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한반도 배치 시나리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8.21 10:31:18
  • 호수 11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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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위기설? 9월이 진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핵무장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완성하기 전 전술핵을 배치해 ‘공포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다. 앞서 핵무장론과의 차이라면 보수 진영뿐 아니라 진보 진영서도 이 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한반도에 핵미사일이 배치될 것인가.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북한은 미국령인 괌을 포위 사격하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0일 “북한 전략군은 미국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 중장거리전략탄미사일(IRBM) ‘화성-12호’의 괌 포위 사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사 즉시
전쟁 시작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장관은 북한의 괌 포위 사격 엄포 직후 “만약 (북한이) 미국을 향해 발사한다면 그것은 전쟁”이라고 발표했다.

고조되던 전쟁 분위기는 북한이 한발 물러나면서 진정 국면에 돌입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괌 포위 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자리서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며 “(미국이) 먼저 올바른 선택을 하고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올바른 선택’은 바로 한미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UFG는 이달 말에 예정된 상태다. 이번 훈련은 지난달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 이 때문에 이번 훈련에 미국 전략 자산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 가능성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도발 시나리오는 ‘화성-14형’ 미사일 추가 실험 발사다. 북한은 ICBM 완성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 남은 것은 섭씨 7000∼8000도의 고열을 견디는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 검증과 핵탄두 공중폭발 실험 등이다. 북한은 UFG 기간에 맞춰 ICBM 실험을 앞당겨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6차 핵실험 감행이다. 북한의 5차 핵실험 1주년이자 정권수립일인 9월9일 내지는 노동당 창건일인 10월10일에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

핵공학 박사인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ICBM에 탑재할 만큼의 소형 핵탄두를 만들기 위한 추가 실험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며 “한 번에 여러 핵폭탄을 연쇄적으로 터뜨리는 고강도 추가 핵실험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관측한 바 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다. 미국 CNN 방송은 이달 초 “미군이 매우 특이하고 전례 없는 수준의 북한 잠수함 활동과 추가 미사일 사출시험의 증거를 감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북한은 UFG 기간 중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서 SLBM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바 있다.

도발 임박
미사일 쏘나?

한미 양국은 UFG 연습 규모를 조정하거나 연기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정례 브리핑서 “법적 정당성을 갖춘 한미연합훈련이 북한의 ICBM 도발, 핵 실험 등과 동등한 선상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른바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동시에 하자는 뜻)’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미북 갈등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YTN이 의뢰해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이 지난 14∼15일까지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을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불안하다’는 응답자가 13.6%, ‘불안한 편’이라는 응답자는 51.2%로 총 64.8%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불안하지 않다’는 응답은 34.6%였다.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6명은 북한 도발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전술핵을 배치하거나 핵잠수함을 들여와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필요하다’는 답변이 68.4%였던 반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응답자는 27.2%에 그쳤다. 

응답자 중 약 70%가 전술핵 및 핵잠수함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5명 대상, 표본오차 3.1% 포인트, 신뢰수준 95%).

이에 보수 야당은 전술핵 배치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서 “지금 코리아패싱 문제가 등장했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있다”며 “평화는 구걸하는 게 아니고, 힘의 균형을 이룰 때 오는 것이다. 한미 동맹을 강화해 전술핵 배치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괌 포위사격 예고…갈등 최고조
한발 뺀 김정은, UFG 훈련 경고

한국당은 전술핵 배치를 당론으로 정하며 문재인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술핵 배치를 당론으로 채택해 추진키로 했다. 의원총회를 통해 이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 대변인은 “맨손으로 맞서 싸울 수 없다. ‘이에는 이’ ‘핵에는 핵’이다. 전술핵 배치는 명백히 북핵에 대한 억지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확신한다”라며 “대한민국 국민을 김정은정권의 핵노예가 되도록 놔둘 수는 없다. 늦었다고 생각 들 때가 가장 빠를 때”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보수 야당인 바른정당은 ‘핵공유’ 카드를 제시했다. 핵공유는 미국이 가진 핵무기를 함께 공유하는 것으로 평시에는 한반도에 핵을 배치해 놓지 않지만, 전쟁 징후로 데프콘(전투준비태세)이 상향되면 그때 미국에 있는 전술핵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전략이다. 평시든 전시든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 “(전술)핵 배치는 핵공유에 비해 리스크가 훨씬 크다”며 “남한에 핵이 배치되면 사드보다 더 심각한 중국의 제재가 부과될 것이고, 동시에 북한의 공격 타깃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핵에 대한 보복은 우리 영토에 핵을 배치하지 않아도 가질 수 있다”며 “가령 잠수함에 핵을 배치해 미사일로 쏠 수 있다. 한반도 인근 잠수함에서 쏘는 핵은 10분 만에 북한 영토에 떨어진다”고 부연했다. 


