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 김정은’의 두 번째 카드

간 빼주고 쓸개까지 내줄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북미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제 곧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하게 된다. 북미정상회담은 6월쯤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회담이 3∼4주 이내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정상회담은 5월에 개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판문점 선언 당시 핵 동결을 선언했던 김 위원장이 완전한 핵 폐기로까지 입장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대한 북한의 카드로 주한미군 철수 혹은 축소가 꼽히기도 했다.
 

북미정상회담의 분위기는 아직까지 좋은 상황이다. 김 위원장의 적극적인 의사 개진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 성사에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김 위원장과 위협적 언사로 국제사회를 긴장시켰다. 일각에서는 전쟁 가능성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풍계리 폐쇄
비핵화 의지

그러나 김 위원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남북관계의 개선 등을 공표하며 반전의 단초를 제공했다. 김 위원장은 화해와 통일을 언급하며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선언했고,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기류가 흐를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북미관계도 마찬가지였다.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핵 동결선언의 연장선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주요 관계자 및 언론인들에게 폐쇄 장면을 공개하기로 약속했다. 

이는 국제사회에 핵 폐기 의지를 보여주고, 홍보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2008년 6월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를 해외 언론에 공개한 전력이 있다.

동시에 핵 실험장과 관련된 그간의 불신을 종식시키려는 것으로 보여진다.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 문제가 대두됐을 당시 그 실효성에 대해 반문하는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풍계리 핵 실험장의 수명이 이미 다했다는 것이었다.

풍계리 핵 실험장은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최적의 핵실험 장소로 평가받는 곳이다. 해발 2205m의 만탑산을 비롯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대부분 단단한 화강암으로 암반이 자리잡고 있다. 이로 인해 방사성 물질의 유출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풍계리는 6차례의 핵실험까지 치르면서 지반 붕괴 조짐이 가시적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총 6차례 핵실험을 진행했다. 2009년 5월과 2013년 2월, 2016년 1월과 9월, 그리고 지난해 9월3일을 마지막으로 핵 실험은 중단된 상태다.  함경북도 길주군 출신 탈북자들의 증언은 지반 붕괴설에 힘을 실어준다. 

탈북자들은 “나무를 심으면 대부분이 죽고, 우물이 말랐다”며 “기형아가 출생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북한은 핵실험을 할 때마다 “방사능 누출이 전혀 없었고 주변 생태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살펴볼 때 지반 붕괴 등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만큼 폐쇄의 실효성이 높겠느냐는 것이었다.

비핵화 구체안 북미회담서
완전한 폐기? 조건부 철회?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지난달 29일 춘추관 브리핑서 김 위원장의 입장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 못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시설보다 더 큰 두 개의 갱도가 더 있고 아주 건재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 1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4월30일(현지시각)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아직 지하 핵실험을 언제라도 실시할 수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38노스>의 프랭그 파비안과 잭 류 연구원 등은 이날 사이트에 풍계리 핵실험장에 관련된 글을 게재했다. 이들은 “여전히 지하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에 억류돼있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출소시켰다. 지난 2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이들은 4월 초 노동교화소서 출소해 평양 인근의 한 호텔서 필요한 의료 처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상 교육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은 김동철 목사와 김학성씨, 김상덕씨다. 김 목사는 지난 2015년 스파이 혐의로 북한에 억류된 뒤 10여년간 강제 노동에 투입됐다. 김학성씨와 김상덕씨는 지난해 적대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억류됐다. 

이들은 평양과학기술대학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웜비어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 대학생 웜비어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지난해 6월 석방됐다. 무의식 상태로 미국에 돌아온 그는 6일 만에 숨졌다. 웜비어 부모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공식 성명을 내고 북한과 김정은 정권을 비난했다. 

이들은 자신의 아들이 정치적 이유로 감금됐고, 잔악하게 취급했다고 주장했다.

적극적 자세
회담성사 단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호의적인 제스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CVID 기조는 잃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CVID란 완전하고(Complete) 검증가능하며(Verifiable) 불가역적인(Irreversible) 핵 폐기(Dismantlement)를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핵 폐기가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핵심이라 여기는 모양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 장관의 발언서도 확인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극비리에 방북해 김 위원장과 만났을 당시 CVID의 방법론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했다”며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진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일(현지시각) 국무장관에 취임하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CVID’대신 ‘PVID’라는 새로운 표현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우리는 북한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을 영구적이고(Permanent) 검증 가능하며(Verifiable)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방식으로 폐기(Dismantling) 하도록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그가 PVID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쓴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CVID보다 더 강력한 의미라는 시각도 있지만 단순히 표현을 조금 바꾼 것일 수도 있다는 입장도 있다. CVID나 PVID는 북핵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는 서로 일치하고, 표현만 달리한 것이어서 크게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북핵과 관련한 의제는 북미정상회담에 분명히 오를 것으로 점쳐지지만 완전한 핵 폐기라는 결론으로 수렴될지에 대해서는 상반되는 시각이 다분하다. 완전한 핵 폐기와 관련해 두 정상이 테이블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일지에 대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최근 완전한 핵 폐기와 관련해 주한미군의 철수 혹은 축소 발언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대해 철수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논란은 남북정상회담 전후에도 있었지만 잔잔한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의 ‘주한미군 발언’으로 논란이 확산됐다.

