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참사> ‘아니면 말고’ 선 넘은 음모론

유족들 가슴 후벼 파는 ‘펌프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역대 국내서 발생한 항공사고 중 가장 피해가 큰 최악의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탑승객 181명 중 꼬리칸에 있던 승무원 2명을 제외한 모두가 사망했다. 이런 상황에 유족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음모론이 계속 나오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이후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음모론이 확산됐다. 특히 ‘무속’ ‘북한 공작’ 등 참사와 연관되지 않은 키워드도 등장하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대형 참사 이후 진상규명과는 상관없이 여론 몰이하는 모습이 또 나타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속?  
공작?

지난달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분께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서 태국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랜딩기어를 펼치지 못하고 활주로를 벗어났다. 이어 시설물과 정면 충돌,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기체 동체는 후미(꼬리)만 형체를 남기고 활주로 주변 곳곳에 파편으로 튀거나 모두 탔다. 소방 당국은 중앙119구조본부·소방항공대, 소방 헬기·소방차 등을 동원해 충돌 사고 43분여 만에 불길을 잡았다. 사고 여객기에는 탑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다. 탑승객 중 태국인 2명을 제외한 179명이 한국인이었다.

12시간여에 거친 구조·수습 작업에도 불구, 최종 사망자는 179명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형체가 남았던 기체 후미 비상구 쪽에 있던 남·녀 승무원 2명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기는 당초 이날 새벽 태국 현지 방콕공항서 출발해 오전 8시30분 무안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항공 사고 원인 규명을 도맡은 국토부는 사고 직전 관제탑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주의보” 교신을 한 지 얼마 안 돼 조종사가 긴급구조신호 ‘메이데이’를 선언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관제탑은 오전 8시54분 착륙허가를 내렸고 오전 8시57분 조류 회피 주의 조언(Caution Bird activity)을 했다. 이후 8시59분 사고 항공기 기장이 메이데이(긴급구난신호) 선언을 했고, 오전 9시3분 사고가 났다.

메이데이 선언 직후 복행(재착륙을 위해 다시 떠오르는 것)하지 않고 당초 착륙 방향이 아닌 19 방향(반대 방향)으로 착륙하려다 활주로를 지나 담벼락까지 충돌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당국의 조사로 사고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참사를 둘러싼 음모론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음모론자들이 참사에서 이상하다고 꼽은 것은 ▲사고 전날 나무위키에 작성된 사고 관련 글 ▲사고 이틀 전 제주항공 급매로 인한 주가 급락 ▲MBC 제보 영상서 제보자의 일반인답지 않은 침착함 ▲버드 스트라이크라기엔 너무 큰 엔진 폭발 ▲MBC 속보 방송 중 노출된 ‘탄핵 관련: 817’이라는 문구 등이다.

음모론자들은 이를 두고 사고가 아닌 북한의 테러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는 이들의 주장에 대한 사실 확인을 진행했다.

사고 영상도 너무 침착?
테러 배후 의심 글 넘쳐


무안 참사가 예견된 사고라는 음모론은 ‘나무위키 사고 글’ ‘제주항공 주가 급락’ ‘영상 제보자의 침착성’ 등을 근거로 한다. 해당 음모론은 구독자가 백만명에 달하는 자유통일당 성창경 수석대변인의 영상으로 퍼져나갔다. 

성 대변인은 지난 29일 ‘충격! 전문가 충격 의혹 제기, 촬영자, 나무위키에 하루 전 사고 예고, 항공사 주가 폭락 등 음모론 확산’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했다.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지난달 30일 오전 기준 약 40만회에 달했다.

성 대변인은 “무안공항 사고와 관련해 나무위키서 미리 (관련 내용이)나와있었다. 구글서 검색하면 사건 발생 시간보다 17시간 정도 일찍 나무위키에 사건 내용이 떴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의혹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해당 문서의 생성 기록을 살펴보면 지난달 29일 오전 9시33분 15초에 처음 생성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 검색 화면에서는 마치 해당 문서가 참사가 일어나기 이전에 작성된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구글 본사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어 한국 시각보다 캘리포니아 시각이 17시간 빨라서 생기는 현상일 뿐이다.

사고 발생 직후 네이버 카페에선 ‘주식 대량 매도설’까지 제기됐다. 사고 직전 평일인 지난달 27일 제주항공 주식 대량 매도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었다. 작성자는 주식 그래프를 첨부해 “오후 1시 소름 돋는 대량 매도는 누구냐”라며 “돈은 거짓말을 안 한다는데”라고 썼다.

