호

어설픈 해명 의문만 키웠다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승부조작 혐의로 영구 제명 징계를 받아 선수 생명에 위기가 닥친 손준호가 눈물로 결백을 주장했으나, 금품거래에 관한 명확한 증거나 해명을 내놓지 못해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적지 않다. 손준호는 “승부조작 대가는 아니었다”면서도 돈을 받은 이유와 사용처는 밝히지 못했다.

축구선수 손준호는 지난 11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 내 체육회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승부조작 혐의와 중국축구협회의 영구 제명 징계에 대해 결백을 호소했다. 손준호는 20만위안(약 3700만원)을 산둥 타이산 동료였던 진징다오로부터 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금액을 받은 이유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을 내놓으면서도 “승부조작 등 불법적인 금전거래는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뇌물 혐의
결백 호소

이날 손준호의 에이전트는 손준호가 중국 법원으로부터 20만위안 금품수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판사와 형량을 협상해 이미 구금돼 있던 10개월만큼의 형량을 받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에이전트는 손준호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 이체 내용에 중국 법원이 금품수수 혐의를 갖다 붙였다는 취지로 승부조작에 대한 무혐의를 주장했다. 중국서 금품수수 혐의 유죄 판결로 약 10개월 만에 석방된 손준호는 서둘러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손준호는 “10개월 넘게 좁은 방에서 20명도 넘는 사람과 함께 생활해야 했다”며 “고된 환경서 홀로 한국인으로서 하루에 말 한마디도 못하고 철조망 같은 창문을 바라봤다”면서 “하루하루 정말 힘들게 살았고, 심신이 모두 지쳤다”고 말했다.


손준호의 에이전트는 “한국 귀국 자체가 중요한 상황이었다”며 “판결문을 통해 손준호에게 적용된 자세한 혐의 사실을 확인해 볼 생각은 해본 적 없다”고 전했다.

‘판결문을 취재진에 공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손준호 측은 “판결문은 우리도 받아보지 못했다”며 “중국 변호사와 논의해 보겠다”고 답했다. 

대한축구협회와 수원FC 등이 손준호 측에 세부 혐의와 내용을 알 수 있는 판결문을 요청했지만, 국제이적동의서(ITC)가 빠르게 발급된 덕에 판결문에 상관없이 국내 무대에 복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손준호는 중국 공안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을 앞두고 중국 법원 판사와 당국 고위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있는 자리서 ‘20만위안에 대한 금품수수 혐의를 인정하면 이른 시일 내에 석방해 주겠다’ ‘한국서 선수 생활도 이어갈 수 있게 해 주겠다’며 회유했다는 것이다. 

또 중국 공안이 아내와 아이들을 언급하며 혐의를 인정하라고 협박했고 “지금이라도 인정하면 이르면 7∼15일 뒤에 나갈 수 있다고 회유했다”며 “겁도 났고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무엇인지도 모르는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는 “금품수수 자체만 인정했지, 승부조작 등 대가성을 인정한 적은 없다. 승리 보너스로 16만위안을 받는데, 사람들이 20만위안을 받기 위해 승부조작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해 혐의를 인정하고 석방됐다”며 “관련 내용을 발설할 경우 축구를 더 못할 것이라는 협박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
20만 위안 수수 미스터리


다만 그는 팀 동료였던 진징다오에게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며, 대가성 송금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손준호는 “진징다오는 산둥서 유일하게 한국어를 했고 적응에 도움도 줬다”며 “가족이 왔을 때 잘 챙겨줘 서로 선물도 하고 돈독해졌다”며 “그렇게 지내다 보니 서로 돈을 빌리기도 했고 조사받을 때도 불법적인 돈이 아니라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손준호는 질의응답 시간 내내 20만위안을 받은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했다. 아이 선물을 주고받고 급할 때 돈을 빌려주는 등 거액의 금액이 오간 경우가 많아 정확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진징다오와 문제가 된 20만위안을 주고받을 시기의 휴대전화 기록도 모두 지워졌다. 구치소에 있는 동안, 중국 공안으로부터 휴대전화를 받아 손준호의 아내가 포렌식을 했지만 딱 해당 기간 기록만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손준호 핸드폰에 당시 둘의 대화나 문자가 남았을 텐데, 진징다오에게 돈을 받았다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월에 관한 내용만 사라졌다.

