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 김정은’의 두 번째 카드

간 빼주고 쓸개까지 내줄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북미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제 곧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하게 된다. 북미정상회담은 6월쯤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회담이 3∼4주 이내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정상회담은 5월에 개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판문점 선언 당시 핵 동결을 선언했던 김 위원장이 완전한 핵 폐기로까지 입장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대한 북한의 카드로 주한미군 철수 혹은 축소가 꼽히기도 했다.
 

북미정상회담의 분위기는 아직까지 좋은 상황이다. 김 위원장의 적극적인 의사 개진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 성사에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김 위원장과 위협적 언사로 국제사회를 긴장시켰다. 일각에서는 전쟁 가능성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풍계리 폐쇄
비핵화 의지

그러나 김 위원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남북관계의 개선 등을 공표하며 반전의 단초를 제공했다. 김 위원장은 화해와 통일을 언급하며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선언했고,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기류가 흐를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북미관계도 마찬가지였다.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핵 동결선언의 연장선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주요 관계자 및 언론인들에게 폐쇄 장면을 공개하기로 약속했다. 

이는 국제사회에 핵 폐기 의지를 보여주고, 홍보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2008년 6월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를 해외 언론에 공개한 전력이 있다.


동시에 핵 실험장과 관련된 그간의 불신을 종식시키려는 것으로 보여진다.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 문제가 대두됐을 당시 그 실효성에 대해 반문하는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풍계리 핵 실험장의 수명이 이미 다했다는 것이었다.

풍계리 핵 실험장은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최적의 핵실험 장소로 평가받는 곳이다. 해발 2205m의 만탑산을 비롯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대부분 단단한 화강암으로 암반이 자리잡고 있다. 이로 인해 방사성 물질의 유출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풍계리는 6차례의 핵실험까지 치르면서 지반 붕괴 조짐이 가시적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총 6차례 핵실험을 진행했다. 2009년 5월과 2013년 2월, 2016년 1월과 9월, 그리고 지난해 9월3일을 마지막으로 핵 실험은 중단된 상태다.  함경북도 길주군 출신 탈북자들의 증언은 지반 붕괴설에 힘을 실어준다. 

탈북자들은 “나무를 심으면 대부분이 죽고, 우물이 말랐다”며 “기형아가 출생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북한은 핵실험을 할 때마다 “방사능 누출이 전혀 없었고 주변 생태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살펴볼 때 지반 붕괴 등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만큼 폐쇄의 실효성이 높겠느냐는 것이었다.

비핵화 구체안 북미회담서
완전한 폐기? 조건부 철회?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지난달 29일 춘추관 브리핑서 김 위원장의 입장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 못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시설보다 더 큰 두 개의 갱도가 더 있고 아주 건재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 1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4월30일(현지시각)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아직 지하 핵실험을 언제라도 실시할 수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38노스>의 프랭그 파비안과 잭 류 연구원 등은 이날 사이트에 풍계리 핵실험장에 관련된 글을 게재했다. 이들은 “여전히 지하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에 억류돼있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출소시켰다. 지난 2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이들은 4월 초 노동교화소서 출소해 평양 인근의 한 호텔서 필요한 의료 처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상 교육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은 김동철 목사와 김학성씨, 김상덕씨다. 김 목사는 지난 2015년 스파이 혐의로 북한에 억류된 뒤 10여년간 강제 노동에 투입됐다. 김학성씨와 김상덕씨는 지난해 적대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억류됐다. 

이들은 평양과학기술대학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웜비어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 대학생 웜비어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지난해 6월 석방됐다. 무의식 상태로 미국에 돌아온 그는 6일 만에 숨졌다. 웜비어 부모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공식 성명을 내고 북한과 김정은 정권을 비난했다. 

이들은 자신의 아들이 정치적 이유로 감금됐고, 잔악하게 취급했다고 주장했다.

적극적 자세
회담성사 단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호의적인 제스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CVID 기조는 잃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CVID란 완전하고(Complete) 검증가능하며(Verifiable) 불가역적인(Irreversible) 핵 폐기(Dismantlement)를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핵 폐기가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핵심이라 여기는 모양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 장관의 발언서도 확인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극비리에 방북해 김 위원장과 만났을 당시 CVID의 방법론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했다”며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진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일(현지시각) 국무장관에 취임하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CVID’대신 ‘PVID’라는 새로운 표현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우리는 북한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을 영구적이고(Permanent) 검증 가능하며(Verifiable)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방식으로 폐기(Dismantling) 하도록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그가 PVID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쓴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CVID보다 더 강력한 의미라는 시각도 있지만 단순히 표현을 조금 바꾼 것일 수도 있다는 입장도 있다. CVID나 PVID는 북핵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는 서로 일치하고, 표현만 달리한 것이어서 크게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북핵과 관련한 의제는 북미정상회담에 분명히 오를 것으로 점쳐지지만 완전한 핵 폐기라는 결론으로 수렴될지에 대해서는 상반되는 시각이 다분하다. 완전한 핵 폐기와 관련해 두 정상이 테이블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일지에 대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최근 완전한 핵 폐기와 관련해 주한미군의 철수 혹은 축소 발언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대해 철수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논란은 남북정상회담 전후에도 있었지만 잔잔한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의 ‘주한미군 발언’으로 논란이 확산됐다.

