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한반도 배치 시나리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8.21 10:31:18
  • 호수 11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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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위기설? 9월이 진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핵무장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완성하기 전 전술핵을 배치해 ‘공포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다. 앞서 핵무장론과의 차이라면 보수 진영뿐 아니라 진보 진영서도 이 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한반도에 핵미사일이 배치될 것인가.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북한은 미국령인 괌을 포위 사격하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0일 “북한 전략군은 미국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 중장거리전략탄미사일(IRBM) ‘화성-12호’의 괌 포위 사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사 즉시
전쟁 시작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장관은 북한의 괌 포위 사격 엄포 직후 “만약 (북한이) 미국을 향해 발사한다면 그것은 전쟁”이라고 발표했다.

고조되던 전쟁 분위기는 북한이 한발 물러나면서 진정 국면에 돌입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괌 포위 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자리서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며 “(미국이) 먼저 올바른 선택을 하고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올바른 선택’은 바로 한미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UFG는 이달 말에 예정된 상태다. 이번 훈련은 지난달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 이 때문에 이번 훈련에 미국 전략 자산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 가능성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도발 시나리오는 ‘화성-14형’ 미사일 추가 실험 발사다. 북한은 ICBM 완성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 남은 것은 섭씨 7000∼8000도의 고열을 견디는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 검증과 핵탄두 공중폭발 실험 등이다. 북한은 UFG 기간에 맞춰 ICBM 실험을 앞당겨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6차 핵실험 감행이다. 북한의 5차 핵실험 1주년이자 정권수립일인 9월9일 내지는 노동당 창건일인 10월10일에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

핵공학 박사인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ICBM에 탑재할 만큼의 소형 핵탄두를 만들기 위한 추가 실험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며 “한 번에 여러 핵폭탄을 연쇄적으로 터뜨리는 고강도 추가 핵실험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관측한 바 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다. 미국 CNN 방송은 이달 초 “미군이 매우 특이하고 전례 없는 수준의 북한 잠수함 활동과 추가 미사일 사출시험의 증거를 감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북한은 UFG 기간 중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서 SLBM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바 있다.

도발 임박
미사일 쏘나?

한미 양국은 UFG 연습 규모를 조정하거나 연기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정례 브리핑서 “법적 정당성을 갖춘 한미연합훈련이 북한의 ICBM 도발, 핵 실험 등과 동등한 선상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른바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동시에 하자는 뜻)’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미북 갈등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YTN이 의뢰해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이 지난 14∼15일까지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을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불안하다’는 응답자가 13.6%, ‘불안한 편’이라는 응답자는 51.2%로 총 64.8%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불안하지 않다’는 응답은 34.6%였다.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6명은 북한 도발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전술핵을 배치하거나 핵잠수함을 들여와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필요하다’는 답변이 68.4%였던 반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응답자는 27.2%에 그쳤다. 

응답자 중 약 70%가 전술핵 및 핵잠수함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5명 대상, 표본오차 3.1% 포인트, 신뢰수준 95%).

이에 보수 야당은 전술핵 배치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서 “지금 코리아패싱 문제가 등장했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있다”며 “평화는 구걸하는 게 아니고, 힘의 균형을 이룰 때 오는 것이다. 한미 동맹을 강화해 전술핵 배치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괌 포위사격 예고…갈등 최고조
한발 뺀 김정은, UFG 훈련 경고

한국당은 전술핵 배치를 당론으로 정하며 문재인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술핵 배치를 당론으로 채택해 추진키로 했다. 의원총회를 통해 이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 대변인은 “맨손으로 맞서 싸울 수 없다. ‘이에는 이’ ‘핵에는 핵’이다. 전술핵 배치는 명백히 북핵에 대한 억지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확신한다”라며 “대한민국 국민을 김정은정권의 핵노예가 되도록 놔둘 수는 없다. 늦었다고 생각 들 때가 가장 빠를 때”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보수 야당인 바른정당은 ‘핵공유’ 카드를 제시했다. 핵공유는 미국이 가진 핵무기를 함께 공유하는 것으로 평시에는 한반도에 핵을 배치해 놓지 않지만, 전쟁 징후로 데프콘(전투준비태세)이 상향되면 그때 미국에 있는 전술핵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전략이다. 평시든 전시든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 “(전술)핵 배치는 핵공유에 비해 리스크가 훨씬 크다”며 “남한에 핵이 배치되면 사드보다 더 심각한 중국의 제재가 부과될 것이고, 동시에 북한의 공격 타깃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핵에 대한 보복은 우리 영토에 핵을 배치하지 않아도 가질 수 있다”며 “가령 잠수함에 핵을 배치해 미사일로 쏠 수 있다. 한반도 인근 잠수함에서 쏘는 핵은 10분 만에 북한 영토에 떨어진다”고 부연했다. 

