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문재인-김정은 빅딜카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4.23 10:14:47
  • 호수 11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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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 받고 체제 보장, 미군 빼고 38선 연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과거 6·15, 10·4 때 남북 간 교류까지 담았던 것과 같이 이번에는 의제를 많이 담지는 않을 생각이다.”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서 다룰 의제에 대해 한 말이다. 행간을 읽어보면 우리 측은 의제의 양보단 질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종전·비핵화 등 남북 관계에 있어 획기적인 변곡점이 될 만한 의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과연 남북이 주고받을 빅딜 카드는 무엇일까.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7일로 다가왔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악수하는 장면부터 회담의 주요 일정을 소화하는 모습까지 전 세계에 생중계될 예정이다.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하는 온라인·모바일 플랫폼(www.koreasummit.kr)을 지난 17일 정오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4·27 회담
카운트다운

청와대가 언론사에 자료를 제공할 목적으로 홈페이지를 운영한 적이 있지만, 일반인 모두에게 개방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정부가 역사적인 순간을 국민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의지로 읽힌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판문점에 위치한 평화의 집에서 만난다. 지난달 29일 판문점 통일각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서 “남과 북은 양 정상들의 뜻에 따라 2018남북정상회담을 4월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개최하기로 했다”며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판문점은 유엔군사령부 관할로 남북 모두 1개 소대 병력만 유지할 수 있고, 중화기는 휴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신변 위협 요소가 최대한 제거됐다고 볼 법하다. 그러나 경호 차원서 김 위원장이 전용차량을 타고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 앞까지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방탄 기능이 탑재된 벤츠 S600를 타고 중국을 방문한 바 있다. 이 차량은 지난 2015년 10월 독일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양측은 정상회담을 위한 마지막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지난 18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서 경호·의전·보도 후속 실무회담을 개최, 회담 형식의 실무 조율을 마무리하고 현장 중심의 정상회담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회담 형식이라는 겉표지를 결정한 양측은 이제 의제라는 내용물을 결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서로 간에 원하는 것을 주고받는 외교전서 의제 설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북한이 지난 20일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를 소집한 것도 의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기상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열렸다는 점, 북미정상회담도 예정돼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일련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주요 과업 등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뭘 주고
뭘 받나

앞서 임 위원장이 밝힌 것처럼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몇 가지 핵심 의제만을 다룰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임 위원장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아직 북측과 조율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비핵화·한반도 항구적 평화정책·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 정도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항구적 평화정책과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은 종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북의 종전 논의를 축복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나온 발언이다. 그는 “사람들은 한국 전쟁이 아직 끝났지 않았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며 “남북한은 적대관계를 끝내고 종전 문제를 논의 중이다. 이 논의를 축복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서 한반도 종전선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반도 안보상황을 궁극적 평화체제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나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전과 종전, 그리고 휴전은 외교적으로 큰 차이를 가진 용어들이다. 정전은 말 그대로 전쟁을 잠시 멈춘다는 의미다. 휴전은 교전을 잠시 중단하는 수준이 아닌 양국 정부나 총사령관 등 대표자들이 공식협상을 통해 전쟁상태를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양국은 정전을 먼저 실시한 뒤 휴전협정을 체결한다. 종전은 양국서 지속되던 전쟁상태를 종료했음을 확인하는 용어다. 종전은 평화협상을 위한 전 단계의 의미를 지닌다. 남북한의 대치 상황은 1953년 7월27일 체결된 정전협정에 의해 사실상의 휴전상태가 7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정전협정→평화협정 청신호
70년만에 드디어 종전 성사?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도널드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한 종전선언이 실제로 추진되고 있는지에 대해 “우리 생각만으로 달성할 수 없기에 북한을 포함해 당사국과 긴밀히 협의하는 과정이 남아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적대적 행위를 중단하기 위한 합의를 (4·27 남북정상선언에) 포함시키기를 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한국전 정전협정 체결의 당사자가 미북중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직접 ‘종전’을 거론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남북정상회담서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핵화도 빅딜이 성사될 수 있는 지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서 언론사 사장단과 가진 오찬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며 “(남북미 간)비핵화서 개념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핵화는 우리 정부와 미국이 끊임없이 북한에 요구해오던 사안이다. 한반도가 비핵화되지 않는 이상 한반도 평화 체제는 물론 남북 관계 진전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비핵화가 남북정상회담 선언문에 구체적인 문구로 담길지는 미지수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5월 말 내지는 6월 초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의 길잡이 성격이 강하다. 기본적으로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보여준 뒤 북미정상회담서 구체적으로 성문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거론할 가능성이 높은 ‘체제안전 보장’ ‘대북 군사적 위협 해소’ 등을 우리 측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남북정상회담 선언문에는 북미 간 비핵화 논의에 밑바탕이 되도록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남북이 이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원칙적 수준’의 합의가 담길 가능성이 높다.

