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이후…추미애-윤석열 장외전

총장님 ‘꿈틀’ 장관님 ‘발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감 발언으로 발발한 ‘추·윤 대전’이 장외전으로 번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연일 윤 총장을 향해 맹공을 퍼붓는 중이다. 이전과 달리 추 장관에 대한 검사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윤석열 검찰총장

지난달 22일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독무대였다. 2013년 국감의 재연이라는 말도 나왔다. 당시 여주지청장이었던 윤 총장은 국감장에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에 대한 검찰 윗선의 외압을 폭로했다. 그해 국감을 강타한 핵폭탄이었다. 

2020년 국감
2013년 데자뷔

당시 국감에서 나온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윤 총장을 상징하는 수사로 자리 잡았다. 박근혜정부 시절 한직을 전전하면서도 그가 국민들의 뇌리에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것도 국감에서의 활약이 컸다. 

이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에 합류하면서 부활의 날개짓을 시작한 윤 총장은 문재인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 꽃길의 시작점이 2013년 국감이었던 셈이다. 

윤 총장은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로 문정부와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청문회에서 윤 총장을 치켜세웠던 집권여당은 태세전환에 나섰고 여론 역시 뒤집혔다. 


윤 총장의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한 것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부터다. 지난 1월 추 장관은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법무부에 입성했다. 5선 국회의원, 당 대표 출신의 거물 정치인이던 추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검찰인사와 조직개편으로 윤 총장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2번의 검찰인사로 윤 총장의 수족이 다 잘려 나갔다.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맡고 있던 검사들은 한직으로 좌천되거나 이 과정에서 옷을 벗었다. 그 자리는 친정부 검사들, 이른바 ‘추미애 라인’으로 채워졌다.

문정부에서 가장 승승장구하고 있는 검사로 꼽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대표적이다. 이 지검장은 불과 1년 만에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 ‘빅4’ 요직을 두루 거쳐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다. 

그 후로 사사건건 윤 총장과 대립하기 시작했다. 조 전 장관의 아들 조모씨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써준 혐의를 받고 있는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건,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 수사 등을 두고 윤 총장에 반기를 들었던 것. 

침묵 지키다 나온 작심발언
감찰 3건으로 거취 압박?

추 장관은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윤 총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은 윤 총장이 추 장관의 뜻을 사실상 수용하는 방식으로 일단락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와 동시에 윤 총장의 거취 문제가 끊임없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포함한 여권이 지난 4·15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검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윤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본격적으로 언급된 것도 그쯤이다. 아내와 장모 등 가족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어졌고 측근의 비위 의혹에 윤 총장 책임론이 불거졌다. 


하지만 윤 총장은 자리를 지켰다. 추 장관의 지시에 맞서다가도 끝내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다 공식석상에 설 기회가 있으면 몇 마디로 말로 정치권을 들썩이게 했다. 윤 총장의 발언에 갑론을박 정치적 해석이 따라 붙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지난 8월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당시 윤 총장은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 실현된다”고 말한 바 있다.

독재, 전체주의 등 수위 높은 표현에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추 장관의 검찰인사, 수사지휘권 발동, 집권여당의 사퇴 압박, 검찰 개혁에 대한 드라이브 등을 에둘러 비판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윤 총장은 더 이상의 추가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 대검찰청 국감에서 작심발언이 쏟아진 것이다. 당초 윤 총장이 국감에서 어떤 발언을 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식물총장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과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나선 만큼 지난 2013년 국감에서처럼 대형 폭로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1월부터
압박 커져

윤 총장의 입에 모였던 관심은 그가 국감 시작과 동시에 여당 의원들의 공격을 맞받아치기 시작하면서 크게 달아올랐다.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이어진 국감에 국민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시청률이 폭주했고 언론은 윤 총장의 발언에 주목했다. 

윤 총장은 라임·옵티머스 금융사기 사건에 검찰이 연루됐고 부실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무슨 근거로 제가 관련돼 있다고 발표했느냐”라고 반발했다. 이와 관련해 대검이 ‘중상모략’이라고 입장을 낸 데에 대해선 “중상모략이라는 단어,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추 장관은 SNS에 ‘검찰총장은 중상모략이라고 화부터 내기 전에 사과와 성찰부터 말했어야 한다’고 쓴 바 있다. 이외에도 윤 총장은 이날 국감장에서 추 장관에 대한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추 장관의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대한)수사지휘권 행사는 범죄자 말만 믿고 한 것”이라며 의견을 묻자 윤 총장은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서도 “위법하고 부당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지난 1월 인사를 두고 언론에서 ‘검찰총장 측근 대학살 인사’라고 표현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법에서 말하는 협의는 실질적으로 논의하라는 것”이라고 검찰 인사에 대해 비판했다. 

검찰청법 34조1항에 따르면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도록 명시돼있다. 또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돼있다.