한반도 핵 배치에 대한 거부감을 덜면서도 북핵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데프콘 발동시
전술핵 배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대표적 국방전문가인 안규백 의원도 전술핵을 옵션 중 하나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TV조선>과 인터뷰서 “전술핵도 북핵 대응 옵션 중 하나로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북핵에 대한 억지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협상서 의제로 삼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전략통도 전술핵 배치를 제안했다.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은 자신의 SNS에 “전술핵 배치로 공격 능력에서 핵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며 “북한이 핵전쟁 수행이 가능한 절대무력을 구비한 조건서 우리도 방어가 아닌 공격서 핵으로 즉각 전천후 대응을 할 수 있는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박 전 비서관은 지난 대선 당시 문 캠프서 외교안보전략을 담당한 인사다.

박 전 비서관은 전술핵 배치가 사드 배치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한반도에 전술핵이 배치되면 사드는 필요 없게 되므로 중국과의 함께 북핵 억제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핵 균형이 확보되면 방어부분의 사드(THAAD)는 불필요하다. 중국이 북한으로 인해 미국의 핵 공격이 이뤄지면 북경을 비롯한 중국 정치 중심지역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냉정하게 상황을 지켜보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 전 비서관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즉각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4일 취재진들을 만나 “박 전 비서관의 주장은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9월9일 6차 핵실험 가능성 제기
“핵에는 핵” “균형 맞춰야” 확산

이는 박 전 비서관의 주장이 문재인정부의 대북 방침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후 가진 수석보좌관 회의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달성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대결이 아닌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현재의 엄중한 안보 상황을 극복해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정부는 전술핵 배치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훼손은 물론,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할 명분을 잃게 된다고 우려한다. 대선 TV토론 당시 문재인 후보는 “전술핵을 배치하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명분이 사라져 북한에 핵 폐기를 요구할 명분도 사라진다”며 “북핵에 대비하는 우리의 기존 대책은 미국 핵우산의 보호를 받는 것, 이른바 확장억제”라고 주장한 바 있다.

여당인 민주당도 전술핵 배치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한국당이 전술핵 배치를 당론으로 결정하자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정책조정회의서 “북핵 문제 해결의 정도는 굳건한 한미동맹이며 한국당의 전술핵 배치 주장은 지금의 한미동맹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실현가능성도 없고 안보불안만 가중시키는 주장에 불과하다”며 “보수층 지지를 얻어 보겠다고 한반도 안보를 갖고 도발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난했다.

보수 진영서도 전술핵 배치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바른정당 김영우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 “정치권의 전술핵 배치 논쟁은 넌센스다. 굳건한 한미공조와 공격무기 전진배치가 훨씬 똑똑한 안보전략”이라며 “우리끼리 백날 전술핵 배치를 얘기해봐야 그저 우리끼리 얘기”라고 지적했다.

문·민주당
비핵화 강조

한반도 긴장 상황은 북한정권수립일인 오는 9월9일까지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 전술핵 배치를 둘러싼 찬반론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매체인 <슈칸 겐다이>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9월9일 북한공습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의 매체들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술핵은 무엇?

전술핵은 전략핵과 구분된다. 전술핵은 실전에서 사용하기 수월한 핵체계로 전략핵보다 파괴력이 낮다. 그러나 사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략핵은 전략폭격기에서 투하하는 폭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탄두 등을 통해 주로 사용된다.

반면 전술핵은 폭격기 등에서 투하하는 형태는 물론, 미사일·어뢰 탄두, 병사가 메고 운반하는 핵배낭, 전차부대 공격을 저지하는 핵지뢰 등 다양하다.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할시 가장 유력한 무기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항공기서 투하하는 B61 핵폭탄인데, 이는 대표적인 전술핵무기 중 하나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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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