일단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쓰기엔 제약 

문 특보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진 뒤 “평화협정 체결 시 주한미군 주둔 정당화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문 특보는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하려면 보수진영이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큰 정치적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의 발언은 국내에 파장을 야기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곧 바로 문 특보의 발언에 입장을 밝혔다. 한국당은 “주한미군 철수가 청와대의 입장이 아니라면 문정인 특보를 즉각 파면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 특보의 발언이 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문 대통령은 직접 나서며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로,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문 특보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의 중심에 서자 지난 3일(현지시각) “주한미군 철수를 얘기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평화협정 체결과 북한의 비핵화 그리고 북미 간 국교가 정상화되면 자연히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하느냐 마느냐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그런 논의에 대해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화협정 이후에도 동북아의 전략적 안정과 국내의 정치적 안정을 위해 주한미군의 지속적 주둔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군 철수
장애물 있어

마크 내퍼 미국 대사 대리는 주한미군 문제는 북미정상회담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일 KBS와의 인터뷰서 “북미정상회담의 가장 핵심적인 의제는 비핵화 검증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상회담 준비에 가장 힘을 쏟는 것 역시 북핵 검증의 틀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주한 미군 철수 논란에 대해서는 “그것은 북한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주한미군의 주둔에 대한 모든 결정은 한미동맹서 결정될 문제”라고 못 박았다.

주한미군은 한반도 내 전쟁의 위협을 차단한다는 의미를 지니지만 더 나아가 미국의 동북아 안보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한국에 병력을 주둔시켜 패권국으로 평가받고 있는 중국과 힘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따라서 미국이 평화협정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후에도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으로 연일 맞서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서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대만 등 주변국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영국, 호주 등과 함께 항행의 자유를 내세우며 중국과 대립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남중국해 인공섬에 미사일을 배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CNBC 방송은 지난 2일(현지시각) 중국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의 인공섬에 방어용 미사일을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다음날 백악관은 중국의 미사일 배치를 두고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경고했다. 

세라 허커비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열린 정례 브리핑서 “우리는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단기적, 장기적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 역시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중국의 인공섬 군사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왔다”며 입장을 밝혔다.
 

주한미군 철수는 주일미군의 확장이라는 풍선효과를 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한반도 내 미군이 철수한다면 미일 동맹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나 동북아 안보가 중국과 얽혀있는 상황서 주한미군의 철수는 상당한 변곡점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미군 철수에 불안을 느낀 일본이 군비를 확장한다면 동북아 안보 정세는 더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힘의 균형을 깨트리고 싶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주둔은 김 위원장 선대의 유훈이라는 측면도 존재한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비핵화만 선대의 유훈이 아니라 주한미군 주둔 역시 선대의 유훈”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당시 김일성 주석이 노동당 국제비서 김용순을 미국 뉴욕으로 보내 미 국무부 차관 아놀드 캔터를 만나게 했다”며 “그 자리서 북한은 ‘북미 수교만 해 주면 앞으로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한 ‘주한미군의 위상과 역할은 바뀌어야 되겠지만 통일 후에도 남쪽 또는 조선반도에 머무를 수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장관은 “그 얘기를 2000년 6월14일 김정일 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과 만날 때 되풀이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냉전이 끝나고 난 뒤 미군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냉전 시대의 미국은 북한을 견제하고 위협하는 역할을 했었지만 냉전이 끝나고 난 뒤에 미군을 보니 요동칠 수 있는 동북아 질서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또 “김 위원장은 ‘앞으로 우리 남북이 손잡고 미군을 활용한다고 그럴까. 미군이 있는 조건 하에서 남과 북이 왕래하고 교류하고 협력해도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국내외 요소
얽히고설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반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는 국내외적 요소가 얽히고설켜 단언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이 완전한 핵 폐기의 조건으로 주한미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면 북미정상회담은 애초에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이 문제가 제기됐다 하더라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김 위원장을 찾았을 때 의견을 조율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주한미군 문제는 북미정상회담 이후에 지켜봐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존재감 안간힘 중국의 노림수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김 위원장을 만나 담화를 나눴다고 지난 4일 보도했다. 

다만 김 위원장과 왕 부장 간 대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김 위원장에게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과 획기적인 ‘판문점 선언’에 대해 지지와 축하의 뜻을 전한다”며 “중국은 한반도 종전과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존재감을 드러내 ‘중국 배제론’을 불식시키겠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왕이 부장은 지난 달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이라며 “이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발언하는 등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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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부-방시혁 ‘밀월설’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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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