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금…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시대 막전막후

윤석열 두고서 사실상 총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현재 검찰 최고의 실세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이 지검장의 위세는 기수를 넘나든다. 많이 무뎌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상명하복 문화가 남아 있는 검찰서 보기 드문 장면들이 나오고 있다. ‘차기 검찰총장’이라는 말을 넘어 ‘이미 검찰총장’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사진 가운데)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 안팎서 입길에 오르고 있다. 지난 7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 이후 사의를 표명한 광주지검장이 이 지검장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이 지검장이 수사팀 검사에 대한 감찰을 늦추기 위해 고검장을 찾아가 압박했다는 말도 들린다. 

추 오고
승승장구

“이성윤 지검장이 검사입니까? 저는 (이 지검장이)검사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이 <조선일보>와의 통화서 한 말이다. 문 전 지검장은 검찰 고위 간부 인사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에 임명되자 사의를 표했다. 이후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이번 인사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문 전 지검장은 지난 8일,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를 남기면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치명적인 잘못을 범했다. 검사 26년째입니다만, 강요미수죄라는 사건이 이렇게 어려운 사건인지 처음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서 맡아 수사하고 있다.

이어 “이 사건은 검찰청법에 규정된 총장의 지휘감독권을 박탈하는 위법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까지 발동된 사건”이라며 “‘차고 넘친다는 증거’는 어디에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증거들이 확보됐다면, 한동훈 검사장은 감옥에 있었을 것”이라며 “검사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될 행태를 했다는 것인데 그런 범죄자를 지금도 법무연수원에 자유로운 상태로 둘 수 있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천하에 인재는 강물처럼 차고 넘치듯이 검찰에도 바른 인재들이 많이 있다. 그 많은 인재들을 밀쳐두고 이번 인사에 관해서도 언론으로부터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의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이런 행태에 대해 우려스럽고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박정부 시절 한직 전전
문정부 들어 요직 거쳐

또 “사람이나 조직의 역량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특히 검사의 역량은 오랜 기간 많은 사건들을 하면서 내공이 갖춰지는 것”이라며 “검사라는 호칭으로 불리지만 다 같은 검사가 아니다. 각자가 키운 역량만큼,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문 전 지검장은 지난 2월에도 이 지검장을 비판한 적이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당시 청와대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를 기소하라고 지시했음에도 이 지검장이 이를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해 심각한 문제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최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조모씨의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수사 2부는 최 비서관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겠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 지검장은 기소 결재와 승인을 미뤘다. 이 지검장이 윤 총장의 직접 지시에 불응하자, 윤 총장은 수사팀에 직접 지시를 내렸다. 이 문제를 두고 문 전 지검장이 이 지검장을 공개 저격한 것이다. 
 

▲ 윤석열 검찰총장

최 비서관 기소 문제를 두고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이 맞붙었을 당시, 법무부는 “고위공무원 사건은 지검장의 결재·승인을 받아 처리해야 하는 것이고, 이를 위반하면 검찰청법 및 위임전결 규정 등에 대한 위반 소지가 있다”고 이 지검장의 손을 들어줬다. 


실제 이 지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로 꼽힌다. 전북 고창 출신의 이 지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1994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해 전주지검 부장과 광주지검 특수부장, 인천지검 마약·조직범죄 수사부장,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장,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을 거쳐 금융위원회 조사기획관으로 파견되기도 했다. 

세월호 때
수사본부장

문 대통령과의 인연은 노무현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2006년 대통령 사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으로 파견돼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을 보좌했다. 2014년 광주지검 목포지청장을 지내면서 세월호 참사 당시 검경 합동수사본부장도 역임했다.

이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추미애 법무부’가 출범한 이후부터는 존재감도 뚜렷해졌다.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을 역임하다 올해 1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취임했다. 문정부 들어 검찰 내 빅4로 불리는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대검 공공수사부장 중 세 자리나 거쳤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취임 직후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서 윤 총장의 측근을 대거 교체했다.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 총장과 호흡을 맞춰왔던 수족들이 줄줄이 갈려나가는 사이 이 지검장은 ‘검찰의 꽃’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됐다. 

