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명 목줄’ 성남FC 후원금 대반전 스토리

와르르 무너진 ‘돌다리 협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장동도 변호사비도 아니었다. 성남FC에 발목이 잡혔다. 주변부부터 포위망을 좁혀가던 검찰은 이제 ‘윗선’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검찰의 창과 윗선의 방패가 부딪히는 상황에서 2장의 문서가 ‘스모킹건’으로 떠올랐다. 수년 전 실제 서명한 당사자가 ‘방어’의 목적으로 공개한 문서다.

‘성남시민프로축구단(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고발→경찰의 무혐의 처리→이의 신청→검찰 수사→경찰 재수사→기소 등 2018년 첫 문제 제기 이후 4년 동안 이어온 사건이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소환조사하겠다고 통보했다. 

4년 끌다가
마무리 단계

검찰은 이 대표와 관련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을 수사해왔다. 검찰이 전 방위로 수사망을 펼치면서 이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온 이래 줄곧 ‘윗선’으로 지목돼왔기 때문이다.

이미 주요 인물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과 쌍방울 그룹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된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이 대표가 검찰에 불려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이어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시기인 2014~2016년 6개 기업으로부터 160여억원의 후원금을 받고 민원을 해결해줬다는 내용이다.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은 두산건설, 네이버, 농협, 분당차병원, 알파돔시티, 현대백화점 등 6곳이다.


2018년 6월 바른미래당 성남적폐진상조사특위는 ‘제3자 뇌물제공 혐의’로 이 대표를 고발한 바 있다. 

이 고발 사건은 경기 분당경찰서에 3년3개월 동안 있다가 2021년 9월 ‘혐의 없음’으로 처리됐다. 대선을 6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하지만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하면서 사건이 급격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는 성남지청의 ‘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졌다.

재수사해야 한다는 수사팀의 의견을 박은정 당시 성남지청장이 묵살했다는 내용이다. 

결국 돌고 돌아 경기남부경찰청이 다시 수사한 끝에 전 두산건설 A 대표와 전 성남시 B 전략추진팀장이 불구속 기소됐다. A 전 대표는 뇌물 공여 혐의를, B 전 팀장은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2015년부터 성남시를 상대로 정자동 부지 용도변경 등과 관련해 청탁했고 그 대가로 성남FC에 2016~2018년 현금 50억원을 공여했다. 

2017년 10월 SNS 공개
지난해 3월 시 ‘부존재’

이들의 공소장에는 이 대표와 현재 구속 상태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이 공범으로 적시됐다. 경찰 수사는 여기서 그쳤다. 경찰은 두산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처리했다. 검찰은 이 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네이버, 분당차병원 등 다른 기업에 대한 수사에 돌입한 것. 

특히 네이버와 분당차병원이 두산건설에 이어 표적이 됐다. 검찰은 네이버의 제2사옥 건축허가와 39억원 후원금 사이의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당차병원은 옛 분당경찰서 부지 용도변경의 대가로 33억원의 후원금을 성남FC에 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두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상당 수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눈길이 가는 대목은 네이버의 성남FC 지원 방식이다. 네이버는 성남FC와 직접 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 ‘우회 지원’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했다. 네이버가 사단법인 희망살림에 후원금을 건네면, 해당 시민단체에서 성남FC에 광고비로 전달하는 식이다.

희망살림 대표를 지낸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과 이사를 맡았던 제윤경 전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2015년 5월 성남시와 네이버, 희망살림, 성남FC가 맺은 4자간 협약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기관과 단체, 기업 대표가 서명한 ‘4자간 협약서’가 일종의 ‘스모킹건’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남시에서 활동 중인 시민단체 성남공정포럼은 4자간 협약서가 이 대표의 제3자 뇌물죄를 드러내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2015년 5월19일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와 확대를 위한’ 협약식이 성남시청 상황실에서 열렸다. 이날 협약식에는 김진희 당시 네이버 I&S 대표, 이 대표(당시 성남시장), 곽선우 전 성남FC 대표이사, 제윤경 전 의원이 희망살림 상임이사 자격으로 참석해 4자간 협약서에 서명했다.

검찰이 겨눈
네이버·차병원

4자간 협약은 2017년 10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17년 10월20일 이 대표는 자신의 SNS(트위터)에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제기한 의혹을 반박하기 위한 ‘카드’로 4자간 협약서를 공개했다. 4자간 협약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에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을 4자간 협약서를 공개해 보여주려 한 것이다. 

이 대표가 SNS에 글을 올리기 하루 전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은 “네이버가 2015년과 2016년 시민단체 희망살림 측에 법인회비 명목으로 지원한 40억원 중 39억원이 ‘빚탕감 운동 사업비’ 명목으로 성남FC 유니폼의 로고 광고비로 쓰였다”며 “같은 기간 본연의 사업인 저소득층의 ‘부실 채권 매입’에는 겨우 1억4000만원만 썼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당시 ‘퇴출되어야 할 적폐세력 자한당…가랑잎도 배로 둔갑시키는 놀라운 기술’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자유한국당의 의혹 제기에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4자 협약)당시 언론은 후원광고 공익 기여를 조합한 훌륭한 사례로 대서특필했다”며 “자유한국당에 의해 갑자기 후원금 39억원을 빼돌린 부도덕한 행위로 왜곡됐다”고 비판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대표가 2017년 공개한 4자간 협약서에 대해 성남시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이다. 이 대표가 공개한 4자간 협약서 마지막 부분에는 ‘본 협약서는 4부를 작성해 서명한 후 각 1부씩 보관한다’는 내용이 기재돼있다. 실제 당시 협약식에 참여한 이들은 협약서를 들고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성남공정포럼은 지난해 3월 성남시에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확대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 행사를 위한 결재 문서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 행사에 대한 최종 결재권자 공식 신상정보 ▲성남시청 9층 상황실에서 열린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법적 근거자료 및 상황실 사용 관련 지침(규정) ▲성남FC·네이버·성남시·희망살림,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확대를 위한 4자간 협약서 등의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보관 안하고
대체 어디에?


