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킨십’ 미 소통창구로 부상한 정용진 회장

미 대통령 취임식 및 다수 행사 참석
신년사 통해 “변화는 필수 생존 전략”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와의 인연으로 주목받고 있다. 평소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정 회장 본연의 캐릭터가 최근 트럼프가(家)와의 네트워킹으로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주니어 초청으로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까지 만났다. 트럼프 취임식에도 참석해 무도회서도 트럼프가 및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격의 없이 소통했다.

정회장은 트럼프 주니어 초대로 워싱턴 D.C.를 찾았으며 아내인 한지희씨와 주요 일정을 동행했다. 트럼프 주니어 주선으로 정 회장 부부가 함께 행사장을 찾은 것은 트럼프 주니어가 정 회장에게 갖는 ‘각별함’을 보여준다.

정 회장 부부는 취임식 이전의 비공식 프라이빗 행사부터 취임식 당일 ‘Starlight Ball’ 무도회까지 다양한 행사에 참석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부터 글로벌 IT기업 경영진까지 폭넓은 깊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졌다.

정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서 인공지능 및 암호화폐 정책 책임자로 임명된 데이비드 삭스를 비롯해 국무 장관 지명자인 마크 루비오와도 만남을 가졌다. 데이비드 삭스는 미국 기업가이자 벤처 투자자로 AI와 암호화폐 분야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고자 하는 트럼프의 정책을 강하게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이다.

정 회장은 워싱턴 D.C.에 도착하자마자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벤처 투자 기업 1789 캐피탈을 공동 설립한 오미드 말릭, 크리스토퍼 버스커크와 함께 식사하며 공통 관심사에 대한 다양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또 다른 프라이빗 사교 행사에서는 오클라호마주 현직 주지사 케빈 스타크를 만났고, 지난달 마러라고 리조트서 일론 머스크와 인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X(옛, 트위터)’와 ‘우버’ 등 글로벌 IT기업이 공동 주최한 프라이빗 행사에도 초대받아 참석하기도 했다.

정 회장 부부는 참석자 중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국경 넘나드는 소통 리더 자리매김

정 회장은 최근 트럼프가와의 인연으로 주목 받은 데 대해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소통 기반 위에 혁신을 추구하는 리더로 진화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그간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가, 신세계그룹의 혁신과 고객 만족을 위한 본업 경쟁력 강화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진실된 소통을 기반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원래도 다양하고 넓은 인맥을 가꿔왔다. 4촌간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선물산 사장은 경기초등학교 동문이기도 하며, 특히 동갑인 이재용 회장과는 대학 입학 당시 나란히 서울대 서양사학과, 서울대 동양사학과에 합격해 화제를 모았다.

이부진, 이서현 자매와는 문화와 예술, 패션 등 관심사를 공유하며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맞수로 알려진 신동빈 회장과도 수시로 사업 관련 아이디어를 포함 다양한 주제로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는 신앙적인 공감대로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왔으며 정 회장이 자택으로 초대해 기도 모임을 함께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장 정용진’의 숨가쁜 혁신은 진행 중

‘소통 기반 위에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라는 정 회장의 포부서 보듯 정 회장의 본질은 ‘혁신 기업가’다. 지난해 3월 회장에 오른 이후 그는 그야말로 숨가쁘게 혁신을 실행하고 독려하고 있다.

이달 초 발표한 2025년 신년사에서 위기를 정면돌파할 핵심 무기로 ‘1등 고객을 만족시키는 본업 경쟁력’을 앞세웠다. 그는 “엄중한 자세로 2025년은 우리의 본업에 대해 집요하게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신년사는 그룹 내에서 어느 때보다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걸로 전해진다. 신세계그룹의 본질적 존재 의미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정확하게 보여줬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그는 절박한 심정으로 ‘본업 경쟁력 강화’를 역설했다. 정 회장이 본업 경쟁력 강화를 얘기하며 꺼내든 화두는 ‘1등 고객’이었다.

“늘 새로움을 갈망하고 과거와는 다른 경험을 통해 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을 1등 고객”이라고 칭한 정 회장은 “신세계그룹은 그들 삶의 품격을 높이며 성장해 왔다”고 자부했다. 이어 “지금 고객이 아닌 나 자신을 1등으로 여기며 안이했던 건 아닌지 성찰하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룹 내에선 ‘혼란스러운 시기에 우리 그룹의 존재 의미에 대해 돌아보게 됐고 특히 언젠가부터 변화와 혁신을 향한 치열함을 잃었던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그는 “고객을 두려워하되 변화는 겁내지 말자”고 했다. 변화를 두려워할 때 고객보다 나를 먼저, 도전보다 회피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금 우리는 몸을 사릴 이유가 없다”며 “조직과 사업서 1등 고객이 어디로 향하는지 치열하게 읽고 실행해달라”고 주문했다.

