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 관세’ 부과 예고…한국도 사정권?

10일이나 11일 공식 발표
대미 무역 흑자 트집 가능성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중국과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특정 다수 국가들에게도 ‘상호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각) 백악관서 열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상호 관세 관련 발표가 10일이나 11일 회의 후 이뤄질 것”이라며 “아마도 상호 관세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호 관세는 상대국이 자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 수준과 동일하게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중국산 상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캐나다와 멕시코에도 25%의 보편 관세 부과를 예고했으나, 합의 끝에 이를 한 달 뒤로 유예하기로 했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10일부터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 15%, 원유와 농기계 및 일부 자동차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보복 조치에 들어갔다.

현재 구체적으로 어느 국가에 상호 관세를 부과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도구로 여러 차례 언급해 왔던 만큼,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들이 상호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첫 번째 타깃은 유럽연합(EU)으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EU가 자동차 수입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미국의 관세율은 2.5%에 불과하다며 이를 “불공정하다”고 지적해 왔다.

그는 지난 2일 EU에 관세를 부과할지 묻는 질문에 “미국이 3500억달러(약 513조원)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분명히 무엇인가 해야 한다”면서 “EU에 확실히 관세를 물릴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한국도 상호 관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양국 간 관세의 99% 이상이 철폐돼 사실상 무관세 상태지만, 문제는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5일 발표한 무역수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무역 흑자 규모는 660억달러로 일본(685억달러)에 이어 9번째를 기록했다. 중국(2954억달러)의 대미 무역 흑자가 가장 많고 EU(2356억달러), 멕시코(1718억달러), 베트남(1235억달러), 아일랜드(867억달러), 독일(848억달러), 대만(739억달러) 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FTA의 일종인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으로 묶여 있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서도 마약과 불법 이민의 유입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고율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그가 한국에 대해서도 무역 흑자 규모를 문제 삼아 비슷한 명분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와 관련 한 외교통상 전문가는 “미국 상무부는 특히 한국의 화합물질 규제, 정보기술 산업(IT) 규제도 문제로 삼고 있어 ‘비관세 장벽 완화’ 등을 요구하며 압박할 여지가 없지 않다”며 “반도체, 의약품, 등 일부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역시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보편 관세나 상호 관세가 시장 원칙에 근거하지 않고 미국 우선이라는 정치 논리에 근거하는 만큼, 이번 트럼프의 관세 폭풍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선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들은 관세 조치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국가가 상호적일 것”이라면서도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와 비슷한 관세가 있는 어느 곳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 발언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상당 부분 철폐한 국가들에 대해선 차별화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해석의 여지도 남긴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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