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세 가족’ 경찰 조직은 지금…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2.21 11:55:25
  • 호수 13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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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빌빌거리는 사이 ‘차곡차곡’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개혁이 이뤄졌다. 이번 개혁에 따라 경찰 조직은 ‘국가경찰’ ‘수사경찰’ ‘자치경찰’ 등 세 조직으로 나뉜다. 이로 인해 ‘치안체계에 혼란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 서울지방경찰청

이른바 ‘권력기관 개혁 3법’으로 불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경찰법·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하면서 주요 권력기관 중 체질이 가장 많이 달라질 곳은 경찰이다. 당장 올 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 종결권을 확보한 데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도 가져오게 되면서 힘이 세졌다. 

국·자·수
세 분야 공존

이에 따른 경찰 권한을 분산할 필요성도 높아졌다. 그 장치로 자치경찰제가 도입되고 국가수사본부가 출범된다. 내년부터 국가·자치·수사 경찰이 공존하는 ‘한 지붕 세 가족’ 체제로 바뀌게 된 것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경찰개혁 법안 국회 통과와 관련해 지난 16일 “앞으로 정책의 수립·집행·점검 전 과정에 걸쳐 공개 행정을 더욱 강화해 법 집행의 투명성을 높여 나가겠다”며 “경찰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법이 시행되면 국가·자치·수사 사무별 지휘·감독기구가 분리되고, 그동안 경찰청장에게 집중됐던 권한이 각 시·도, 국수본으로 분산되면서 사실상의 분권 체계가 갖춰지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던 치안업무를 국가와 시·도가 같이 책임지는 형태로 바뀌게 된다”며 “시·도지사에 치안 책임이 부여돼 그에 맞는 예산과 인사 권한이 이양된다”고 덧붙였다.

내년 1월부터 경찰 조직이 국가·자치·수사 사무별로 지휘·감독기구가 분리되면서 몸집이 커진다. 당장 서울지방경찰청은 ‘넘버2’인 차장이 1명에서 3명으로 늘어나 3차장 체제로 바뀔 전망이다.

국가사무는 1차장이, 수사사무는 2차장이, 자치사무는 3차장이 맡는 방식이다. 공식명칭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서울특별시경찰청으로 바뀐다.

국가·경찰·수사 세분화
업무 혼선·비효율 등 우려

수사국 내에는 수사부·형사부·사이버수사국이, 보안국에는 안보수사국이 확대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2년 단임 임기제인 국수본부장은 임용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일단 공석으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청도 개편되는데 우선 명칭이 시도경찰청으로 변경된다. 자치경찰제가 도입됨에 따라 서울청은 3차장가, 나머지 지방청은 3부장 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수사·자치 사무를 각각의 차장과 부장이 담당하는 것이다.

김 청장은 “기획재정부에서 최종적으로 확정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것”이라며 “경정 이하에 대해선 승진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 권한이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나 시도지자체장에게 위임돼 인사권도 분산되는 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는 내용이 담긴 국가정보원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새롭게 바뀔 경찰의 모습도 확정됐다. 경찰은 국가정보원법과 경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과 관련해 “안전과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 김창룡 경찰청장

기존엔 경찰청장이 경찰 전체를 지휘·감독했다면, 앞으로는 수사·국가·자치 사무 등까지 지휘·감독해야 하는 이른바 ‘한 지붕 세 가족’ 체계로 변하게 됐다. 이로써 수사 구조개혁의 목적으로 검찰과 국정원의 기능은 축소되고 경찰의 권한은 대폭 커졌지만,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는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경찰법 전부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하면서 문재인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입법도 마무리됐다. 경찰은 앞으로 국가경찰, 수사경찰, 자치경찰로 나뉘게 된다.

기존 경찰의 지휘·감독체계는 경찰청장을 정점으로 한 ‘톱다운’ 방식이었다. 톱다운이란 최고 지도자가 직접 결정한 대로 일선 경찰들이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즉 최고 결정권자가 먼저 결정을 하고 그 다음 실무자들이 나머지 사항들을 조율해 나가는 방식을 의미한다. 

대공수사 이관
국정원과 협력

하지만 바뀐 지휘 체계는 각각 경찰청장, 국가수사본부장, 시도 경찰위원회가 나눠 맡게 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구조개혁에 따른 경찰권 비대화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로 인해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경찰 사무를 3등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혼선이 오고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청장의 권한은 줄었지만 비대해진 수사권을 그대로 넘겨받은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정치적 독립·중립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관건이다. 

경찰의 한 축이 될 자치경찰이 시·도지사를 포함한 지자체 정치권력 입김에 휘둘릴 수 있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통과된 경찰법 전부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한 경찰서 안에 세 종류의 경찰관이 함께 근무하게 된다.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경찰과 담당 지역 내 생활 안전·교통·경비·일부 수사를 담당하는 자치경찰이 있고, 그 외 국가경찰 사무를 담당하는 국가경찰이 있다.