또 진징다오로부터 승부조작과는 관련이 없는 인간적인 감사함의 뜻이라는 입장이 나온 것도 아니다.

손준호는 “구금된 뒤 진징다오와 연락한 적이 없다” “그가 먼저 승부조작 혐의로 잡혀갔고, 이후에는 중국서 삶을 모두 잊고 정리하고 싶었다”며 따로 연락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진징다오는 중국 국가대표 주전까지 뛰었던 스타플레이어다. 지난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 조별리그 한국전에 선발 출전하기도 했다.

포렌식 시도
복구 불가능

하지만 지난해 중국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승부조작 파문의 핵심 당사자 중 하나로 언급되는 상황이다. 

손준호는 어떤 이유로 20만위안을 주고받았는지 입증할 자료는 없었다. 그는 “공안 측에 조사 당시 음성 파일 열람을 요청했는데 ‘모두 삭제됐다’고 들었다”며 “이 부분만 제대로 밝혀진다면(협박으로 거짓 자백한 걸)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중국 법원이 20만위안에 대한 대가성이 있다고 본 것인지, 손준호가 20만위안을 어떤 이유로 받았는지 등은 여전히 알 수 없다.


손준호 측은 “정확히 법원이 어떻게 판결했다는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며 “절대 불법이나 승부조작을 해주는 대가로 받은 돈은 아니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손준호가 받은 혐의는 ‘비국가공작인원 수뢰죄’다. 이는 정부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적용된다.

손준호의 에이전트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당초 손준호에게 ‘60∼65만위안(약 1억3000만원) 규모의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뇌물수수 혐의는 금품 수수에 대한 대가성 입증 여부가 관건인데, 손준호는 “중국 공안이 지난해 1월 산둥-상하이전 승부조작에 내가 가담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준호는 ‘불법 구금·강압수사’를 못 이겨 거짓으로 자백했으나, 이후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60∼65만위안 뇌물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자백을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구금 기간 내내 무혐의를 호소했다는 손준호는, 재판에서는 중국 판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20만위안 금품 수수 혐의를 인정했지만, 승부조작 혐의엔 단 한 번도 동의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그간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침묵을 지켰던 손준호는 “서로 얘기하지 않기로 했는데 중국축구협회서 먼저 발표했기에 나도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나도 이젠 잃을 게 없고 범죄자가 아닌 피해자로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만히 있으면 내가 범죄자로 생각되는 것 같아서 자리를 만들었다”고 기자회견을 연 이유를 설명했다.

1시간30분 넘게 진행된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손준호의 혐의를 뒷받침하거나, 그의 결백에 힘을 싣는 공식 문서·자료 등 뚜렷한 증거가 단 하나도 제시되지 않아 여전히 의문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10일 중국축구협회는 “사법기관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전 산둥 타이산 선수 손준호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했고,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며 “이에 따라 협회는 축구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평생 금지한다”고 밝혔다. 

유죄 판결문
실마리 단서

이날 중국 국가체육총국과 공안부는 공동으로 다롄서 축구 프로리그 불법 도박과 승부조작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중국 공안부와 협회는 1년에 걸친 공조 수사를 바탕으로 반부패 및 승부조작 혐의로 선수 및 축구계 종사자 61명을 무더기 징계했다. 

비국가공작인원 수뢰죄로 10개월 구금됐다가 풀려난 손준호는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43명 중 한 명에 이름을 올렸다. 협회는 손준호를 포함해 산둥 타이산과 선양 훙윈, 장쑤 쑤닝, 상하이 선화 등에서 뛰었던 선수 44명에게 영구 제명 징계를 내렸다. 17명에겐 5년 자격정지 징계가 내려졌다. 

