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킨십’ 미 소통창구로 부상한 정용진 회장

미 대통령 취임식 및 다수 행사 참석
신년사 통해 “변화는 필수 생존 전략”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와의 인연으로 주목받고 있다. 평소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정 회장 본연의 캐릭터가 최근 트럼프가(家)와의 네트워킹으로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주니어 초청으로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까지 만났다. 트럼프 취임식에도 참석해 무도회서도 트럼프가 및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격의 없이 소통했다.

정회장은 트럼프 주니어 초대로 워싱턴 D.C.를 찾았으며 아내인 한지희씨와 주요 일정을 동행했다. 트럼프 주니어 주선으로 정 회장 부부가 함께 행사장을 찾은 것은 트럼프 주니어가 정 회장에게 갖는 ‘각별함’을 보여준다.

정 회장 부부는 취임식 이전의 비공식 프라이빗 행사부터 취임식 당일 ‘Starlight Ball’ 무도회까지 다양한 행사에 참석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부터 글로벌 IT기업 경영진까지 폭넓은 깊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졌다.

정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서 인공지능 및 암호화폐 정책 책임자로 임명된 데이비드 삭스를 비롯해 국무 장관 지명자인 마크 루비오와도 만남을 가졌다. 데이비드 삭스는 미국 기업가이자 벤처 투자자로 AI와 암호화폐 분야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고자 하는 트럼프의 정책을 강하게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이다.

정 회장은 워싱턴 D.C.에 도착하자마자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벤처 투자 기업 1789 캐피탈을 공동 설립한 오미드 말릭, 크리스토퍼 버스커크와 함께 식사하며 공통 관심사에 대한 다양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또 다른 프라이빗 사교 행사에서는 오클라호마주 현직 주지사 케빈 스타크를 만났고, 지난달 마러라고 리조트서 일론 머스크와 인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X(옛, 트위터)’와 ‘우버’ 등 글로벌 IT기업이 공동 주최한 프라이빗 행사에도 초대받아 참석하기도 했다.

정 회장 부부는 참석자 중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국경 넘나드는 소통 리더 자리매김

정 회장은 최근 트럼프가와의 인연으로 주목 받은 데 대해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소통 기반 위에 혁신을 추구하는 리더로 진화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그간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가, 신세계그룹의 혁신과 고객 만족을 위한 본업 경쟁력 강화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진실된 소통을 기반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원래도 다양하고 넓은 인맥을 가꿔왔다. 4촌간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선물산 사장은 경기초등학교 동문이기도 하며, 특히 동갑인 이재용 회장과는 대학 입학 당시 나란히 서울대 서양사학과, 서울대 동양사학과에 합격해 화제를 모았다.

이부진, 이서현 자매와는 문화와 예술, 패션 등 관심사를 공유하며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맞수로 알려진 신동빈 회장과도 수시로 사업 관련 아이디어를 포함 다양한 주제로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는 신앙적인 공감대로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왔으며 정 회장이 자택으로 초대해 기도 모임을 함께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장 정용진’의 숨가쁜 혁신은 진행 중

‘소통 기반 위에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라는 정 회장의 포부서 보듯 정 회장의 본질은 ‘혁신 기업가’다. 지난해 3월 회장에 오른 이후 그는 그야말로 숨가쁘게 혁신을 실행하고 독려하고 있다.

이달 초 발표한 2025년 신년사에서 위기를 정면돌파할 핵심 무기로 ‘1등 고객을 만족시키는 본업 경쟁력’을 앞세웠다. 그는 “엄중한 자세로 2025년은 우리의 본업에 대해 집요하게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신년사는 그룹 내에서 어느 때보다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걸로 전해진다. 신세계그룹의 본질적 존재 의미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정확하게 보여줬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그는 절박한 심정으로 ‘본업 경쟁력 강화’를 역설했다. 정 회장이 본업 경쟁력 강화를 얘기하며 꺼내든 화두는 ‘1등 고객’이었다.

“늘 새로움을 갈망하고 과거와는 다른 경험을 통해 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을 1등 고객”이라고 칭한 정 회장은 “신세계그룹은 그들 삶의 품격을 높이며 성장해 왔다”고 자부했다. 이어 “지금 고객이 아닌 나 자신을 1등으로 여기며 안이했던 건 아닌지 성찰하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룹 내에선 ‘혼란스러운 시기에 우리 그룹의 존재 의미에 대해 돌아보게 됐고 특히 언젠가부터 변화와 혁신을 향한 치열함을 잃었던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그는 “고객을 두려워하되 변화는 겁내지 말자”고 했다. 변화를 두려워할 때 고객보다 나를 먼저, 도전보다 회피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금 우리는 몸을 사릴 이유가 없다”며 “조직과 사업서 1등 고객이 어디로 향하는지 치열하게 읽고 실행해달라”고 주문했다.

