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추 남는 윤’ 끝나지 않은 전쟁 막전막후

지금까진 몸풀기…본 게임은 지금부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물러난다. 징계위원회에서 결정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한 이후 사의를 표명했다. 겉보기로는 추 장관이 떠나고 윤 총장은 남는 모양새다. 하지만 추 장관과 윤 총장 사이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추·윤 대전’은 추 장관의 사의 표명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원 포인트 릴리프(One Point Relief)’라는 야구용어가 있다. 특정한 1~2명의 타자만을 상대하기 위해 등판하는 구원투수를 뜻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후임으로 낙점됐다.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하기 위한 일종의 원 포인트 릴리프 투수였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징계를 재가하면서 그 역할을 다했다는 설명이다.

장관 2명
날아갔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019년 8월 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직후 가족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같은 해 8월 검찰은 전격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조 전 장관 수사에 돌입했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 만이었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을 전방위로 압박하면서 친조국과 반조국으로 진영이 갈라졌다. 

서초동과 광화문에 각 진영의 지지자들이 결집했고 정치권도 둘로 나뉘었다. 윤 총장이 여권은 물론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한 것도 이쯤이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후 법무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승승장구하던 조 전 장관은 임명 35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두 달여 만인 지난해 12월 추 장관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추 장관은 판사 출신의 5선 국회의원, 당 대표를 지낸 거물 정치인으로 평가받았다. 청와대는 추 장관의 정치적 무게감과 뚝심이 검찰개혁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고민정(현 민주당 국회의원) 청와대 대변인은 “판사, 국회의원으로서 쌓아온 법률적 전문성과 정치력 그리고 그간 추미애 내정자가 보여준 강한 소신과 개혁성은 국민들이 희망하는 사법개혁을 완수하고 공정과 정의의 법치국가 확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추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검찰 장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1월3일 취임사에서도 “이제 가장 힘들고 어렵다는 검찰개혁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며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여러 여론조사 결과,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지지는 역대 최고조에 달해 있다”며 “우리 법무부는 검찰개혁의 소관 부처로서 역사적인 개혁 완수를 위해 각별한 자세와 태도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검찰개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징계위 ‘정직 2개월’ 의결
추 제청에 문 초고속 재가

추 장관은 취임 닷새 만인 1월8일 검사장급 간부 32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날 검찰 인사를 ‘검찰대학살’로 평가했다.

문정부 들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 내 요직으로 불리는 ‘빅4’를 두루 거치면서 ‘추 라인’의 선봉장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윤 총장과 추 장관이 강대 강으로 맞붙게 된 불씨는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이다. 지난 3월31일 MBC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 등이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했다. 이후 검찰조사를 받게 된 이 전 기자는 “수사팀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했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전문수사자문단을 두고 맞붙었다. 
 

▲ 문재인 대통령

추 장관은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 중단과 수사팀에 대한 윤 총장의 지휘 중단을 지시하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은 헌정 사상 2번째였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채널A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자체적으로 수사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10월에는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건의 몸통으로 불리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자필 입장문이 보도되면서 검찰이 한바탕 뒤집혔다. 김 전 회장이 현직 검사에게 술을 접대했다고 주장하자 추 장관은 이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나아가 윤 총장에게 라임 로비 의혹 사건과 총장 가족 사건 등에 대한 수사 지휘를 중단하라며 다시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검찰인사, 수사지휘권 발동 등에 ‘식물총장’으로 전락한 윤 총장은 지난 10월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발언도 이날 나왔다. 그러자 추 장관은 윤 총장의 발언에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있다”고 맞섰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

윤 총장에 대한 감찰도 지시했다.  

11월은 한 달 내내 사상 초유의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윤 총장과 추 장관의 갈등이 극한까지 치달았다.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 시도가 있었고, 직무배제와 징계 청구도 이어졌다. 윤 총장은 직무배제 효력 집행정치 소송을 제기하는 등 사안을 법정 공방으로 끌고 갔다. 법무부 감찰위원회 ‘징계청구·직무배제·수사의뢰 부적정’ 권고(1일), 서울행정법원 직무배제 효력 정지 일부 인용(1일) 등이 이어졌다. 

