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추 남는 윤’ 끝나지 않은 전쟁 막전막후

지금까진 몸풀기…본 게임은 지금부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물러난다. 징계위원회에서 결정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한 이후 사의를 표명했다. 겉보기로는 추 장관이 떠나고 윤 총장은 남는 모양새다. 하지만 추 장관과 윤 총장 사이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추·윤 대전’은 추 장관의 사의 표명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원 포인트 릴리프(One Point Relief)’라는 야구용어가 있다. 특정한 1~2명의 타자만을 상대하기 위해 등판하는 구원투수를 뜻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후임으로 낙점됐다.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하기 위한 일종의 원 포인트 릴리프 투수였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징계를 재가하면서 그 역할을 다했다는 설명이다.

장관 2명
날아갔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019년 8월 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직후 가족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같은 해 8월 검찰은 전격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조 전 장관 수사에 돌입했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 만이었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을 전방위로 압박하면서 친조국과 반조국으로 진영이 갈라졌다. 

서초동과 광화문에 각 진영의 지지자들이 결집했고 정치권도 둘로 나뉘었다. 윤 총장이 여권은 물론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한 것도 이쯤이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후 법무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승승장구하던 조 전 장관은 임명 35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두 달여 만인 지난해 12월 추 장관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추 장관은 판사 출신의 5선 국회의원, 당 대표를 지낸 거물 정치인으로 평가받았다. 청와대는 추 장관의 정치적 무게감과 뚝심이 검찰개혁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고민정(현 민주당 국회의원) 청와대 대변인은 “판사, 국회의원으로서 쌓아온 법률적 전문성과 정치력 그리고 그간 추미애 내정자가 보여준 강한 소신과 개혁성은 국민들이 희망하는 사법개혁을 완수하고 공정과 정의의 법치국가 확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추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검찰 장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1월3일 취임사에서도 “이제 가장 힘들고 어렵다는 검찰개혁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며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여러 여론조사 결과,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지지는 역대 최고조에 달해 있다”며 “우리 법무부는 검찰개혁의 소관 부처로서 역사적인 개혁 완수를 위해 각별한 자세와 태도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검찰개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징계위 ‘정직 2개월’ 의결
추 제청에 문 초고속 재가

추 장관은 취임 닷새 만인 1월8일 검사장급 간부 32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날 검찰 인사를 ‘검찰대학살’로 평가했다.

문정부 들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 내 요직으로 불리는 ‘빅4’를 두루 거치면서 ‘추 라인’의 선봉장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윤 총장과 추 장관이 강대 강으로 맞붙게 된 불씨는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이다. 지난 3월31일 MBC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 등이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했다. 이후 검찰조사를 받게 된 이 전 기자는 “수사팀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했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전문수사자문단을 두고 맞붙었다. 
 

▲ 문재인 대통령

추 장관은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 중단과 수사팀에 대한 윤 총장의 지휘 중단을 지시하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은 헌정 사상 2번째였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채널A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자체적으로 수사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10월에는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건의 몸통으로 불리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자필 입장문이 보도되면서 검찰이 한바탕 뒤집혔다. 김 전 회장이 현직 검사에게 술을 접대했다고 주장하자 추 장관은 이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나아가 윤 총장에게 라임 로비 의혹 사건과 총장 가족 사건 등에 대한 수사 지휘를 중단하라며 다시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검찰인사, 수사지휘권 발동 등에 ‘식물총장’으로 전락한 윤 총장은 지난 10월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발언도 이날 나왔다. 그러자 추 장관은 윤 총장의 발언에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있다”고 맞섰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

윤 총장에 대한 감찰도 지시했다.  

11월은 한 달 내내 사상 초유의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윤 총장과 추 장관의 갈등이 극한까지 치달았다.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 시도가 있었고, 직무배제와 징계 청구도 이어졌다. 윤 총장은 직무배제 효력 집행정치 소송을 제기하는 등 사안을 법정 공방으로 끌고 갔다. 법무부 감찰위원회 ‘징계청구·직무배제·수사의뢰 부적정’ 권고(1일), 서울행정법원 직무배제 효력 정지 일부 인용(1일) 등이 이어졌다. 

