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게이트' 이재명 사생결단 승부수

일단 삼켰다 ‘약일까 독일까’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의혹이 날로 커진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택지개발 시행사인 화천대유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관련 있다며 의혹 제기를 통해 화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에 이 지사는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10년 성남시장에 취임하며 본격적인 지역 정치에 뛰어들었다. 성남시장 때부터 이 지사의 추진력은 유명했다. 결정한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내서다. 이후 경기도지사로 취임하고 난 뒤에도 거침없는 실행력은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현재는 여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이다. 

개발 특혜?
임기 성과?

이 지사는 시원시원한 일처리와 언행 덕에 ‘전투형 노무현’이라는 별명까지 가지고 있다. 성남시장 시절 추진했던 대장동 개발사업도 이 지사의 추진력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대장동은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조그만 도시로 성남에 있는 ‘노른자위’ 중 하나로 불린다. 당초 대장동 개발사업은 2005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공영개발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간회사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했다. 해당 발언으로 LH는 진행 중이던 개발사업 414개 중 138개 사업 철회를 검토했고, 대장동 개발사업도 함께 포함됐다. 이와 더불어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신영수 의원의 개입도 2010년에 민간개발로 전환된 계기 중 하나다. 


같은 해 이 지사가 성남시장에 취임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은 다시 활기를 띈다. 우선적으로 사업을 공영개발로 전환시켰지만 1조원이 넘는 투자자금을 조달하기란 쉽지 않았다. 

더욱이 성남시는 대규모 개발을 진행한 이력이 전무했다. 이런 탓에 성남시는 개발을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와 금융권, 화천대유와 계열사인 천화동인 1~7호 등으로 구성된 ‘성남의뜰’에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권을 줬다. 그 결과 성남시는 5500억원이 넘는 개발이익을 환수했다.

그러나 대장동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별다른 실적이 없고, 출자금도 5000만원에 불과한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라는 민간업체가 주주로 참여했다는 점이 의혹으로 떠올랐다.

국힘 화력 집중에 곧바로 반격
최대 위기 직면…정면돌파 시도

또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최소 7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개발 특혜 논란이 촉발됐다. 업체 소유자가 이 지사와의 관계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당시 업체와 협약을 주도한 인물은 이 지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본부장이다. 유 전 본부장은 당시 개발공사 실무 직원들이 해당 협약을 진행하면 민간에 이익을 몰아준다며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했으나 협약을 밀어붙였다고 전해진다. 

유 전 본부장은 수익 배당 구조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 기업실 소속 투자 사업팀장으로 근무한 정민용 변호사도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다. 정 변호사의 입사 시점이 개발사업자 선정을 4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는 컨소시엄 선정에 앞서 두 차례 평가 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정 변호사는 천하동인 4호(현 엔에스제이홀딩스)를 소유한 남욱 변호사의 대학 후배다. 당시 남 변호사는 출자금 8721만원으로 1000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핵심인물로 분류되는 인물 중 하나지만 미국으로 출국해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이는 정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 남 변호사가 서로 연결이 되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런 까닭에 유 전 본부장과 연결고리가 개발 인허가권자였던 이 지사에게까지 특혜 의혹이 번졌다.

진짜 주인?
공방 격화

지속적으로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 27일 검찰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조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엔에스제이홀딩스를 비롯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유 전 본부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 중이다. 

검찰은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이 지사가 핵심 인물들과의 관계, 이익 회수 과정 중 개입 여부를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는 100건이 넘는 녹취록도 함께 확보돼 녹음 파일 속 등장인물이 대거 소환될 가능성도 크다. 이 지사는 화천대유에 특혜를 제공했다며, 성남시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고발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게이트’로 규정하고, 총공세에 나섰다. 즉시 대장동 의혹 관련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특검을 거부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첫 번째 의심 대상자이자 범인”이라며 “특검을 받으시라, 그것만이 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특검을 반대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특검 준비와 활동 시기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대안으로 제시된 점은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제시한 합동수사본부 구성이다. 이 지사 역시 특검에는 반대하지만, 이 전 대표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다만 이 지사는 앞으로 지사직을 유지할 경우에 피감기관장 신분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한다. 이 지사가 오는 10일 결정되는 민주당 최종 대선후보로 선정된 직후 지사직을 사퇴하면 출석할 필요가 없다. 행안위와 국토위의 경기도 국감 날짜는 각각 오는 18일과 20일로 예정돼있다.

