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공격 초읽기? 가자 지구 재건 계획설도

‘난공불락’ 포르도 핵시설 표적
‘협상에서 강경’ 변곡점 맞나?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심 핵시설을 겨냥한 군사 공격 계획을 승인했으나, 최종 실행 명령은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사실상 용인하고 협상 대신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며 강경 기조로 급선회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군사 개입 카드까지 꺼내 들며 이란을 극한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각) 외교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고위 보좌관들에게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지 지켜보기 위해 실제 공격 실행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탈리아 명문 축구팀 유벤투스 선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에 동참할지 여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시한 도래 1초 전에 최종 결정을 하고 싶다”면서 “왜냐하면 상황은 변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쟁은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미국이 구상 중인 공격 계획의 핵심 표적은 이란의 포르도(Fordow) 핵시설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악지대 지하 80~100m 깊숙한 곳에 콘크리트로 요새화된 이 시설은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단행한 대규모 공습에서도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을 정도로 ‘난공불락’으로 꼽힌다.

<WSJ>은 이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미국의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 MOP’를 지목했다. 무게 13t, 지하 60m까지 관통할 수 있는 이 초강력 무기는 현재 B-2 스텔스 폭격기로만 운반 및 투하가 가능하다.

이를 뒷받침하듯 미국은 이미 중동지역에 상당한 규모의 전력을 증강 배치했다.

F-35, F-22 등 첨단 스텔스 전투기는 물론, 니미츠 항공모함 전단과 공중 급유기 30여대가 추가로 배치됐다. 중동 내 미군 기지들도 고도의 경계 태세에 돌입한 상태다. 이는 언제든 대통령의 명령이 떨어지게 될 경우, 즉각 공격을 실행할 준비가 완료됐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공격 계획 승인은 그가 대이란 정책 기조를 협상에서 ‘군사적 압박’으로 완전히 선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임기 초반까지만 해도 이스라엘의 독자적인 이란 공격을 만류하며 외교적 해결에 무게를 뒀다. 지난 11월 당선 직후 스티브 위트코프를 중동 특사로 임명하고,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에게 “전쟁을 원치 않는다. 협상을 원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해를 넘긴 뒤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자정 노력은 계속됐다. 지난 4월에는 오만에서 비공개 협상을 진행했고, 5월에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전면 중단을 요구하는 서면 제안까지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란이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사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13일 이란 핵 개발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전격적인 공습에 나서자 상황은 급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훌륭하게 해냈다”며 이스라엘을 두둔했고, 오히려 이란이 협상 기회를 놓쳤다고 비난했다.

그는 캐나다 G7 정상회의 도중 귀국하며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의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으며, 하메네이를 겨냥해선 “그가 숨어있는 곳을 정확히 알지만 아직은 제거하지 않을 것”이라고 노골적인 위협까지 가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선회가 이란의 지지부진한 협상 태도에 대한 불만과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이란 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이란에 60일간 시한부 협상을 제안하면서 비핵화에 대한 합의를 종용했다. 그러나 이란은 끝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스라엘은 지난 13일 이란을 선제 타격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미국이 이란과 시한부 협상을 맺은 지 61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란이 데드라인을 넘겨 합의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공습을 더 이상 만류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충분히 나올 법한 대목이다.

2015년 오바마정부 시절 맺은 이란 핵합의(JCPOA)가 결국 이란에 핵 개발 시간만 벌어줬다고 비판하며 2018년 일방적으로 탈퇴했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더 이상의 시간 끌기는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이스라엘이 먼저 총대를 메고 나선 상황을 트럼프 대통령이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해침)’의 기회로 삼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껄끄러운 군사적 충돌의 부담을 이스라엘이 상당 부분 짊어진 상황에서, 미국이 직접 ‘마지막 카드’인 군사 공격 가능성을 내비치며 이란을 굴복시키겠다는 셈법이 깔렸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군사 개입 결정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누구도 내가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고 답했다. 군사 공격 계획을 승인해 놓은 채 실행 시점을 저울질하며, 이란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하메네이는 이날 영상 연설을 통해 “이란 국민은 항복하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미국 대통령이 용납 못할 발언으로 이란 국민에게 굴복을 요구했다”며 “이란 국민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대외적으로는 이 같은 확고한 자세를 견지하면서도 이란 측은 협상 관련, 외국의 파트너 국가들과 접촉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스라엘과의 휴전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회담을 수용할 것이라는 의사도 내비쳤다.

