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참사> ‘막 지은’ 무안공항 미스터리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1.06 11:03:25
  • 호수 15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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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새떼 어쩌라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의 설립 배경이 재조명됐다. 공항 건설 초기부터 지적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가능성, 미숙한 운영 등이 참사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무안공항은 ‘고추 말리는 공항’ ‘한화갑 공항’ 등 정치적 견해에 휩싸인 바 있다. 공항 건설 전 연간 992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지난 2023년 이용객은 24만6000명에 불과했다. 지난 2007년 개항한 무안공항은 서남권 거점 국제공항으로 설계됐다. 다만, 활주로는 약 2.8㎞로 다른 주요 국제공항보다 비교적 짧은 편에 속한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3.126㎞로 늘리는 연장 공사를 진행하던 탓에 활주로를 300m 가량 이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한화갑 공항’
정치적 탄생

통상 대형 항공기 이용이 잦은 국제공항 대부분은 활주로 길이가 3㎞를 넘는다. 실제 국내의 주요 국제공항인 인천국제공항(3.75㎞), 김포국제공항(3.6㎞), 김해국제공항(3.2㎞), 제주국제공항(3.2㎞) 등은 무안공항보다 활주로 길이가 길다.

미국 JFK, 프랑스 샤를 드골, 도쿄 나리타 등 주요 국제공항 활주로는 4㎞가 넘는 곳도 많다. 무안공항서 400t 넘는 항공기 운항이 제한된 것도 활주로 길이가 짧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활주로 길이가 길수록 항공기 제동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바퀴 대신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속도를 제대로 줄이지 못해 활주로 끝 둔덕 등에 부딪혔다. 김규환 한국공항공사 항공훈련센터 센터장은 “3㎞에 미치지 못하는 활주로 길이는 평시 이·착륙 상황에선 문제가 없지만, 동체착륙 같은 비상시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규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 원장은 “사고의 주요 원인을 활주로 길이로만 돌리긴 어렵지만, 활주로 길이가 인천 정도로 길었더라면 이 정도 사고가 벌어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다만, 이날 국토부는 “활주로 길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고 기종은 1.5~1.6㎞ 길이의 활주로서도 착륙할 수 있다”고 했다.

사고 원인 중 하나의 가능성으로 지목되는 조류 충돌 문제에 관한 안일한 인식도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인 착륙 장치 ‘랜딩기어’ 고장이 조류 충돌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제 ‘고추 말리는 공항’ 오명 벗자”
20년 만에 해외 운항···무리수 결과 

무안공항은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 중 조류 충돌 비율이 가장 높다.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무안공항에는 여객·화물을 합쳐 항공기 총 1만1004편이 오갔다. 이 기간 모두 10건의 조류 충돌이 발생했다. 운항 횟수 대비 조류 충돌 발생 비율은 0.09%로, 비행기가 1만편 오갈 때 조류 충돌이 9번 발생했다는 뜻이다. 제주공항(0.013%), 김포공항(0.018%) 등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공항 주변은 서해안 철새 도래지와 가까운 곳이어서 공항 건설 초기부터 관련 문제가 제기돼 왔다. 공항 인근의 전남 무안군 현경면·운남면에선 1만2000여마리의 겨울 철새가 관찰됐다. 이 지역에는 113.34㎢에 이르는 대규모 무안갯벌습지보호구역 등이 조성돼있어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한다.

무안국제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때도 “기체가 조류와 충돌할 위험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무안공항엔 조류충돌예방위원회가 만들어져 있지만,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20년 당시 보고서는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조류 충돌 위험성이 크다”며 “이에 대한 저감 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적고 있다.