감찰위와 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징계위를 강행했다. 당초 지난 2일에 열기로 했던 징계위는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의 사의 표명으로 연기됐다. 4일로 예정됐던 징계위는 10일로 밀렸다. 10일 징계위는 9시간 동안 회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15일 징계위에서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가 의결됐다. 

지난 16일 새벽 징계위는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징계위가 전날인 15일 오전 10시30분부터 16일 오전 4시까지 장장 17시간30분 동안 마라톤 회의를 진행한 결과였다. 
 

▲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서 열린 본회의서 공수처법이 가결 처리되고 있다.

징계위는 6가지 혐의 중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 및 배포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4가지를 인정했다.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만남 ▲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감찰 방해 등 2가지 사유에 대해선 불문 결정을 내렸다. 불문은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 처분은 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할 때 내리는 처분이다.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 유출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혐의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윤 총장은 징계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연기 끝에
징계 의결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 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라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과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추 장관에게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의결 내용을 제청받고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임명권자로서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민들에게 매우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검찰총장 징계를 둘러싼 혼란을 일단락 짓고 법무부와 검찰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추 장관은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가 열린 15일 자신의 SNS에 이육사 시인의 시 ‘절정’을 언급했다. ‘과천 산책로’라는 제목의 글에서 “매서운 겨울바람입니다. 낙엽 진 은행나무는 벌써 새봄에 싹 틔울 때를 대비해 단단히 겨울나기를 하겠다는 각오를 합니다. 그저 맺어지는 열매는 없기에 연년세세 배운 대로 칼바람 속에 우뚝 나란히 버티고 서서 나목의 결기를 드러내 보입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육사의 외침!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보다.’ 그러네요! 꺾일 수 없는 단단함으로 이겨내고 단련돼야만 그대들의 봄은 한나절 볕에 꺼지는 아지랑이가 아니라 늘 머물 수 있는 강철 무지개로 나타날 것입니다”로 글을 맺었다.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추 장관은 사의를 표명한 날에도 SNS를 올렸다. 그는 지난 16일 자신의 SNS에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을 언급한 글을 올리며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공명정대한 세상을 위한 꿈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바친다 했는데도 아직도 조각으로 남아있다”며 “조각도 온전함과 일체로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 하얗게 밤을 지샌 국민 여러분께 바친다. 사랑한다.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징계를 재가하면서 검찰개혁을 이뤄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권 동반사퇴 압박에도
‘끝까지 간다’ 소송 제기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사의 표명에 “추미애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공수처와 수사권 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시대가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완수해준 것에 대해 특별히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거취 결단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앞으로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마지막까지 맡은 소임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총장의 징계 재가와 맞물려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건 추·윤의 동반사퇴를 위한 노림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추 장관의 사의 표명에 대해 “검찰개혁과 권력기관 개혁의 역사적 초석을 세운 추 장관의 결단에 깊은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은)징계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숙과 성찰의 자세를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무부와 검찰의 새 출발을 기대하는 국민의 여망과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검찰은 화답하기 바란다”고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민주당은 징계위가 열리기 전에도 추·윤 동반사퇴를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윤 총장은 ‘끝까지 간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총장 측은 지난 17일 징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과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윤 총장 측은 전날 추 장관의 사의 표명 직후 “추미애 장관의 사의 표명과 무관하게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은 윤석열 검찰총장

형식상 추 장관을 상대로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문 대통령과 맞서는 모양새다.

윤 총장은 추 장관으로부터 직무배제 처분을 받고 하루 만인 지난달 25일 직무배제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총장 업무에 복귀한 바 있다. 이번에도 법원이 윤 총장 측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은 본안 소송인 처분취소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효력이 중단된다.

반면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되면 처분취소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정직 2개월의 처분은 효력을 유지하게 된다. 

장관 넘어
대통령 겨냥?

윤 총장이 자진사퇴가 아닌 법정 공방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추·윤대전은 계속되는 모양새다.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고는 하지만 후임 법무부 장관을 지명하고 청문회를 거치는 데 두 달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사이에도 둘 사이에 여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내년부터 시행되는 수사권 조정 관련 후속 작업 마무리, 1월 검사장급 고위간부 인사까지 추 장관이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윤 총장의 징계 집행정치 신청을 인용하면 추 장관이 물러날 때까지 또다시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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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