<WSJ>도 지난 16일(현지시각) 이란이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습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미국과 핵 협상에 복귀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아랍권 당국자들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의 이란 공격의 이면에는 이란의 핵 억제보단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가자 지구를 손에 넣기 위한 카드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가자 지구는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이에 위치한 지역으로, 현재 팔레스타인의 수니파 이슬람주의 단체인 하마스가 실효 지배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 2월4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가자 지구 장기 재건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아무것도 사지 않고 가질 것이다(We don’t have to buy Gaza; there’s nothing to buy)”라고 발언했다.

그는 ‘소유(own)’이라는 단어와 함께 미국이 가자 지구를 개발 및 운영하겠다면서도 ‘미국 체납료나 세금 형식으로의 구매가 아닌 전쟁 이후의 인도받는 형태’의 형식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일자 보좌관 및 대변인들은 “미국이 일시적 재건을 주도할 뿐, 영구적인 점령이나 구매는 아니다”라면서 “미군 투입은 고려 대상이지만 기본적으로는 민간 주도 재건”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당시 이집트 및 요르단 등의 인근 국가들에선 “강제 이주나 영구 이전 등은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이 나왔다. 유엔 및 다수의 국제사회에선 “이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권리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강력 비판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사실 트럼프의 영토 확장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그는 그린란드와 파나마를 비롯한 타 국가들의 영토를 편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국제사회의 뭇매를 맞았던 바 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으로 석유 및 천연가스에 네오디뮴 등 반도체, 전기차 제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희토류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돼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 당선인 자격이었던 그는 지난 1월7일, ‘그린란드를 장악하기 위해 군사력이나 경제적 압력을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보장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해당 발언은 무력으로 그린란드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져 ‘무력 침탈’ 논란으로 번졌다.