보고서는 폭음기나 경보기를 설치하고, 레이저나 깃발, LED 조명 등을 이용해 조류 충돌을 최소화하라는 구체적 대응책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활주로 확장 공사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소식을 듣고 무안공항을 찾은 주용기 생태문화연구소장도 <경향신문>과 인터뷰서 “저수지와 바다, 습지가 많아 오리 등 철새가 이동하는 길목”이라며 “무안공항의 입지 자체가 앞으로도 조류 충돌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류 전문가인 주 소장은 매년 겨울 무안공항 주변을 방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충돌 위험
지속 제기

그는 “사고의 주원인으로 조류 충돌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 적어도 이 지역에 실제 어떤 새들이 얼마나 있고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확인해야만 또 다른 조류 충돌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8시50분쯤 공항 근처 창포호 인근서 오리떼가 날아든 것이 관측됐다. 전날 오전 9시쯤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이 무안공항으로 들어온 시각과 비슷하다. 

주 소장은 “가창오리 같은 경우 원래 야행성이라 해질 무렵이 되면 공항 남동쪽서 북동쪽으로 이동해 먹이활동을 한 뒤 다음날 아침이 되면 다시 휴식처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일어난 지난달 29일 오후 6시쯤에도 무안공항 인근서 20만마리의 가창오리떼를 발견했다. 

무안공항 동쪽의 한 농경지에 서 있는데 가창오리 5만마리가 한 차례 지나간 뒤 15만마리가 남쪽으로부터 날아와 북동쪽으로 군무를 펼치며 이동했다는 것이다. 밤새 먹이활동을 한 가창오리는 아침이 되면 다시 경로를 거슬러 간다. 이 경로는 비행기의 경로와 맞닿는다.

무안공항 인근에는 약 40여종의 조류가 서식한다. 망운면 인근 바닷가서도 쉽게 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 또한 비행기 경로와 일치한다. 공항서 직선거리로 6~7㎞ 정도 떨어진 운남면도 비행기가 착륙하는 경로에 걸쳐 있다.

주 소장은 “제주도와 가덕도, 새만금까지 새롭게 공항을 늘리려 하는데 모두 새의 서식지와 겹치는 지역”이라며 “위치 선정부터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안공항 관제탑 등 항공 관계자들의 경험 부족이 사고를 키웠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전까지 국제선 정규 노선을 운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사고가 발생한 무안~방콕 노선은 제주항공이 같은 달 8일 운항을 시작한 신규 노선이다.

뜯어말렸던 조류 전문가
20만 오리떼 아침마다 이동

무안공항이 17년 만에 운영하는 첫 국제선 정기 노선인 만큼, 미숙함이 드러난 것이다.

또 무안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4월 문재인정부서 임명된 사장이 뒤늦게 사표를 낸 이후, 8개월째 공석이다.


기장 출신 관계자는 “조류 충돌 주의 경고 후 2분 만에 ‘메이데이’ 선언이 있었다”며 “당시 관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동체 착륙 외 다른 선택지를 택하는 건 불가능했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기 동체 착륙 전엔 공항소방대가 대기한 뒤, 활주로에 화재 방지를 위한 소화 약제를 뿌렸어야 하는데 이 절차도 시행되지 않았다.

무안공항에 설치된 방위각 시설인 로컬라이저와 이를 지지하기 위한 콘크리트 둔덕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무안공항의 ‘방위각 표시시설(로컬라이저)’과 콘크리트 둔덕은 활주로 끝에서 250m가량 떨어진 비활주로에 설치됐다.

둔덕은 2m 높이에 이른다. 항공기 진입 방향과 반대 측의 활주로 끝 부근에 설치되는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중심선 연장 위에 안테나가 설치된다. 이는 착륙하는 항공기에 활주로 중심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공항 측과 국토교통부는 ‘아래로 기울어진 비활주로 지면과 활주로와의 수평을 맞추기 위해 콘크리트 둔덕을 세워 돌출된 행태로 보이는 것’이라며 ‘사고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준 미비
아낀 정비

