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의혹만 커진 손준호

어설픈 해명 의문만 키웠다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승부조작 혐의로 영구 제명 징계를 받아 선수 생명에 위기가 닥친 손준호가 눈물로 결백을 주장했으나, 금품거래에 관한 명확한 증거나 해명을 내놓지 못해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적지 않다. 손준호는 “승부조작 대가는 아니었다”면서도 돈을 받은 이유와 사용처는 밝히지 못했다.

축구선수 손준호는 지난 11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 내 체육회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승부조작 혐의와 중국축구협회의 영구 제명 징계에 대해 결백을 호소했다. 손준호는 20만위안(약 3700만원)을 산둥 타이산 동료였던 진징다오로부터 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금액을 받은 이유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을 내놓으면서도 “승부조작 등 불법적인 금전거래는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뇌물 혐의
결백 호소

이날 손준호의 에이전트는 손준호가 중국 법원으로부터 20만위안 금품수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판사와 형량을 협상해 이미 구금돼 있던 10개월만큼의 형량을 받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에이전트는 손준호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 이체 내용에 중국 법원이 금품수수 혐의를 갖다 붙였다는 취지로 승부조작에 대한 무혐의를 주장했다. 중국서 금품수수 혐의 유죄 판결로 약 10개월 만에 석방된 손준호는 서둘러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손준호는 “10개월 넘게 좁은 방에서 20명도 넘는 사람과 함께 생활해야 했다”며 “고된 환경서 홀로 한국인으로서 하루에 말 한마디도 못하고 철조망 같은 창문을 바라봤다”면서 “하루하루 정말 힘들게 살았고, 심신이 모두 지쳤다”고 말했다.


손준호의 에이전트는 “한국 귀국 자체가 중요한 상황이었다”며 “판결문을 통해 손준호에게 적용된 자세한 혐의 사실을 확인해 볼 생각은 해본 적 없다”고 전했다.

‘판결문을 취재진에 공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손준호 측은 “판결문은 우리도 받아보지 못했다”며 “중국 변호사와 논의해 보겠다”고 답했다. 

대한축구협회와 수원FC 등이 손준호 측에 세부 혐의와 내용을 알 수 있는 판결문을 요청했지만, 국제이적동의서(ITC)가 빠르게 발급된 덕에 판결문에 상관없이 국내 무대에 복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손준호는 중국 공안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을 앞두고 중국 법원 판사와 당국 고위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있는 자리서 ‘20만위안에 대한 금품수수 혐의를 인정하면 이른 시일 내에 석방해 주겠다’ ‘한국서 선수 생활도 이어갈 수 있게 해 주겠다’며 회유했다는 것이다. 

또 중국 공안이 아내와 아이들을 언급하며 혐의를 인정하라고 협박했고 “지금이라도 인정하면 이르면 7∼15일 뒤에 나갈 수 있다고 회유했다”며 “겁도 났고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무엇인지도 모르는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는 “금품수수 자체만 인정했지, 승부조작 등 대가성을 인정한 적은 없다. 승리 보너스로 16만위안을 받는데, 사람들이 20만위안을 받기 위해 승부조작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해 혐의를 인정하고 석방됐다”며 “관련 내용을 발설할 경우 축구를 더 못할 것이라는 협박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
20만 위안 수수 미스터리


다만 그는 팀 동료였던 진징다오에게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며, 대가성 송금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손준호는 “진징다오는 산둥서 유일하게 한국어를 했고 적응에 도움도 줬다”며 “가족이 왔을 때 잘 챙겨줘 서로 선물도 하고 돈독해졌다”며 “그렇게 지내다 보니 서로 돈을 빌리기도 했고 조사받을 때도 불법적인 돈이 아니라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손준호는 질의응답 시간 내내 20만위안을 받은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했다. 아이 선물을 주고받고 급할 때 돈을 빌려주는 등 거액의 금액이 오간 경우가 많아 정확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진징다오와 문제가 된 20만위안을 주고받을 시기의 휴대전화 기록도 모두 지워졌다. 구치소에 있는 동안, 중국 공안으로부터 휴대전화를 받아 손준호의 아내가 포렌식을 했지만 딱 해당 기간 기록만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손준호 핸드폰에 당시 둘의 대화나 문자가 남았을 텐데, 진징다오에게 돈을 받았다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월에 관한 내용만 사라졌다.