집권 1기였던 지난 2019년에도 일방적인 그린란드 매입설을 꺼냈던 바 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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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장동혁 다음 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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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에서 15대 1로 승리할 것이라던 예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힘이 접전 지역에서 일부 성과를 거둘 경우, 귀속을 놓고 다시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축으로 이기든 지든 아비규환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6·3 지방선거 판세 분석에 대해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서울·부산·대구·울산·경남·전북 등 광역자치단체 6곳을 접전 지역으로 지목했다. 이어 전남·광주·인천·대전·세종·경기·강원·충북·충남·제주 등 10곳을 민주당이 안정적으로 이길 수 있는 광역자치단체라고 지목했다. 펼쳐질 삼국지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후보자들의 지지율 상승 기류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영남 중심으로 보수 결집이 어느 정도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며 “어느 정도 활성화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이어 “보수 결집이 이뤄지면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 지지자도 결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6·3 지방선거에 대해선 지난달만 해도 “민주당이 경북을 제외한 모든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해 15대 1로 이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전망이 결정적으로 깨진 변곡점은 일명 ‘조작 기소 특검법’으로 알려진 새 특검법이다. 민주당은 지난 4월30일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 취지는 ‘윤석열정부 당시 검찰의 수사·기소 과정 내 불법·조작 의혹을 규명한다’는 것이다. ‘조작 기소 특검법’은 이 법안의 통칭이다. 법안에 따르면, 특검의 수사 범위에는 ▲대장동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재판 ▲위증교사 항소심 재판 등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이 대거 포함된다. 아울러 ▲수사 기간 최장 180일·준비 기간 포함 200일 안팎 ▲파견 검사 30명 ▲특별 수사관 150명 등 최대 규모로 구성된다.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됐던 것은 특검의 판단에 따라 법원에 계류 중인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를 취소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슨 죄를 지어도 감옥에 안 가는 사람은 북한의 최고 존엄 김정은”이라며 “이 대통령은 최고 존엄 넘버 2라도 되고 싶은 거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여전히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꺼릴 정도로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26일 서울에서 오 후보 등 지원 유세에 나섰지만, 오 후보는 동행 유세를 하지 않았고, 유세 동선을 다르게 잡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요청한 적이 없다”면서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지방선거 판세는 민주당에서도 최소한 ‘보수의 활성화’를 인정해야 할 정도로 경합으로 바뀐 양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작 기소 특검법 논란이 보수 성향 유권자의 위기감을 자극해 결집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민주당도 인정한 보수 결집…원인은 이 공소 취소? 무조건 버틸 장…비결은 벙커가 된 최고위원회의 정치사회학·정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특정 정치 세력이 급격한 제도 변화나 가치 의제를 추진할 때 반대 성향의 유권자가 이에 반발해 결집하는 현상을 백래시 효과라고 설명한다. ‘15대 1’이란 승패 예측이 공공연하게 거론된 것에 대한 반감도 이 백래시 효과에 일부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6·3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민주당은 행정권·입법권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장악하게 된다. 이에 대한 견제 심리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취지의 분석이다. 하지만 아직은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분석은 나오지 않고 있다. 각지의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를 앞섰다는 분석도 마찬가지다.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은 중도층이다. 중도층이 국민의힘으로 완전히 돌아섰다는 분석도 그렇다. <한겨레>와 한국정당학회가 STI에 의뢰해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유권자 1701명을 상대로 유무선 RDD 및 통신사 가입자 패널을 활용 조사해 지난 14일 밝힌 유권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 안정을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53.3%였다. 반대로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34.1%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48.9%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23.8%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100% RDD 방식을 활용한 ARS 여론조사를 진행해 지난 13일 밝힌 결과에서도, “국정 지원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51.5%였다. 반대로 “정권 견제를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41%였다. 중도층에서는 국정 지원론에 힘을 실어준 유권자가 54.8%로 집계됐고, 정권견제론에 힘을 실어준 유권자는 36.8%로 확인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으로서는 애초 거론됐던 압도적 참패 예상에서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접전 양상으로 변화했다는 것에 고무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국민의힘 자체의 호감도 상승이라기보다 민주당의 조작 기소 특검법 추진 논란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사이익 접전 양상 그런데 정치인은 정치적 현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구성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유력 주자들은 아전인수격 해석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귀인 오류 혹은 자기 기여 편향이라고 설명한다.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객관적 사실을 왜곡해 잘못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인지적 편향을 의미한다. 정치인은 대체로 승리·성과 등 긍정적인 부분을 자신의 덕분으로 돌리고, 실패는 타인·상황·언론 등 외부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귀인 오류는 곧바로 프레이밍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두고, 정계에선 ‘프레임 설정’이라고 한다. 프레이밍은 특정 사안의 일부 측면을 선택적으로 부각해 대중의 해석 방향을 유도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정당 내부 권력투쟁에서는 선거 결과를 자신에게 유리한 공로·책임 구도로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들은 현재의 접전 양상을 자신의 당권 유지 및 장악 시도의 근거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가 지원 유세 요청이 없는 상황에서도 현장을 누비는 것에 대해선 “선거 이후에도 당권을 공고히 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해 장 대표 체제가 붕괴하거나 장 대표가 책임론의 중심에 서게 될 경우, 그는 향후 정치적 밑그림을 그리기 쉽지 않다. 강경 보수 노선을 앞세워 선거를 지휘했다가 참패 후 당 중심에서 밀려난 사례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가 거론된다. 이후 부정선거론의 선두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황 전 대표는 6·3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에서 경기 평택을에 출마했지만, 초반 여론조사에서는 10%대 초반 지지율에 머무르는 등 뚜렷하게 두드러지지는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 대표의 거취를 놓고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버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당헌·당규에 따르면, 지도부가 붕괴해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기준은 최고위원회의의 기능 상실 여부다. 