그러나 사고의 피해를 더 키웠다고 지목되는 둔덕형의 로컬라이저에 관해 공항설계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국내외 기준과 규정에 어긋난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논란이 되는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는 시설이라서 특별한 제약 조건이 없다”며 “이는 현재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엔지니어링사는 1998~1999년 사이 발주된 무안공항의 실시설계를 담당했다. 그는 또 활주로 끝단에 콘크리트 구조물과 둔덕을 세우는 건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관련 규정이나 상황을 모르고 그렇게 얘기할 수는 있지만, 우리는 규정과 기준을 갖고 말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외 기준과 규정을 다 포함한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활주로 안전구역 밖에는 관제탑도 있는데 만약 항공기가 동체 착륙하면서 활주로 밖으로 미끄러져서 관제탑에 충돌할 경우엔 이것도 문제가 된다는 거냐”며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날 가능성 등을 고려해서 안전구역을 설정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전문가들이 활주로 끝단에 둔덕형 시설물을 설치한 건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본인이 본 적이 없을 수는 있겠지만 그건 자신들 기준서 하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의 주장은 앞선 국토부 입장과 유사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문제의 로컬라이저는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기 때문에 관련 안전기준이나 설치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2.8㎞ 활주로 국제선 부족  “위치·구조 원인”
참사 키운 ‘콘크리트 둔덕’···국내 공항 수두룩

국토교통부의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 기준’에 따르면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은 항공기가 착륙 후 제때 멈추지 못하고 활주로 끝부분을 지나쳤을 경우 항공기의 손상을 줄이기 위해 착륙대 종단 이후에 설정된 구역을 말한다.

항공기가 활주로를 넘어섰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설정한 구역인 셈이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은 착륙대의 끝에서 최소 90m 이상 돼야 된다. 무안공항은 199m로 설정하고 있다. 논란이 된 로컬라이저는 이 구역 5m 뒤에 설치돼있다.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는 것이다.

종단안전구역 안에 있는 시설물은 설치 기준이 까다롭게 적용된다. 해당 기준 제22조에는 ‘항행에 사용되는 장비 및 시설로 반드시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에 설치돼야 하는 물체는 항공기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하며 최소 중량 및 높이로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국토부의 ‘공항안전운영기준’ 제42조에도 ‘(착륙대, 유도로대 및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에)불법 장애물이 없을 것. 다만, 설치가 허가된 물체에 대해선 지지하는 기초구조물이 지반보다 7.5㎝ 이상 높지 않아야 하며, 물체는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세워져야 한다”고 제시돼있다.

하지만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는 시설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약이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만간 관련 국내외 규정을 포괄해서 로컬라이저 논란에 관해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참사를 두고 제주항공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사고가 발생한 여객기는 직전 48시간 동안 8개 공항을 오가며 총 13차례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안공항 이외에도 제주·인천공항과 중국 베이징, 대만 타이베이, 태국 방콕, 일본 나가사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등을 오갔다.

제주항공이 운항 스케줄을 무리하게 편성해 기체 피로도를 유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술한 규제
책임 넘기기

물리적인 정비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냐는 지적에 대해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3차 브리핑서 “모든 항공기는 제작사 매뉴얼이나 국토부가 인가한 기준에 맞춰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에는 김포공항서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이륙 직후 긴급 회항했다. 제주항공 측은 이륙 직후 랜딩기어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를 감지한 후 해당 편 기장이 지상 통제센터와 교신하며 조치해 정상 작동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장이 안전 운항을 위해 항공기 점검을 받는 것으로 판단했으며, 이에 따라 김포공항으로 회항해 점검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금호건설 특혜 시비
‘정치 공항’ 논란

무안공항은 1999년 착공해 2007년 개항했다. 인근에 공항이 있는데도 선심성 공약으로 추진돼 당시 사업을 주도한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름을 따 ‘한화갑 공항’으로 불린다.

이용객이 없어 활주로서 주민들이 고추 말리는 장면이 목격돼 ‘고추 말리는 공항’으로도 불렸다.

1997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선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대통령 후보가 무안·울진·김제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당시 실세였던 한 전 의원이 설립을 주도했다. 

또 1999년 착공 당시 호남 기업인 금호건설이 건설사로 선정되면서 논란이 됐다.

활주로 건설에 쓰이는 골재 납품을 특정 지역 업체가 전량 수주한 것을 두고서도 특혜 시비가 제기된 바 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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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