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게이트' 이재명 사생결단 승부수

일단 삼켰다 ‘약일까 독일까’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의혹이 날로 커진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택지개발 시행사인 화천대유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관련 있다며 의혹 제기를 통해 화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에 이 지사는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10년 성남시장에 취임하며 본격적인 지역 정치에 뛰어들었다. 성남시장 때부터 이 지사의 추진력은 유명했다. 결정한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내서다. 이후 경기도지사로 취임하고 난 뒤에도 거침없는 실행력은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현재는 여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이다. 

개발 특혜?
임기 성과?

이 지사는 시원시원한 일처리와 언행 덕에 ‘전투형 노무현’이라는 별명까지 가지고 있다. 성남시장 시절 추진했던 대장동 개발사업도 이 지사의 추진력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대장동은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조그만 도시로 성남에 있는 ‘노른자위’ 중 하나로 불린다. 당초 대장동 개발사업은 2005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공영개발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간회사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했다. 해당 발언으로 LH는 진행 중이던 개발사업 414개 중 138개 사업 철회를 검토했고, 대장동 개발사업도 함께 포함됐다. 이와 더불어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신영수 의원의 개입도 2010년에 민간개발로 전환된 계기 중 하나다. 


같은 해 이 지사가 성남시장에 취임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은 다시 활기를 띈다. 우선적으로 사업을 공영개발로 전환시켰지만 1조원이 넘는 투자자금을 조달하기란 쉽지 않았다. 

더욱이 성남시는 대규모 개발을 진행한 이력이 전무했다. 이런 탓에 성남시는 개발을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와 금융권, 화천대유와 계열사인 천화동인 1~7호 등으로 구성된 ‘성남의뜰’에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권을 줬다. 그 결과 성남시는 5500억원이 넘는 개발이익을 환수했다.

그러나 대장동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별다른 실적이 없고, 출자금도 5000만원에 불과한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라는 민간업체가 주주로 참여했다는 점이 의혹으로 떠올랐다.

국힘 화력 집중에 곧바로 반격
최대 위기 직면…정면돌파 시도

또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최소 7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개발 특혜 논란이 촉발됐다. 업체 소유자가 이 지사와의 관계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당시 업체와 협약을 주도한 인물은 이 지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본부장이다. 유 전 본부장은 당시 개발공사 실무 직원들이 해당 협약을 진행하면 민간에 이익을 몰아준다며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했으나 협약을 밀어붙였다고 전해진다. 

유 전 본부장은 수익 배당 구조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 기업실 소속 투자 사업팀장으로 근무한 정민용 변호사도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다. 정 변호사의 입사 시점이 개발사업자 선정을 4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는 컨소시엄 선정에 앞서 두 차례 평가 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정 변호사는 천하동인 4호(현 엔에스제이홀딩스)를 소유한 남욱 변호사의 대학 후배다. 당시 남 변호사는 출자금 8721만원으로 1000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핵심인물로 분류되는 인물 중 하나지만 미국으로 출국해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이는 정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 남 변호사가 서로 연결이 되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런 까닭에 유 전 본부장과 연결고리가 개발 인허가권자였던 이 지사에게까지 특혜 의혹이 번졌다.

진짜 주인?
공방 격화

지속적으로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 27일 검찰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조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엔에스제이홀딩스를 비롯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유 전 본부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 중이다. 

검찰은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이 지사가 핵심 인물들과의 관계, 이익 회수 과정 중 개입 여부를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는 100건이 넘는 녹취록도 함께 확보돼 녹음 파일 속 등장인물이 대거 소환될 가능성도 크다. 이 지사는 화천대유에 특혜를 제공했다며, 성남시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고발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게이트’로 규정하고, 총공세에 나섰다. 즉시 대장동 의혹 관련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특검을 거부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첫 번째 의심 대상자이자 범인”이라며 “특검을 받으시라, 그것만이 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특검을 반대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특검 준비와 활동 시기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대안으로 제시된 점은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제시한 합동수사본부 구성이다. 이 지사 역시 특검에는 반대하지만, 이 전 대표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다만 이 지사는 앞으로 지사직을 유지할 경우에 피감기관장 신분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한다. 이 지사가 오는 10일 결정되는 민주당 최종 대선후보로 선정된 직후 지사직을 사퇴하면 출석할 필요가 없다. 행안위와 국토위의 경기도 국감 날짜는 각각 오는 18일과 20일로 예정돼있다.

