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FBI’ 국수본부장 후보자 해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1.25 11:07:07
  • 호수 13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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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2인자 두고 용호상박 5파전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75년 경찰 역사상 가장 강력한 ‘공룡경찰’ 시대를 알리는 국수본이 출범했다. 일반 수사는 물론 대공수사권까지 거머쥔 수사본부장은 경찰의 제2인자나 다름없다. 국수본부장의 적임자는 누구일까.
 

▲ (사진 왼쪽부터)국가수사본부장 공모에 지원한 백승호 전 경찰대학장, 이정렬 변호사, 이세민 전 충북경찰청장 차장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가 지난 4일 출범했다. 경찰청장의 구체적인 수사 지휘가 불가해지면서 국수본부장이 경찰 수사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됐다. 국수본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경찰 수사권이 강화되자 이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경찰청장이 개별 사건 수사를 지휘할 수 없도록 하는 등 규모가 커진 경찰 권력에 대한 분산의 의도도 담겼다.

권력 분산
부실 봉쇄

경찰 관계자는 “국수본과 자치경찰제 도입 후 국민 중심 책임 수사 체제를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하고 정착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 목표”라며 “지금까지 큰 무리나 혼선, 시행착오가 없이 차분하게 시행하고 있고,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부실 수사를 원천 봉쇄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관계자는 “경찰의 잘못으로 사건 처리가 잘못되고 국민이 피해를 보는 사안이 단 한 건도 없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수본부장 자리가 아직 공석이라 ‘반쪽짜리 수사기관’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국수본의 첫 수장을 선발하기 위한 공모를 진행했다. 


경찰청 본청에 위치한 국수본 조직은 본부장 공석으로 직무대리 체제를 유지한 채 지난 1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본부장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으로 임기는 2년이다. 본부장은 내부 승진 인사, 외부 임용 모두 가능하다. 초대 본부장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외부 공모를 한 것으로 보인다.

외부 임용 시 자격 요건은 10년 이상 수사 업무에 종사한 고위 공무원·총경 이상 경찰 공무원 재직 경력자, 판사·검사·변호사 10년 이상 경험자, 국가기관 등 법률 사무 10년 이상 종사 변호사, 법률학·경찰학 조교수 이상 10년 이상 근무자, 앞선 4가지 자격 요건의 합산 경력이 15년 이상인 자 등이다.

검·경 수사권조정과 대공수사권 이전으로 경찰에 크게 힘이 실리자, 이름 있는 현직 법조인들이 대거 국수본부장직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수본부장에 지원한 5명 후보자에 대해 분석했다.

수사권 강화…사실상 모든 수사 총괄
컨트롤타워 역할…외부 공모로 가닥

▲백승호 전 경찰대학장 = 1964년 전라남도 장흥군에서 태어난 백 전 경찰대학장은 광주 금호고등학교와 전남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3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연수원을 수료한 이후 변호사로 활동했으나 고시 출신 경정 경력채용에 지원해 경찰공무원으로 전직했다. 이후 총경, 경무관을 거쳐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치안감 시절 경기청 제1차장, 전남청장을 지냈다.

2015년 12월 인사에서는 치안정감으로 승진해 경찰대학장을 맡았으나 2016년 11월 인사에서는 보직을 받지 못하며 공직에서 퇴임했다. 백 전 경찰대학장은 현재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백 전 경찰대학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경찰 재직 당시 수사 분야에서 일했었고 퇴직 후 변호사로 일하면서 경찰 수사와 관련해 느낀 점도 많았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경찰 수사 업무를 잘 이끌고 싶다”고 공모 지원 이유를 밝혔다.

경찰청 수사과장, 경찰 수사연수원장 등을 지낸 그는 국수본 출범 때부터 경찰 조직 안팎에서 초대 본부장감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또 경찰의 업무 특성을 잘 꿰고 있어 수사 전문성을 갖춘 데다 현재 경찰 현업에서 벗어나 법조인으로 활동 중인 외부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초대 본부장
상징성 고려

한 경찰 관계자는 “초대 국수본부장은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독립성을 갖춘 동시에 3만명에 달하는 수사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외부 인사 중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경찰 출신이라면 적임자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정렬 변호사 = 이 변호사는 1991년 10월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1994년 2월 사법연수원 23기를 수료했다. 1997년 2월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로 임관한 후 2013년 6월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로 퇴임했다.

