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460억 투입? 제주항공 참사 추모공원 건립 도마

원인 규명도 아직인데…‘시기상조’
형식적인 기념 공간 전락 문제도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 전남도가 국비 460억원을 투입해 무안국제공항 인근에 추모공원을 건립하겠다고 밝혀 타당성 논란이 일고 있다.

참사의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서 성급하게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지난 6일 전남도청 브리핑룸서 “무안국제공항 인근에 460억원을 투입해 7만㎡ 규모의 추모공원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모탑과 유가족을 위로하는 숲과 정원, 방문객 센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정치적 목적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당초 무안공항 자체도 ‘정치 공항’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지난 1999년 IMF 외환위기로 항공 수요가 불확실한 상황서도 ‘서남권 거점 국제공항’이라는 명목으로 무안국제공항 건설이 추진됐다. 하지만 당시 실세 정치인의 지역구라는 점서 ‘정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무안군은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최측근이었던 한화갑 전 의원의 지역구(무안·신안)였으며, DJ 고향(신안군 하의도)과도 가까운 곳이다. 무안공항 개항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은 DJ의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현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었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무안공항이 정치적으로 이용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고, 이번 추모공원 건립 역시 거대 야당의 정치적인 입김이 작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맥락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무안공항 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도 활성화되지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있는 상황서 이번 추모공원 건립이 단순한 희생자 추모 목적이 아닌, 무안공항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또 다른 정치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추모공원 건립 문제는 실효성 논란으로 인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관리 부실과 활용도 저조로 인해 사실상 방치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추모공원이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형식적인 기념 공간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한 사회학 전문가는 “삼풍백화점 참사 위령탑도 사고 몇 주기에만 언급될 뿐, 평소에는 잊히는 경우가 많다”며 “추모공원이 참사의 교훈을 기억하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사고 원인이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서 국민 혈세를 들여 추모공원을 건립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사고 원인 규명 및 책임 소재가 명확해진 후, 관련 주체에게 추모공원 건립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행정 전문가는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서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너무 이르다”며 “귀책 사유가 명확해진 후, 책임 있는 주체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460억원이라는 예산의 ‘산출 근거’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은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공원 조성에 필요한 예산은 국비 지원을 건의하고, 일부는 지방비로 충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남도 관계자도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등도 특별법을 통해 추모 공간을 조성했거나 조성 중”이라며 “제주 항공참사도 특별법 제정을 건의해 추모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는 지난 2022년 10월29일, 서울 이태원 골목서 다수의 시민들이 쏟아져나오면서 사망 159명, 부상 195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대형 사고였다. 당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용산경찰서장 등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고발됐다가 검찰서 불송치 종결하기도 했다.

참사 발생 801만인 지난 7일에서야 국무회의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하 이태원 특별법)’이 의결된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이태원 특별법도 정쟁을 거듭하던 끝에 지난해 5월2일에서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날 배포된 행안부 보도자료 등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태원 참사 추모 공원 및 기념관 등 시설의 위치는 피해 지역 내 현장 인근으로, 아직까지 건립에 드는 제반 비용은 심의·의결되지 않았다. 이를 위한 국무총리 소속의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추모위원회’조차 아직 구성되지 않은 탓이다.

국민 여론 역시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한 누리꾼은 “안타까운 참사지만, 막대한 혈세로 추모공원을 짓는 것보다 차라리 항공 안전 점검과 같은 실질적인 대책에 예산을 쓰는 것이 낫다”고 꼬집었다. 다른 누리꾼은 “결국 460억원짜리 관광 사업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추모공원이 시간이 지나면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물론 추모공원이 재난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한 심리학 교수는 “추모 공간이 단순히 희생자를 위한 시설이 아니라, 재난을 경험한 국민들에게도 심리적 치유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다만 이 같은 공간이 정치적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무안공항 추모공원 건립 계획을 둘러싼 논란은 결국 ▲시기상조 ▲정치적 이용 가능성이 핵심 쟁점으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참사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서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추모공원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추모공원 건립이 참사의 교훈을 되새기고 희생자를 기리는 공간이 될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논란만 남긴 채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사업으로 전락할 것인지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앞서 참사 이튿날이었던 지난달 30일, 박한신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대표는 정부와 정치권에 무안공항 인근에 추모공원을 만들고 위령탑 조성을 제안했던 바 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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