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참사> ‘막 지은’ 무안공항 미스터리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1.06 11:03:25
  • 호수 15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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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새떼 어쩌라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의 설립 배경이 재조명됐다. 공항 건설 초기부터 지적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가능성, 미숙한 운영 등이 참사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무안공항은 ‘고추 말리는 공항’ ‘한화갑 공항’ 등 정치적 견해에 휩싸인 바 있다. 공항 건설 전 연간 992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지난 2023년 이용객은 24만6000명에 불과했다. 지난 2007년 개항한 무안공항은 서남권 거점 국제공항으로 설계됐다. 다만, 활주로는 약 2.8㎞로 다른 주요 국제공항보다 비교적 짧은 편에 속한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3.126㎞로 늘리는 연장 공사를 진행하던 탓에 활주로를 300m 가량 이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한화갑 공항’
정치적 탄생

통상 대형 항공기 이용이 잦은 국제공항 대부분은 활주로 길이가 3㎞를 넘는다. 실제 국내의 주요 국제공항인 인천국제공항(3.75㎞), 김포국제공항(3.6㎞), 김해국제공항(3.2㎞), 제주국제공항(3.2㎞) 등은 무안공항보다 활주로 길이가 길다.

미국 JFK, 프랑스 샤를 드골, 도쿄 나리타 등 주요 국제공항 활주로는 4㎞가 넘는 곳도 많다. 무안공항서 400t 넘는 항공기 운항이 제한된 것도 활주로 길이가 짧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활주로 길이가 길수록 항공기 제동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바퀴 대신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속도를 제대로 줄이지 못해 활주로 끝 둔덕 등에 부딪혔다. 김규환 한국공항공사 항공훈련센터 센터장은 “3㎞에 미치지 못하는 활주로 길이는 평시 이·착륙 상황에선 문제가 없지만, 동체착륙 같은 비상시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규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 원장은 “사고의 주요 원인을 활주로 길이로만 돌리긴 어렵지만, 활주로 길이가 인천 정도로 길었더라면 이 정도 사고가 벌어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다만, 이날 국토부는 “활주로 길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고 기종은 1.5~1.6㎞ 길이의 활주로서도 착륙할 수 있다”고 했다.

사고 원인 중 하나의 가능성으로 지목되는 조류 충돌 문제에 관한 안일한 인식도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인 착륙 장치 ‘랜딩기어’ 고장이 조류 충돌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제 ‘고추 말리는 공항’ 오명 벗자”
20년 만에 해외 운항···무리수 결과 

무안공항은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 중 조류 충돌 비율이 가장 높다.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무안공항에는 여객·화물을 합쳐 항공기 총 1만1004편이 오갔다. 이 기간 모두 10건의 조류 충돌이 발생했다. 운항 횟수 대비 조류 충돌 발생 비율은 0.09%로, 비행기가 1만편 오갈 때 조류 충돌이 9번 발생했다는 뜻이다. 제주공항(0.013%), 김포공항(0.018%) 등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공항 주변은 서해안 철새 도래지와 가까운 곳이어서 공항 건설 초기부터 관련 문제가 제기돼 왔다. 공항 인근의 전남 무안군 현경면·운남면에선 1만2000여마리의 겨울 철새가 관찰됐다. 이 지역에는 113.34㎢에 이르는 대규모 무안갯벌습지보호구역 등이 조성돼있어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한다.

무안국제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때도 “기체가 조류와 충돌할 위험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무안공항엔 조류충돌예방위원회가 만들어져 있지만,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20년 당시 보고서는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조류 충돌 위험성이 크다”며 “이에 대한 저감 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적고 있다.