이 지검장은 취임사를 통해 “저는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검찰은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찰권 행사의 목표와 과정도 이러한 국민들의 인권보호의 관점서 생각하고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의 단계별 과정 과정마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절제와 자제를 거듭하는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다”며 “절제된 수사 과정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고 인권보호도 이뤄져야 종국적으로는 당사자 모두가 수긍하는 수사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이 지검장의 취임사는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과 가족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9월 검찰을 향해 전달한 메시지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고민정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검찰은 국민을 상대로 공권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하는 기관이므로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과 법무부 간의 호흡은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서 빛을 발했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으로 윤 총장과 추 장관이 강하게 대립했고, 검찰 내에서도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갈등을 빚었다. 당시 이 지검장은 윤 총장과 대검의 대척점에 섰다.

검찰 빅4
세 자리나

단초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두고 윤 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이하 전문자문단)을 소집한 것이다. 전문자문단은 외부 형사법 전문가들이 사건의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기구다. 추 장관은 전문자문단 소집을 두고 ‘즉각 중단하라’는 시그널을 여러 차례 윤 총장과 대검에 보냈다.

지난 6월30일 서울중앙지검은 전문자문단 관련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공개적으로 대검에 건의했다. 또 대검의 지휘 없이 수사팀이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총장이 소집한 전문자문단에 서울중앙지검이 제동을 걸자, 이 지검장이 공개 항명했다는 말이 나왔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전문자문단 소집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 대해 “비정상적이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초래됐다”고 비판했다. 반면 대검은 “(채널A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고 했다면 범죄의 성립과 혐의 입증에 대해 지휘부서인 대검을 설득했어야 한다”며 “범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설득하지 못한 상황서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달라고 하는 것은 수사의 기본마저도 저버리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추 장관은 이 지검장의 공개 항명 사흘 뒤인 7월2일 전문자문단 소집을 중단하고 사실상 수사서 윤 총장을 배제하라는 내용의 수사지휘를 내렸다. 2005년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휘권을 발동한 이후 15년 만에 나온 수사지휘권 행사다. 헌정 사상 두 번째다.

극한으로 치닫던 윤 총장과 추 장관의 갈등은 윤 총장이 수사지휘권을 사실상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일단락됐다. 이 과정서 윤 총장의 영향력은 미미해졌고 상대적으로 반대편에 있던 이 지검장의 위세가 높아졌다. 서울중앙지검은 내친 김에 윤 총장의 최측근이면서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에 대한 수사에 몰두했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 책임론에도
법무부 재신임 핵심참모 전면에

전세가 뒤집힌 건 한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간의 녹취록 전문이 공개되면서다. 앞서 KBS는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녹취록을 근거로 ‘유시민 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지만 이 전 기자 측에서 사실 관계가 다르다며 녹취록 전문을 공개한 뒤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한 검사장은 KB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한 검사장의 휴대폰 유심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서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과 한 검사장이 몸싸움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 검사장은 정 부장검사가 갑자기 달려들었다는 입장이고, 정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이 증거인멸을 하려 해 제지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 검사장은 그 자리서 정 부장검사를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했고, 서울고검에 감찰도 요구했다.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한 검사장의 카카오톡 계정을 불법으로 감청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녹취록 전문 공개와 검사 간의 육탄전은 서울중앙지검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특히 정 부장검사가 한 검사장과의 몸싸움 이후 병원서 링거를 맞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누리꾼들의 조롱이 더해졌다. 

정 부장검사에 대한 서울고검의 감찰을 두고 이 지검장이 고검장과 크게 충돌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김영대 서울고검장(현재 퇴임)을 찾아가 정 부장검사 등에 대한 감찰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고검장이 합법적인 감찰에 응할 것을 요구하자 이 지검장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한다. 

김 고검장은 사법연수원 22기로 이 지검장보다 한 기수 선배다. 일각에선 이 지검장의 행동이 현재 검찰 내부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지검장의 위세가 기수를 넘나들 정도로 커졌다는 분석이다. 또 한편에서는 이 지검장의 행동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선배 고검장
들이받았다?

이 지검장에 대한 법무부의 신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서 한 검사장의 공모를 입증하지 못한 데다, 정 부장검사의 몸싸움 사건까지 일어나면서 이 지검장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하지만 법무부는 지난 7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서 도리어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인사로 이 지검장 라인은 검찰 전면에 대거 포진됐다. 이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에 유임됐다. 이 지검장의 핵심 참모인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신성식 3차장은 대검 공공수사부장과 반부패강력부장으로 나란히 승진했다. 두 사람은 정 부장검사의 몸싸움과 부산 녹취록 유출 의혹과 관련해 각각 감찰과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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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