신년사에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내내 ‘치열한 혁신’을 앞장서 실천했다. 그는 회장에 오른 직후 “격변하는 시장에 놓인 유통기업에게 변화는 필수 생존 전략이다. 나부터 확 바뀔 것”이라고 약속했다.

바로 실행에 나선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신세계 이커머스의 지속 가능한 성장 시스템 구축이었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CJ와의 MOU를 진두지휘하며 이커머스 물류 경쟁력을 높이는 결단을 내렸다.

정 회장은 기존 물류 역량으로는 격변하는 시장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물류 전문기업과의 협업으로 약점을 보완하는 솔루션을 고안했다. 신세계와 CJ 계열사 간 협업 논의를 그룹 차원의 협력으로 힘을 실어주면서 그 의미를 더했다.


지난해 6월 지마켓과 SSG닷컴 대표를 전격 교체한 것도 이커머스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결단이었다. 실제로 인사 쇄신은 정 회장이 회장 승진 후 강조한 핵심이다.

정 회장은 철저한 성과 위주로 수시 인사를 하겠다는 원칙을 가졌다.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임원들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신속한 결단도 성과주의 인사의 큰 축이다. 정 회장은 회장에 오른 이후 부정부실이 확인된 임원들에 대해 최측근이라도 관용 없이 즉각 해임했다.

신세계그룹은 그간 정기 인사를 제외하고는 임원에 대한 인사 조치가 전무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철저한 신상필벌에 입각한 성과주의 조직 구현’을 가장 큰 경영철학으로 제시했고 회장 원년부터 실행에 나섰다. 조직에 잔존한 온정주의를 타파하고 긴장도를 높여 최고의 성과를 독려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말 발표한 ‘알리바바’와의 협업은 이커머스 정상화에서 한층 나아가 경쟁력을 끌어올릴 승부수로 평가된다. 신세계그룹이 알리바바와 손을 잡은 것은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력 생태계 구축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고, 효율을 개선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글로벌 마켓플레이스와 바로 연결해 시장 확대를 꾀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의 배경이다.

실적으로 증명한 ‘혁신 성과’?
”그래도 아직 갈 길 멀다”


그룹 중추인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 강화도 정 회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사안이다.

정 회장은 지난 2023년 이마트의 사상 첫 적자라는 위기 상황 속에 지난해 회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그는 경영전략실 개편에 앞선 그룹 인사에서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의 통합 대표로 한채양 대표를 임명하며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조각했다.

새 대표를 맞은 이마트는 시작과 함께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상품을 최저가 수준에 공급’하는 대형 마트 본업 경쟁력 강화를 최일선에 내세웠다. 그로서리 강화와 함께 고객들이 경험을 점유하는 ‘새로운 이마트’로의 리뉴얼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 회장은 “신세계의 모든 사업장은 고객을 위한 위한 공간임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객 제일’ 원칙은 ‘미래형 이마트’ 전략의 뼈대다.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마트, 에브리데이, 이마트24 3사의 기능 통합 작업도 순항 중이다. 이마트와 에브리데이는 지난해 7월 합병 법인이 출범했고, 이마트24는 기능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모색한다. 통합 이마트는 매입부터 물류까지 주요 분야 수익성을 개선하고 고객 혜택을 증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가 진행 중인 경쟁력 강화 조치는 정 회장이 강조하는 ‘철저한 수익성 중심 전략’을 기반으로 한다. 정 회장 취임 후 이마트 실적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3분기에도 한층 더 탄탄하게 실적을 끌어올리며, 연결기준 3분기 누계 영업이익은 지난 2023년보다 386억원(222%) 증가했다.

이마트만 놓고 보면 3분기 누계 총매출은 11조6693억원, 영업이익 19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2269억원(2%), 영업이익은 463억원(31%) 각각 늘어난 수치다.

정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뒤쳐질 수 없다는 우리의 절박함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격려하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 확실한 본업 경쟁력으로 경쟁자를 압도하자”고 주문했다. 정 회장의 혁신은 쉴 새가 없는 것이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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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