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참사> 숨 고르는 정치권 딜레마

잠시 멈춘 단거리 레이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마지막 주말이 비극으로 저물었다. 갑작스러운 참사에 여야의 정쟁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각종 특검법과 권한대행 탄핵을 업은 채 빠르게 돌아갔던 탄핵 시계도 잠시 멈춰 섰다.

지난달 29일 오전 태국 방콕서 출발해 무안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7C2216편이 추락했다. 오른쪽 엔진서 불꽃이 튀어 공항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했으나 비행기 바퀴인 ‘랜딩기어’가 펼쳐지지 않아 공항 시설물과 충돌해 화염에 휩싸였다.

무안 뒤덮은
애도의 물결

이 참사로 승객 175명 전원과 조종사 및 객실 승무원 각 2명 등 179명이 현장서 사망했다. 생존자는 비행기 후미에 있던 승무원 두 명뿐이었다.

가장 먼저 참사 현장을 찾은 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사고 당일 저녁 무안공항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항공사고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꾸렸다. 대책위 위원장은 전남도당위원장인 주철현 의원이 맡았다.

국회 행정안정위원장인 신정훈 의원과 국회교통위원장인 맹성규 의원이 각각 사고수습지원단장, 상황본부장을 맡았다.

국민의힘은 참사 다음날에 무안공항을 찾았다. 곧바로 현장을 찾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재난 당일엔 사고 수습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행정부가 아닌 당에서 현장을 방문하는 건 자칫 사고 수습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소중한 생명을 잃은 분들과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오늘 무안공항서 참담한 사고가 발생했다. 너무나도 애통하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가 된 이후 처음으로 밝힌 현안에 대한 공개 의견이었다.

윤 대통령은 “정부서 사고 수습과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해주실 것으로 믿는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소방대원들과 모든 구조 인력의 안전도 최우선으로 지켜질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길 바란다”며 “어려운 상황을 하루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저도 국민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적었다.

국민의힘은 무안공항여객기사고수습태스크포스(이하 TF를)를 구성했다. 국회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권영진 의원이 위원장을, 국회행정안전위원회 및 보건복지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이 TF에 참여했다. 이 밖에도 개혁신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정의당 등도 당차원의 수습 대책위를 꾸리고 유가족 지원에 나섰다.

이전까지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전 권한대행 탄핵까지 강행했다. 이후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국회 추천 몫인 헌법재판관 3인 선출을 서두르라”며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무정부 사태를 위해 무리한 줄탄핵을 강행했다고 맞불을 놨다.

유가족에 고개 숙인 여야 “정쟁 올스톱”
민주 쌍특검·권한대행 탄핵 수위 조절

참담한 참사 앞에 여야는 정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30일 국회는 당초 운영위원회를 비롯한 환경노동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상임위를 열고 12·3 내란 사태에 대한 현안 질의를 준비했으나 잠정 순연하기로 했다.

같은 날 오후 예정됐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도 다음날로 연기됐다.

민주당은 전남 목포에 위치한 전남도당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이 대표는 “무안공항을 가득 메운 유족들의 통곡 속에서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울고 있다”며 “우리 당은 항공참사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 역시 무안공항 회의장서 대책회의를 열고 “한 사람의 정치인,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으로 참극이 벌어진 것에 국민과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사태 수습과 진상규명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 체제로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는 비대위원 임명 직후 무안공항을 찾아 참사 수습으로 첫발을 뗐다.

정부는 참사 발생 당일인 지난달 29일부터 1월4일까지 7일간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최 권한대행은 전남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면서 “무안공항 현장과 전남, 광주, 서울, 세종 등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희생자에 대한 조의와 애도를 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권한대행은 사고 당일 무안공항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최했다. 다음날에는 국회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사고 수습 대책 방안을 논의했다.

박태서 국회의장실 공보수석은 두 사람의 비공개 접견이 끝난 뒤 “최 권한대행과 우 의장은 오늘 회동서 무안 제주항공 참사 수습 대책과 유가족 지원 대책에 대해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전국 애도기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곳곳서 추모의 물결이 일고 있다. 현재 상황서 컨트롤타워를 맡은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을 꺼내는 건 거대 야당에게도 쉽지 않다. 애도기간이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탄핵에 군불을 때는 것처럼 보일 경우 여러 모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참사 현장서 수습한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가 다소 지연되면서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민주당에 화살을 돌렸다. 무분별하게 휘둘렀던 탄핵 정국의 반작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SNS에 “줄탄핵의 후과”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박 의원은 “사회적 재난이 발생하면 정부가 대책본부를 만들어 신속한 사고 수습에 나서게 된다. 대개 행안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지만 이번처럼 규모가 큰 경우에는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더불당(더불어민주당)의 줄탄핵으로 지금 우리 정부에는 국무총리도 행안부 장관도 없는 상황이다. 이걸 어찌해야 할까?”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국정 경험이 없거나 국정이 망해도 관심 없는 자가 아니라면 그래서 줄탄핵 같은 건 생각조차 않는 법”이라며 “민주당의 무책임한 줄탄핵으로 생긴 국정 공백이 정말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박형수 원내수석대변인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서 ‘정부 컨트롤타워의 기능에는 큰 문제는 없다고 평가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최 권한대행이 사고를 수습하고 있고 국토부도 하고 있지만, 현장 콘트롤타워 역할이 비어 있어 대단히 안타깝다”고 답했다.