총력전
전면전

앞서 국민의힘이 국교위에 대장동 관련 증인 18명, 법제사법위원회에 17명, 행안위에 30명을 채택 요구했으나 민주당이 이를 거부 중이다. 이 지사 캠프는 즉각 반박했다.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수령한 점을 들며 ‘국민의힘 게이트’로 규정했다.


캠프 측은 국민의힘이 민간에 곳곳에 녹아든 토건 비리 네트워크와 어떻게 결합돼있는지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지사 캠프의 한 관계자는 “곽 의원이나 남욱 변호사 모두 국민의힘과 관계 있는 사람들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이 지사의 책임은 사람을 잘못 쓴 정도에 그친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캠프 측의 해명과 반박에도 야권의 공세가 거세자 결국 이 지사가 직접 등판했다. 의혹에 대해 정면 돌파를 택한 셈이다. 이 지사는 “단 1원이라도 부당한 이익을 취했으면 후보 사퇴하고 공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을 속인 죄를 물어 봉고파직(부정을 저지른 관리를 파면하고 관고를 봉하여 잠근다는 뜻)하도록 하겠다”며 국민의힘이 제시한 의혹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 전 본부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선을 긋는 모습이다. 당시 유 전 본부장은 직원을 관리하는 업무를 했고, 이후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공모해 선발과정을 거쳐 뽑았을 뿐이라는 것.

유 전 본부장이 사장으로 취임한 뒤에는 이 지사에게 예산편성을 요구했으나 지원해 주지 않아 사장직을 그만두고 인연을 끊다시피 한 사람이라고 해명했다.

고비 넘어야 대권 보인다
키맨들 입에 운명 달렸다


또 지난달 29일 개최된 개발이익 환수 법제화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개발이익 환수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개발이익 환수제는 국가가 인허가권을 가진 개발사업에서 생기는 불로소득을 100% 공공으로 환수하겠다는 게 골자다. 

대장동 논란으로 악화될 우려가 있는 민심을 만회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지사가 내세운 공약은 민간의 참여 유인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이 지사가 정면 돌파를 택했지만 검찰이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이 지사 캠프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유 전 본부장이 이 지사의 오랜 측근으로 분류됐던 만큼, 수사 방향과 상황에 따라 이 지사 쪽으로 의혹이 더 번질 수 있어서다. 특히 이 지사는 얼마 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를 경기도 관광공사 사장으로 지명했다가 ‘보은 인사’ 논란을 샀던 경험이 있다. 

현재까지는 이 지사가 확실하게 특정 인물과 명확한 증거가 나온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의혹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이 지사에게는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남은 대선 경선 일정 내내 ‘측근 챙기기 논란’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지시가 직접 뇌물이나 배임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자신이 관리해야 하는 인물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의 책임 소재가 어느 정도 있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지렛대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거버너로서의 이 지사 능력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지만 장점의 이면에는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그게 화천대유 특혜 의혹에서 터져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확실한 것은 측근 챙기기”라고 정의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장동 게이트 몸통은?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에 대한 의혹이 연일 터져 나오면서 정치권 인사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로부터 촉발된 의혹은 국민의힘까지 번졌다.

시작은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을 받으면서다.

해당 문제가 연일 도마에 오르자 곽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현재는 의원 제명까지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그 뿐만 아니다. 야권 대선주자 후보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의혹도 터져 나왔다.

윤 전 총장은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양새다. 

