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킨십’ 미 소통창구로 부상한 정용진 회장

미 대통령 취임식 및 다수 행사 참석
신년사 통해 “변화는 필수 생존 전략”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와의 인연으로 주목받고 있다. 평소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정 회장 본연의 캐릭터가 최근 트럼프가(家)와의 네트워킹으로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주니어 초청으로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까지 만났다. 트럼프 취임식에도 참석해 무도회서도 트럼프가 및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격의 없이 소통했다.

정회장은 트럼프 주니어 초대로 워싱턴 D.C.를 찾았으며 아내인 한지희씨와 주요 일정을 동행했다. 트럼프 주니어 주선으로 정 회장 부부가 함께 행사장을 찾은 것은 트럼프 주니어가 정 회장에게 갖는 ‘각별함’을 보여준다.

정 회장 부부는 취임식 이전의 비공식 프라이빗 행사부터 취임식 당일 ‘Starlight Ball’ 무도회까지 다양한 행사에 참석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부터 글로벌 IT기업 경영진까지 폭넓은 깊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졌다.

정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서 인공지능 및 암호화폐 정책 책임자로 임명된 데이비드 삭스를 비롯해 국무 장관 지명자인 마크 루비오와도 만남을 가졌다. 데이비드 삭스는 미국 기업가이자 벤처 투자자로 AI와 암호화폐 분야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고자 하는 트럼프의 정책을 강하게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이다.

정 회장은 워싱턴 D.C.에 도착하자마자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벤처 투자 기업 1789 캐피탈을 공동 설립한 오미드 말릭, 크리스토퍼 버스커크와 함께 식사하며 공통 관심사에 대한 다양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또 다른 프라이빗 사교 행사에서는 오클라호마주 현직 주지사 케빈 스타크를 만났고, 지난달 마러라고 리조트서 일론 머스크와 인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X(옛, 트위터)’와 ‘우버’ 등 글로벌 IT기업이 공동 주최한 프라이빗 행사에도 초대받아 참석하기도 했다.

정 회장 부부는 참석자 중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국경 넘나드는 소통 리더 자리매김

정 회장은 최근 트럼프가와의 인연으로 주목 받은 데 대해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소통 기반 위에 혁신을 추구하는 리더로 진화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그간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가, 신세계그룹의 혁신과 고객 만족을 위한 본업 경쟁력 강화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진실된 소통을 기반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원래도 다양하고 넓은 인맥을 가꿔왔다. 4촌간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선물산 사장은 경기초등학교 동문이기도 하며, 특히 동갑인 이재용 회장과는 대학 입학 당시 나란히 서울대 서양사학과, 서울대 동양사학과에 합격해 화제를 모았다.

이부진, 이서현 자매와는 문화와 예술, 패션 등 관심사를 공유하며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맞수로 알려진 신동빈 회장과도 수시로 사업 관련 아이디어를 포함 다양한 주제로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는 신앙적인 공감대로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왔으며 정 회장이 자택으로 초대해 기도 모임을 함께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장 정용진’의 숨가쁜 혁신은 진행 중

‘소통 기반 위에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라는 정 회장의 포부서 보듯 정 회장의 본질은 ‘혁신 기업가’다. 지난해 3월 회장에 오른 이후 그는 그야말로 숨가쁘게 혁신을 실행하고 독려하고 있다.

이달 초 발표한 2025년 신년사에서 위기를 정면돌파할 핵심 무기로 ‘1등 고객을 만족시키는 본업 경쟁력’을 앞세웠다. 그는 “엄중한 자세로 2025년은 우리의 본업에 대해 집요하게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신년사는 그룹 내에서 어느 때보다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걸로 전해진다. 신세계그룹의 본질적 존재 의미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정확하게 보여줬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그는 절박한 심정으로 ‘본업 경쟁력 강화’를 역설했다. 정 회장이 본업 경쟁력 강화를 얘기하며 꺼내든 화두는 ‘1등 고객’이었다.

“늘 새로움을 갈망하고 과거와는 다른 경험을 통해 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을 1등 고객”이라고 칭한 정 회장은 “신세계그룹은 그들 삶의 품격을 높이며 성장해 왔다”고 자부했다. 이어 “지금 고객이 아닌 나 자신을 1등으로 여기며 안이했던 건 아닌지 성찰하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룹 내에선 ‘혼란스러운 시기에 우리 그룹의 존재 의미에 대해 돌아보게 됐고 특히 언젠가부터 변화와 혁신을 향한 치열함을 잃었던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그는 “고객을 두려워하되 변화는 겁내지 말자”고 했다. 변화를 두려워할 때 고객보다 나를 먼저, 도전보다 회피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금 우리는 몸을 사릴 이유가 없다”며 “조직과 사업서 1등 고객이 어디로 향하는지 치열하게 읽고 실행해달라”고 주문했다.

