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금…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시대 막전막후

윤석열 두고서 사실상 총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현재 검찰 최고의 실세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이 지검장의 위세는 기수를 넘나든다. 많이 무뎌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상명하복 문화가 남아 있는 검찰서 보기 드문 장면들이 나오고 있다. ‘차기 검찰총장’이라는 말을 넘어 ‘이미 검찰총장’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사진 가운데)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 안팎서 입길에 오르고 있다. 지난 7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 이후 사의를 표명한 광주지검장이 이 지검장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이 지검장이 수사팀 검사에 대한 감찰을 늦추기 위해 고검장을 찾아가 압박했다는 말도 들린다. 

추 오고
승승장구

“이성윤 지검장이 검사입니까? 저는 (이 지검장이)검사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이 <조선일보>와의 통화서 한 말이다. 문 전 지검장은 검찰 고위 간부 인사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에 임명되자 사의를 표했다. 이후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이번 인사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문 전 지검장은 지난 8일,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를 남기면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치명적인 잘못을 범했다. 검사 26년째입니다만, 강요미수죄라는 사건이 이렇게 어려운 사건인지 처음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서 맡아 수사하고 있다.

이어 “이 사건은 검찰청법에 규정된 총장의 지휘감독권을 박탈하는 위법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까지 발동된 사건”이라며 “‘차고 넘친다는 증거’는 어디에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증거들이 확보됐다면, 한동훈 검사장은 감옥에 있었을 것”이라며 “검사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될 행태를 했다는 것인데 그런 범죄자를 지금도 법무연수원에 자유로운 상태로 둘 수 있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천하에 인재는 강물처럼 차고 넘치듯이 검찰에도 바른 인재들이 많이 있다. 그 많은 인재들을 밀쳐두고 이번 인사에 관해서도 언론으로부터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의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이런 행태에 대해 우려스럽고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박정부 시절 한직 전전
문정부 들어 요직 거쳐

또 “사람이나 조직의 역량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특히 검사의 역량은 오랜 기간 많은 사건들을 하면서 내공이 갖춰지는 것”이라며 “검사라는 호칭으로 불리지만 다 같은 검사가 아니다. 각자가 키운 역량만큼,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문 전 지검장은 지난 2월에도 이 지검장을 비판한 적이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당시 청와대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를 기소하라고 지시했음에도 이 지검장이 이를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해 심각한 문제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최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조모씨의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수사 2부는 최 비서관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겠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 지검장은 기소 결재와 승인을 미뤘다. 이 지검장이 윤 총장의 직접 지시에 불응하자, 윤 총장은 수사팀에 직접 지시를 내렸다. 이 문제를 두고 문 전 지검장이 이 지검장을 공개 저격한 것이다. 
 

▲ 윤석열 검찰총장

최 비서관 기소 문제를 두고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이 맞붙었을 당시, 법무부는 “고위공무원 사건은 지검장의 결재·승인을 받아 처리해야 하는 것이고, 이를 위반하면 검찰청법 및 위임전결 규정 등에 대한 위반 소지가 있다”고 이 지검장의 손을 들어줬다. 

실제 이 지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로 꼽힌다. 전북 고창 출신의 이 지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1994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해 전주지검 부장과 광주지검 특수부장, 인천지검 마약·조직범죄 수사부장,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장,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을 거쳐 금융위원회 조사기획관으로 파견되기도 했다. 

세월호 때
수사본부장

문 대통령과의 인연은 노무현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2006년 대통령 사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으로 파견돼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을 보좌했다. 2014년 광주지검 목포지청장을 지내면서 세월호 참사 당시 검경 합동수사본부장도 역임했다.

이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추미애 법무부’가 출범한 이후부터는 존재감도 뚜렷해졌다.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을 역임하다 올해 1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취임했다. 문정부 들어 검찰 내 빅4로 불리는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대검 공공수사부장 중 세 자리나 거쳤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취임 직후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서 윤 총장의 측근을 대거 교체했다.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 총장과 호흡을 맞춰왔던 수족들이 줄줄이 갈려나가는 사이 이 지검장은 ‘검찰의 꽃’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됐다. 