그러다 지난 12일, 협회가 손준호에 대한 영구 제명 징계 내용을 국제축구연맹(FIFA)에 통지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협회는 지난 11일 대한축구협회에 보낸 공문을 통해 “손준호에 대한 영구 제명 징계를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보고했다” “향후 조치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손준호는 당장은 K리그1 일정은 소화가 가능하나, FIFA가 징계위원회를 열어 중국축구협회의 징계 내용을 검토한 뒤 각 회원국에 손준호의 징계 내용을 전달하면 어느 국가서도 축구선수로 뛸 수 없게 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은 스포츠중재재판소(CAS)를 통한 항소가 유일하다.

지난 6월 손준호를 영입한 수원FC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최순호 수원FC 단장은 “최종적으로 ‘손준호가 (K리그)경기에 뛸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지 않는 이상 (경기장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준호는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정식 선수 등록을 허용받은 후 지난 6월 프로축구 K리그1 수원 FC에 입단해 국내 무대에 복귀했다. 

손준호 측은 “중국축구협회가 (FIFA에)사실을 밝히려면 손준호가 승부조작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며 “제 생각에는 증거가 없어서 FIFA가 중국축구협회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만약에 FIFA가 중국 손을 들어주면 변호사를 선임해서 추후 대응하겠다”며 최악의 상황 발생 가능성도 열어뒀다.

공안 협박에 거짓 자백?
FIFA에 영구 제명 통지

한국 국가대표 미드필더인 손준호는 지난 2014년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서 데뷔한 뒤, 2018년부터 전북 현대서 활약했다. 2020년 전북의 K리그1 우승을 이끌었고, MVP를 받기 힘든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당당히 MVP를 차지했다. 

이후 MVP와 동시에 중국 산둥 이적을 선택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손준호는 산둥서 수비형/중앙 미드필더로 2021 중국 슈퍼리그 21경기 4득점 4도움 및 90분당 공격포인트 0.40으로 맹활약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연말 시상식이 취소되지 않았다면 MVP가 유력한 분위기였다. 

곧바로 중국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거듭났지만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홍차오 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다 공안에 연행됐고, 이후 형사 구류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으로부터 뇌물 혐의로 조사받았다. ‘형사 구류’는 현행범이나 피의자에 대해 수사상 필요에 의해 일시적으로 구금 상태서 실시하는 강제수사다.

손준호 측에 따르면 갑작스럽게 체포된 그는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조차 없는 간단한 사안’이라는 중국 공안의 말을 믿었다. 이에 변호사 없이 공안 조사를 받았고, 한국어를 어눌하게 구사하는 통역자의 도움만 받았다. 

수사 주체가 랴오닝성 공안 당국인 까닭에 손준호는 체류 지역인 산둥성서 이송돼 조사를 받았다. 이는 한국 팬들에게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었고, 이후 손준호에 대한 아무런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앞서 한국 정부는 줄기차게 불구속 수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이 그를 면담했으나 사건에 대한 얘기는 나누지 못했다. 영사 접견인 만큼, 영사나 손준호 모두 혐의에 대해 말을 나누지 못했다. 대신 건강상태는 괜찮다는 정도만 파악했다. 

사태를 주시하던 대한축구협회도 현장 상황 파악과 지원을 위해 전한진 경영본부장과 변호사를 중국에 급파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귀국한 바 있다. 이에 한국 외교부는 아무런 조처를 할 수 없었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손준호의 소식이 새는 것을 차단했다. 국내 축구 팬들은 별다른 소식을 듣지 못한 채, 손준호의 석방을 기다려야 했다. 그는 10개월 동안 갇혀 있다가 지난 3월 풀려나 귀국했다.

약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식 축구 활동이 없었던 손준호는 석방과 동시에 빠르게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K5리그에 속한 건융FC에 들어가 실전감각을 키우려 했다. 동시에 손준호는 친정팀 전북과 계약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이 과정서 전북의 모기업이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표했고, 그의 이적은 무산됐다. 대신 수원FC가 손준호에게 손을 내민 뒤, 현재까지 정상적으로 수원FC 소속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중징계 위기
은퇴 갈림길

손준호는 복귀 후 이번 시즌 K리그1 12경기에 출전했다. 지난달 18일엔 울산HD를 상대로 자신의 복귀 골이자, 수원FC 데뷔골을 넣었다. 이에 손준호는 감격의 눈물과 함께 “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끝까지 응원한 가족들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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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