보고서는 폭음기나 경보기를 설치하고, 레이저나 깃발, LED 조명 등을 이용해 조류 충돌을 최소화하라는 구체적 대응책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활주로 확장 공사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소식을 듣고 무안공항을 찾은 주용기 생태문화연구소장도 <경향신문>과 인터뷰서 “저수지와 바다, 습지가 많아 오리 등 철새가 이동하는 길목”이라며 “무안공항의 입지 자체가 앞으로도 조류 충돌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류 전문가인 주 소장은 매년 겨울 무안공항 주변을 방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충돌 위험
지속 제기

그는 “사고의 주원인으로 조류 충돌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 적어도 이 지역에 실제 어떤 새들이 얼마나 있고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확인해야만 또 다른 조류 충돌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8시50분쯤 공항 근처 창포호 인근서 오리떼가 날아든 것이 관측됐다. 전날 오전 9시쯤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이 무안공항으로 들어온 시각과 비슷하다. 

주 소장은 “가창오리 같은 경우 원래 야행성이라 해질 무렵이 되면 공항 남동쪽서 북동쪽으로 이동해 먹이활동을 한 뒤 다음날 아침이 되면 다시 휴식처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일어난 지난달 29일 오후 6시쯤에도 무안공항 인근서 20만마리의 가창오리떼를 발견했다. 

무안공항 동쪽의 한 농경지에 서 있는데 가창오리 5만마리가 한 차례 지나간 뒤 15만마리가 남쪽으로부터 날아와 북동쪽으로 군무를 펼치며 이동했다는 것이다. 밤새 먹이활동을 한 가창오리는 아침이 되면 다시 경로를 거슬러 간다. 이 경로는 비행기의 경로와 맞닿는다.

무안공항 인근에는 약 40여종의 조류가 서식한다. 망운면 인근 바닷가서도 쉽게 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 또한 비행기 경로와 일치한다. 공항서 직선거리로 6~7㎞ 정도 떨어진 운남면도 비행기가 착륙하는 경로에 걸쳐 있다.

주 소장은 “제주도와 가덕도, 새만금까지 새롭게 공항을 늘리려 하는데 모두 새의 서식지와 겹치는 지역”이라며 “위치 선정부터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안공항 관제탑 등 항공 관계자들의 경험 부족이 사고를 키웠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전까지 국제선 정규 노선을 운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사고가 발생한 무안~방콕 노선은 제주항공이 같은 달 8일 운항을 시작한 신규 노선이다.

뜯어말렸던 조류 전문가
20만 오리떼 아침마다 이동

무안공항이 17년 만에 운영하는 첫 국제선 정기 노선인 만큼, 미숙함이 드러난 것이다.

또 무안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4월 문재인정부서 임명된 사장이 뒤늦게 사표를 낸 이후, 8개월째 공석이다.


기장 출신 관계자는 “조류 충돌 주의 경고 후 2분 만에 ‘메이데이’ 선언이 있었다”며 “당시 관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동체 착륙 외 다른 선택지를 택하는 건 불가능했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기 동체 착륙 전엔 공항소방대가 대기한 뒤, 활주로에 화재 방지를 위한 소화 약제를 뿌렸어야 하는데 이 절차도 시행되지 않았다.

무안공항에 설치된 방위각 시설인 로컬라이저와 이를 지지하기 위한 콘크리트 둔덕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무안공항의 ‘방위각 표시시설(로컬라이저)’과 콘크리트 둔덕은 활주로 끝에서 250m가량 떨어진 비활주로에 설치됐다.

둔덕은 2m 높이에 이른다. 항공기 진입 방향과 반대 측의 활주로 끝 부근에 설치되는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중심선 연장 위에 안테나가 설치된다. 이는 착륙하는 항공기에 활주로 중심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공항 측과 국토교통부는 ‘아래로 기울어진 비활주로 지면과 활주로와의 수평을 맞추기 위해 콘크리트 둔덕을 세워 돌출된 행태로 보이는 것’이라며 ‘사고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준 미비
아낀 정비

