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위기설' 다시 불붙은 북핵 막전막후

푸틴이 뛰니 김정은도 펄쩍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어렸을 때 크게 싸운 형제가 있다. 격렬한 싸움 끝에 형제는 결국 따로 살기로 마음먹고 수십년째 얼굴을 안 보고 살아왔다. 그렇게 오래 떨어져 살다 보니 서로에 대한 정은 사라진 모양이다. 현재 둘은 이해득실만 따지는 관계가 됐고, 옆집 사람들과 더욱 자주 어울리며 가끔은 서로를 비난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부유해진’ 형 쪽에서 동생한테 여러 차례 화해하자고 시도해봤지만, 자존심만 남은 ‘가난한’ 동생 쪽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심지어 몇 년 전부터 동생은 총을 만들어 형을 위협하려 한다. 한국과 북한의 이야기다.

1980년 대생과 1990년 대생의 어렸을 적 소원은 언제나 통일이었다. 국가 차원에서 장려한 통일 노래 ‘우리의 소원’은 이들의 머릿속에 아직도 또렷이 박혀있다. 자연스럽게 소원을 ‘강요받게’ 되었고, 언젠가 꼭 그 꿈이 이뤄질 줄만 알았다. 

좋은 기억도
잠시 잠깐

당시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통일은 꼭 해야 한다고 가르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새로운 세대에게 통일의 중요성을 알려주지 않는다면 이대로 분단 상태가 굳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분단된 지 이제 60년째. 어른들은 이산가족이 없고, 북한 사람들을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한 밀레니얼 세대들이 북한을 점점 ‘남’으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의 걱정은 지금 현실이 됐다. 현재 2030세대는 어릴적 노래 구절과는 달리 통일을 ‘우리의 소원’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은 전체 국민의 44.6%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통일에 대한 인식은 전체 연령대 중에 가장 좋지 못했다.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강한 부정을 나타낸 약 30%의 여론층에서 20대는 42.9%를, 30대는 34.6%를 차지했다. 강한 부정 여론의 약 77.5%가 밀레니얼 세대였던 것이다.

통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점점 낮아지는 통일 부정 여론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그중 가장 설득력 있게 분석한 이유는 ‘좋은 기억’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이다.

북한 사람들을 우리의 형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현재의 기성세대들과는 달리, 밀레니얼 세대들은 북한을 전쟁 위험을 초래하는 ‘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같은 연구에서 통일평화연구원 측은 세대별로 북한 핵연구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바 있다. 여기서 2030세대는 북한 핵에 대해 위협을 느끼냐는 질문에 75% 이상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북한 핵 뉴스만 60년간 들어
통일 싫은 요즘 세대 시큰둥

이 역시 평균치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좋은 기억’도 ‘나쁜 기억’도 없는 사실상 백지 상태의 2030세대들이 통일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취하는 요인은 ‘북한 핵’ 때문이라는 것이 여론조사 기관의 의견이었다.


이들이 자라오면서 북한을 겪을 창구는 뉴스밖에 없었고, 뉴스에는 항상 핵무기 위협 관련 소식들이 보도됐다. 언제부터 핵이 북한 관련 뉴스를 지배하기 시작했을까.

사실 북한 핵개발의 역사는 오래된 것이다. 북한은 한국전쟁이 끝나자마자 핵무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한국전쟁당시 미국이 가한 핵무기 위협에 시달린 북한은 1960년대 영변 원자력 연구소를 설립하며 핵무기 개발의 초석을 깔았다.

북한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1970년대를 지나 1980년 7월 비로소 영변에 실험용 원자로를 착공한 후 실질적인 연구를 진행하기에 이른다.

이런 움직임이 세간에 알려지자 국제기구는 북한의 핵개발 억제에 서서히 시동을 건다. 북한은 영변 원자로가 무기 개발용이 아니라며 한사코 둘러댔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1985년 12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다.

6년 뒤인 1991년 남북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에 합의하며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할 뜻이 없음을 재차 알렸다.

안심하고 있던 한국과 세계 국제기구가 뒤통수를 맞은 건 1994년의 일이다. 북한이 원자력기구(IAEA)에 탈퇴선언문을 제출한 것이다.

이때를 일컬어 ‘제 1차 북핵 위기’라 부른다. 원자력기구 탈퇴로 지금까지 원자력에 대한 연구와 핵기술을 무기화하는 데 사용하겠다는 뜻을 세계에 내비친 것이며 미국은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북한에 파견했다.

카터 전 대통령이 이끌어낸 결과는 ‘제네바 합의’였다. 합의의 주요 골자는 미국이 북한에게 자원을 지원하는 대신 북한은 핵시설을 동결 및 해체한다는 것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때부터 북한이 핵무기를 다르게 인식했다고 평가한다.

그동안 핵을 자국의 안보를 위한 ‘방어수단’으로 인식해왔지만, 이때부터 돈으로 바꿔 먹을 수 있는 ‘돈벌이’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북한학을 전공한 한 교수는 실제로 북한은 이때를 기점으로 핵을 외교용 협상카드로 활용해왔다고 전했다. 학계에서는 이를 ‘외교 목적설’이라 부른다.

상당히 높은 
수준 완성도

제네바 합의 당시 합의한 자원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북한은 곧바로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2002년 제네바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경고했다.


곧이어 핵동결 해제를 발표하고 핵확산 금지조약까지 탈퇴하기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때를 ‘제 2차 북핵 위기’라고 부른다.

이후 북한은 2005년 핵무기 보유를 공식 선언했고, 미사일 발사와 ‘제1차 핵실험’을 연달아 진행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북한은 자국이 폭탄을 만들었고, 이를 배달할 미사일까지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사활을 걸고 만들 의지가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국제기구는 다시 한 번 북한과의 협상을 진행한다.

