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참사> 너무 많은 저가항공 점검

안 그래도 부실한데…직격탄 맞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손 쓸 틈도 없이 화염에 휩싸였다. 공항은 아비규환 상태가 됐다. 기다리던 가족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과 마주했다. 집을 코앞에 두고 가지 못한 사람들. 새해를 사흘 앞두고 일어난 대형 참사에 전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일요일 오전 속보는 끔찍한 기억을 상기시켰다. 2014년 세월호 참사, 2021년 이태원 참사를 보고 듣고 경험한 국민의 트라우마를 끄집어내는 기사였다. 곧이어 비행기가 동체로 착륙해 미끄러지다 구조물에 부딪혀 불타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구조 소식을 기다리던 이들을 절망에 빠뜨린 순간이었다. 

2명만 살아
최악의 사고

지난달 29일 무안국제공항서 승객, 승무원 등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했다. 전체 탑승객 가운데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사망했다. 수색 초기 기체 후미서 승무원들을 구조한 이후 추가 생존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제주항공 참사는 1993년 아시아나 해남 추락사고 이후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사건으로 기록됐다.

사고 원인은 전문가 사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현재까지 사실로 확인된 부분은 제주항공 여객기에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지난달 29일 오전 8시54분 조종사는 관제탑에 조류 충돌로 인한 비상선언(메이데이)을 타전했다. 조류 충돌로 여객기 엔진이 손상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또 한 가지 확인된 사실은 조종사가 착륙을 시도할 때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주항공 여객기는 동체로 착륙을 시도했다가 미끄러져 구조물(로컬라이저)과 부딪혔다. 동체 착륙은 비상착륙의 일종으로, 최고 수준의 조종 기술이 필요한 조종사의 최후 수단으로 여겨진다.

조류 충돌과 랜딩기어 고장 간의 상관관계를 두고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주항공 참사를 다각도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여객기 내부 상황, 기체 상태를 비롯해 외적인 요인까지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문제는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올 때까지 걸릴 시간이다. 원인 파악에 필요한 블랙박스는 확보했지만 일부 파손된 부분이 있어 규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 따르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는 제주항공 여객기 블랙박스 비행기록장치(FDR)를 미국 워싱턴의 교통안전위원회(NTSB) 본부로 보내 분석하기로 합의했다. 항공기 블랙박스 중 FDR은 엔진 상태와 항공기 속도, 고도, 방향, 자세 등 주요 비행 데이터를 초당 여러번 기록하는 장치다. 항공기 사고 원인을 규명할 때 가장 핵심적인 장치로 꼽힌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서 전원장치와 자료저장장치를 연결하는 특수커넥터가 분실돼 국내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사조위는 FDR 특수 커넥터가 분실된 이상 국내서 무리하게 개봉하다 데이터가 손상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LCC 9곳, 미국과 공동 1위
이용객 늘면서 출혈 경쟁

국토부는 사고 원인이 규명되기까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까지 소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도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는 지난 2일 한국공항공사 무안국제공항 담당 부서 사무실과 관제탑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방항공청 무안출장소,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경찰은 여객기와 충돌한 활주로 주변 구조물의 적절성, 조류 충돌 경고와 조난 신호 등 사고 직전 관제탑과 조종사가 주고받았던 교신 내용, 여객기 기체의 정비 이력 등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콘크리트 구조물(둔덕)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항 활주로 끝단서 250m가량 떨어진 곳에 놓인 2m 높이의 구조물이다. 여객기의 착륙을 돕는 방위각 시설을 지지하는 구조물로 로컬라이저까지 포함하면 4m에 이른다. 

황망하게 가족을 잃은 유가족은 시신을 인도받아 장례 절차에 들어갔다. 정부는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에게 추모를 표하고 있다. 전국 각지서 전남 무안으로 위로의 손길을 건네는 중이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갈등을 빚고 있는 정치권서도 한목소리로 사고 수습과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국민, 정부, 정치권의 관심과는 별개로 제주항공 참사의 여파는 어마어마할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 사태가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 대형 참사가 불거지면서 그 파급력은 가늠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예상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업계를 막론하고 영향을 받고 있다.

항공업계는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 제주항공은 항공권 예약 취소로 현금 유출 부담이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고객에게 판매한 항공권의 선수금은 약 2606억원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가장 큰 규모다. 2위인 티웨이항공의 1843억원보다 약 763억원가량 많다. 

6개월서
최대 3년

선수금은 기업이 제품·서비스 지급을 약속하고 고객에게 미리 받은 돈을 뜻한다. 항공사의 선수금은 고객이 이후 탑승할 목적으로 예매한 티켓값이다. 제주항공은 이번 참사 이후 환불 요청이 빗발치면서 막대한 현금 유출 상황에 직면했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참사 당일부터 다음날 오후 1시까지 하루 만에 6만8000여건에 달하는 항공권 취소가 이뤄졌다.

제주항공은 항공권 취소를 원하는 승객에게 조건 없는 환불을 약속했다. 제주항공을 이용하는 패키지 상품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하나투어·인터파크 투어 등 주요 여행사는 제주항공을 이용하는 상품에 대해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제주항공 참사 여파는 LCC업계에 연쇄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연말, 연초 항공업계가 특수를 기대한 시점에 한파가 몰아치는 모양새다.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치솟으면서 LCC 기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약한 여객기 기종에 대한 문의도 늘고 있다고 전해진다.