총력전
전면전

앞서 국민의힘이 국교위에 대장동 관련 증인 18명, 법제사법위원회에 17명, 행안위에 30명을 채택 요구했으나 민주당이 이를 거부 중이다. 이 지사 캠프는 즉각 반박했다.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수령한 점을 들며 ‘국민의힘 게이트’로 규정했다.


캠프 측은 국민의힘이 민간에 곳곳에 녹아든 토건 비리 네트워크와 어떻게 결합돼있는지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지사 캠프의 한 관계자는 “곽 의원이나 남욱 변호사 모두 국민의힘과 관계 있는 사람들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이 지사의 책임은 사람을 잘못 쓴 정도에 그친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캠프 측의 해명과 반박에도 야권의 공세가 거세자 결국 이 지사가 직접 등판했다. 의혹에 대해 정면 돌파를 택한 셈이다. 이 지사는 “단 1원이라도 부당한 이익을 취했으면 후보 사퇴하고 공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을 속인 죄를 물어 봉고파직(부정을 저지른 관리를 파면하고 관고를 봉하여 잠근다는 뜻)하도록 하겠다”며 국민의힘이 제시한 의혹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 전 본부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선을 긋는 모습이다. 당시 유 전 본부장은 직원을 관리하는 업무를 했고, 이후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공모해 선발과정을 거쳐 뽑았을 뿐이라는 것.

유 전 본부장이 사장으로 취임한 뒤에는 이 지사에게 예산편성을 요구했으나 지원해 주지 않아 사장직을 그만두고 인연을 끊다시피 한 사람이라고 해명했다.

고비 넘어야 대권 보인다
키맨들 입에 운명 달렸다


또 지난달 29일 개최된 개발이익 환수 법제화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개발이익 환수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개발이익 환수제는 국가가 인허가권을 가진 개발사업에서 생기는 불로소득을 100% 공공으로 환수하겠다는 게 골자다. 

대장동 논란으로 악화될 우려가 있는 민심을 만회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지사가 내세운 공약은 민간의 참여 유인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이 지사가 정면 돌파를 택했지만 검찰이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이 지사 캠프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유 전 본부장이 이 지사의 오랜 측근으로 분류됐던 만큼, 수사 방향과 상황에 따라 이 지사 쪽으로 의혹이 더 번질 수 있어서다. 특히 이 지사는 얼마 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를 경기도 관광공사 사장으로 지명했다가 ‘보은 인사’ 논란을 샀던 경험이 있다. 

현재까지는 이 지사가 확실하게 특정 인물과 명확한 증거가 나온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의혹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이 지사에게는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남은 대선 경선 일정 내내 ‘측근 챙기기 논란’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지시가 직접 뇌물이나 배임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자신이 관리해야 하는 인물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의 책임 소재가 어느 정도 있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지렛대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거버너로서의 이 지사 능력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지만 장점의 이면에는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그게 화천대유 특혜 의혹에서 터져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확실한 것은 측근 챙기기”라고 정의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장동 게이트 몸통은?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에 대한 의혹이 연일 터져 나오면서 정치권 인사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로부터 촉발된 의혹은 국민의힘까지 번졌다.

시작은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을 받으면서다.

해당 문제가 연일 도마에 오르자 곽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현재는 의원 제명까지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그 뿐만 아니다. 야권 대선주자 후보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의혹도 터져 나왔다.

윤 전 총장은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양새다. 

현재 대장동 게이트로 여야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명확한 결과가 드러나기 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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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