현재 대장동 게이트로 여야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명확한 결과가 드러나기 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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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도 ‘전권 부여’ 가능성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송 비대위원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차기 지도부를 집단지도체제로 구성할 것”이란 예상엔 여전히 힘을 실리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가 지난달 30일 끝났다. 이후 국민의힘은 지난 2일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새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송 비대위원장은 다음 달 중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끈다. 비대위원으로는 ▲4선 박덕흠 의원 ▲재선 조은희 의원 ▲초선 김대식 의원 ▲박진호 경기 김포갑 당협위원장 ▲홍형선 경기 화성갑 당협위원장이 내정됐다. 이들은 모두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로 구분된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반대했고, 공조수사본부의 윤 전 대통령 체포 시도 당시 저지 집회에 참석했다. 친윤 일색 새 비대위 지난 2일엔 대선후보 경선에도 출마했던 4선 중진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송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안 의원의 임명 사실을 밝혔다. 안 의원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코마(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의사 출신답게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일컬어 “악성 종양이 이미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여서 집도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자연 치유를 믿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메스를 들어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하겠다”며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위원회 구성은 송 비대위원장의 원내대표 출마 당시 공약이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3년 인요한 의원이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혁신위원회를 가동했던 적이 있다. 당시 혁신위는 다양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 등에 대한 징계안 취소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보좌관 신설 권고 등 혁신안 2개만이 실행됐다. 혁신위엔 의결권이 없다. 인요한 혁신위도 당 내외에서 “혁신위는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일 뿐”이란 말을 들은 위원 3명이 사퇴하는 홍역을 치렀다. 안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꼭 필요한 처방전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비대위에서 의결하지 않으면 휴짓조각으로 전락한다. 국민의힘이 김 전 비대위원장의 5대 개혁안을 무위로 돌린 게 불과 한 달여 전 일이다.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사람이 안 의원이란 것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친윤(친 윤석열)계도 아니고, 친한(친 한동훈)계도 아니다. 대선주자로서 독자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당내 세력이 부실하다. 지난해 12월7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1차 시도 당시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가운데 홀로 자리를 지키면서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이후 안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독자적 정치 행보를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찬성 견해를 꾸준히 유지했고, 지난 1월엔 국민의힘에서 유일하게 내란 특검법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됐던 지난 4월엔 국민의힘과의 관계는 물론, 자신과도 오랫동안 껄끄러운 관계였던 이준석 의원과 화해하고, AI와 미래에 대한 대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친윤계로선 안 의원의 혁신적이면서도 당내 충돌을 자제하는 성향과 이미지를 당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혁신위원장으로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안 의원에게 당내 세력이 전혀 없는 점도 매력적이었던 대목으로 해석된다. 어떤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전 혁신위원장이었던 인 의원은 친윤계 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안 혁신위원장 임명하고 권한 부여에 말끝 흐려 안 의원이 2회에 걸쳐 홀로 본회의장에 남아 국민의힘에 불리한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사실도 참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안 의원은 ‘의결권이 없는’ 혁신위원장이어야 한다. 현역 의원 20명 안팎으로 계보를 거느린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만 해도 친윤계로선 상대하기 까다롭다. 세가 없는 안 의원이 당시와 같은 ‘고집’을 부린다고 하더라도 당내 세력이 없어서 ‘제2의 한동훈’이 되긴 어렵다. 지난달 27일부터 김민석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와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반환을 요구하면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6일 동안 숙식 농성을 잇던 국민의힘 5선 나경원 의원은 묘한 견제구를 던졌다. 