사고 여객기와 같은 기종으로 확인되면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항공기술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가 보유한 사고 여객기 기종인 보잉737-8000 항공기는 총 101대로 이 중 제주항공이 39대를 운영하고 있다. 티웨이항공 27대, 진에어 19대, 이스타항공 10대, 에어인천 4대, 대한항공 2대 등이다.

해당 모델은 ‘단거리 비행의 대표 기종’으로 꼽힌다. 저비용 전세기 여행상품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LCC는 대형 항공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항공 운임을 무기로 성장했다. 일본·중국·동남아 등 항공 시간이 2~4시간가량인 중거리 노선과 제주·부산·광주 등 1시간 내외의 국내 단거리 노선서 활발하게 운영됐다. 문제는 이용객이 늘면서 LCC가 난립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참사 여파

현재 국내 LCC는 총 9곳이다. 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에어로케이항공·파라타항공(전 플라이강원)·이스타항공·에어프레미아 등이다. 미국과 함께 세계 1위다. 국내보다 국토 면적이 넓고 인구가 많은 미국과 LCC 수가 같은 것이다. 일본 8곳, 중국·태국 각 6곳, 독일 5곳, 캐나다 4곳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많은 편이다. 

수요가 아무리 많아도 공급이 넘치면 경쟁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승객 입장서야 항공사가 많아지면 다양한 가격대의 노선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업계는 출혈 경쟁이 불가피했다. 실제 승객 유치를 위한 가격 경쟁에 불이 붙었다. 앞다퉈 내놓은 저가 상품은 고스란히 손실로 돌아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은 LCC 업계를 바닥까지 뒤흔들었다. 전 세계적인 감염병의 창궐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항공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추운 시기를 보냈다. 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 선언 이후 국내외 여행객이 늘면서 기지개를 켜나 싶더니 제주공항 참사가 일어나 다시 주저앉을 위기에 처했다. 

특히 이번 위기는 ‘안전 문제’와 관련됐다는 점에서 과거와 그 영향력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 원인이 분명하게 나오지 않았음에도 많은 이들이 LCC 항공기의 안전성에 의문을 드러내는 중이다. 항공기 사고는 발생 확률이 드물지만 일어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안전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안전에 대한 작은 의문도 회사의 신뢰도와 직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서 이번 제주항공 참사는 LCC 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덩치는 커졌지만 내실이 외형을 따르지 못하면서 업계 전반을 들여다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로 기체 노후화, 무리한 운항 일정, 정비 부실 가능성 등이 도마 위에 오르는 모양새다. 

정비 부실 가능성 도마 위
안전성 의문에 기피 현상도

국내 항공사 중 대형 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격납고를 보유하고 엔진 고장 등 중대한 기체 결함을 수리할 수 있는 능력, 이른바 MRO(유지·보수·정비) 능력을 갖췄다. LCC는 이런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에 국내외에 외주를 맡겨야 한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LCC 수가 크게 늘고 수리해야 할 항공기 수 역시 늘어나면서 해외 위탁 비중과 수리 비중이 크게 늘었다. 다른 나라서 정비받는 비중은 71.1%에 이른다. 항공기의 주요 결함이 의심될 때 10건 중 7건은 해외로 비행기를 보내야 한다는 의미다. 

부족한 정비 인력 실태도 드러났다. 지난 8년간 국토부가 권고한 최소 정비사 수 요건을 충족시킨 LCC는 2곳에 불과했다. 두 항공사마저도 이 조건을 매년 충족한 것은 아니다. 국토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 등에 따르면 2016~2023년 LCC 5곳(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중 국토부가 권고한 ‘항공기 1대당 정비사 최소 12명’ 요건을 충족한 곳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뿐이었다. 

제주항공은 2019년 12.04명을 기록해 처음 12명을 넘긴 후 계속 요건 미달이었다. 이스타항공도 2021년과 2023년만 기준을 채웠다. 이 세 경우를 제외하고 LCC 5곳은 8년 내내 국토부 기준을 밑돌았다. 

이들의 평균 정비사 수는 2016년 6.54명, 2017년 9.30명, 2018년 8.50명, 2019년 10.19명, 2020년 9.08명(이스타항공 제외), 2021년 10.34명, 2022년 9.19명, 2023년 10.94명 등이다. LCC 대부분이 충분한 정비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항공기 1대당 정비사 12명’ 기준은 국토부가 2016년 1월 LCC 안전강화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조치다. 당시 국토부는 이를 어길 시 운수권 배분과 항공기 추가 도입 심사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LCC 업계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항공기 추가 도입이 이뤄졌다.

국토부의 부실 관리·감독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겉은 호황
속은 텅빈

제주공항 참사는 1997년 228명이 숨진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 이후 27년 만에 일어난 최악의 여객기 사고다. 유가족은 가족을 잃은 슬픔을 삭힐 새도 없이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전 문제는 어딘가에 똬리를 틀고 있다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사고로 번진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LCC 업계 속사정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고 전문가가 입을 모으는 이유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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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