구체적으로는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최고위원회의가 해산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의 최고위원회의에는 김민수·김재원·조광한 등 장 대표와 의견을 함께 하는 강경 보수 성향 최고위원들이 포진해 있다. 강경 보수 성향과 거리가 멀면서도 친한(친 한동훈)계도 아닌 양향자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출마했다. 지방선거 출마 등에 따른 최고위원 궐위는 비대위 전환이 아닌 보궐선거로 처리하도록 하는 예외 규정이 마련됐다. 장 대표 체제를 흔들기 더 어려워진 것이다. 선출직 최고위원 사퇴로 무너졌던 지도부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체제였다. 당시에는 한 전 대표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론에 대한 당내 반발을 이겨내지 못해 지도부가 무너졌다. 3명의 최고위원이 지방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장 대표와 의견을 함께하는 한 당시와 같은 지도부 붕괴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낮아진다. 최고위원회의는 장 대표의 벙커가 된 지 오래다. 따라서 선거 결과에 따라 장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이어지더라도 최고위원회의는 내부 참호전을 치를 요새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끝나지 않은 내부 전쟁 오 후보는 5선을 위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3월 1차 공천 마감 시한까지 공천을 신청하지 않는 등 사실상 장 대표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적이 있다. 당시 그는 혁신 선대위 구성 등 사실상 장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했다. 그는 공천을 신청하면서도 장 대표 등 지도부에 혁신을 요구하면서 대립각을 이어갔다. 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는 한때 50%를 넘는 압도적 지지율을 얻었다. 하지만 과거 폭행 전과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접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의뢰로 여론조사 업체 에이스리서치가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서울시 거주 만 18세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통신 3사 제공 무선 가상번호를 이용해 진행한 후 지난 22일 공개한 ARS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 후보는 41.7%의 지지를 얻었고, 오 후보는 41.6%의 지지를 얻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혼전 양상이 거듭되고 있어서 두 후보 간 승패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오 후보는 아직 정 후보를 제친 여론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얻지는 못했다. 오 후보에 대해선 “공천 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혁신 선대위를 요구하는 등 장 대표와 대립각을 내세울 때 당락을 떠나 당권 도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따라서 오 후보가 선거에서 패배하면, 장 대표 책임론을 강하게 거론하면서 본격적으로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최고위원회의 자체가 장 대표의 벙커이기 때문에 자신의 중도층에 대한 설득력을 앞세워 여론을 조성한 후 대외적 압박에 나서는 형태로 장 대표에게 도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승리하면, 오 후보가 한국 정치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형태의 정치 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여당 자유민주당과 각외 협력을 하는 일본유신회는 오사카에서의 강한 지지를 바탕으로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는 오사카 부지사를 겸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가 지사직을 유지하면서 국민중심당을 창당해 일시적으로 당 대표를 겸임했던 적이 있다. 이 같은 모델은 광역자치단체장 권력을 기반으로 중앙당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설명할 수 있다. 일본유신회는 오사카 지역을 강력한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어 요시무라 대표의 오사카 부지사가 가능하다. 심 전 지사는 자신이 도지사를 맡았던 충남을 기반으로 지역 정당을 창당했다. 오 후보는 국민의힘의 약점으로 거론되는 수도권을 기반으로 정치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나 구 친윤(친 윤석열)계도, 친한계도 아니다. 따라서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돼 당의 상징으로 주목받으면, 국민의힘의 변화와 쇄신을 상징할 수도 있다. 대립각 유지하는 오…당락 떠나 당권 도전 가능성 한, 지면 정계 은퇴? 이겨도 쉽지 않을 국힘 복귀 하지만 구 친윤계와 친한계의 갈등은 매우 뿌리가 깊다. 이 갈등 조정 자체가 오 후보에겐 새로운 시험대가 된다. 아울러 우리나라 광역자치단체장이 당의 얼굴이 돼 당무 전면에 나선 사례는 앞서 언급한 심 전 지사밖에 없었으며, 그마저도 일시적이었다. 따라서 오 후보로선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하면, 자신은 당의 상징 역할을 하면서 장 대표 체제 붕괴를 압박한 후 대리인을 비대위원장으로 파견하는 간접 지배 형태를 선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결국 오 후보의 승패와 무관하게, 그의 향후 행보는 장 대표 체제의 외부 압박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한 전 대표도 최근에는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추월하는 등 선전하고 있어 당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부산일보>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부산 북구갑 지역구 거주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2명을 대상으로 무선 ARS 조사를 진행한 후 지난 25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38.2%의 지지를 얻었다. 하 후보는 34%의 지지를 얻었고,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는 23.3%의 지지를 얻었다. 한 전 대표는 부산 북갑에서 무소속 출마를 하는 등 필연적으로 보수 유권자의 지지를 박 후보와 양분해야 했다. 따라서 중도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하 후보로부터 일정 부분 빼앗아오지 못하면, 낙선을 피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한 전 대표를 둘러싼 정계 은퇴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승리하면 한 전 대표의 몸값은 급상승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승리했기 때문에 당 복귀가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가 여전히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몸값이 급상승한 한 전 대표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를 정치학에서 말하는 ‘양면 게임’과 유사한 상황으로 볼 수도 있다. 한 전 대표는 한편으로는 부산 북갑 유권자를 상대로 당선 경쟁을 벌여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힘 내부 복귀와 당권 경쟁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한 전 대표의 근본적인 정치적 목표는 국민의힘 복귀·당권 장악이라고 할 수 있다. 첫 전장에서 승리한 직후 곧바로 2차전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단기 결전인 1차전과 달리 2차전은 참호전 양상의 지루한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내부인 아닌 내부인’으로서 공천권·징계권 등 국민의힘 내 제도적 권력의 높은 벽을 실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내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 세력은 한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매우 크다. 한 전 대표로서는 원내 입성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제도적 권력의 높은 벽을 실감하면서 신당 창당 혹은 국민의힘 내부 변화 관망 등 선택지를 검토하면서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일부 보수 성향 매체의 강한 두둔을 업고 있지만, 그들은 국민의힘 밖에 있다. 밖에서 미는 힘에는 한계가 있다. 한 전 대표가 승리하더라도 장 대표 체제 안으로 곧장 흡수되기 어렵다. 따라서 양측의 충돌은 선거 이후에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과는? 아비규환 국민의힘의 고질적 문제로는 통합형 리더십 부재가 거론됐다. 6·3 지방선거에서 ‘약간의 성과’를 거두더라도, 그 성과가 오히려 공로 다툼과 분열의 불씨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 중심에는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버틸 가능성이 큰 장 대표가 있다. 국민의힘은 이기든 지든 이어질 아비규환을 피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