이 변호사는 서울남부지법 판사로 근무하던 2004년 5월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 오모씨에 대해 “병역법상 입영 또는 소집을 거부하는 행위가 오직 양심상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서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적 보호 대상이 충분한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2013년 층간소음으로 이웃집과 갈등을 빚다 재물손괴 혐의로 벌금 100만원 형사 처벌을 받기도 했다. 
 

▲ 경찰청 ⓒ박성원 기자

다음 해 2월10일 서울지방변호사회를 통해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했다. 하지만 대한변협 산하 등록심사위원회는 4월6일 회의를 열어 이 전 부장판사에 대한 변호사 등록 부적격 판정을 내린 뒤, 변호사 등록 거부 사실을 4월21일에 통지했다.

등록심사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6명이 찬성해야 변호사 등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정렬 전 부장판사의 경우 심사위원 중 변호사 등록에 찬성한 위원이 5명, 반대한 위원이 4명이었다. 결국 찬성 위원 1명이 모자라 부결돼 변호사 등록이 거부됐다.

이후 법무법인 동안의 사무장으로 채용됐고, 2014년 6월 전국 행정 서비스 전문사무직 근로자 노동조합에 노조원으로 가입했다. 부장판사 출신이 변호사가 아닌 로펌 사무장으로 활동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이력 보니…
변호사 넷

이 변호사는 2018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꼭 민주공화국이어야 하느냐. 문재인 대통령이 왕조를 여시는 게 어떻겠냐는 제 개인적인 바람을 말씀드린다”고 하는 등 노골적으로 정치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외에도 2011년에 부장판사로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패러디물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가 됐으며 법원으로부터 서면 경고를 받기도 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소재가 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복직 소송 합의 내용을 공개해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세민 전 충북경찰청 차장 = 괴산 출신인 이 전 차장은 청주고등학교(53회)를 졸업한 뒤 경찰대 1기생으로 입학해 1981년 경위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2010년 충북청에 몸담으며 ‘경찰의 별’인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지역 경찰 출신 중 최초로 경무관으로 승진한 사례로 뽑혀 지역사회에서 화두가 되기도 했다.

그는 청주 흥덕경찰서장·상당경찰서장, 충주경찰서장, 경찰청 수사심의관·수사기획관, 경찰대 학생지도부장, 경찰 수사연수원장, 충북경찰청 차장 등을 역임했다. 이 전 차장은 2013년 경찰청 수사기획관 시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박근혜정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부분 수사 관련 부서에서 근무한 이 전 차장은 고향으로 돌아와 2016년 충북청 차장을 끝으로 32년간의 공직생활을 매듭졌다. 이 중 26년은 충북에 근무해 ‘토박이 경무관’으로서 소임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퇴임 직후 고향인 괴산군수 보궐선거 출마설이 나오긴 했으나, 현재까지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 전 차장의 지원 소식이 지역사회에 들려오자 충북 경찰 내부에서는 응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법조 출신 변호사 지원
2월 중순쯤 윤곽 드러날 듯


충북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이번 지원자 중 충북 출신은 이세민 전 차장이 유일하다”며 “경찰개혁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국수본의 초대 본부장인 만큼 충북에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한다”고 이 전 차장을 지지했다.

▲김지영 변호사 = 1972년 태어난 김지영 변호사는 5명 중 유일한 여성 지원자다. 대전 호수돈여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4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계에 입문했다. 2003년 변호사로 개업해 김·장·리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또 법무법인 수호를 거쳐 법무법인 이인에서 활동했고, 2010년 법무법인 율의 변호사로 활동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문과 대한변호사협회 국제위원과 북한특위 위원으로 활동했고, 여성변호사회 국제이사와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위원,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한국 특허정보 영업비밀보호센터를 거쳐 중소기업청 기술유출 자문 변호사를 역임했고,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기술 평가위원으로 근무했다. 

▲이창환 변호사 = 전남 완도군 출신인 이 변호사는 2000년 변호사를 개업했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도 취득했다. 변호사로서는 주로 노동 사건을 많이 맡았다. 판사·변호사 경험이 있는 법조인이 대거 국수본부장직에 도전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수사권 조정으로 국수본의 권한이 막강해진 데다 초대 본부장으로서 활동 반경이 넓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수본부장 자리에 매력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또 검찰과 새롭게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라, 검·경 관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법조인들이 자신감을 보인 것이란 시선도 있다.

내부 인사
가능성도

2년 임기의 국수본부장은 2월 중순쯤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심사를 통해 경찰청장이 1명을 추천하면 행정안전부 장관,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다만 공모 과정에서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판단되면 경찰 내부 발탁 가능성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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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