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윤석열 총장 ‘논개 작전’ 막전막후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오랜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검사 신분으로서는 마지막 국감장에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그동안 두문불출하며 논란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있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최고 수위의 거취 압박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 윤 총장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지난 22일 대검찰청 국감은 시작 전부터 전운이 감돌았다. 라임자산운용(라임)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1·2차 옥중서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등 굵직한 이슈가 쌓인 터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에 높은 관심이 쏠렸다. 

오늘만
기다렸다?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장은 윤 총장의 발언으로 초반부터 달아올랐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중범죄를 저질러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예외적으로 외청이라고도 하지만 과거에는 외청이라고도 얘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 검사들과 법조인들은 검찰청법에 어긋나는 위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검사들이 대놓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일선은 다 위법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이를 법적으로 다투게 된다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특정 사건에 대해 장관과 쟁탈전을 벌여 경쟁하고 싶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검찰인사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던 검사들이 지방으로 좌천되거나 사의를 표한 상황에 대해 “힘 있는 사람에 대한 수사는 굉장히 힘들고 어려워 많은 걸 걸고 불이익도 각오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불이익이) 너무 제도화 되면 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수사에 누구도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난 1월 추 장관의 이른바 검찰 ‘대학살’ 인사에 대해서는 “전례가 없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윤 총장은 “검사장 인사안이 이미 다 짜여있는 상황에서 추 장관이 법무부로 들어오라 했다”며 “그런 법은 없다. (인사안을) 보여주는 게 협의가 아니다. 법에서 말하는 협의는 실질적으로 논의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추 장관의 취임과 동시에 윤 총장의 시련이 시작됐다. 검찰인사,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등과 관련해 윤 총장과 추 장관은 사사건건 부딪쳤다. 그 결과 윤 총장의 수족은 전부 잘려나갔고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리더십에도 상처를 입었다.

마지막 국감 되치기 성공?
참고 참았던 발언 쏟아내

더구나 최근 추 장관의 두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윤 총장은 사실상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추 장관은 지난 19일 헌정 사상 세 번째, 취임 후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라임 사태와 윤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 장모 최모씨 사건에 대해서다. 첫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이 윤 총장의 측근을 겨냥한 것이라면 이번에는 윤 총장을 직접 겨냥했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윤 총장의 부인 김씨는 주식회사 코바나컨텐츠를 운영하며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선상에 오른 회사들로부터 전시회 관련 협찬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김씨가 도이치모터스의 주가조작과 도이치파이낸셜의 주식매매 특혜 사건에 연루됐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 발언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장모 최씨는 과거 한 요양병원에 투자해 공동 경영진을 맡은 적이 있다. 당시 병원 인사들이 불법 의료기관 개설 의혹으로 수사를 받을 당시 최씨도 불법 의료기관 개설, 요양급여비 편취 의혹이 불거졌지만 입건되지 않아 수사를 무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밖에 윤대진 법무연수원 부원장의 친형인 윤모 전 용산세무서장이 육류 수입업자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됐다는 의혹이 있다. 윤 부원장은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해당 의혹에 대한 질의가 있었지만 윤 총장은 본인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본인 및 가족과 측근이 연루된 사건들은 검사윤리강령 및 검찰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회피해야 할 사건”이라며 “수사팀에 철저하고 독립적인 수사의 진행을 일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수사지휘권 발동의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윤 총장의 가족과 측근에 대한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강화하는 한편,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와 감독을 받지 않고 수사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위법·부당
작심 비판

이와 함께 추 장관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라임 사건과 관련해 주장한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김 전 회장은 라임 사건 수사팀이 자신을 회유해 여권 인사에 관한 진술을 끌어내려 했고, 검사장 출신 야권 정치인에 대한 비리를 얘기했지만 수사팀과 검찰총장이 이를 알고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과정에서 현직 검사 등에 대한 향응 제공 의혹도 불거졌다. 

법무부는 “진상을 규명하는 데 있어 검찰총장 본인 또한 관련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의혹이 제기된 검사와 수사관을 관련 수사·공판팀에서 배제한 뒤 새로운 수사팀을 꾸리게 했다. 해당 수사팀은 대검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결과만 윤 총장에게 보고한다. 

법무부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에 즉시 효력이 발생된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앞서 추 장관의 첫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 때에도 ‘형성적 처분’을 언급하면서 윤 총장의 권한이 박탈됐다고 해석한 바 있다. 형성적 처분은 처분하는 것만으로 다른 부수적인 절차 없이 효력이 발생하는 법률 행위를 뜻한다. 
 

