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위기’ 윤석열 최후의 보루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2.16 10:35:48
  • 호수 1510호
  • 댓글 6개

정신병으로 빠져나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뇌 진단을 받은 후 심신미약을 주장할 것”이라는 소문은 국회서도 거론됐다. 주요 일간지도 윤 대통령의 정신상태를 거론하고 있다. 일각에선 “앞으로는 대선후보의 정신건강을 사전에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로 체포돼 구속영장실질심사에 넘겨질 가능성이 공론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서 오동운 공수처장에게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할 의지가 있느냐”고 질의했고, 오 처장은 “상황이 되면 긴급체포 또는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를 시도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체포 언제?

검찰은 지난 9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김 전 장관을 내란중요임무종사자로 지정했다. 내란죄가 규정하는 중요임무종사자 위엔 수괴가 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혐의를 놓고 “윤 대통령과 공모했다”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은 수괴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법무부는 같은날 윤 대통령의 출국을 금지했다. 헌정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 출국금지 조치였다.

수사기관들의 수사와 강제조치 가능성이 거론되자, 윤 대통령은 이에 대비한 변호인 선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의 지난 10일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9일부터 여러 법무법인과 법조인들에게 사건 수임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수임을 거절한 법무법인도 있고, 검토하고 있는 법무법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됐든, 윤 대통령의 사건을 수임하면, 피의자 조사부터 대비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국군병원에 입원해 뇌 진단을 받은 후 심신미약을 주장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오동운 공수처장에게 이 소문을 언급했다.

장 의원은 “만약 국군병원서 심신미약이라고 판단한다면, 내란죄 선고형이 감경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오 처장은 “그런 상황은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국군병원 입원 뇌 진단 받은 후…
조현병·알코올성 치매 주장 가능성

윤 대통령의 정신상태에 대해선 각계각층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보도에 자주 등장하던 단어가 ‘격노’였다는 사실도 이젠 정신상태를 분석하는 소재가 됐다.

<중앙일보>는 지난 5일 “윤 대통령 특유의 즉흥적 성격이 화를 부른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며 “중요한 결정을 즉흥적으로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보도했다.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도 같은 날 칼럼서 “윤 대통령은 이성적이지 않고 극히 감정적이며, 사려 깊지 않고 충동적”이라고 주장했다.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도 위 보도와 칼럼을 인용하면서 “시중엔 윤 대통령이 ‘알코올성 치매’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말도 널리 퍼졌다”고 언급했다. 이어 “애초에 대통령이나 정치 할 자격이 없는 무자격자를 대통령 자리에 앉힌 것”이라며 조현병·망상장애 가능성을 암시했다. 

범인의 조현병을 이유로 심신미약을 인정해 형을 감경한 판례는 다수 확인된다.


대표적으로 ▲2016년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 ▲2018년 강남 오피스텔 살인사건 ▲2019년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흉기난동 살인 사건 ▲지난 11월 발생한 제주 여고생 강제추행 사건 등이 있다. 현역 국회의원과 다수의 매체가 검사 출신 현직 대통령을 흉악범·성범죄자와 같은 선상서 논의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일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심리학자는 박 전 대통령의 일부 기이한 행동에 대한 추정을 제시했다. 이들이 주목했던 것은 송영길 전 인천시장의 집무실 및 부산 아세안 정상회의 행사장 내 대통령 대기실 등 방문하는 장소마다 변기를 뜯어 교체한 행위였다.

박 전 대통령은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 참석 당시에도 사진 촬영에 불참했다. 이를 놓고, 국민의당 김경진 전 의원은 “공용화장실에 가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전용 변기가 설치돼있는 현지 숙소의 화장실까지 다녀와야 했기 때문에 불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상민 전 연세대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을 일컬어 “성인 자폐증”이라고 주장했고, 정신과 전문의였던 고 김현철씨는 조현병 가능성을 언급했다. 

심신미약으로 비상계엄령 선포했다? 
대선후보 정신건강도 검증 대상되나

지난 2021년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부인 강윤형씨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일컬어 “소시오패스”라고 지칭해 논란이 됐다. 강씨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였기 때문에 더 큰 논란이 이어졌다.

미국에선 지난 2018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심리학자 27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직접 진료하지 않은 채 각종 자료를 토대로 진단한 결과를 모은 책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가 발간됐다. 이들이 내렸던 진단은 과대망상과 편집증이었다.

이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금기를 깬 행위였다. 미국정신의학회는 1960년대부터 골드워터 규칙을 세웠다. 이는 “전문의가 직접 진단하지 않은 공인의 정신상태에 대한 의견을 꺼내는 것은 비윤리적”이란 취지의 규칙이었다. 이어 직접 진료한 후 당사자가 동의한 경우에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규칙을 세운 것이다.

이 규칙은 1964년 미국 일부 전문의들이 한 잡지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서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배리 골드워터에 대해 “대통령직 수행에 적절하지 않은 정신상태”라고 답변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전문의들이 골드워터에 관한 판단을 내린 주된 근거는 골드워터가 모스크바에 대한 핵 폭격을 주장한 것이었다.

윤 대통령의 정신건강 논란은 이전까지 불거졌던 논란과는 다른 특이점이 있다. “윤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신질환을 주장할 수 있다”는 취지의 논란이기 때문이다. 이는 “스스로는 물론, 나라 전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를 하루아침에 저질러놓고, 이제 와서 궁여지책을 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 어린 논란이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으로 인해 “앞으로는 사전에 대선후보 정신건강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원 전 장관은 아내를 두둔하면서 “대통령 후보의 정신건강은 명백하게 공적인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997년 제15대 대선에 출마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치매설이 제기되자, 김 전 대통령 측은 건강진단서 사본을 공개하는 등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는 대통령에겐 ‘군대’라는 가장 큰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서 비롯된다. 윤 대통령은 느닷없는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후 홍장원 당시 국정원 1차장에게 “이번 기회에 싹 다 정리하라”고 말했다는 일부 증언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민주화 과정서 여러 차례에 걸친 국가폭력이 있었다. 그 수단은 언제나 비상계엄령이었기 때문에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과대망상?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 정책 혁신위원회를 설치한 후 지난 6월 첫 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임기 동안 국민 100만명에 대한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심리상담 서비스를 받을 100만명 안에 자신은 포함하지 않았던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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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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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