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추 남는 윤’ 끝나지 않은 전쟁 막전막후

지금까진 몸풀기…본 게임은 지금부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물러난다. 징계위원회에서 결정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한 이후 사의를 표명했다. 겉보기로는 추 장관이 떠나고 윤 총장은 남는 모양새다. 하지만 추 장관과 윤 총장 사이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추·윤 대전’은 추 장관의 사의 표명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원 포인트 릴리프(One Point Relief)’라는 야구용어가 있다. 특정한 1~2명의 타자만을 상대하기 위해 등판하는 구원투수를 뜻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후임으로 낙점됐다.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하기 위한 일종의 원 포인트 릴리프 투수였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징계를 재가하면서 그 역할을 다했다는 설명이다.

장관 2명
날아갔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019년 8월 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직후 가족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같은 해 8월 검찰은 전격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조 전 장관 수사에 돌입했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 만이었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을 전방위로 압박하면서 친조국과 반조국으로 진영이 갈라졌다. 

서초동과 광화문에 각 진영의 지지자들이 결집했고 정치권도 둘로 나뉘었다. 윤 총장이 여권은 물론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한 것도 이쯤이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후 법무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승승장구하던 조 전 장관은 임명 35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두 달여 만인 지난해 12월 추 장관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추 장관은 판사 출신의 5선 국회의원, 당 대표를 지낸 거물 정치인으로 평가받았다. 청와대는 추 장관의 정치적 무게감과 뚝심이 검찰개혁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고민정(현 민주당 국회의원) 청와대 대변인은 “판사, 국회의원으로서 쌓아온 법률적 전문성과 정치력 그리고 그간 추미애 내정자가 보여준 강한 소신과 개혁성은 국민들이 희망하는 사법개혁을 완수하고 공정과 정의의 법치국가 확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추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검찰 장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1월3일 취임사에서도 “이제 가장 힘들고 어렵다는 검찰개혁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며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여러 여론조사 결과,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지지는 역대 최고조에 달해 있다”며 “우리 법무부는 검찰개혁의 소관 부처로서 역사적인 개혁 완수를 위해 각별한 자세와 태도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검찰개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징계위 ‘정직 2개월’ 의결
추 제청에 문 초고속 재가

추 장관은 취임 닷새 만인 1월8일 검사장급 간부 32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날 검찰 인사를 ‘검찰대학살’로 평가했다.

문정부 들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 내 요직으로 불리는 ‘빅4’를 두루 거치면서 ‘추 라인’의 선봉장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윤 총장과 추 장관이 강대 강으로 맞붙게 된 불씨는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이다. 지난 3월31일 MBC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 등이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했다. 이후 검찰조사를 받게 된 이 전 기자는 “수사팀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했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전문수사자문단을 두고 맞붙었다. 
 

▲ 문재인 대통령

추 장관은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 중단과 수사팀에 대한 윤 총장의 지휘 중단을 지시하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은 헌정 사상 2번째였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채널A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자체적으로 수사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10월에는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건의 몸통으로 불리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자필 입장문이 보도되면서 검찰이 한바탕 뒤집혔다. 김 전 회장이 현직 검사에게 술을 접대했다고 주장하자 추 장관은 이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나아가 윤 총장에게 라임 로비 의혹 사건과 총장 가족 사건 등에 대한 수사 지휘를 중단하라며 다시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검찰인사, 수사지휘권 발동 등에 ‘식물총장’으로 전락한 윤 총장은 지난 10월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발언도 이날 나왔다. 그러자 추 장관은 윤 총장의 발언에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있다”고 맞섰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

윤 총장에 대한 감찰도 지시했다.  

11월은 한 달 내내 사상 초유의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윤 총장과 추 장관의 갈등이 극한까지 치달았다.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 시도가 있었고, 직무배제와 징계 청구도 이어졌다. 윤 총장은 직무배제 효력 집행정치 소송을 제기하는 등 사안을 법정 공방으로 끌고 갔다. 법무부 감찰위원회 ‘징계청구·직무배제·수사의뢰 부적정’ 권고(1일), 서울행정법원 직무배제 효력 정지 일부 인용(1일) 등이 이어졌다. 