2007년 2월 중국·북한·러시아·미국·한국·일본이 참여한 6자 회담에서 자원 지원을 다시 재개하고, 핵시설 폐쇄와 불능화, 핵사찰 수용을 하기로 합의했다. 합의 후 북한은 영변 원자로를 폐쇄하고 냉각탑을 폭파한 후, 핵 관련 3가지 시설의 10가지 불능화를 실시했다. 

최초로 실질적인 북한의 핵 불능화가 실행됐던 6자 회담이 삐걱거리기 시작한건 불과 1년이 지난 2008년이었다.

한국은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했고, 미국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세계의 대북 기조가 상당히 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6자 회담에서 합의했던 사항들이 바뀐 정권하에서 모두 무산됐다.


이에 북한은 곧바로 2009년 ‘제2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후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신고에 관한 진실공방이 수차례 오가던 중 2011년 12월, 핵개발의 최고 책임자인 김정일이 사망했다. 그의 사망후 북핵 논의는 어지러운 형국을 맞았다.

이때 여론에서는 혹시나 상황이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오히려 더욱 빨리 핵 개발이 완성될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했다. 새로운 리더로 등장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기대하는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핵무기 완성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이번엔
진짜다?

핵개발은 둘째 치고, 김 위원장은 로켓 개발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연구까지 진행했다.

2013년 은하 로켓 발사 후 ‘제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3년 뒤인 2016년에는 ‘4차 핵실험’과 ICBM의 개발이 완료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핵 전문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북한의 핵폭탄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갖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그러나, ICBM과 기타 미사일 및 로켓의 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수십년간 연구가 진행된 핵폭탄은 이미 완성됐지만, 이를 배달할 미사일 기술은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 지금 학계의 정설이다.

핵무기 개발 의지를 다진 후로 약 60년에 걸쳐, 북한 핵무기는 완성됐다. 그동안 젊은 세대는 지겹도록 북핵 관련 뉴스를 들어왔고, 이는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견인했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수차례 제약을 걸고 실제로 핵무기 불능화 단계까지 시도했지만, 어지러운 세계 정세를 틈타 북한은 결국 최종 목표까지 도달했다. 북한 입장에서 남은 과제는 핵폭탄을 정확히 실어나를 미사일 개발뿐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북한 마음대로 된 것은 아니었다. 핵무기를 얻기까지 북한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국제 제재를 받으며 고사 직전까지 몰려갔고, 이를 극복하지 못한 북한은 현재 사상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다.

북한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를 정확히 인식해야만 한다. 그간의 역사를 볼 때,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북한은 자국의 안보를 위해 핵무기를 개발했고, 2000년대부터 이에 대한 국제기구의 제재가 시작되자 이를 외교협상카드로 활용했다.

2008년 6자 회담이 최종 결렬되면서 북한은 핵을 외교협상카드를 넘어 국가 전체의 숙원으로 인식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2008년 이전까지는 북한이 핵을 협상용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이를 달리 해석한다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라며 “북한이 자신들의 안보가 보장되고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6자 회담 결렬로 설득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안보로 시작해 돈벌이로 전락
‘강대강’ 윤석열 정부 선택은?

과거에 북한이 핵을 엿바꿔 먹는 고철덩어리로 활용해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6자 회담 결렬을 기점으로 그 인식이 국가 차원의 정통성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북한은 최선을 다해서 핵을 개발한 나라고 정권의 정통성과도 연관있을 만큼 핵무기에 대한 인식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진지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박교수는 요즘 세간에서 화제 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핵과 북한 핵 포기에 대한 연관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994년 비핵화 선언을 하고 핵무기 전체를 파기하는 대신 세계로부터 안보에 대한 보장을 약속받은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면서 이때 했던 약속은 무참히 깨지게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북한이 핵에 더욱 집착하게 될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러나 박 교수는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했을 당시와 지금 한반도에 처한 핵 위협은 많은 차이가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핵을 개발한 적이 없다. 소련에 소속됐을 당시 핵을 일방적으로 ‘배치’받았을 뿐이며 이를 관리할 능력도, 여건도 되지 않는 나라였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북한은 핵을 직접 개발한 나라고 이를 관리하고 미사일까지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북한의 핵무기 포기와 한반도 전쟁 위기설과 엮어 생각하는 것은 많은 무리가 있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을 결심한 상태고, 우크라이나 사태는 이에 대한 명분을 하나 더 만들어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반도 위협에 큰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비호 아래에 있는 북한을 한국과 국제기구가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현재 없다. 어수선한 국제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의지는 점점 확고해지고 있으며, 그 기술도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다만 한국이 할 수 있는 방법은 같은 제재를 똑같이 이어나가는 ‘외교법’이나 전술핵 재배치, 사드 추가 배치 등 ‘군사 대응법’이 있다.

차기 대통령으로 취임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자의 방법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특히 그가 유심히 검토 중인 사항은 사드 추가 배치다.

기존 경북 성주군에 배치된 주한미군 사드는 서울과 수도권까지 커버하지 못하기 때문에 충청도나 경기도 강원도 등 수도권을 커버할 수 있는 지역에 추가로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일요시사>는 북핵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다수의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들이 입을 모아 내놓은 답변은 “해법이 없다”였다.

전문가들도
해법 없다”

그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핵을 막으려 노력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고, 이들은 북핵 해결의 정답은 학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오래된 숙제는 이제 윤 당선인에게 넘어갔다. 이미 대선운동 과정에서 ‘강대강’ 기조로 접근할 것을 공언한 윤 당선인이 핵문제를 해결할 첫 번째 대통령이 될지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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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