임 위원장은 최근 브리핑서 “제일 중요한 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남북 정상이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느냐”라며 “북미 간에도 제일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핵 폐기 의지를 확인하고, 북한이 그것에 대한 상응하는 조치로 요구하는 내용들을 미국이 또 보장해줄 것인지 여부”라고 말한 바 있다.


모두 사는
윈윈 전략

외신도 한반도 비핵화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만남을 기점으로 비핵화와 관련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지난 18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일본 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으로, 한·미·일은 북한에 2020년까지 핵개발 계획을 전면 폐기하라고 요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는 약 2년여의 목표 기한을 설정함으로써 북한에 비핵화를 압박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과거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로 경제 원조를 받은 후 입장을 바꿔 핵개발을 재추진하는 방식의 행동을 반복해왔다. 
 

최근까지도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로 제재 해제와 경제 원조 등의 대가를 요구하는 단계적 방식의 비핵화를 원해왔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 변화에 대비해 비핵화 기한을 비교적 짧은 2년으로 설정, 단숨에 북한을 압박할 계획인 것으로 읽힌다.

북한 측은 이미 체제안전 보장이라는 빅딜 카드를 제시한 상태다.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말한 김 위원장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이라고 전제했다. 

즉, 북한의 체제보장과, 북핵 포기를 등가교환하겠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또 “북미 대화의 의제로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의 정도가 어디까지인지는 미지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는 이달 초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에게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여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달렸다는 점을 알렸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의 방북 결과에 대해 지난 18일(현지시각)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서 “진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 감축, 또 북한의 재래식 무기 축소와 핵 위협의 궁극적 중단 문제 등을 논의하고, 평화협정까지도 체결할 용의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체제안전’은 주한미군 철수?
미북 ‘ICBM 포기’ 빅딜 전망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가 김 위원장과 만나 어떤 내용을 협의했는지는 폼페이오 청문회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청문회서 폼페이오는 “(김정은은) 체제안전을 약속하는 종잇조각 보증서 그 이상의 것을 원한다”고 밝혔다. 즉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평화협정 체결이나 수교 등의 체제보장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북한이 주한미군 축소내지는 철수를 요구하고 나설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단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언론사 사장단과 오찬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거기에 대해서 주한미군 철수라든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조건을 제시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한미군 철수는 우리의 의지로 결정되는 부분이 아니기에 지속적으로 가능성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에서는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내놓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약속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시사 종합지 <애틀란틱>은 “트럼프의 전략은 ‘고 빅’ 아니면 ‘고 홈’이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요구에 회담장을 박차고 나서든지, 아니면 김 위원장의 요구를 들어주든지 양자택일을 할 것이란 뜻이다.

럭비공 트럼프
선물보따리는?

이 외에도 다수의 미국 언론이 두 지도자의 핵폐기와 주한미군 철수를 골자로 한 ‘빅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복스(Vox)>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기할 경우 북한의 핵폐기와 주한미군 철수, 한미 동맹 해체, 한일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거 등이 북미정상회담의 의제로 다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 조건으로 북한의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해당 언론은 “(ICBM 포기가) 트럼프의 귀에는 멋지게 들릴 것이나 한국과 일본에는 참사가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CNN은 칼럼을 통해 빅딜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조너선 크리스톨 세계정책연구소(WPI) 연구원은 칼럼서 “트럼프가 갈수록 참모진의 의견을 묵살하고, 제멋대로 정책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미정상회담서 참모진이 어떤 준비를 해도 트럼프가 회담장서 즉흥적으로 결정을 내리면 사전 준비는 아무 쓸모가 없다”며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은 당신이오. 당신이 주한미군을 철수하면 나도 핵무기를 폐기하겠소’라고 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북한 억류자 빅딜설

남북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미국인의 석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남북·북미정상회담의 상징적 의미로 북한에서 억류 중인 사람들을 송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은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 3명과 고현철씨를 포함한 탈북민 3명 등 총 6명이다. 

또 한국계 미국인 3명도 북한에 억류돼있다. 2015년 12월에 억류된 김동철씨는 노동교화형 10년을 받았다. 나머지 2명은 평양과학기술대 소속으로 2017년 4월과 5월 각각 억류된 김상덕(토니 김), 김학송씨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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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