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최고 책임자는 단지 형식적 직위가 아닌, 공정과 정의의 상징이다. 그런데 최근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항소 포기 결정 이후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사법연수원 29기‧대검찰청 차장)이 휴가를 내고 사퇴 압박 속에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검찰 내부 구성원은 물론 국민의힘 등 정치권까지 “책임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항소 포기 사태는 단순히 한 개인의 거취 문제를 넘어 검찰 조직의 신뢰성과 수사·기소 시스템의 작동 방식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던진다.
우선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가운데 권한대행이 핵심 결정을 주도한 모양새가 문제다. 검찰은 지난 7일 이 사건에 대해 항소를 포기했다. 이 같은 결정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법리 검토, 선고 결과, 책임자 판단 등 항소 포기의 근거가 투명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것도 명확하지 않다. 노 권한대행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한 다수의 검사장들이 내부망을 통해 “항소해야 한다고 판단했으면 누구든 각오하고 서명했어야 한다” 등의 공개 비판은 한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항소 포기 이후 조직 내부에서 거취 표명이 요구되는 것은, 단순히 ‘결정 실수’가 아닌 ‘검찰 권한 행사 방식’에 대한 근본적 질문임을 보여준다.
노 권한대행의 사퇴 카드로 검찰 조직의 독립성과 수사 기능이 위축될 수도 있다. 검찰은 피의자에 대한 기소와 공소 유지의 권한을 갖는다. 하지만 이번 항소 포기로 인해 내부에서조차 “검찰의 핵심 기능인 공소 유지 의무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는 검찰이 스스로 움츠러들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대형 사건일수록, 검찰의 결정이 외부 영향이나 조직 내부 위계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만약 그 중심에 권한대행이 있거나 위에서의 간섭이 개입됐다는 의심이 생긴다면, 검찰이 ‘정권의 도구’가 됐다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리더십 부재도 아쉽다. 검찰 조직 내부에서 평검사·부장검사급 구성원들이 사퇴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권한대행은 공개 설명을 회피하며 건강상의 이유로 출근하지 않았다. 위기 상황에 리더가 먼저 책임지거나 최소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야말로 조직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다.
이 같은 노 권한대행의 대응은 책임감 있는 리더십으로 보기 어렵다. 조직 내부의 자발적 불신이 외부 비판으로 이어지는 순간, 검찰의 존재 이유가 흔들릴 수 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은 우리 사법체계의 작동 방식에 적잖은 논란을 가져올 전망이다. 검찰이 항소 포기를 결정할 때 어떤 절차와 기준으로 판단했는지는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법무부의 의견을 참고했다”는 정도의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책임 있는 기관이 책임을 회피하듯 행동할 때, 국민은 ‘법 앞의 평등’과 ‘권력으로부터의 자유’에 의문을 품는다. 이는 검찰뿐만 아니라 법무부, 사법기관 전체가 직면한 과제다.
이제 노 권한대행과 검찰 조직은 ▲항소 포기의 근거는 무엇이며, 누가 어떤 논리로 결정했나? ▲항소 포기를 둘러싸고 검찰 내부에서 왜 대량 반발이 일어났는가? ▲검찰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제도적으로 어떤 개선이 필요한가?에 대한 답을 국민 앞에 내놔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지 노 권한대행 개인의 사퇴 여부를 넘어 검찰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권력의 감시자로서 본분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 리더십이 책임을 회피하고 조직이 침묵할 때, 정의는 뒷걸음할 수밖에 없다. 검찰도 스스로 정의의 망루에서 내려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노 권한대행이 해야 할 일은 사퇴를 고민할 때가 아닌, 국민에게 항소 포기한 이유와 과정을 밝히는 게 먼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