또 진징다오로부터 승부조작과는 관련이 없는 인간적인 감사함의 뜻이라는 입장이 나온 것도 아니다.

손준호는 “구금된 뒤 진징다오와 연락한 적이 없다” “그가 먼저 승부조작 혐의로 잡혀갔고, 이후에는 중국서 삶을 모두 잊고 정리하고 싶었다”며 따로 연락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진징다오는 중국 국가대표 주전까지 뛰었던 스타플레이어다. 지난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 조별리그 한국전에 선발 출전하기도 했다.

포렌식 시도
복구 불가능

하지만 지난해 중국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승부조작 파문의 핵심 당사자 중 하나로 언급되는 상황이다. 

손준호는 어떤 이유로 20만위안을 주고받았는지 입증할 자료는 없었다. 그는 “공안 측에 조사 당시 음성 파일 열람을 요청했는데 ‘모두 삭제됐다’고 들었다”며 “이 부분만 제대로 밝혀진다면(협박으로 거짓 자백한 걸)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중국 법원이 20만위안에 대한 대가성이 있다고 본 것인지, 손준호가 20만위안을 어떤 이유로 받았는지 등은 여전히 알 수 없다.


손준호 측은 “정확히 법원이 어떻게 판결했다는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며 “절대 불법이나 승부조작을 해주는 대가로 받은 돈은 아니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손준호가 받은 혐의는 ‘비국가공작인원 수뢰죄’다. 이는 정부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적용된다.

손준호의 에이전트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당초 손준호에게 ‘60∼65만위안(약 1억3000만원) 규모의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뇌물수수 혐의는 금품 수수에 대한 대가성 입증 여부가 관건인데, 손준호는 “중국 공안이 지난해 1월 산둥-상하이전 승부조작에 내가 가담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준호는 ‘불법 구금·강압수사’를 못 이겨 거짓으로 자백했으나, 이후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60∼65만위안 뇌물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자백을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구금 기간 내내 무혐의를 호소했다는 손준호는, 재판에서는 중국 판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20만위안 금품 수수 혐의를 인정했지만, 승부조작 혐의엔 단 한 번도 동의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그간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침묵을 지켰던 손준호는 “서로 얘기하지 않기로 했는데 중국축구협회서 먼저 발표했기에 나도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나도 이젠 잃을 게 없고 범죄자가 아닌 피해자로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만히 있으면 내가 범죄자로 생각되는 것 같아서 자리를 만들었다”고 기자회견을 연 이유를 설명했다.

1시간30분 넘게 진행된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손준호의 혐의를 뒷받침하거나, 그의 결백에 힘을 싣는 공식 문서·자료 등 뚜렷한 증거가 단 하나도 제시되지 않아 여전히 의문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10일 중국축구협회는 “사법기관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전 산둥 타이산 선수 손준호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했고,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며 “이에 따라 협회는 축구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평생 금지한다”고 밝혔다. 

유죄 판결문
실마리 단서

이날 중국 국가체육총국과 공안부는 공동으로 다롄서 축구 프로리그 불법 도박과 승부조작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중국 공안부와 협회는 1년에 걸친 공조 수사를 바탕으로 반부패 및 승부조작 혐의로 선수 및 축구계 종사자 61명을 무더기 징계했다. 

비국가공작인원 수뢰죄로 10개월 구금됐다가 풀려난 손준호는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43명 중 한 명에 이름을 올렸다. 협회는 손준호를 포함해 산둥 타이산과 선양 훙윈, 장쑤 쑤닝, 상하이 선화 등에서 뛰었던 선수 44명에게 영구 제명 징계를 내렸다. 17명에겐 5년 자격정지 징계가 내려졌다. 

