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답할 지경이다. 경찰이 수사하면 검찰은 기소하고, 법원은 재판한다. 이게 뭐가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원칙이 아닌가? 그런데 왜 이 당연한 상식을 지키지 못해서 이 난리인가 말이다.
권력분립, 그 당연한 이야기
헌법에 있는 권력분립의 원칙이 뭔가? 한 곳에 권력이 집중되면 부패하고 독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로 나눠 놨고 사법 체계에서도 수사, 기소, 재판을 나눠서 서로 견제하게 만든 것이다. 경찰이 열심히 수사해서 증거를 모으면, 검찰이 그걸 보고 기소할지 말지 판단한다. 그러면 법원에서 공정하게 재판한다.
이래야 괴물 같은 검찰이 만들어지지 않고 서로 견제가 된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검찰이 수사도 하고, 기소도 한다. 심지어 법원마저 검찰이 가져다주는 기소장을 기계적으로 받아먹는다. 영장 발부율이 90%가 넘는다고 한다. 이게 정상인가?
지금까지 검찰은 원하는 사건은 끝까지 파헤치고, 원하지 않는 사건은 적당히 무마했다. 굳이 멀리 갈 것도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사건과 김건희 사건을 보면 답이 나온다. 똑같은 검찰인데 왜 그렇게 천지 차이일까? 한쪽은 먼지를 털어서라도 죽여야 하고 다른 한쪽은 뭉개서라도 살려야 하고…. 국민이 바보인가?
보완수사라는 궤변
그래서 검찰개혁을 하자고 하니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보완수사는 필요하다”고 했다. 아니, 이미 검찰에게는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지시권이 있지 않느냔 말이다. 경찰 수사가 부실하다 싶으면 ‘이 부분을 더 조사해 와’라고 지시하면 되지. 왜 굳이 또 검찰이 직접 나서서 수사하려고 하는 건가?
그건 보완수사라는 핑계로 수사권을 되찾으려는 꼼수가 아니냔 말이다.
결국 권력을 놓기 싫어서 그런 것이다. 하지만 수사는 수사고, 기소는 기소다. 보완수사라는 건 결국 검찰이 수사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이다.
세계 어느 나라가 이런가. 미국은 경찰이나 FBI가 수사하고 연방검사가 기소한다. 독일은 검찰 권한이 제한적이고 수사 단계부터 법원이 통제한다. 프랑스는 예심 수사 판사가 따로 있다. 한국처럼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독점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냔 말이다. 우리만 이상하다. 그런데도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적당히 해라!
중대범죄수사청, 어디에 둘 것인가?
이미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을 만들기로 확정됐다. 검찰의 직접 수사를 대신할 새로운 수사기관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중수청을 어디에 두느냐다. 검찰과 보수 정치권은 법무부 산하에 두자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되나.
조직을 검찰 인사로 꽉 채우고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법무부가 중수청까지 거느린다면 뭐가 달라지는 건가? 결국 수사청, 기소청 둘 다 가진 이름만 바꾼 검찰 직할 부대가 될 뿐이다. 검찰의 영향력은 다른 통로로 그대로 이어지고… 이런 걸 개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그래서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인데, 행안부는 경찰·소방을 관리하는 곳이다. 검찰과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다. 적어도 법무부보다는 검찰의 영향력이 약화된다. 완벽한 해답은 아니지만 법무부 산하보다는 훨씬 낫다.
국민은 복잡한 걸 원하지 않는다. 국민이 원하는 건 복잡하지 않다. 경찰은 수사하고, 검찰은 기소하고, 판사는 재판하라는 것이다. 그냥 상식적으로 살라는 것이다. 범죄가 일어나면 경찰이 현장에 가서 증거를 모으고 사실관계를 밝혀라, 그러면 검찰이 그 결과를 보고, 법에 따라 기소할지 말지 판단하라. 그러면 법원에서 공정하게 재판하라.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정의는 복잡하지 않다.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하고, 범죄자는 처벌받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권력과 돈이 있으면 빠져나가고, 없으면 무자비하게 짓밟힌다. 검찰이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은 덮어주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이게 정의인가?
경찰도 완벽하지 않다고? 그래도 검찰개혁부터
물론 경찰도 문제가 많은 조직이다. 그래서 수사권을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불안하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지금 경찰이 간첩 조작 사건을 벌였나? 조국이나 이재명 전 대표(현 대통령)에 대해 별건에 별건으로 먼지털이식 수사해서 수사권을 남용했나? 무엇보다도 쿠데타라도 일으켰나?
문제를 일으킨 쪽은 명백히 검찰이다. 지금은 검찰개혁이 핵심이고, 나중에 경찰에도 문제가 생긴다면 그때 가서 또 조치하고 보완하면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지금처럼 완전무결한 법을 만들겠다고 디테일을 따지는 건 검찰개혁을 미루자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완벽한 것만 기다리다가는 개혁은 영원히 오지 않는단 말이다.
더 이상 미루지 말자
국민은 더 이상 검찰의 권력 게임을 보고 싶지 않다. 우리가 원하는 건 단 하나로 법 앞에 평등하고, 증거에 따라 판단하고, 권력이 아니라 정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려면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한 곳에 몰려있는 권력을 나눠줘야 한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검찰이 독점해 온 수사권을 떼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경찰과 중수청이 각자 맡은 바 수사하고, 검찰은 기소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면 서로 견제하면서 균형이 잡힌다. 그러면 정의가 살아난다.
더 이상 미루지 말자. 국민은 기다리고 있다. 경찰은 수사, 검찰은 기소, 판사는 재판. 이 단순한 원칙이 지켜지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외치고 있다. 언제까지 검찰의 눈치만 볼 것인가. 언제까지 권력의 이익만 챙길 것인가. 이제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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