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참사> 너무 많은 저가항공 점검

안 그래도 부실한데…직격탄 맞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손 쓸 틈도 없이 화염에 휩싸였다. 공항은 아비규환 상태가 됐다. 기다리던 가족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과 마주했다. 집을 코앞에 두고 가지 못한 사람들. 새해를 사흘 앞두고 일어난 대형 참사에 전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일요일 오전 속보는 끔찍한 기억을 상기시켰다. 2014년 세월호 참사, 2021년 이태원 참사를 보고 듣고 경험한 국민의 트라우마를 끄집어내는 기사였다. 곧이어 비행기가 동체로 착륙해 미끄러지다 구조물에 부딪혀 불타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구조 소식을 기다리던 이들을 절망에 빠뜨린 순간이었다. 

2명만 살아
최악의 사고

지난달 29일 무안국제공항서 승객, 승무원 등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했다. 전체 탑승객 가운데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사망했다. 수색 초기 기체 후미서 승무원들을 구조한 이후 추가 생존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제주항공 참사는 1993년 아시아나 해남 추락사고 이후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사건으로 기록됐다.

사고 원인은 전문가 사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현재까지 사실로 확인된 부분은 제주항공 여객기에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지난달 29일 오전 8시54분 조종사는 관제탑에 조류 충돌로 인한 비상선언(메이데이)을 타전했다. 조류 충돌로 여객기 엔진이 손상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또 한 가지 확인된 사실은 조종사가 착륙을 시도할 때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주항공 여객기는 동체로 착륙을 시도했다가 미끄러져 구조물(로컬라이저)과 부딪혔다. 동체 착륙은 비상착륙의 일종으로, 최고 수준의 조종 기술이 필요한 조종사의 최후 수단으로 여겨진다.

조류 충돌과 랜딩기어 고장 간의 상관관계를 두고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주항공 참사를 다각도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여객기 내부 상황, 기체 상태를 비롯해 외적인 요인까지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문제는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올 때까지 걸릴 시간이다. 원인 파악에 필요한 블랙박스는 확보했지만 일부 파손된 부분이 있어 규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 따르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는 제주항공 여객기 블랙박스 비행기록장치(FDR)를 미국 워싱턴의 교통안전위원회(NTSB) 본부로 보내 분석하기로 합의했다. 항공기 블랙박스 중 FDR은 엔진 상태와 항공기 속도, 고도, 방향, 자세 등 주요 비행 데이터를 초당 여러번 기록하는 장치다. 항공기 사고 원인을 규명할 때 가장 핵심적인 장치로 꼽힌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서 전원장치와 자료저장장치를 연결하는 특수커넥터가 분실돼 국내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사조위는 FDR 특수 커넥터가 분실된 이상 국내서 무리하게 개봉하다 데이터가 손상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LCC 9곳, 미국과 공동 1위
이용객 늘면서 출혈 경쟁

국토부는 사고 원인이 규명되기까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까지 소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도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는 지난 2일 한국공항공사 무안국제공항 담당 부서 사무실과 관제탑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방항공청 무안출장소,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경찰은 여객기와 충돌한 활주로 주변 구조물의 적절성, 조류 충돌 경고와 조난 신호 등 사고 직전 관제탑과 조종사가 주고받았던 교신 내용, 여객기 기체의 정비 이력 등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콘크리트 구조물(둔덕)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항 활주로 끝단서 250m가량 떨어진 곳에 놓인 2m 높이의 구조물이다. 여객기의 착륙을 돕는 방위각 시설을 지지하는 구조물로 로컬라이저까지 포함하면 4m에 이른다. 

황망하게 가족을 잃은 유가족은 시신을 인도받아 장례 절차에 들어갔다. 정부는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에게 추모를 표하고 있다. 전국 각지서 전남 무안으로 위로의 손길을 건네는 중이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갈등을 빚고 있는 정치권서도 한목소리로 사고 수습과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국민, 정부, 정치권의 관심과는 별개로 제주항공 참사의 여파는 어마어마할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 사태가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 대형 참사가 불거지면서 그 파급력은 가늠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예상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업계를 막론하고 영향을 받고 있다.

항공업계는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 제주항공은 항공권 예약 취소로 현금 유출 부담이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고객에게 판매한 항공권의 선수금은 약 2606억원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가장 큰 규모다. 2위인 티웨이항공의 1843억원보다 약 763억원가량 많다. 

6개월서
최대 3년

선수금은 기업이 제품·서비스 지급을 약속하고 고객에게 미리 받은 돈을 뜻한다. 항공사의 선수금은 고객이 이후 탑승할 목적으로 예매한 티켓값이다. 제주항공은 이번 참사 이후 환불 요청이 빗발치면서 막대한 현금 유출 상황에 직면했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참사 당일부터 다음날 오후 1시까지 하루 만에 6만8000여건에 달하는 항공권 취소가 이뤄졌다.

제주항공은 항공권 취소를 원하는 승객에게 조건 없는 환불을 약속했다. 제주항공을 이용하는 패키지 상품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하나투어·인터파크 투어 등 주요 여행사는 제주항공을 이용하는 상품에 대해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제주항공 참사 여파는 LCC업계에 연쇄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연말, 연초 항공업계가 특수를 기대한 시점에 한파가 몰아치는 모양새다.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치솟으면서 LCC 기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약한 여객기 기종에 대한 문의도 늘고 있다고 전해진다.