윤 총장과 추 장관은 지난 1월 첫 검찰인사 때부터 이 부분을 두고 힘겨루기를 벌였다. 그러면서 ‘윤석열 패싱’ 논란도 불거졌다. 

실력 있는 검사들이 좌천됐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힘 있는 사람 수사는 굉장히 힘들고 어렵다. 여러 불이익을 각오해야 하는 게 맞다”며 사실상 인정했다. 권력 수사하면 좌천으로 압축된다는 또 다른 의원의 말에 대해서도 재차 “그렇다”고 답했다. 

사퇴 압박에
“임기 지킬 것”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사퇴 압력으로 느껴지는 지에 대해서는 “임기라는 것은 취임하면서 국민들과 한 약속이다. 압력이 있더라도 제가 할 소임은 다 할 생각”이라며 물러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문 대통령이 총선 후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임기를 지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도 말했다. 
 

▲ ▲▲ 최근 사퇴한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 ⓒ고성준 기자

윤 총장의 작심발언에 추 장관 감찰로 응수했다. 수사지휘권 발동에 이어 감찰 카드를 통해 윤 총장을 옭아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 추 장관이 언급한 윤 총장 관련 감찰 사안은 언론사 사주 만남 의혹, 라임 사건 보고절차 위반 의혹 등이다. 

라임 사건과 관련한 검사·야권 정치인 로비 의혹이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보고되지 않았다는 의혹은 이미 지난달 22일 추 장관의 지시로 감찰이 진행 중이다.


라임 사건을 맡은 서울남부지검이 수사 과정에 드러난 야권 로비 의혹을 지난 5월 윤 총장에게 직접 대면보고 했으면서도 3개월 동안 대검 반부패부장에게 중간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윤 총장이 직접 감찰 대상에 거론되진 않았지만 추후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법부무는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수사 의뢰한 옵티머스 관련 의혹을 무혐의 처분하면서 수천억원대 펀드 사기 피해로 이어졌다는 국감 지적에 대해서도 감찰 지시를 내렸다.

또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신분으로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한 유력 언론사 사주를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 “감찰 중”이라고 전했다.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검찰 내부는 들끓고 있다. 자칫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극대화되면서 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추 장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검사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전파진흥원 사건 당시 수사팀 부장검사였던 김유철 원주지청장은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수사 의뢰인이 소극적이고 특히 ‘자체 조사와 금감원 조사 결과 문제가 없었다’ ‘수사의뢰서에 기재된 혐의 내용은 정확히 모른다’고 진술하는 이상 조사과나 형사과에서 수사력을 대량으로 투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옵티머스 사건은 2018년 10월 수리, 2019년 5월 처분돼 7개월이 초과된 사건으로 부장 전결이 아니라 차장 전결이라 윤석열 총장이 ‘보고를 못 받았다’고 한 건 잘못됐다”며 전결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 내부서 반발 움직임
여론도 “추 장관 교체?”

김 지청장은 “중앙지검 조사과 지휘 기간 4개월을 빼면 3개월 만에 처리된 사건이라 전결규정 위반이 아니다”라며 “무혐의로 처분한 사건도 중요 사건으로 차장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지 이견이 있었다. 특히 형제번호가 아닌 수제번호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는 경우 장기사건이 아닌 한 부장 전결로 처리해왔다”고 해명했다.  

‘검찰 개혁이 실패했다’는 검사의 작심비판도 나왔다. 이환우 제주지검 형사1부 검사는 “검찰개혁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아니, 절망하고 있다”며 “역시 ‘정치인들은 다 거기서 거기로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금 정치를 혐오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낀다”며 “마음에 들면 한없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 누르겠다는 권력의지도 느껴진다. 이미 시그널은 충분하고 넘친다”고 덧붙였다.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고성준 기자

아울러 “정치는 잘 모르겠다. 지금의 정권이 선한 권력인지 부당한 권력인지 제가 평가할 바는 못 된다”며 “다만 의도를 가지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먼 훗날 부당한 권력이 검찰 장악을 시도하면서 2020년 법무부 장관이 행했던 그 많은 선례들을 교묘히 들먹이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법적·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라임 수사 지휘를 맡아온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도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며 사퇴했다. 박 지검장은 추 장관의 윤 총장 수사지휘권 박탈에 대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정면으로 비판한 바 있다. 

검사 비판↑
검란 될까?

한편 ‘교체해야할 국무위원’으로 추 장관을 뽑은 응답자가 37%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쿠키뉴스가 여론조사업체 데이터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1000명에게 실시한 조사 결과 추 장관은 교체 대상 1위로 꼽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13.3%),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8.5%)이 뒤를 이었다.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 등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추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한 조사에서도 52.7%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자세한 내용은 데이터리서치 홈페이지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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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