일단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쓰기엔 제약 


문 특보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진 뒤 “평화협정 체결 시 주한미군 주둔 정당화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문 특보는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하려면 보수진영이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큰 정치적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의 발언은 국내에 파장을 야기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곧 바로 문 특보의 발언에 입장을 밝혔다. 한국당은 “주한미군 철수가 청와대의 입장이 아니라면 문정인 특보를 즉각 파면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 특보의 발언이 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문 대통령은 직접 나서며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로,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문 특보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의 중심에 서자 지난 3일(현지시각) “주한미군 철수를 얘기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평화협정 체결과 북한의 비핵화 그리고 북미 간 국교가 정상화되면 자연히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하느냐 마느냐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그런 논의에 대해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화협정 이후에도 동북아의 전략적 안정과 국내의 정치적 안정을 위해 주한미군의 지속적 주둔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군 철수
장애물 있어

마크 내퍼 미국 대사 대리는 주한미군 문제는 북미정상회담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일 KBS와의 인터뷰서 “북미정상회담의 가장 핵심적인 의제는 비핵화 검증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상회담 준비에 가장 힘을 쏟는 것 역시 북핵 검증의 틀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주한 미군 철수 논란에 대해서는 “그것은 북한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주한미군의 주둔에 대한 모든 결정은 한미동맹서 결정될 문제”라고 못 박았다.

주한미군은 한반도 내 전쟁의 위협을 차단한다는 의미를 지니지만 더 나아가 미국의 동북아 안보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한국에 병력을 주둔시켜 패권국으로 평가받고 있는 중국과 힘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따라서 미국이 평화협정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후에도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으로 연일 맞서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서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대만 등 주변국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영국, 호주 등과 함께 항행의 자유를 내세우며 중국과 대립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남중국해 인공섬에 미사일을 배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CNBC 방송은 지난 2일(현지시각) 중국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의 인공섬에 방어용 미사일을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다음날 백악관은 중국의 미사일 배치를 두고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경고했다. 

세라 허커비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열린 정례 브리핑서 “우리는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단기적, 장기적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 역시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중국의 인공섬 군사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왔다”며 입장을 밝혔다.
 

주한미군 철수는 주일미군의 확장이라는 풍선효과를 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한반도 내 미군이 철수한다면 미일 동맹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나 동북아 안보가 중국과 얽혀있는 상황서 주한미군의 철수는 상당한 변곡점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미군 철수에 불안을 느낀 일본이 군비를 확장한다면 동북아 안보 정세는 더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힘의 균형을 깨트리고 싶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주둔은 김 위원장 선대의 유훈이라는 측면도 존재한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비핵화만 선대의 유훈이 아니라 주한미군 주둔 역시 선대의 유훈”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당시 김일성 주석이 노동당 국제비서 김용순을 미국 뉴욕으로 보내 미 국무부 차관 아놀드 캔터를 만나게 했다”며 “그 자리서 북한은 ‘북미 수교만 해 주면 앞으로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한 ‘주한미군의 위상과 역할은 바뀌어야 되겠지만 통일 후에도 남쪽 또는 조선반도에 머무를 수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장관은 “그 얘기를 2000년 6월14일 김정일 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과 만날 때 되풀이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냉전이 끝나고 난 뒤 미군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냉전 시대의 미국은 북한을 견제하고 위협하는 역할을 했었지만 냉전이 끝나고 난 뒤에 미군을 보니 요동칠 수 있는 동북아 질서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또 “김 위원장은 ‘앞으로 우리 남북이 손잡고 미군을 활용한다고 그럴까. 미군이 있는 조건 하에서 남과 북이 왕래하고 교류하고 협력해도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국내외 요소
얽히고설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반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는 국내외적 요소가 얽히고설켜 단언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이 완전한 핵 폐기의 조건으로 주한미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면 북미정상회담은 애초에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이 문제가 제기됐다 하더라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김 위원장을 찾았을 때 의견을 조율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주한미군 문제는 북미정상회담 이후에 지켜봐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존재감 안간힘 중국의 노림수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김 위원장을 만나 담화를 나눴다고 지난 4일 보도했다. 

다만 김 위원장과 왕 부장 간 대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김 위원장에게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과 획기적인 ‘판문점 선언’에 대해 지지와 축하의 뜻을 전한다”며 “중국은 한반도 종전과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존재감을 드러내 ‘중국 배제론’을 불식시키겠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왕이 부장은 지난 달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이라며 “이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발언하는 등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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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