신년사에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내내 ‘치열한 혁신’을 앞장서 실천했다. 그는 회장에 오른 직후 “격변하는 시장에 놓인 유통기업에게 변화는 필수 생존 전략이다. 나부터 확 바뀔 것”이라고 약속했다.

바로 실행에 나선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신세계 이커머스의 지속 가능한 성장 시스템 구축이었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CJ와의 MOU를 진두지휘하며 이커머스 물류 경쟁력을 높이는 결단을 내렸다.

정 회장은 기존 물류 역량으로는 격변하는 시장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물류 전문기업과의 협업으로 약점을 보완하는 솔루션을 고안했다. 신세계와 CJ 계열사 간 협업 논의를 그룹 차원의 협력으로 힘을 실어주면서 그 의미를 더했다.


지난해 6월 지마켓과 SSG닷컴 대표를 전격 교체한 것도 이커머스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결단이었다. 실제로 인사 쇄신은 정 회장이 회장 승진 후 강조한 핵심이다.

정 회장은 철저한 성과 위주로 수시 인사를 하겠다는 원칙을 가졌다.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임원들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신속한 결단도 성과주의 인사의 큰 축이다. 정 회장은 회장에 오른 이후 부정부실이 확인된 임원들에 대해 최측근이라도 관용 없이 즉각 해임했다.

신세계그룹은 그간 정기 인사를 제외하고는 임원에 대한 인사 조치가 전무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철저한 신상필벌에 입각한 성과주의 조직 구현’을 가장 큰 경영철학으로 제시했고 회장 원년부터 실행에 나섰다. 조직에 잔존한 온정주의를 타파하고 긴장도를 높여 최고의 성과를 독려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말 발표한 ‘알리바바’와의 협업은 이커머스 정상화에서 한층 나아가 경쟁력을 끌어올릴 승부수로 평가된다. 신세계그룹이 알리바바와 손을 잡은 것은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력 생태계 구축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고, 효율을 개선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글로벌 마켓플레이스와 바로 연결해 시장 확대를 꾀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의 배경이다.

실적으로 증명한 ‘혁신 성과’?
”그래도 아직 갈 길 멀다”


그룹 중추인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 강화도 정 회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사안이다.

정 회장은 지난 2023년 이마트의 사상 첫 적자라는 위기 상황 속에 지난해 회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그는 경영전략실 개편에 앞선 그룹 인사에서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의 통합 대표로 한채양 대표를 임명하며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조각했다.

새 대표를 맞은 이마트는 시작과 함께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상품을 최저가 수준에 공급’하는 대형 마트 본업 경쟁력 강화를 최일선에 내세웠다. 그로서리 강화와 함께 고객들이 경험을 점유하는 ‘새로운 이마트’로의 리뉴얼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 회장은 “신세계의 모든 사업장은 고객을 위한 위한 공간임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객 제일’ 원칙은 ‘미래형 이마트’ 전략의 뼈대다.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마트, 에브리데이, 이마트24 3사의 기능 통합 작업도 순항 중이다. 이마트와 에브리데이는 지난해 7월 합병 법인이 출범했고, 이마트24는 기능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모색한다. 통합 이마트는 매입부터 물류까지 주요 분야 수익성을 개선하고 고객 혜택을 증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가 진행 중인 경쟁력 강화 조치는 정 회장이 강조하는 ‘철저한 수익성 중심 전략’을 기반으로 한다. 정 회장 취임 후 이마트 실적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3분기에도 한층 더 탄탄하게 실적을 끌어올리며, 연결기준 3분기 누계 영업이익은 지난 2023년보다 386억원(222%) 증가했다.

이마트만 놓고 보면 3분기 누계 총매출은 11조6693억원, 영업이익 19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2269억원(2%), 영업이익은 463억원(31%) 각각 늘어난 수치다.

정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뒤쳐질 수 없다는 우리의 절박함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격려하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 확실한 본업 경쟁력으로 경쟁자를 압도하자”고 주문했다. 정 회장의 혁신은 쉴 새가 없는 것이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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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