야권의 탄핵소추안으로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공석이 된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곳곳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이 이어지자 민주당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 모경종 의원은 박수영 의원의 SNS 게시물을 인용해 반박하는 글을 작성했다. 모 의원은 “차라리 계엄사령부가 있었으면 일치단결해 이번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하지 그러냐”며 “중요한 것은 돌아가신 분들을 애도하고 유가족과 슬픔을 함께하며 후속 조치에 힘을 합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 또한 같은 달 30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국정 공백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윤석열 내란 수괴가 아직 버티고 있는 것이 국정 마비 현상”이라며 “내란 수괴를 체포하고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오히려 국정을 빨리 회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 권한대행이 전례에 따라 헌법재판관 임명을 유보하더라도 야당이 쉽게 탄핵을 추진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쏠렸던 이유다. 여당이 ‘민주당발 탄핵 역풍’에 부채질하고 있지만 “정국 수습과 마찬가지로 헌법재판관 임명도 중요하다”는 민주당의 의지는 굳다.

불붙은
도화선

이 대표는 참사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사고 수습은 수습이고 내란 사태 진압도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나 박찬대 원내대표 등 지도부서 최 권한대행 탄핵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며 “야권 의원들이 개인 의견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책임 있는 민주당 지도부나 중진들은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또 다른 막다른 위기로 우리나라를 혼란으로 빠뜨리는 것보다 해결할 수 있는 길로 가는 것”이라며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해 완전체제로 만드는 것이 정치와 경제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천천히 일상을 회복하고 여기에 맞춰 국민의힘도 여당으로서의 일을 하면 된다”며 “지금은 슬픔에 빠진 나라를 위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애도하는 게 맞는 때다. 이전처럼 민주당이 막무가내로 날을 휘두르면 오히려 역풍을 맞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이전만큼 압박 수위를 높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청구, 다음날 곧바로 발부되면서 잠시 멈췄던 탄핵 시계의 초침이 다시 움직일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내란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게 세 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불출석으로 임하자 이 같은 최후의 수단을 내민 것이다.

민주당은 “정부는 여전히 내란 수괴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고 있고, 내란 세력들은 수사를 방해하며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며 “공수처의 체포영장 청구와 관련해 법원의 신속한 결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을 대리하는 윤갑근 변호사는 서울서부지법에 본인과 김홍일 변호사 선임계 및 체포영장 청구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다.

윤 변호사는 “권한 없는 기관에 의한 체포영장 청구고 형사소송법상 청구 요건에도 맞지 않다”는 내용을 의견서에 담았다. 특히 현직 대통령의 직권남용죄로 소추하는 것에 대해 “꼬리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몸통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해괴한 논리”라고 주장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사고 수습과 내란 사태 진압 모두 중요”
‘버티기’ 돌입한 용산 무너뜨릴 한 방이 없다

국민의힘은 “현직 대통령이 증거인멸에 대한 염려나 도주 우려가 없는 상황서, 더군다나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인한)국가 애도 기간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오히려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의 무대응 기조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압박 수위가 점차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여기에 최 권한대행의 ‘애매한’ 행보가 이어지자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항공 사고 직전까지 여야가 치열하게 싸웠던 헌법재판관을 결국 임명했지만 후보 3명 중 2명만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달 31일 최 권한대행은 민주당 추천인 정계선 후보와 여당 추천인 조한창 후보자를 임명했다. 마은혁 후보자는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며 임명을 보류했다.

국민의힘은 충분한 논의 절차가 없었다며 즉각 반발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헌법재판관 임명은 유감스럽다”며 “책임과 평가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 역시 “국무회의서 충분히 논의한 다음에 결정했으면 헌법 원칙에 부합할 텐데,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 본인 의사를 발표한 건 독단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최 권한대행의 선택에 불만스러운 건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이미 여야 합의를 마친 헌법재판관을 선별해 임명하는 행위 자체가 위헌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도 거부할 권한이 없는데 권한대행이 선별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회 추천은 이미 의결로 완성된 것인데 무슨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겠나. 최 권한대행은 즉시 마은혁 후보자를 포함해 3명을 모두 임명하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여야, 그리고 대통령실까지 비판의 날을 세우면서 혼란스러운 정국이 예상된다. 여기에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고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야당이 집중 공세를 펼쳤다.

민주당 박창진 부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섣부른 예단과 진단, 그리고 정쟁의 도구로 이번 사건이 언급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공수처라든가, 각자 맡은 역할을 하고 있다. 참사가 수습되고 나서 다음에 또 각자의 자리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천히
회복 중

박 부대변인은 대한항공 객실 사무장 출신으로 1997년 괌 대한항공 사고 현장에 투입됐던 인물이다. 그는 “전 국민의 아픔이고 사고다. 2차 트라우마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수습하고 애도하는 게 서로를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참사에 대해 음모론을 펼치거나 ‘승무원은 왜 살았냐’ 등 2차 가해를 하시는 분들이 있다. 이는 우리 공동체를 해치는 일”이라고도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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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