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세 가족’ 경찰 조직은 지금…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2.21 11:55:25
  • 호수 13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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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빌빌거리는 사이 ‘차곡차곡’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개혁이 이뤄졌다. 이번 개혁에 따라 경찰 조직은 ‘국가경찰’ ‘수사경찰’ ‘자치경찰’ 등 세 조직으로 나뉜다. 이로 인해 ‘치안체계에 혼란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 서울지방경찰청

이른바 ‘권력기관 개혁 3법’으로 불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경찰법·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하면서 주요 권력기관 중 체질이 가장 많이 달라질 곳은 경찰이다. 당장 올 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 종결권을 확보한 데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도 가져오게 되면서 힘이 세졌다. 

국·자·수
세 분야 공존

이에 따른 경찰 권한을 분산할 필요성도 높아졌다. 그 장치로 자치경찰제가 도입되고 국가수사본부가 출범된다. 내년부터 국가·자치·수사 경찰이 공존하는 ‘한 지붕 세 가족’ 체제로 바뀌게 된 것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경찰개혁 법안 국회 통과와 관련해 지난 16일 “앞으로 정책의 수립·집행·점검 전 과정에 걸쳐 공개 행정을 더욱 강화해 법 집행의 투명성을 높여 나가겠다”며 “경찰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법이 시행되면 국가·자치·수사 사무별 지휘·감독기구가 분리되고, 그동안 경찰청장에게 집중됐던 권한이 각 시·도, 국수본으로 분산되면서 사실상의 분권 체계가 갖춰지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던 치안업무를 국가와 시·도가 같이 책임지는 형태로 바뀌게 된다”며 “시·도지사에 치안 책임이 부여돼 그에 맞는 예산과 인사 권한이 이양된다”고 덧붙였다.

내년 1월부터 경찰 조직이 국가·자치·수사 사무별로 지휘·감독기구가 분리되면서 몸집이 커진다. 당장 서울지방경찰청은 ‘넘버2’인 차장이 1명에서 3명으로 늘어나 3차장 체제로 바뀔 전망이다.

국가사무는 1차장이, 수사사무는 2차장이, 자치사무는 3차장이 맡는 방식이다. 공식명칭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서울특별시경찰청으로 바뀐다.

국가·경찰·수사 세분화
업무 혼선·비효율 등 우려

수사국 내에는 수사부·형사부·사이버수사국이, 보안국에는 안보수사국이 확대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2년 단임 임기제인 국수본부장은 임용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일단 공석으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청도 개편되는데 우선 명칭이 시도경찰청으로 변경된다. 자치경찰제가 도입됨에 따라 서울청은 3차장가, 나머지 지방청은 3부장 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수사·자치 사무를 각각의 차장과 부장이 담당하는 것이다.

김 청장은 “기획재정부에서 최종적으로 확정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것”이라며 “경정 이하에 대해선 승진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 권한이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나 시도지자체장에게 위임돼 인사권도 분산되는 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는 내용이 담긴 국가정보원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새롭게 바뀔 경찰의 모습도 확정됐다. 경찰은 국가정보원법과 경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과 관련해 “안전과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 김창룡 경찰청장

기존엔 경찰청장이 경찰 전체를 지휘·감독했다면, 앞으로는 수사·국가·자치 사무 등까지 지휘·감독해야 하는 이른바 ‘한 지붕 세 가족’ 체계로 변하게 됐다. 이로써 수사 구조개혁의 목적으로 검찰과 국정원의 기능은 축소되고 경찰의 권한은 대폭 커졌지만,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는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경찰법 전부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하면서 문재인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입법도 마무리됐다. 경찰은 앞으로 국가경찰, 수사경찰, 자치경찰로 나뉘게 된다.

기존 경찰의 지휘·감독체계는 경찰청장을 정점으로 한 ‘톱다운’ 방식이었다. 톱다운이란 최고 지도자가 직접 결정한 대로 일선 경찰들이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즉 최고 결정권자가 먼저 결정을 하고 그 다음 실무자들이 나머지 사항들을 조율해 나가는 방식을 의미한다. 

대공수사 이관
국정원과 협력

하지만 바뀐 지휘 체계는 각각 경찰청장, 국가수사본부장, 시도 경찰위원회가 나눠 맡게 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구조개혁에 따른 경찰권 비대화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로 인해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경찰 사무를 3등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혼선이 오고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청장의 권한은 줄었지만 비대해진 수사권을 그대로 넘겨받은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정치적 독립·중립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관건이다. 

경찰의 한 축이 될 자치경찰이 시·도지사를 포함한 지자체 정치권력 입김에 휘둘릴 수 있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통과된 경찰법 전부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한 경찰서 안에 세 종류의 경찰관이 함께 근무하게 된다.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경찰과 담당 지역 내 생활 안전·교통·경비·일부 수사를 담당하는 자치경찰이 있고, 그 외 국가경찰 사무를 담당하는 국가경찰이 있다.