성남시 지역경제과는 성남공정포럼에서 요청한 자료에 대해 ‘부존재’라고 답변했다. 정보 부존재 사유를 ‘공공기관이 청구된 정보를 생산·접수하지 않은 경우’라고 밝혔다.

성남시 지역경제과 담당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당시 정보공개청구에 주무부서로 우리(지역경제과)가 지정됐고, 확인 결과 요청 정보가 존재하지 않아 그렇게(부존재)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같은해 7월30일 성남시와 두산건설이 맺은 ‘정자동 두산계열사 사옥 신축/이전을 위한 성남시·두산건설 주식회사 협약서’를 공개한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일요시사>가 확인한 당시 협약서 말미에는 ‘양 기관은 본 협약을 보증하고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협약서 2부를 작성해 양 기관장의 서명 후 각각 1부씩 보관한다’고 명시돼있다.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와 현재 불구속 기소 상태인 당시 두산건설 A 대표가 서명했다.

성남공정포럼은 지난해 4월 앞서 요청했던 4자간 협약서 관련 정보공개 청구와 유사한 내용으로 두산건설과 성남시가 맺은 업무협약에 대해 자료를 요청했다. 업무협약 당시 내부 결재문서, 최종 결재권자, 법적 근거자료, 협약 문서 등이다.

성남시 정책기획과는 당시 협약의 최종 결재권자가 ‘이재명 시장’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업무협약 체결의 법적 근거자료에 대해서는 ‘업무협약은 법적 효력은 없으나 상호기관 간 이행 약속’이라고 답했다. 


성남공정포럼은 4자간 협약의 효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협약서에 서명한 주체의 대표성 문제부터 협약 내용 이행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게 없다고 주장했다. 성남공정포럼 관계자는 “협약서에 서명한 4명 가운데 2명이 대표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진희 전 네이버 I&S 대표와 제윤경 전 희망살림 상임이사다. 

김진희 전 대표의 경우 ‘김상헌 네이버 대표이사’ 대신 서명했다. 이 과정에서 위임장을 받는 등의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시에도 위임장은 존재하지 않았고 네이버 역시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상헌 대표이사에게 다른 일정이 있어 김진희 대표가 참석했다는 게 네이버의 입장이다.

시민단체 “효력 없는 문서”
이, 오는 10~12일 출두할 듯

제윤경 전 의원은 협약식에 참석할 당시 희망살림의 대표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협약식에는 기관이나 단체의 대표가 참석하는데 희망살림은 상임이사가 서명한 것이다. 해당 시기 희망살림 대표는 김재욱 목사로, 법인등기부등본 상에는 ‘이사 김재욱 외에는 대표권이 없음’이라고 대표권 제한 규정이 돼있다. 

협약 내용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협악서 제3조(협약 내용)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5~2016년 2년간 4회에 걸쳐 10억원씩 총 40억원의 ‘후원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됐다. 성남공정포럼이 문제 삼은 부분은 ‘후원금’이다. 실제 네이버는 법인회비 명목으로 희망살림에 40억원을 지급했다. 

유순덕 희망살림 상임이사는 앞서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네이버가 협약식 하루 전인 2015년 5월18일 희망살림의 법인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네이버는 법인회비 형식으로 10억원씩 40억원을 납부했다. 여기에 네이버 측은 세제혜택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박성중 의원의 문제 제기에 성남시는 “4자 협약을 맺음으로써 구단은 롤링주빌리(빚탕감 프로젝트) 문구를 유니폼 전면에 노출하며 공익캠페인 홍보, 기업은 사회공헌을 통한 이미지 제고와 세제혜택, 희망살림은 캠페인 홍보 극대화, 성남시는 행정지원 등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성남시 설명과 네이버의 행보에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성남공정포럼 관계자는 “4자간 협약서는 이 대표가 직접 공개한 문서다. 이 대표는 이 문서를 근거로 자유한국당의 의혹 제기를 잠재웠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협약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협약 내용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4자 협약서가 이 대표의 제3자 뇌물죄 혐의를 입증하는 ‘스모킹건’이 될 수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창과 방패
맞부딪히나

검찰의 소환조사 통보에 한 차례 불응 의사를 밝힌 이 대표는 이르면 오는 10~12일 사이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 측은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 대표 측이 1월 둘째 주 출석 의사를 타진하고 검찰에서 같은 달 10~12일 중 출석을 제안한 것.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가능한 시간을 확인 중”이라며 “출석하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아시면 되겠다”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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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