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송 3사 '4자 TV 토론'서 대장동·사드 배치 등 난타전

안철수 제안 연금개혁엔 한목소리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지난 3일, 이재명(더불어민주당)·윤석열(국민의힘)·안철수(국민의당)·심상정(정의당) 대선후보는 첫 TV 토론회서 부동산 문제, 사드 추가 배치 등 사안에 대해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이날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지상파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회’서 4명의 대선후보들은 한 치의 양보 없는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이 후보와 윤 후보는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해 토론회 초반부터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장동 개발사업을 방해했기 때문이라는 이 후보의 주장에 “이 후보께서 성남시장으로 계실 때 국민의힘 의원이 대장동 사업을 기획하고 개발을 진행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시장으로서 당연히 개발사업 비용과 수익은 정확히 인식하셨을 것”이라며 이 후보가 특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개발사업이라고 하는 것은 아파트만 짓는 것이 아니라 도로도 만들고 터널도 뚫고 공원도 만들고 다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도시기반 조성을 전부하고 현금이 남았다고 할 때 그걸 어떻게 배당하느냐 문제가 남는 것이지, 터널 뚫고 도로 만들고 공원 만들었다고 시가 모든 개발사업(이익을) 환수요? 그런 말씀은 상식에 거슬리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가 “국민의힘이 막지 않았으면 성남시가 100% 공공 개발했을 것”이라고 받아치자 윤 후보는 “국민의힘이 막을 것도 없고 (성남)시장이 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어떻게 막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후보는 “100% 환수하는 것이 맞는데 못했냐고 비난하는 것에 대해 부족한 것에 사과드린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공공개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포기시키고 뇌물 받아먹고 이익 취하고 성남시가 공공개발 못하게 막고 이렇게 했던 국민의힘 또는 윤석열 후보께서 하실 말씀은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과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누나의 윤 후보 부친 주택 매입 논란 ▲김만배 녹취록의 '윤석열 죽는다' 발언 등을 언급하며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첫 주제였던 부동산 분야에서 윤 후보는 첫 질문자로 나서 “이 후보께서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때 대장동 개발로 김만배 등이 엄청난 수익을 가져갔는데. 대장동 개발 비용과 설계를 한 건가”라고 이 후보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이 방해하고 저지했다고 하더라도 100% 이익 환수를 못한 점, 실망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민생과 경제가 어렵고 제가 국감을 자청해서 탈탈 털다시피 검증했던 건데 이런 얘기를 다시 하면서 시간 낭비하기보다는 가능하면 경제와 민생 얘기를 하면 어떨까 싶다”고 권유했다.

안철수 후보는 이 후보와 윤 후보에게 포문을 열었다.

안 후보는 “이 후보님, 문재인정권의 후계자 맞으시죠? 문재인정부의 점수를 몇 점 주겠느냐”고 물었고 이 후보는 “점수로 매기기는 어렵다. 몇 차례 사과 드렸다”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안 후보가 “청약 점수 만점이 몇 점인지 아시나”고 윤 후보에 묻자 윤 후보는 “40점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안 후보가 즉각 “84점”이라고 지적하자 윤 후보도 바로 정정해서 답했다.

그는 “윤 후보는 2030청년을 위해서 청년 가점 5점을 부여한다고 공약한 것으로 안다. 군필자에게 청약 점수 5점을 더 주더라도 5점을 더 받아서 청약에 안 될 사람이 당첨되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사실 청약 가점 5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후보는 윤 후보와 이 후보를 동시에 공격했다.

심 후보는 “윤 후보는 다주택자 투기로 집값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고 호언장담했다”며 “집값 폭등이 공급 부족 (때문)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전형적인 건설업자 논리인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부 때 공급이 역대 최고였다. 진단이 잘못되면 해법이 틀린 것”이라고 청년 주택 정책에 대해 캐물었다.

이 후보를 향해서도 “공공주택에 관심이 많은지 몰랐다. 성남시에 임대주택을 한 채도 안 지어서”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기초단체서 만들 수는 없고 중앙정부서 할 수 있으니까 그걸 (연결해)붙이지 마시고”라고 말을 끊었다.

이날 토론에선 북핵 대응 및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등을 비롯한 외교안보 공약 부분에서도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하며 공방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윤 후보를 향해 “사드는 수도권에 (배치)하면 고고도 미사일은 해당이 없다”며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추가 배치는 필요 없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브룩스 전 사령관의 얘기는 성주에 있는 사드를 패트리어트나 저층 방어시스템과 연계했을 때 효과적이라고 한 것이지, 추가 배치가 필요 없다고 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안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그동안의 발언을 보면 반미, 친중 노선”이라며 과거 이 후보가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서 ‘사드 배치 철회’를 언급한 것을 꼬집었다.


이날 4명의 후보들은 부동산, 경제,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열띤 공방과 토론을 벌였지만 안 후보가 꺼내든 연금개혁을 두고는 한목소리를 냈다.

안 후보는 “3개직역연금(공무원·군인·사학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자는 안이 있다”며 “국민연금도 점점 부실화되어가고 있고, 부실 정도가 특수 직역이 심하기 때문에 통합을 했을 때 국민연금의 부실이 가속화되니 조금 더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무원연금공단이나 국민연금공단 자체를 합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준만 같으면 재정이나 여러 가지 역사가 같으니까 연금관리공단 자체는 그대로 남겨두고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지,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이 되고 후대에게 우리에게 빚을 넘겨주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도 “저도 당연히 연금 간의 격차 부담률과 액수의 차이, 이런 게 불평등하다, 불공정하다 이런 문제의식을 당연히 가지고 있다. 연금 고갈 문제를 포함해서 불평등과 격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혁은 필요하다고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심 후보도 “연금개혁 논점은 크고 넓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은 수지 불균형도 문제인데 그것까지도 용돈 수준이기 때문에 노후보장이 안 된다”고 답했다.

안 후보가 “기본적으로 세 분이 다 동의하시니까 내일 국민연금 개혁은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하겠다, 이렇게 우리 4명이서 공동선언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하자,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약속을 하죠. 그건 안 할 수 없으니까요. 선택이 아니니까요”라고 동의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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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