나 의원은 안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는 것”이라며 “기대도 있고,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라”는 말은 당내 다수인 친윤계의 요구 수렴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송 비대위원장조차도 안 의원과 혁신위에 권한을 부여할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당이 특위 형식 기구를 만들면, 당의 의사 결정 체계 내서 운영한 사례가 있다”며 “이를 고려해 혁신위를 운용할 것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최고 수준의 혁신 방안이 잘 마련되도록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당의 의사결정 체계 내’라는 것이다. “안 의원과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할 생각은 없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강하다. 이를 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께서 바라고 계신 혁신은 인적 청산”이라며, “당을 잘못 이끈 사람들에 대한 조치 등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걸 못하면, 혁신위는 결과적으로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등 혁신위의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봤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5대 개혁안 발표 당시에도 같은 당 조정훈 의원으로부터 “혁신위원장을 맡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롱을 당한 적이 있다. 결국 안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혁신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면서 전당대회 출마로 급선회했다. 그는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판단하고 비대위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과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원 인선을 놓고 갈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함만… 권한 없다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 설치 외에도 많은 구상을 밝혔다. 비대위 활동 방향으론 ▲당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혁신안 추진 ▲비판과 견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야당다운 야당으로 도약 ▲유능한 정책 전문 정당으로 발돋움 등을 제시했다. 또 정책 정당화를 위해 ▲반도체·AI 등 미래 첨단 산업 육성 ▲청년 자산 형성과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재기 지원 등 국민의힘이 추진할 3대 중점 정책도 밝혔다. 문제는 불과 한 달여 남짓 활동할 비대위임에도 너무 많은 구상을 밝혔단 것에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국민의힘의 정책연구소 여의도연구원이 전담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비대위가 소화하기엔 너무 거시적이고 분야도 넓다. 이렇게 되면 구상의 진정성조차 의심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차기 당권 구도와 관련해 “차기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로 구성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단 송 비대위원장은 이를 부정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누가 집단지도체제를 얘기했는지 모르겠다”며 “최소한 저는 얘기한 적 없고, 현 시점에서 바람직한지 의문이 많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의 힘을 모아 강한 정부·여당과 싸워야 하는 상황서 힘의 결집을 방해하는 이야기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는 친윤계 입장에선 매력적인 체제가 될 수도 있어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집단지도체제는 대표로 선출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가 최고위원을 맡아 함께 지도부에 입성하는 체제를 말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탈락한 후보들이 지도부서 배제되는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김문수 전 대선후보 ▲한동훈 전 대표 ▲안 의원 ▲나 의원이다. 이들 중 나 의원을 제외한 3명은 모두 윤 전 대통령 및 친윤계와 치열하게 다투거나 사이가 좋지 않다. 나 의원도 친윤계로 분류되지만, 전당대회 출마 및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위원장직 사퇴 여부를 놓고 윤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전력이 있다. 각자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과 지지층도 다르다. 따라서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돼 이들 모두가 지도부에 모이면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각에 따라선 “서로 싸우다가 죽으라”는 의도가 개입될 수도 있는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안 의원은 집단지도체제에 대해 “단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는 변종 히드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집단지도체제에서는 계파 간 밥그릇 싸움·진영 간 내홍·주도권 다툼을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협의와 조율이란 핑계로 시간만 허비하고 혁신은 실종되면서, 당이 다시 분열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지난달 27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친윤 중심 체제에 대한 이의 제기를 피하기 위한 생존 전략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쉼 없을 내부 투쟁 집단지도체제는 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 채택한다. 이오시프 스탈린·덩샤오핑·김일성 등 강력한 권위를 가진 독재자가 없는 상황에선 파벌별로 당 최고의 의사결정기구 정치국원들을 추천하고, 그들 중에서 당과 국가를 통치할 수장을 배출한다. 