당장 일선 경찰들은 경찰 사무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런 방식을 두고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한 수도권 경찰청 직장협의회 관계자는 “성폭력 범죄는 자치경찰이 수사하게 돼있는데 수사 도중 국수본 관할의 다른 범죄 혐의를 인지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어려운 사건은 떠넘기려 할 것이고 실적에 도움이 될 만한 사건은 서로 가져가려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복잡한 지휘계통도 문제다. 예컨대 자치경찰은 시·도지사 소속의 시·도경찰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의 지휘를 받지만 성폭력·학교폭력 범죄 등 자치경찰 관할의 일부 수사는 자치위가 아닌 국수본부장의 지휘를 받는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대로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려면 수사 기능까지 지자체로 모두 넘겨줘야 하는데, 알짜배기 수사 권한은 국수본 형태로 국가경찰 내에 남겨두려다 보니 기형적인 안이 탄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자체 사무가 경찰에 전가될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몸집은 
커진다

서울의 한 경찰관은 “지금도 명도집행처럼 명백한 지자체의 사무임에도 경찰 출동을 당연하게 여기는 일이 부지기수”라며 “지자체 사무를 경찰에 떠넘기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경찰청은 통과된 개정안에서 자치경찰제 사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사무 전가 우려를 최소화했다는 입장이다. 노숙인·주취자·행려병자 보호조치 등이 기존 안에 포함됐다가 일선 경찰의 반발로 삭제됐고, 지나치게 넓게 해석될 수 있는 표현들은 명확하게 다듬었다.

경찰청은 오히려 지자체와 지방경찰 간 업무 중복으로 인해 발생했던 비효율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어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시 면허증은 경찰서에 반납하고 교통비는 지자체에 지급하던 것이 한곳에서 통합 처리되는 식이다.

경찰 안팎의 관심은 새로 생길 국수본부장자리에 쏠리고 있다. 국수본부장은 1차 수사종결권 확보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로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경찰 수사권을 경찰청장에게서 넘겨받게 돼있다. 경찰청장 권한을 분산하려는 조치인데, 일각에선 3만명 규모의 수사경찰을 지휘하는 막강한 자리를 하나 더 만든 셈이라는 시각도 있다.


경찰은 일단 국수본부장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적 장치는 법 조문에 담았다는 입장이다. 국수본부장이 헌법·법률을 위반한 때는 국회 탄핵소추 대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고, 경찰청장은 원칙적으로 개별 사건을 지휘·감독할 수는 없지만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 수사’에 있어서는 예외를 뒀다.

일종의 견제 장치인 셈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정권의 성향·코드와 상관없이 정확하고 중립적인 수사를 할 수 있는 인물을 (국수본부장으로)뽑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중립적 수사 가능한 인물 
해당기관과 관계설정 주목

자치경찰을 지휘·감독하게 될 자치위 역시 마찬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자치위는 총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시·도의회에서 2명, 교육감이 1명, 자치위 위원추천위원회에서 2명, 시·도지사가 1명, 국가 경찰위에서 1명을 임명하게 돼있다. 같은 지자체 내에서 선거로 선출되는 시·도의회와 교육감 구성이 시·도지사와 같은 정치적 이해를 할 가능성이 큰 만큼 시·도지사의 입김이 강하게 미치는 자치위원이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

곽 교수는 “지방 토호세력을 비롯해 지방자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경찰 업무에도 영향력을 끼치려 할 수 있다”며 “시범운영 기간에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수처가 등장하고,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면서 경찰이 해당 기관과 어떻게 관계 설정을 해 나갈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우선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 비위를 수사 대상으로 두고 있는 만큼 경찰과는 서로 견제하는 관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 수사 대상에는 경무관 이상 고위 경찰공무원과 그 가족이 포함돼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수사를 진행하던 중에 고위 공직자 범죄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즉각 공수처에 통보하게 돼있다. 이후 공수처장이 사건 이첩을 요구하면 경찰은 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두 수사기관이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과 경찰은 기본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이 강점을 가진 대공 정보권이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경찰의 대공 수사는 어느 정도 국정원의 협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청장은 국정원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난 13일 “3년의 유예기간 동안 안보수사 역량을 높이고 관계 부처와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5·18, 세월호, 댓글 사건, 민간인 사찰 같은 국정원 관련 의혹이 두 번 다시 거론되지 않도록 진상규명에도 끝까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치안 혼란?
떠넘기기?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에 대해선 “대공수사권도 정보 수집과 수사 분리의 대원칙을 실현해 인권 침해 소지를 없앴다”며 “국가안보 수사에 공백이 없도록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전담 조직 신설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공수사권은?

대공수사권이란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에 대한 수사 권한을 가리킨다.

국가정보원뿐만 아니라 경찰·검찰도 갖고 있지만, 그동안 국정원의 전유물처럼 인식됐다. 

원래 이 조항은 중앙정보부 설립 직후(1961년 6월)에 공포된 중정법에 포함됐다.

당시 법률은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국내외 정보사항 및 범죄수사와 군을 포함한 정부 각부 정보수사 활동을 조정 감독하기 위해 중앙정보부장, 지부장 및 수사관은 소관 업무에 관련된 범죄에 관해 수사권을 갖는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게다가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는 문구까지 포함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다.

이 조항은 1963년 12월 중정법 개정 당시 ‘형법 중 내란죄·외환죄, 군형법 중 반란죄, 이적죄, 군사기밀누설죄, 암호부정사용죄,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에 규정된 범죄의 수사’라고 구체화 된 뒤 지금까지 골격을 유지해왔다.

과거 국정원의 대공수사는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몬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가안전기획부 시절에는 한 기업의 홍콩 주재원이었던 윤태식씨가 1987년 1월 부인 김옥분(일명 수지김)씨를 살해한 사건을 ‘여간첩이 남편을 납북 기도한 사건’으로 조작해 발표했다가 2000년 언론 보도로 전모가 폭로되기도 했다. 

또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모느라 증거를 조작했다가 거꾸로 국정원 직원들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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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