사고 여객기와 같은 기종으로 확인되면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항공기술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가 보유한 사고 여객기 기종인 보잉737-8000 항공기는 총 101대로 이 중 제주항공이 39대를 운영하고 있다. 티웨이항공 27대, 진에어 19대, 이스타항공 10대, 에어인천 4대, 대한항공 2대 등이다.

해당 모델은 ‘단거리 비행의 대표 기종’으로 꼽힌다. 저비용 전세기 여행상품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LCC는 대형 항공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항공 운임을 무기로 성장했다. 일본·중국·동남아 등 항공 시간이 2~4시간가량인 중거리 노선과 제주·부산·광주 등 1시간 내외의 국내 단거리 노선서 활발하게 운영됐다. 문제는 이용객이 늘면서 LCC가 난립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참사 여파

현재 국내 LCC는 총 9곳이다. 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에어로케이항공·파라타항공(전 플라이강원)·이스타항공·에어프레미아 등이다. 미국과 함께 세계 1위다. 국내보다 국토 면적이 넓고 인구가 많은 미국과 LCC 수가 같은 것이다. 일본 8곳, 중국·태국 각 6곳, 독일 5곳, 캐나다 4곳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많은 편이다. 


수요가 아무리 많아도 공급이 넘치면 경쟁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승객 입장서야 항공사가 많아지면 다양한 가격대의 노선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업계는 출혈 경쟁이 불가피했다. 실제 승객 유치를 위한 가격 경쟁에 불이 붙었다. 앞다퉈 내놓은 저가 상품은 고스란히 손실로 돌아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은 LCC 업계를 바닥까지 뒤흔들었다. 전 세계적인 감염병의 창궐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항공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추운 시기를 보냈다. 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 선언 이후 국내외 여행객이 늘면서 기지개를 켜나 싶더니 제주공항 참사가 일어나 다시 주저앉을 위기에 처했다. 

특히 이번 위기는 ‘안전 문제’와 관련됐다는 점에서 과거와 그 영향력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 원인이 분명하게 나오지 않았음에도 많은 이들이 LCC 항공기의 안전성에 의문을 드러내는 중이다. 항공기 사고는 발생 확률이 드물지만 일어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안전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안전에 대한 작은 의문도 회사의 신뢰도와 직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서 이번 제주항공 참사는 LCC 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덩치는 커졌지만 내실이 외형을 따르지 못하면서 업계 전반을 들여다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로 기체 노후화, 무리한 운항 일정, 정비 부실 가능성 등이 도마 위에 오르는 모양새다. 

정비 부실 가능성 도마 위
안전성 의문에 기피 현상도

국내 항공사 중 대형 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격납고를 보유하고 엔진 고장 등 중대한 기체 결함을 수리할 수 있는 능력, 이른바 MRO(유지·보수·정비) 능력을 갖췄다. LCC는 이런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에 국내외에 외주를 맡겨야 한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LCC 수가 크게 늘고 수리해야 할 항공기 수 역시 늘어나면서 해외 위탁 비중과 수리 비중이 크게 늘었다. 다른 나라서 정비받는 비중은 71.1%에 이른다. 항공기의 주요 결함이 의심될 때 10건 중 7건은 해외로 비행기를 보내야 한다는 의미다. 

부족한 정비 인력 실태도 드러났다. 지난 8년간 국토부가 권고한 최소 정비사 수 요건을 충족시킨 LCC는 2곳에 불과했다. 두 항공사마저도 이 조건을 매년 충족한 것은 아니다. 국토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 등에 따르면 2016~2023년 LCC 5곳(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중 국토부가 권고한 ‘항공기 1대당 정비사 최소 12명’ 요건을 충족한 곳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뿐이었다. 

제주항공은 2019년 12.04명을 기록해 처음 12명을 넘긴 후 계속 요건 미달이었다. 이스타항공도 2021년과 2023년만 기준을 채웠다. 이 세 경우를 제외하고 LCC 5곳은 8년 내내 국토부 기준을 밑돌았다. 

이들의 평균 정비사 수는 2016년 6.54명, 2017년 9.30명, 2018년 8.50명, 2019년 10.19명, 2020년 9.08명(이스타항공 제외), 2021년 10.34명, 2022년 9.19명, 2023년 10.94명 등이다. LCC 대부분이 충분한 정비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항공기 1대당 정비사 12명’ 기준은 국토부가 2016년 1월 LCC 안전강화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조치다. 당시 국토부는 이를 어길 시 운수권 배분과 항공기 추가 도입 심사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LCC 업계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항공기 추가 도입이 이뤄졌다.

국토부의 부실 관리·감독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겉은 호황
속은 텅빈

제주공항 참사는 1997년 228명이 숨진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 이후 27년 만에 일어난 최악의 여객기 사고다. 유가족은 가족을 잃은 슬픔을 삭힐 새도 없이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전 문제는 어딘가에 똬리를 틀고 있다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사고로 번진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LCC 업계 속사정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고 전문가가 입을 모으는 이유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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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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