그러다 보니 내부 정치투쟁이 매우 극심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권한과 책임의 범위가 모호해서 개혁도 지지부진해진다. 김일성은 파벌을 모두 숙청한 후 1인 지배체제와 세습체제를 확고히 굳혔다. 중국에서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등 다른 파벌들을 몰아내고 자신의 휘하인 시자쥔으로만 정치국을 구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도 게오르기 말렌코프·라브렌티 베리야 등 경쟁 상대를 몰아내 권력 독점을 완수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정당사에서도 볼 수 있다.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에서 지난 2016년 발생한 ‘옥새 파동’이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김무성 전 대표가 대표직을 차지했고, 2위에 머물렀던 서청원 전 의원 등은 최고위원에 올랐다. 김 전 대표는 비박(비 박근혜)계였지만, 최고위원 중 상당수는 친박(친박근혜)계였다. 당시의 집단지도체제는 지난 2004년 총선 패배 후 소통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이로 인해 계파 갈등은 외부에도 격렬하게 표출될 정도로 극심해졌다.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엔 대부분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측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 장악력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곧 극심한 공천 갈등으로 이어졌다. 김 전 대표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려다가 실패했고, 친박에선 새누리당 유승민 전 의원 등 비박계 핵심에 대한 공천을 거부했다.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은 “김 전 대표도 공천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등 김 전 대표를 공천 과정에서 배제할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 수사와 재판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천을 의논했다. 현 수석도 직속상관인 이병기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건너뛴 채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면서 이 위원장과 공천을 논의했다. ‘옥새 들고 나르샤’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 위원장은 유 전 의원 등 비박계 인사 5명의 공천을 취소하고, 친박계 후보를 공천한다는 계획을 세워 추천장을 작성했다. 하지만 여기에 직인을 찍어야 할 김 전 대표는 날인을 거부하고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될 때까지 최고위원회를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취재기자들을 대거 몰고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로 내려가 대형 선거 홍보 현수막을 배경 삼아 영도대교에서 사진을 찍었다. 세간에선 이 사건을 두고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제목을 따서 ‘옥새 들고 나르샤’라는 패러디를 갖다 붙이기도 했다. 당 대표에게 명확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채 서로 비슷한 위상을 가진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으면 이 같은 내부투쟁은 쉼 없이 이어질 확률이 높다. ‘옥새 들고 나르샤’는 불과 9년 전 일이었고, 국민의힘 구성원 대부분은 이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제20대 총선 패배 후 지도 체제를 현재와 같은 단일지도체제로 바꿨다. 아픈 기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집단지도체제라는 구상이 외부에 거론된 것에 대해선 “구 친윤계의 셈법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후보 ▲한 전 대표 ▲안 의원 등 친윤계와 사이가 좋지 않은 당권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어 서로 싸우게 하다 자멸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윤 전 대통령 사례로부터 알 수 있듯이, 친윤계는 대선주자를 외부에서 데려와 옹립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당내 후보 경선이 완료된 상황에서도 외부의 한덕수 전 총리를 데려와 새벽에 기습적으로 대선후보를 교체하려고 했을 정도로 거부감이 없다. 당시 “적당한 사람을 물색해 대충 대선을 치르고, 대구·경북과 서울 강남 3구 등 핵심 지역구 공천을 보장할 당만 유지하면 된다”는 당 지도부의 판단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친윤계는 텃밭 지역구와 특정 이익집단의 지원만 있으면 계속 여의도서 정치를 할 수 있다. 이는 일본식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여당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정치인 중 상당수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지역구 ▲후원회 ▲특정 이익집단과의 연결고리를 매개로 반영구적인 정치생명을 누린다. 현재 일본에서 이어지는 쌀값 상승 파동과 관련해, 농협·쌀 도매상 등과 오랫동안 유착관계를 형성한 에토 다쿠 전 농림수산상이 “쌀을 사본 적 없다. 지지자들이 많이 주신다. 팔아도 될 만큼 있다”는 망언을 대놓고 했을 정도였다. 일본엔 특정 집단과 유착관계를 형성한 의원들이 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친윤계가 집단지도체제를 배경 삼아 지도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숙청하려고 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민당의 겉모습에만 집착하는 안 좋은 방식의 표절이라고 할 수 있다. 자민당 겉핥기 자민당 내부엔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총리를 배출하는 파벌만 달라져도 정권교체와 비슷한 효과를 준다. 이것이야말로 자민당이 오랫동안 권력을 잡은 비결이었다. 집단지도체제 구상엔 당의 혁신엔 무관심하고 자리 다툼에만 집착하는 일부 계파의 뻔한 속내가 숨어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다짐하는 안 의원과 “혁신위와 안 의원에게 권한을 부여할 것이냐”는 질문에 말끝을 흐린 송 비대위원장이 크게 대비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