신년사에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내내 ‘치열한 혁신’을 앞장서 실천했다. 그는 회장에 오른 직후 “격변하는 시장에 놓인 유통기업에게 변화는 필수 생존 전략이다. 나부터 확 바뀔 것”이라고 약속했다.

바로 실행에 나선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신세계 이커머스의 지속 가능한 성장 시스템 구축이었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CJ와의 MOU를 진두지휘하며 이커머스 물류 경쟁력을 높이는 결단을 내렸다.

정 회장은 기존 물류 역량으로는 격변하는 시장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물류 전문기업과의 협업으로 약점을 보완하는 솔루션을 고안했다. 신세계와 CJ 계열사 간 협업 논의를 그룹 차원의 협력으로 힘을 실어주면서 그 의미를 더했다.


지난해 6월 지마켓과 SSG닷컴 대표를 전격 교체한 것도 이커머스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결단이었다. 실제로 인사 쇄신은 정 회장이 회장 승진 후 강조한 핵심이다.

정 회장은 철저한 성과 위주로 수시 인사를 하겠다는 원칙을 가졌다.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임원들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신속한 결단도 성과주의 인사의 큰 축이다. 정 회장은 회장에 오른 이후 부정부실이 확인된 임원들에 대해 최측근이라도 관용 없이 즉각 해임했다.

신세계그룹은 그간 정기 인사를 제외하고는 임원에 대한 인사 조치가 전무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철저한 신상필벌에 입각한 성과주의 조직 구현’을 가장 큰 경영철학으로 제시했고 회장 원년부터 실행에 나섰다. 조직에 잔존한 온정주의를 타파하고 긴장도를 높여 최고의 성과를 독려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말 발표한 ‘알리바바’와의 협업은 이커머스 정상화에서 한층 나아가 경쟁력을 끌어올릴 승부수로 평가된다. 신세계그룹이 알리바바와 손을 잡은 것은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력 생태계 구축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고, 효율을 개선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글로벌 마켓플레이스와 바로 연결해 시장 확대를 꾀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의 배경이다.

실적으로 증명한 ‘혁신 성과’?
”그래도 아직 갈 길 멀다”


그룹 중추인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 강화도 정 회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사안이다.

정 회장은 지난 2023년 이마트의 사상 첫 적자라는 위기 상황 속에 지난해 회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그는 경영전략실 개편에 앞선 그룹 인사에서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의 통합 대표로 한채양 대표를 임명하며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조각했다.

새 대표를 맞은 이마트는 시작과 함께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상품을 최저가 수준에 공급’하는 대형 마트 본업 경쟁력 강화를 최일선에 내세웠다. 그로서리 강화와 함께 고객들이 경험을 점유하는 ‘새로운 이마트’로의 리뉴얼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 회장은 “신세계의 모든 사업장은 고객을 위한 위한 공간임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객 제일’ 원칙은 ‘미래형 이마트’ 전략의 뼈대다.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마트, 에브리데이, 이마트24 3사의 기능 통합 작업도 순항 중이다. 이마트와 에브리데이는 지난해 7월 합병 법인이 출범했고, 이마트24는 기능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모색한다. 통합 이마트는 매입부터 물류까지 주요 분야 수익성을 개선하고 고객 혜택을 증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가 진행 중인 경쟁력 강화 조치는 정 회장이 강조하는 ‘철저한 수익성 중심 전략’을 기반으로 한다. 정 회장 취임 후 이마트 실적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3분기에도 한층 더 탄탄하게 실적을 끌어올리며, 연결기준 3분기 누계 영업이익은 지난 2023년보다 386억원(222%) 증가했다.

이마트만 놓고 보면 3분기 누계 총매출은 11조6693억원, 영업이익 19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2269억원(2%), 영업이익은 463억원(31%) 각각 늘어난 수치다.

정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뒤쳐질 수 없다는 우리의 절박함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격려하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 확실한 본업 경쟁력으로 경쟁자를 압도하자”고 주문했다. 정 회장의 혁신은 쉴 새가 없는 것이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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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