기업 내부자가 사고 발생을 미리 알고 사고 이전에 대량을 매도했다고 의심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거래 기록을 면밀히 분석하면 ‘대량 매도’라고 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전해진다. 먼저 지난달 27일 제주항공 주식 하루 전체 거래량은 12만7126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0억4000만원 수준이었다.

“충격 의혹”
예견된 사고?

문제가 제기된 오후 1시경 매도 금액도 이 중 일부에 불과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1시경의 거래량은 약 1만5000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억200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전체 시가총액 6621억원 규모를 고려할 때 당일의 거래대금 10억4000만원은 매우 적은 규모다. 이는 특정 세력의 조직적인 매도 가능성을 생각하기 어렵게 만든다. 

사고 당시 영상을 두고 계획된 테러라는 주장도 계속 나왔다. 성 대변인은 앞서의 영상서 “MBC가 사고 당시 영상을 찍은 것을 보면 비행기가 벽에 부딪힐 때까지 아주 담담하게 촬영했다”며 “한 전문가가 저에게 ‘계획 테러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제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요일 아침에 폭발 장면을 일반인이 완벽하게 촬영했다는 것”이라며 “근처 낙지 공판장 직원이나 어부의 촬영이 아니다. 촬영 위치도 너무 잘 지켰고 촬영 각도와 높이 등도 사전 조사 후에 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의도적으로 착륙하는 지면을 쭉 이어서 부딪히는 방면까지 촬영한 것이다. (촬영자가)아주 실력자”라고 강조했다.

현재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는 구독자 94만 유튜브 채널 운영자 이봉규씨도 “누가 이렇게 (촬영을 위해)위치해서 사고를 어떻게 처음서부터 끝까지 이렇게 찍을 수 있느냐는 의혹이 있다”며 “착륙해서 사고가 날 때까지 그런 장면을 어떻게 그런 각도서 찍었냐 이게 좀 의문된다. 나중에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촬영자 두고
또 다른 의심

해당 영상을 촬영한 인물은 무안공항 바로 옆에서 낙지 직판장을 운영하는 이근영씨다. 이씨는 지난달 29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서 “식당 안에 있었는데 (비행기가)내리기 전부터 밖에서 ‘쾅쾅쾅’ 소리가 나서 밖을 쳐다 보니까 비행기가 내렸다”며 “원래대로라면 비행기가 착륙해야 하는 방향이 반대 방향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위험하다 싶어서 바로 옥상으로 올라가서 찍게 됐다”면서 성 대변인과 같이 ‘사고 장면을 너무 완벽하게 촬영했다’는 음모론에 대해 “그 사람들 진짜 너무하다. 평소 이쪽 일반 주차장서도 공항이 다 보인다. 더군다나 이상을 느꼈기 때문에 옥상에 올라가서 찍게 된 것”이라고 촬영 경위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참사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부 누리꾼은 한 방송사의 사고 중계 화면에 1초간 ‘탄핵 관련: 817’이라는 글자가 보였다며 이를 북한의 대남 공작 지침인 ‘817 방침’과 연결지었다.

구독자 157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신혜식씨는 지난달 29일 “무정부 무안 참사!”라는 제목의 영상서 MBC가 참사를 보도하던 중 순간 ‘탄핵 관련: 817’ 등의 문구가 적힌 화면이 잠시 방송에 노출된 것에 대해 ‘북한의 대남공작 지령인 817 지령이 존재한다’는 내용의 한 인터넷 언론의 기사를 소개했다.

신씨는 “817 지령이 북한의 대남공작 조직인 문화교류국이 사용하는 용어라고 한다”면서 “이러니까 사람들이 오해할 만하다. 저는 실수로 보지만 그래도 굉장히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도대체 이 817은 뭐냐, 한번 좀 자세히 우리가 의미를 파악을 해 봐야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신씨가 소개한 기사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챗GPT에 ‘817 지령에 뭐야’라고 질문하자 “1987년 8월17일 북한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제시한 정책으로, 주로 대남공작 관련 지침을 담고 있다”고 답변한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드론으로 엔진 격추?
내란 지시 받은 블랙요원 짓? 