당장 일선 경찰들은 경찰 사무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런 방식을 두고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한 수도권 경찰청 직장협의회 관계자는 “성폭력 범죄는 자치경찰이 수사하게 돼있는데 수사 도중 국수본 관할의 다른 범죄 혐의를 인지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어려운 사건은 떠넘기려 할 것이고 실적에 도움이 될 만한 사건은 서로 가져가려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복잡한 지휘계통도 문제다. 예컨대 자치경찰은 시·도지사 소속의 시·도경찰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의 지휘를 받지만 성폭력·학교폭력 범죄 등 자치경찰 관할의 일부 수사는 자치위가 아닌 국수본부장의 지휘를 받는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대로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려면 수사 기능까지 지자체로 모두 넘겨줘야 하는데, 알짜배기 수사 권한은 국수본 형태로 국가경찰 내에 남겨두려다 보니 기형적인 안이 탄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자체 사무가 경찰에 전가될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몸집은 
커진다

서울의 한 경찰관은 “지금도 명도집행처럼 명백한 지자체의 사무임에도 경찰 출동을 당연하게 여기는 일이 부지기수”라며 “지자체 사무를 경찰에 떠넘기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경찰청은 통과된 개정안에서 자치경찰제 사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사무 전가 우려를 최소화했다는 입장이다. 노숙인·주취자·행려병자 보호조치 등이 기존 안에 포함됐다가 일선 경찰의 반발로 삭제됐고, 지나치게 넓게 해석될 수 있는 표현들은 명확하게 다듬었다.

경찰청은 오히려 지자체와 지방경찰 간 업무 중복으로 인해 발생했던 비효율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어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시 면허증은 경찰서에 반납하고 교통비는 지자체에 지급하던 것이 한곳에서 통합 처리되는 식이다.

경찰 안팎의 관심은 새로 생길 국수본부장자리에 쏠리고 있다. 국수본부장은 1차 수사종결권 확보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로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경찰 수사권을 경찰청장에게서 넘겨받게 돼있다. 경찰청장 권한을 분산하려는 조치인데, 일각에선 3만명 규모의 수사경찰을 지휘하는 막강한 자리를 하나 더 만든 셈이라는 시각도 있다.


경찰은 일단 국수본부장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적 장치는 법 조문에 담았다는 입장이다. 국수본부장이 헌법·법률을 위반한 때는 국회 탄핵소추 대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고, 경찰청장은 원칙적으로 개별 사건을 지휘·감독할 수는 없지만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 수사’에 있어서는 예외를 뒀다.

일종의 견제 장치인 셈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정권의 성향·코드와 상관없이 정확하고 중립적인 수사를 할 수 있는 인물을 (국수본부장으로)뽑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중립적 수사 가능한 인물 
해당기관과 관계설정 주목

자치경찰을 지휘·감독하게 될 자치위 역시 마찬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자치위는 총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시·도의회에서 2명, 교육감이 1명, 자치위 위원추천위원회에서 2명, 시·도지사가 1명, 국가 경찰위에서 1명을 임명하게 돼있다. 같은 지자체 내에서 선거로 선출되는 시·도의회와 교육감 구성이 시·도지사와 같은 정치적 이해를 할 가능성이 큰 만큼 시·도지사의 입김이 강하게 미치는 자치위원이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

곽 교수는 “지방 토호세력을 비롯해 지방자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경찰 업무에도 영향력을 끼치려 할 수 있다”며 “시범운영 기간에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수처가 등장하고,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면서 경찰이 해당 기관과 어떻게 관계 설정을 해 나갈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우선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 비위를 수사 대상으로 두고 있는 만큼 경찰과는 서로 견제하는 관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 수사 대상에는 경무관 이상 고위 경찰공무원과 그 가족이 포함돼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수사를 진행하던 중에 고위 공직자 범죄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즉각 공수처에 통보하게 돼있다. 이후 공수처장이 사건 이첩을 요구하면 경찰은 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두 수사기관이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과 경찰은 기본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이 강점을 가진 대공 정보권이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경찰의 대공 수사는 어느 정도 국정원의 협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청장은 국정원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난 13일 “3년의 유예기간 동안 안보수사 역량을 높이고 관계 부처와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5·18, 세월호, 댓글 사건, 민간인 사찰 같은 국정원 관련 의혹이 두 번 다시 거론되지 않도록 진상규명에도 끝까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치안 혼란?
떠넘기기?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에 대해선 “대공수사권도 정보 수집과 수사 분리의 대원칙을 실현해 인권 침해 소지를 없앴다”며 “국가안보 수사에 공백이 없도록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전담 조직 신설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공수사권은?

대공수사권이란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에 대한 수사 권한을 가리킨다.

국가정보원뿐만 아니라 경찰·검찰도 갖고 있지만, 그동안 국정원의 전유물처럼 인식됐다. 

원래 이 조항은 중앙정보부 설립 직후(1961년 6월)에 공포된 중정법에 포함됐다.

당시 법률은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국내외 정보사항 및 범죄수사와 군을 포함한 정부 각부 정보수사 활동을 조정 감독하기 위해 중앙정보부장, 지부장 및 수사관은 소관 업무에 관련된 범죄에 관해 수사권을 갖는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게다가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는 문구까지 포함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다.

이 조항은 1963년 12월 중정법 개정 당시 ‘형법 중 내란죄·외환죄, 군형법 중 반란죄, 이적죄, 군사기밀누설죄, 암호부정사용죄,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에 규정된 범죄의 수사’라고 구체화 된 뒤 지금까지 골격을 유지해왔다.

과거 국정원의 대공수사는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몬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가안전기획부 시절에는 한 기업의 홍콩 주재원이었던 윤태식씨가 1987년 1월 부인 김옥분(일명 수지김)씨를 살해한 사건을 ‘여간첩이 남편을 납북 기도한 사건’으로 조작해 발표했다가 2000년 언론 보도로 전모가 폭로되기도 했다. 

또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모느라 증거를 조작했다가 거꾸로 국정원 직원들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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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