이 지검장은 취임사를 통해 “저는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검찰은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찰권 행사의 목표와 과정도 이러한 국민들의 인권보호의 관점서 생각하고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의 단계별 과정 과정마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절제와 자제를 거듭하는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다”며 “절제된 수사 과정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고 인권보호도 이뤄져야 종국적으로는 당사자 모두가 수긍하는 수사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이 지검장의 취임사는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과 가족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9월 검찰을 향해 전달한 메시지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고민정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검찰은 국민을 상대로 공권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하는 기관이므로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과 법무부 간의 호흡은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서 빛을 발했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으로 윤 총장과 추 장관이 강하게 대립했고, 검찰 내에서도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갈등을 빚었다. 당시 이 지검장은 윤 총장과 대검의 대척점에 섰다.

검찰 빅4
세 자리나

단초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두고 윤 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이하 전문자문단)을 소집한 것이다. 전문자문단은 외부 형사법 전문가들이 사건의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기구다. 추 장관은 전문자문단 소집을 두고 ‘즉각 중단하라’는 시그널을 여러 차례 윤 총장과 대검에 보냈다.

지난 6월30일 서울중앙지검은 전문자문단 관련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공개적으로 대검에 건의했다. 또 대검의 지휘 없이 수사팀이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총장이 소집한 전문자문단에 서울중앙지검이 제동을 걸자, 이 지검장이 공개 항명했다는 말이 나왔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전문자문단 소집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 대해 “비정상적이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초래됐다”고 비판했다. 반면 대검은 “(채널A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고 했다면 범죄의 성립과 혐의 입증에 대해 지휘부서인 대검을 설득했어야 한다”며 “범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설득하지 못한 상황서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달라고 하는 것은 수사의 기본마저도 저버리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추 장관은 이 지검장의 공개 항명 사흘 뒤인 7월2일 전문자문단 소집을 중단하고 사실상 수사서 윤 총장을 배제하라는 내용의 수사지휘를 내렸다. 2005년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휘권을 발동한 이후 15년 만에 나온 수사지휘권 행사다. 헌정 사상 두 번째다.

극한으로 치닫던 윤 총장과 추 장관의 갈등은 윤 총장이 수사지휘권을 사실상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일단락됐다. 이 과정서 윤 총장의 영향력은 미미해졌고 상대적으로 반대편에 있던 이 지검장의 위세가 높아졌다. 서울중앙지검은 내친 김에 윤 총장의 최측근이면서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에 대한 수사에 몰두했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 책임론에도
법무부 재신임 핵심참모 전면에

전세가 뒤집힌 건 한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간의 녹취록 전문이 공개되면서다. 앞서 KBS는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녹취록을 근거로 ‘유시민 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지만 이 전 기자 측에서 사실 관계가 다르다며 녹취록 전문을 공개한 뒤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한 검사장은 KB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한 검사장의 휴대폰 유심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서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과 한 검사장이 몸싸움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 검사장은 정 부장검사가 갑자기 달려들었다는 입장이고, 정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이 증거인멸을 하려 해 제지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 검사장은 그 자리서 정 부장검사를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했고, 서울고검에 감찰도 요구했다.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한 검사장의 카카오톡 계정을 불법으로 감청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녹취록 전문 공개와 검사 간의 육탄전은 서울중앙지검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특히 정 부장검사가 한 검사장과의 몸싸움 이후 병원서 링거를 맞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누리꾼들의 조롱이 더해졌다. 

정 부장검사에 대한 서울고검의 감찰을 두고 이 지검장이 고검장과 크게 충돌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김영대 서울고검장(현재 퇴임)을 찾아가 정 부장검사 등에 대한 감찰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고검장이 합법적인 감찰에 응할 것을 요구하자 이 지검장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한다. 

김 고검장은 사법연수원 22기로 이 지검장보다 한 기수 선배다. 일각에선 이 지검장의 행동이 현재 검찰 내부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지검장의 위세가 기수를 넘나들 정도로 커졌다는 분석이다. 또 한편에서는 이 지검장의 행동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선배 고검장
들이받았다?

이 지검장에 대한 법무부의 신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서 한 검사장의 공모를 입증하지 못한 데다, 정 부장검사의 몸싸움 사건까지 일어나면서 이 지검장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하지만 법무부는 지난 7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서 도리어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인사로 이 지검장 라인은 검찰 전면에 대거 포진됐다. 이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에 유임됐다. 이 지검장의 핵심 참모인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신성식 3차장은 대검 공공수사부장과 반부패강력부장으로 나란히 승진했다. 두 사람은 정 부장검사의 몸싸움과 부산 녹취록 유출 의혹과 관련해 각각 감찰과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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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