이 같은 북한 연루설에 박차를 가한 것은 ‘버드 스트라이크 답지 않게 충돌 이후 엔진서 폭발이 있었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일반적으로 버드 스트라이크가 엔진서 발생해도 폭발이 일지는 않는다”며 “마치 자동차 보닛에 길고양이가 들어갔다고 자동차 엔진이 폭발하지 않는 것과 같다. 따라서 이번 사고는 조류 모형을 한 드론에 폭탄을 실은 후 조종해 엔진 하나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번 참사가 무속과 관련돼있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이를테면 “무속인과 그 신도들이 국가를 장악했는데, 항공기 사고도 우연치곤 이상하다”는 식이었다. 대통령 일가가 건진법사 등 ‘무속인’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두고 사태를 확대 해석하는 것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받은 블랙요원들이 공항을 폭파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주장도 나왔다.

이 같은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 기자가 챗GPT에 숫자를 바꿔 ‘OOO 지령이 뭐야’라고 묻자 신씨가 소개한 기사와 비슷한 답변을 반복했다. 또 전문가들은 버드 스트라이크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다고 반박했다.

김규왕 한서대 비행교육원장은 “운항 중에 새들이 엔진으로 들어가면 엔진은 완전히 망가진다”며 “버드 스트라이크의 가장 위험한 상황은 새와 기체의 충돌이 아니라 새가 엔진 속으로 빨려들어가 엔진 내부를 망가뜨리고 엔진을 태우는 것이다. 사고 영상을 보면 이런 정황이 잘 나와 있다”고 조류 드론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한편 무안공항 참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협박 이메일이 법무부에 발송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경찰에 따르면 법무부 한 직원은 이날 오전 8시50분쯤 “‘제주항공 사고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취지의 이메일을 받았다”며 112에 신고했다. 이 이메일에는 지난달 31일 밤 한국 도심 여러 곳에 고성능 폭탄을 터뜨릴 것이라는 취지의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소행’
협박 이메일

이 메일은 ‘가라사와 다카히로’라는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이름으로 발송됐으며, 일본어와 영어 등으로 작성됐다고 한다. 이 이름은 지난해 8월 국내 공공시설 여러 곳을 상대로 폭탄 테러를 하겠다고 협박했던 이메일의 발신자와 같다.