감찰위와 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징계위를 강행했다. 당초 지난 2일에 열기로 했던 징계위는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의 사의 표명으로 연기됐다. 4일로 예정됐던 징계위는 10일로 밀렸다. 10일 징계위는 9시간 동안 회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15일 징계위에서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가 의결됐다. 

지난 16일 새벽 징계위는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징계위가 전날인 15일 오전 10시30분부터 16일 오전 4시까지 장장 17시간30분 동안 마라톤 회의를 진행한 결과였다. 
 

▲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서 열린 본회의서 공수처법이 가결 처리되고 있다.

징계위는 6가지 혐의 중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 및 배포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4가지를 인정했다.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만남 ▲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감찰 방해 등 2가지 사유에 대해선 불문 결정을 내렸다. 불문은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 처분은 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할 때 내리는 처분이다.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 유출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혐의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윤 총장은 징계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연기 끝에
징계 의결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 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라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과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추 장관에게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의결 내용을 제청받고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임명권자로서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민들에게 매우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검찰총장 징계를 둘러싼 혼란을 일단락 짓고 법무부와 검찰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추 장관은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가 열린 15일 자신의 SNS에 이육사 시인의 시 ‘절정’을 언급했다. ‘과천 산책로’라는 제목의 글에서 “매서운 겨울바람입니다. 낙엽 진 은행나무는 벌써 새봄에 싹 틔울 때를 대비해 단단히 겨울나기를 하겠다는 각오를 합니다. 그저 맺어지는 열매는 없기에 연년세세 배운 대로 칼바람 속에 우뚝 나란히 버티고 서서 나목의 결기를 드러내 보입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육사의 외침!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보다.’ 그러네요! 꺾일 수 없는 단단함으로 이겨내고 단련돼야만 그대들의 봄은 한나절 볕에 꺼지는 아지랑이가 아니라 늘 머물 수 있는 강철 무지개로 나타날 것입니다”로 글을 맺었다.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추 장관은 사의를 표명한 날에도 SNS를 올렸다. 그는 지난 16일 자신의 SNS에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을 언급한 글을 올리며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공명정대한 세상을 위한 꿈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바친다 했는데도 아직도 조각으로 남아있다”며 “조각도 온전함과 일체로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 하얗게 밤을 지샌 국민 여러분께 바친다. 사랑한다.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징계를 재가하면서 검찰개혁을 이뤄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권 동반사퇴 압박에도
‘끝까지 간다’ 소송 제기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사의 표명에 “추미애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공수처와 수사권 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시대가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완수해준 것에 대해 특별히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거취 결단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앞으로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마지막까지 맡은 소임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총장의 징계 재가와 맞물려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건 추·윤의 동반사퇴를 위한 노림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추 장관의 사의 표명에 대해 “검찰개혁과 권력기관 개혁의 역사적 초석을 세운 추 장관의 결단에 깊은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은)징계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숙과 성찰의 자세를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무부와 검찰의 새 출발을 기대하는 국민의 여망과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검찰은 화답하기 바란다”고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민주당은 징계위가 열리기 전에도 추·윤 동반사퇴를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윤 총장은 ‘끝까지 간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총장 측은 지난 17일 징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과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윤 총장 측은 전날 추 장관의 사의 표명 직후 “추미애 장관의 사의 표명과 무관하게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은 윤석열 검찰총장

형식상 추 장관을 상대로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문 대통령과 맞서는 모양새다.

윤 총장은 추 장관으로부터 직무배제 처분을 받고 하루 만인 지난달 25일 직무배제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총장 업무에 복귀한 바 있다. 이번에도 법원이 윤 총장 측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은 본안 소송인 처분취소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효력이 중단된다.

반면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되면 처분취소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정직 2개월의 처분은 효력을 유지하게 된다. 

장관 넘어
대통령 겨냥?

윤 총장이 자진사퇴가 아닌 법정 공방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추·윤대전은 계속되는 모양새다.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고는 하지만 후임 법무부 장관을 지명하고 청문회를 거치는 데 두 달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사이에도 둘 사이에 여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내년부터 시행되는 수사권 조정 관련 후속 작업 마무리, 1월 검사장급 고위간부 인사까지 추 장관이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윤 총장의 징계 집행정치 신청을 인용하면 추 장관이 물러날 때까지 또다시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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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