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철위, 제주항공 참사 결과 발표 돌연 취소 이유

유족 측 “FDR·CVR 미공개” 반발
경찰, 박상우·김이배 입건 수사 중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지난 1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예정돼있던 제주항공 참사 여객기 엔진 정밀조사 결과 발표가 전면 취소됐다. 사전 설명을 들은 유족들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의 조사 결과에 반발하며 언론 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날 김유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브리핑을 통해 “179명의 희생자를 낳은 참사를 두고 항철위가 제대로 된 조사 역량도 갖추지 못한 채 결론을 서두르고 있다. 전문성과 투명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아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지난 7개월 동안 항철위에 (비행자료기록장치(FDR)과 음성기록장치(CVR) 데이터 등) 정보 공개를 요청했지만 국제 규정 등을 이유로 거부당했다. 오늘 갑자기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했으나 이는 공개하고 싶은 내용만 발표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항철위는 이날 사전 설명회에서 엔진에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사고 당시 조종사가 실수로 조류 충돌 이후 손상을 입은 우측 엔진 대신, 정상 작동하던 좌측 엔진을 꺼버렸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항철위의 사전 설명에 대해 “어떤 결과가 있다면 그 원인도 같이 규명해 알려주길 요청했는데 일방적인 사고 조사 결과에 대한 통보였으며, 조사 과정과 관련된 근거 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며 “엔진 정밀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문제 없다’고 말했으나 재차 질문하니 ‘현재까지의 결과’라고 번복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항철위는 지난 5월 사고기의 제작사가 있는 프랑스 파리로 옮겨 양쪽 엔진의 전자제어장치(EEC) 분석 등 정밀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는 항철위 조사관들과 기체 제작국인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미국 연방항공청(FAA), 보잉,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 엔진 제작사(CFM인터내셔널) 등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김 대표는 “밝혀지지 않은 기록들이나 조사 과정에 대해 (유족들에게) 먼저 답변해준 뒤 언론 브리핑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사고의 원인이 밝혀지고 안전 재발 방지 대책이 잘 마련돼야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유가족협의회는 “항철위의 설명에는 엔진 손상 부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였는지, 얼마나 많은 새떼가 몰려왔기에 엔진 이상으로 이어졌는지 등 핵심 사안이 빠졌다”며 “객관적인 검증을 위해 FDR과 CVR 데이터 공개를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항공사고조사에 관한 표준 절차에 따르면 관계자들의 명예·사생활 보호 등의 이유로 FDR, CVR은 조사 목적으로만 사용돼야 하며, 공개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그중 CVR의 경우 절대 비공개 원칙으로 최종 보고서에서도 요약이나 간략한 전사만 허용되지만, FDR은 공개로 인해 발생할 국내외의 부정적 영향보다 공익이 크다고 판단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공개가 가능하다.

김 대표는 “국제적으로도 사고의 원인이 직접적으로 규명될 수 있는 기록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추세”라며 “미국 NTSB의 사례처럼 의혹을 없애기 위해 조기 공개하는 것도 조사기관의 책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NTSB는 연방법에 따라 조사 투명성, 공공 신뢰 확보를 위해 관계자 대상 공청회를 주최해 핵심 데이터를 조기에 공개하는 것을 운영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날 사전 설명회 이후 항철위는 유족들의 반발을 수용해 배포했던 보도자료를 회수하고 공식 발표를 취소했다.

일각에선 핵심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엔진 문제의 책임 소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이번 사고의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유족 측 법률 대리인인 황필규 변호사는 이날 “콘크리트 둔덕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는 이미 다 나왔는데, 그런 건 공개를 안 해주고 조사단에서 이런 (조종사 과실 가능성) 발표를 한 것”이라며 “(이번 내용에 대해 유족들은) 신뢰하지 못하겠고, 오히려 불신이 커진 셈”이라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조사 결과가 불확실할 순 있다. 그렇다면 엄밀하게 표현 하나도 조심해야 하는데 조심스럽지 않은 내용이 나왔다”며 “(이번 조사 결과는) 보기에 따라서 죽은 새와 조종사분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제주항공 조종사노동조합도 성명서를 내고 “항철위의 일방적인 발표와 이를 여과 없이 인용한 언론 보도에 강력히 분노하며, 조종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악의적 프레임 씌우기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반발했다.

제주항공 조종사노조는 “항철위는 사고 현장 조사 직후 양쪽 엔진 모두에서 조류 충돌 흔적이 발견됐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지금 와서) ‘정상적으로 작동 중인 왼쪽 엔진을 껐다’고 표현한 것은 사실 왜곡”이라며 “사고조사 보고서가 발간되지 않은 시점에서 항철위 관계자가 조종사 과실을 기정사실처럼 언급한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항철위는 모든 편향된 발언과 왜곡된 조사 행태를 멈추고,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사고조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조종사 개인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는 여론몰이와 조직적 책임에 대한 침묵이라는 후진국형 사고조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당초 이번 사고는 엔진 고장으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았지만, 조종사의 조치로 동체 착륙엔 성공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활주로 끝 콘크리트 둔덕에 충돌하면서 기체가 폭발해 참사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주요 원인은 기체 결함이나 조종 미숙이 아닌 구조물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항공 문제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David Learmount)는 참사 직후 영국 <스카이뉴스>에 “상황을 고려할 때 조종사는 훌륭하게 비행기를 착륙시켰다. 매우 빠른 속도였지만 땅을 미끄러지듯 내려와 기체가 온전했다”면서 “비행기가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한 것이 이번 참사의 본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21일 항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추후 협의가 잘 이뤄진다면 이번 엔진 조사 결과 및 로컬라이저(콘크리트 둔덕), 당시 조류 현황 등을 함께 보고할 예정이다. 다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브리핑이 취소된 데 대해선 “사전에 종합 보고가 아닌 ‘엔진 정밀조사 결과’만을 발표하는 자리라고 거듭 공지했으나, 당일 유족 측이 입장을 바꿨다. ‘엔진에 결함이 없다’는 결과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같다”며 “(저희도 노력하고 있으나) 유족들이 조사 결과를 제시했음에도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 등 대화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유족 측에 (CVR, FDR 등) 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한 물음엔 “CVR의 경우 전사 자료를 2회 공개한 적은 있다. 다만 CVR, FDR은 공개가 금지된 자료라 (원본 자료는) 줄 수 없다”며 “그외 자료들은 유족들 간 입장이 나뉘는 것을 제외하고 최대한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7C2216 여객기가 착륙 도중 폭발해 승객과 승무원 17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항철위는 예비조사를 통해 “사고기는 조류 충돌로 랜딩기어가 전개되지 않아 동체 착륙했고, 활주로를 초과해 콘크리트 둔덕(로컬라이저)과 충돌했다”고 공표했다.

항철위가 사고 책임 기관인 국토부 산하라는 점과 관련, 유족 측은 조사 과정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관계자들이 사고 발생 6개월 이후에야 형사 입건되는 등 진상 규명이 지연됐던 점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더했다.

이에 유족 측은 유가족협의회를 결성해 정부에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으며, 경찰은 박상우 국토부 장관과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를 포함해 한국공항공사 직원 로컬라이저 시공 업체 관계자 등 총 2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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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