감찰위와 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징계위를 강행했다. 당초 지난 2일에 열기로 했던 징계위는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의 사의 표명으로 연기됐다. 4일로 예정됐던 징계위는 10일로 밀렸다. 10일 징계위는 9시간 동안 회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15일 징계위에서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가 의결됐다. 

지난 16일 새벽 징계위는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징계위가 전날인 15일 오전 10시30분부터 16일 오전 4시까지 장장 17시간30분 동안 마라톤 회의를 진행한 결과였다. 
 

▲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서 열린 본회의서 공수처법이 가결 처리되고 있다.

징계위는 6가지 혐의 중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 및 배포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4가지를 인정했다.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만남 ▲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감찰 방해 등 2가지 사유에 대해선 불문 결정을 내렸다. 불문은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 처분은 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할 때 내리는 처분이다.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 유출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혐의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윤 총장은 징계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연기 끝에
징계 의결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 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라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과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추 장관에게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의결 내용을 제청받고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임명권자로서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민들에게 매우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검찰총장 징계를 둘러싼 혼란을 일단락 짓고 법무부와 검찰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추 장관은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가 열린 15일 자신의 SNS에 이육사 시인의 시 ‘절정’을 언급했다. ‘과천 산책로’라는 제목의 글에서 “매서운 겨울바람입니다. 낙엽 진 은행나무는 벌써 새봄에 싹 틔울 때를 대비해 단단히 겨울나기를 하겠다는 각오를 합니다. 그저 맺어지는 열매는 없기에 연년세세 배운 대로 칼바람 속에 우뚝 나란히 버티고 서서 나목의 결기를 드러내 보입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육사의 외침!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보다.’ 그러네요! 꺾일 수 없는 단단함으로 이겨내고 단련돼야만 그대들의 봄은 한나절 볕에 꺼지는 아지랑이가 아니라 늘 머물 수 있는 강철 무지개로 나타날 것입니다”로 글을 맺었다.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추 장관은 사의를 표명한 날에도 SNS를 올렸다. 그는 지난 16일 자신의 SNS에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을 언급한 글을 올리며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공명정대한 세상을 위한 꿈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바친다 했는데도 아직도 조각으로 남아있다”며 “조각도 온전함과 일체로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 하얗게 밤을 지샌 국민 여러분께 바친다. 사랑한다.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징계를 재가하면서 검찰개혁을 이뤄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권 동반사퇴 압박에도
‘끝까지 간다’ 소송 제기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사의 표명에 “추미애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공수처와 수사권 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시대가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완수해준 것에 대해 특별히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거취 결단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앞으로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마지막까지 맡은 소임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총장의 징계 재가와 맞물려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건 추·윤의 동반사퇴를 위한 노림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추 장관의 사의 표명에 대해 “검찰개혁과 권력기관 개혁의 역사적 초석을 세운 추 장관의 결단에 깊은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은)징계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숙과 성찰의 자세를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무부와 검찰의 새 출발을 기대하는 국민의 여망과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검찰은 화답하기 바란다”고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민주당은 징계위가 열리기 전에도 추·윤 동반사퇴를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윤 총장은 ‘끝까지 간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총장 측은 지난 17일 징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과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윤 총장 측은 전날 추 장관의 사의 표명 직후 “추미애 장관의 사의 표명과 무관하게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은 윤석열 검찰총장

형식상 추 장관을 상대로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문 대통령과 맞서는 모양새다.

윤 총장은 추 장관으로부터 직무배제 처분을 받고 하루 만인 지난달 25일 직무배제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총장 업무에 복귀한 바 있다. 이번에도 법원이 윤 총장 측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은 본안 소송인 처분취소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효력이 중단된다.

반면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되면 처분취소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정직 2개월의 처분은 효력을 유지하게 된다. 

장관 넘어
대통령 겨냥?

윤 총장이 자진사퇴가 아닌 법정 공방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추·윤대전은 계속되는 모양새다.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고는 하지만 후임 법무부 장관을 지명하고 청문회를 거치는 데 두 달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사이에도 둘 사이에 여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내년부터 시행되는 수사권 조정 관련 후속 작업 마무리, 1월 검사장급 고위간부 인사까지 추 장관이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윤 총장의 징계 집행정치 신청을 인용하면 추 장관이 물러날 때까지 또다시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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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