당시 실제 이름이 ‘가라사와 다카히로’인 일본의 변호사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내 이름이 허락 없이 이용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번에 신고가 접수된 이메일이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기존 사건들과 병합 수사 중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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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검찰과의 줄다리기를 끝냈다. 대통령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로서는 검찰의 요청을 쉽사리 거절할 수 없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뒀으나 사건 이첩을 막을 순 없었던 셈이다. 오히려 공수처가 시간 끌기에 나섰다면 자칫 수사 자체가 꼬여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했다. 불법 수사로 규정하면서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측은 사건이 검찰로 이첩되면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기관 쇼핑’ 논란을 자처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친정을 믿겠다는 무리수로 해석된다. 수사는 끝났는데… 공수처는 지난달 22일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한 뒤 제대로 된 수사나 조사를 이어가지 못했다. 조사를 거부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은 이날까지 총 세 차례나 불발됐다. 앞서 공수처는 구인 시도 첫날인 같은 달 20일, 윤 대통령이 완강하게 거부하자 대치만 하다가 6시간 만에 철수했다. 전날에는 탄핵 심판 변론을 마친 윤 대통령을 상대로 구인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외부 진료를 받고 오후 9시가 넘어 복귀하면서 무산됐다. 인권 보호 규정상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는 피의자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인 지난달 15일 첫 대면조사 때부터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7차례에 걸친 출석 및 조사 요구를 모두 거부한 셈이다. 공수처는 최근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고 했으나 대통령실은 오후 3시쯤 집행을 불승인했고 관저 압수수색은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해 오후 4시50분쯤 집행 중지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압수수색은 윤 대통령이 사용했던 비화폰 서버 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였다. 경찰도 같은 이유로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대통령경호처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비화폰을 통해 군·경찰에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문짝을 도끼로 부숴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과천청사에서 윤 대통령 내란혐의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기소) 요구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해 12월3일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직무권한을 남용해 경찰 국회 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공, 불법 수사 규정 강제구인도 실패 어쩔 수 없이 이첩…구속 제외 성과 ‘0’ 공수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및 국방부 조사본부의 공조가 없었다면 오늘 수사 결과는 발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검찰청 역시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에 응해 사건을 적시에 이첩하고 이후 다수의 조서 및 공소장 관련 자료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도 공수처에는 비상계엄과 관련된 피의자들 및 관련자들 사건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책임 있는 수사 대상자는 모두 의법 조치될 수 있도록 수사를 엄정히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아직 검찰 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이들은 “검찰에 사건이 이첩된 이후 판단하겠다”며 유보해 왔다. 공수처 조사와 달리 검찰 조사엔 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계속 거부할 명분이 부족할 뿐 아니라 향후 재판 과정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 분위기를 봐가며 수사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을 이용해 일부분 협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친정을 더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 기소권을 가진 검찰 조사 단계에선 구치소 방문 조사 등 최소 범위로 응하되,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전면 부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검찰 조사에 응했던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 거부 명분으로 내세웠던 ‘내란죄 수사권’을 다시 꺼내 들며 검찰 조사도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위고하 막론하고 윤 대통령 측은 지금까지 공수처와 검찰 모두 법적으로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으며,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만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윤 대통령 조사를 시도하는 것은 ‘불법 수사’라며 공수처 수사를 거부해 온 것과 대응 방식이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협조도 안 했는데 검찰에 협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애초 검찰도 윤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수사해 왔고 그런 검찰에 윤 대통령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일에 출석해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검찰은 구속 기간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실무 관행을 고려해 연장을 신청했다. 판사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10일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구속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연장 허가 시 구속 만료 시점은 오는 5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전후로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검찰은 공수처와 별도로 지난해 12월18일부터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해 왔다.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핵심 관련자 10명을 군검찰과 함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 밖에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과 군·경찰 간부들도 조사하며 윤 대통령 혐의를 다졌다. 후배들이 나설 차례 검찰은 그간 확보한 물적·인적 증거를 토대로 윤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캐물을 계획이다. 최 대행에게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을 지시했는지, 곽·이 전 사령관 등에게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위해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했는지, 총기 사용을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부르기보다는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면조사가 이뤄지면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친정인 검찰 후배들과 마주 앉아 조사받게 된다.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23기로, 특수본부장인 박 고검장은 29기, 김종우 차장은 33기다. 수사팀 최순호 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국정 농단 수사팀서 당시 팀장이던 윤 대통령 지휘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우선 윤 대통령에 대한 혐의 다지기를 위해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달 23일, 요인 체포조 편성 및 운영 혐의와 관련해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비상계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정계와 법조계 주요 인사 14명에 대한 체포조 운영 정황을 포착해 최근까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체포조 운영 정황을 상세히 적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충암고 후배 여 전 사령관은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령 선포됐으니까 너희 수사관 100명 우리한테 보내줘야 한다”며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국방부 조사본부는 요인 체포조를 위해 조사본부 차원서 100명의 수사관을 동원했다고 보고 있다. 체포조에는 방첩사 수사관 50명과 경찰 수사관 100명도 동원됐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헌재 여론전 윤 믿을 건 친정뿐? 검 “대면조사 필요…봐주기 없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네진 쪽지도 핵심 물적 증거다. 지난달 22일 민주당이 공개한 해당 쪽지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제목 아래 ▲예비비 조속 편성 ▲국회 관련 각종 운용자금 완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민주당은 이 쪽지를 윤 대통령이 최 대행에게 직접 전달했다며 “최 대행은 명백한 내란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측은 해당 쪽지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위헌적으로 해산하려 한 핵심 증거라고 보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 변론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란 쪽지를 기재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냐”고 묻자, “저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뒤 한참 있다가 언론서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며 부인했다. 쪽지의 존재가 처음 드러난 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 현안 질의서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최 대행이 “윤 대통령이 저를 보시더니 ‘참고하라’며 옆에 누군가가 자료를 하나 줬는데, 접혀 있었다”는 발언부터였다. 이날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대통령께서 직접 주셨냐”는 질문에, 최 대행은 “대통령이 직접 주시진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행은 “한 장짜리 자료인데, 접혀있었다”며 “제 직원(기재부 차관보)한테 ‘이것 가지고 있어’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4일 새벽 1시쯤 기재부 간부회의를 한 뒤, 차관보가 저한테 ‘아까 주신 문건이 있다’고 말해 확인했고, ‘비상계엄 상황서 유동성 확보를 잘 해라’라는 문장이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다만 최 대행에게 쪽지를 건네준 인사가 누구인지까지는 국회 회의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최 대행은 해당 문서를 계엄 해제 이후 폐기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최 대행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쪽지를 준 적도 없다”는 말은 최소한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최 대행에게 직접 건네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 존재를 언론을 보고 알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최 대행의 “참고하라고 했다”는 발언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휴가도 반납 혐의 다지기 전날 국회 비상계엄 국정조사 청문회서도 윤 대통령의 쪽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쪽지를 직접 준 게 맞다”고 증언했고, 한 총리는 “전체적인 것들을 기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 중 한 총리를 포함해 최 대행 등 7명을 조사했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소환조사했다”고 전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