▲ 김봉현 대표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지 30여분 만에 입장문을 내고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혔다. 대검은 지난 19일 출입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에서 “금일 법무부 조치에 의해 총장은 더 이상 라임 사건의 수사를 지휘할 수 없게 됐다”며 “수사팀은 검찰의 책무를 엄중히 인식하고, 대규모 펀드 사기를 저지른 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세력 모두를 철저히 단죄함으로써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윤 총장의 가족 수사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수사에 개입하거나 보고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따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라임 사건에 대해서만 언급한 것을 두고 “검사들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치우침 없이 신속하게 수사하길 바라는 당부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대응 없다
국감서 펑

청와대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 ‘불가피했다’는 견해를 내놨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에 관해 청와대는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하거나 행사 여부를 보고받지 않았다”면서도 “수사지휘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청와대가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취하자 윤 총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거의 즉각적으로 수용할 의사를 밝히면서 대검과 법무부의 갈등이 표면화되진 않았지만 정치권을 비롯한 검찰 내부에서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추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이후에도 연일 SNS를 통해 검찰과 윤 총장을 비판했다. 지난 20일에는 “윤 총장이 태세를 전환해 법무부 장관 지휘에 따른 것은 당연한 조치이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SNS에 적었다. 그러면서 “이제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남부지검은 관련 수사팀의 확대·개편을 강화해야 한다”며 “법무부와 대검 등 상부기관으로부터도 독립해 특별검사에 준하는 자세로 오로지 법과 양심,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해 국민 기대에 부응하도록 분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21일에는 윤 총장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졌다. 추 장관은 “야당과 언론은 ‘사기꾼의 편지 한 통으로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했다’고 맹목적 비난을 하기 전에 국민을 기망한 대검을 먼저 저격해야 한다”며 “검찰총장은 ‘중상모략’이라고 화부터 내기 전에 알았든 몰랐든 지휘관으로서 성찰과 사과를 먼저 말했어야 한다. 유감이다”라고 적었다. 

앞서 대검은 법무부의 김 전 회장의 1차 서신, 이른바 김봉현 문서 사건 관련 감찰 결과 발표에 대해 윤 총장에 대한 중상모략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라임 사건 수사 전반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고, 야권 관련 정치인 의혹은 그 내용을 보고 받은 뒤 역시 철저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추 장관은 당시 대검 입장에 대해 SNS를 통해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산 권력 수사 당부
“아직도 유효할 것이라 생각”

여기에 김 전 회장의 2차 폭로가 맞물렸다. 김 전 회장은 2차 옥중서신에서 “술접대를 한 검사 3명은 대우조선해양수사팀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라고 주장했다. 또 도주 당시 검찰관계자의 조력을 받았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의 말 한 마디에 수사 방향이 전환됐다”는 주장도 담겼다. 김 전 회장은 “5년 전 여당 국회의원 관련 금액이 몇백만원 수준이라고 금액이 너무 적다고 하면서 사건 진행을 하지 않겠다고 하던 검사가 총장님께서 전체주의를 발표한 직후 저를 다시 불러 ‘그냥 다시 진행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 청와대 전경

그러면서 “이번 총장님 발표 때문에 그러시냐고 했더니 맞으니 잘 도와주시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이 언급한 윤 총장의 전체주의란 지난 8월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라고 한 발언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서는 추 장관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대검 감찰2과장을 지낸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는 21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총장님을 응원합니다’라는 글에서 “진정한 검찰개혁을 위해 현역 정치인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는 일이 없어야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흘 만에 소위 ‘검찰총장이 사건을 뭉갰다’는 의혹을 확인하는 ‘궁예의 관심법’ 수준의 감찰 능력에 놀랐고, 이후 전 서울남부지검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음에도 2차 수사지휘권이 행사되는 것을 보고 또 놀랐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관님의 의도는 모르겠으나 수사지휘권 행사는 결국 총장님을 공격해 또 다시 총장직 사퇴라는 결과를 의도하는 정치적인 행위로 의심받을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추 장관의 SNS 비판과 검찰 내부의 목소리에도 침묵을 지키던 윤 총장은 국감장에서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끝까지”
사퇴 없다

그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사실상의 사퇴 압박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거취 문제는 “임명권자(문재인 대통령)께서도 별 말씀이 없고, 임기라는 것은 취임하면서 국민들과 한 약속”이라 “압력이 있더라도 제가 할 소임은 다 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검찰총장 임명식 때 문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당부한 데 대해 “그때뿐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문 대통령도) 같은 생각이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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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