그러다 지난 12일, 협회가 손준호에 대한 영구 제명 징계 내용을 국제축구연맹(FIFA)에 통지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협회는 지난 11일 대한축구협회에 보낸 공문을 통해 “손준호에 대한 영구 제명 징계를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보고했다” “향후 조치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손준호는 당장은 K리그1 일정은 소화가 가능하나, FIFA가 징계위원회를 열어 중국축구협회의 징계 내용을 검토한 뒤 각 회원국에 손준호의 징계 내용을 전달하면 어느 국가서도 축구선수로 뛸 수 없게 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은 스포츠중재재판소(CAS)를 통한 항소가 유일하다.

지난 6월 손준호를 영입한 수원FC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최순호 수원FC 단장은 “최종적으로 ‘손준호가 (K리그)경기에 뛸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지 않는 이상 (경기장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준호는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정식 선수 등록을 허용받은 후 지난 6월 프로축구 K리그1 수원 FC에 입단해 국내 무대에 복귀했다. 

손준호 측은 “중국축구협회가 (FIFA에)사실을 밝히려면 손준호가 승부조작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며 “제 생각에는 증거가 없어서 FIFA가 중국축구협회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만약에 FIFA가 중국 손을 들어주면 변호사를 선임해서 추후 대응하겠다”며 최악의 상황 발생 가능성도 열어뒀다.

공안 협박에 거짓 자백?
FIFA에 영구 제명 통지

한국 국가대표 미드필더인 손준호는 지난 2014년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서 데뷔한 뒤, 2018년부터 전북 현대서 활약했다. 2020년 전북의 K리그1 우승을 이끌었고, MVP를 받기 힘든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당당히 MVP를 차지했다. 

이후 MVP와 동시에 중국 산둥 이적을 선택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손준호는 산둥서 수비형/중앙 미드필더로 2021 중국 슈퍼리그 21경기 4득점 4도움 및 90분당 공격포인트 0.40으로 맹활약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연말 시상식이 취소되지 않았다면 MVP가 유력한 분위기였다. 

곧바로 중국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거듭났지만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홍차오 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다 공안에 연행됐고, 이후 형사 구류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으로부터 뇌물 혐의로 조사받았다. ‘형사 구류’는 현행범이나 피의자에 대해 수사상 필요에 의해 일시적으로 구금 상태서 실시하는 강제수사다.

손준호 측에 따르면 갑작스럽게 체포된 그는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조차 없는 간단한 사안’이라는 중국 공안의 말을 믿었다. 이에 변호사 없이 공안 조사를 받았고, 한국어를 어눌하게 구사하는 통역자의 도움만 받았다. 

수사 주체가 랴오닝성 공안 당국인 까닭에 손준호는 체류 지역인 산둥성서 이송돼 조사를 받았다. 이는 한국 팬들에게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었고, 이후 손준호에 대한 아무런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앞서 한국 정부는 줄기차게 불구속 수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이 그를 면담했으나 사건에 대한 얘기는 나누지 못했다. 영사 접견인 만큼, 영사나 손준호 모두 혐의에 대해 말을 나누지 못했다. 대신 건강상태는 괜찮다는 정도만 파악했다. 

사태를 주시하던 대한축구협회도 현장 상황 파악과 지원을 위해 전한진 경영본부장과 변호사를 중국에 급파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귀국한 바 있다. 이에 한국 외교부는 아무런 조처를 할 수 없었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손준호의 소식이 새는 것을 차단했다. 국내 축구 팬들은 별다른 소식을 듣지 못한 채, 손준호의 석방을 기다려야 했다. 그는 10개월 동안 갇혀 있다가 지난 3월 풀려나 귀국했다.

약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식 축구 활동이 없었던 손준호는 석방과 동시에 빠르게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K5리그에 속한 건융FC에 들어가 실전감각을 키우려 했다. 동시에 손준호는 친정팀 전북과 계약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이 과정서 전북의 모기업이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표했고, 그의 이적은 무산됐다. 대신 수원FC가 손준호에게 손을 내민 뒤, 현재까지 정상적으로 수원FC 소속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중징계 위기
은퇴 갈림길

손준호는 복귀 후 이번 시즌 K리그1 12경기에 출전했다. 지난달 18일엔 울산HD를 상대로 자신의 복귀 골이자, 수원FC 데뷔골을 넣었다. 이에 손준호는 감격의 눈물과 함께 “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끝까지 응원한 가족들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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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