한반도 핵 배치에 대한 거부감을 덜면서도 북핵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데프콘 발동시
전술핵 배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대표적 국방전문가인 안규백 의원도 전술핵을 옵션 중 하나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TV조선>과 인터뷰서 “전술핵도 북핵 대응 옵션 중 하나로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북핵에 대한 억지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협상서 의제로 삼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전략통도 전술핵 배치를 제안했다.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은 자신의 SNS에 “전술핵 배치로 공격 능력에서 핵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며 “북한이 핵전쟁 수행이 가능한 절대무력을 구비한 조건서 우리도 방어가 아닌 공격서 핵으로 즉각 전천후 대응을 할 수 있는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박 전 비서관은 지난 대선 당시 문 캠프서 외교안보전략을 담당한 인사다.


박 전 비서관은 전술핵 배치가 사드 배치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한반도에 전술핵이 배치되면 사드는 필요 없게 되므로 중국과의 함께 북핵 억제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핵 균형이 확보되면 방어부분의 사드(THAAD)는 불필요하다. 중국이 북한으로 인해 미국의 핵 공격이 이뤄지면 북경을 비롯한 중국 정치 중심지역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냉정하게 상황을 지켜보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 전 비서관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즉각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4일 취재진들을 만나 “박 전 비서관의 주장은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9월9일 6차 핵실험 가능성 제기
“핵에는 핵” “균형 맞춰야” 확산

이는 박 전 비서관의 주장이 문재인정부의 대북 방침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후 가진 수석보좌관 회의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달성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대결이 아닌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현재의 엄중한 안보 상황을 극복해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정부는 전술핵 배치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훼손은 물론,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할 명분을 잃게 된다고 우려한다. 대선 TV토론 당시 문재인 후보는 “전술핵을 배치하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명분이 사라져 북한에 핵 폐기를 요구할 명분도 사라진다”며 “북핵에 대비하는 우리의 기존 대책은 미국 핵우산의 보호를 받는 것, 이른바 확장억제”라고 주장한 바 있다.

여당인 민주당도 전술핵 배치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한국당이 전술핵 배치를 당론으로 결정하자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정책조정회의서 “북핵 문제 해결의 정도는 굳건한 한미동맹이며 한국당의 전술핵 배치 주장은 지금의 한미동맹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실현가능성도 없고 안보불안만 가중시키는 주장에 불과하다”며 “보수층 지지를 얻어 보겠다고 한반도 안보를 갖고 도발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난했다.

보수 진영서도 전술핵 배치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바른정당 김영우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 “정치권의 전술핵 배치 논쟁은 넌센스다. 굳건한 한미공조와 공격무기 전진배치가 훨씬 똑똑한 안보전략”이라며 “우리끼리 백날 전술핵 배치를 얘기해봐야 그저 우리끼리 얘기”라고 지적했다.

문·민주당
비핵화 강조

한반도 긴장 상황은 북한정권수립일인 오는 9월9일까지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 전술핵 배치를 둘러싼 찬반론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매체인 <슈칸 겐다이>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9월9일 북한공습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의 매체들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술핵은 무엇?

전술핵은 전략핵과 구분된다. 전술핵은 실전에서 사용하기 수월한 핵체계로 전략핵보다 파괴력이 낮다. 그러나 사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략핵은 전략폭격기에서 투하하는 폭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탄두 등을 통해 주로 사용된다.

반면 전술핵은 폭격기 등에서 투하하는 형태는 물론, 미사일·어뢰 탄두, 병사가 메고 운반하는 핵배낭, 전차부대 공격을 저지하는 핵지뢰 등 다양하다.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할시 가장 유력한 무기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항공기서 투하하는 B61 핵폭탄인데, 이는 대표적인 전술핵무기 중 하나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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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