그러나 사고의 피해를 더 키웠다고 지목되는 둔덕형의 로컬라이저에 관해 공항설계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국내외 기준과 규정에 어긋난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논란이 되는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는 시설이라서 특별한 제약 조건이 없다”며 “이는 현재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엔지니어링사는 1998~1999년 사이 발주된 무안공항의 실시설계를 담당했다. 그는 또 활주로 끝단에 콘크리트 구조물과 둔덕을 세우는 건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관련 규정이나 상황을 모르고 그렇게 얘기할 수는 있지만, 우리는 규정과 기준을 갖고 말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외 기준과 규정을 다 포함한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활주로 안전구역 밖에는 관제탑도 있는데 만약 항공기가 동체 착륙하면서 활주로 밖으로 미끄러져서 관제탑에 충돌할 경우엔 이것도 문제가 된다는 거냐”며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날 가능성 등을 고려해서 안전구역을 설정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전문가들이 활주로 끝단에 둔덕형 시설물을 설치한 건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본인이 본 적이 없을 수는 있겠지만 그건 자신들 기준서 하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의 주장은 앞선 국토부 입장과 유사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문제의 로컬라이저는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기 때문에 관련 안전기준이나 설치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2.8㎞ 활주로 국제선 부족  “위치·구조 원인”
참사 키운 ‘콘크리트 둔덕’···국내 공항 수두룩

국토교통부의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 기준’에 따르면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은 항공기가 착륙 후 제때 멈추지 못하고 활주로 끝부분을 지나쳤을 경우 항공기의 손상을 줄이기 위해 착륙대 종단 이후에 설정된 구역을 말한다.

항공기가 활주로를 넘어섰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설정한 구역인 셈이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은 착륙대의 끝에서 최소 90m 이상 돼야 된다. 무안공항은 199m로 설정하고 있다. 논란이 된 로컬라이저는 이 구역 5m 뒤에 설치돼있다.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는 것이다.

종단안전구역 안에 있는 시설물은 설치 기준이 까다롭게 적용된다. 해당 기준 제22조에는 ‘항행에 사용되는 장비 및 시설로 반드시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에 설치돼야 하는 물체는 항공기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하며 최소 중량 및 높이로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국토부의 ‘공항안전운영기준’ 제42조에도 ‘(착륙대, 유도로대 및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에)불법 장애물이 없을 것. 다만, 설치가 허가된 물체에 대해선 지지하는 기초구조물이 지반보다 7.5㎝ 이상 높지 않아야 하며, 물체는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세워져야 한다”고 제시돼있다.

하지만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는 시설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약이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만간 관련 국내외 규정을 포괄해서 로컬라이저 논란에 관해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참사를 두고 제주항공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사고가 발생한 여객기는 직전 48시간 동안 8개 공항을 오가며 총 13차례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안공항 이외에도 제주·인천공항과 중국 베이징, 대만 타이베이, 태국 방콕, 일본 나가사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등을 오갔다.

제주항공이 운항 스케줄을 무리하게 편성해 기체 피로도를 유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술한 규제
책임 넘기기

물리적인 정비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냐는 지적에 대해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3차 브리핑서 “모든 항공기는 제작사 매뉴얼이나 국토부가 인가한 기준에 맞춰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에는 김포공항서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이륙 직후 긴급 회항했다. 제주항공 측은 이륙 직후 랜딩기어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를 감지한 후 해당 편 기장이 지상 통제센터와 교신하며 조치해 정상 작동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장이 안전 운항을 위해 항공기 점검을 받는 것으로 판단했으며, 이에 따라 김포공항으로 회항해 점검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금호건설 특혜 시비
‘정치 공항’ 논란

무안공항은 1999년 착공해 2007년 개항했다. 인근에 공항이 있는데도 선심성 공약으로 추진돼 당시 사업을 주도한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름을 따 ‘한화갑 공항’으로 불린다.

이용객이 없어 활주로서 주민들이 고추 말리는 장면이 목격돼 ‘고추 말리는 공항’으로도 불렸다.

1997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선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대통령 후보가 무안·울진·김제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당시 실세였던 한 전 의원이 설립을 주도했다. 

또 1999년 착공 당시 호남 기업인 금호건설이 건설사로 선정되면서 논란이 됐다.

활주로 건설에 쓰이는 골재 납품을 특정 지역 업체가 전량 수주한 것을 두고서도 특혜 시비가 제기된 바 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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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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