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 숙원’ 공수처 역할의 한계

방패로 세웠다 부메랑 될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위한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공수처장 후보 지명 등의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지만 공수처 출범은 물론 안착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산적한 과제가 많다. 여론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고위공직자수사범죄처리법

2019년 12월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수처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지 8개월여 만이었다. 당시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부터 본회의 통과에 이르기까지 여야는 극심한 정쟁을 벌인 바 있다. 

시작은
창대했지만…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발의안 공수처법은 고위공직자의 비리와 범죄를 전담 수사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공수처는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와 국무총리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검찰총장, 판·검사, 시·도지사 등에 대한 수사권을 갖는다.

이 중 판·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선 기소권도 갖는다.

공수처는 중복되는 범죄 수사에 대해 우선 수사권을 가진다. 특히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검·경 등 다른 수사기관 수사 이첩을 요청할 수 있다. 여기에 검·경 등이 범죄 수사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할 경우, 이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는 조항이 담겼다. 이 조항은 수사 착수 단계부터 검·경 수사를 무력화하고, 공수처가 특정 인사에 대한 선택적 수사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공수처장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 7명 위원 중 6명 이상 찬성으로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지명,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했다. 추천위는 여야가 각각 추천한 위원 2명과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으로 구성된다. 당초 공수처법에는 야당의 비토권이 존재했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검찰개혁의 핵심인 공수처 출범에,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위헌 여부를 두고 헌재에 제소하는 등 공수처 출범을 막는 데 사활을 걸었다. 그 사이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했던 공수처 법정시한(지난해 7월15일) 내 출범이 실패로 돌아갔다.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는 문제를 두고도 여야는 팽팽하게 대립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여러 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공수처장 청문회·조직 구성
출범과 안착까지 첩첩산중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의 갈등이 극한까지 치달으면서 오히려 공수처 출범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상대로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 조치를 하면서 정국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여당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연내 통과를 밀어붙였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야당의 비토권을 없애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12월10일 통과된 공수처법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의 의결 정족수를 ‘3분의 2 이상’(5명 이상)으로 완화하고, 정당이 열흘 이내에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학계 인사를 대신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변호사 자격을 10년 이상 보유하고 재판·수사·조사 실무 경력 5년 이상’이었던 공수처 검사 자격 요건을 ‘변호사 자격 7년 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후보자 ⓒ고성준 기자

이후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지난해 12월28일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모두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인사들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0일 두 사람 가운데 김 연구관을 초대 공수처장 후보로 낙점했다.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꼭 1년 만이었다. 


김 후보자는 대구 출신에 보성고, 서울대 고고학과를 나왔다. 1995년 법관으로 임용됐다가 1998~2010년까지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특별검사팀에 특별수사관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2010년부터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연구관으로 재직하며 헌재 소장 비서실장, 선임헌법연구관, 국제심의관을 맡았다. 

법 고치고
추천 강행

청와대 관계자는 “김 후보자는 판사, 변호사, 헌재 선임연구관 외에 특검 특별수사관 등의 다양한 법조 경력을 가진 만큼 전문성과 균형감, 역량을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이어 “그동안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등 헌법적 가치 수호를 위해 노력해왔으며 대한변협 사무차장 등 공익 활동도 활발히 수행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최종 후보자로 지명했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여당은 중립과 공정을 기대한다는 환영의 뜻을 보냈다. 반면 야당은 정권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5일 “공수처가 대한민국에 법이 살아있고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국가기관이라는 기대가 있다”며 “반대로 공수처가 앞으로 정반대로 운영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공수처에 대한 기대가 우려가 되지 않도록 또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단 공수처장 후보 지명까지는 마쳤지만, 공수처가 정식으로 출범하고 안착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있다. 공수처는 법 규정상 공수처장 없이 조직을 구성 및 운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 윤석열 검찰총장

출범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라 할 수 있는 공수처 차장, 수사처 수사관 선임, 수사처 검사를 뽑기 위한 인사위원회(이하 인사위) 구성 등에 있어서 공수처장의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후보 추천 과정에서 여야가 강하게 부딪쳐온 만큼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험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당은 이번 달 내 공수처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야당은 인사청문회 자체에 심드렁한 상황이다. 우여곡절 끝에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해도 야당의 송곳 검증이 예상된다. 위장전입 의혹, 뒤늦은 체납 증여세 납부 등 김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추윤 갈등에
국민 의심↑

공수처 조직 구성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공수처장은 공수처 차장을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대통령이 차장을 임명하는 구조다. 그 다음에 인사위를 열어 공수처 검사 23명을 임용해야 한다. 인사위 구성을 두고 여야가 또 한 번 맞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 인사위는 공수처장과 공수처 차장, 공수처장 위촉 1명에 여당 추천 2명, 야당 교섭단체 추천 2명으로 구성된다. 

인사위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되기 때문에 유일한 야당 교섭단체인 국민의힘 추천 인사위원 2명의 동의 없이도 검사 임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아예 인사위원을 추천하지 않을 경우 나머지 5명만으로 인사위를 구성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공수처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국민 여론이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권력기관 개혁’을 화두로 잡았다. 검찰이 독점했던 권한을 경찰에 나눠주고, 검찰을 견제하는 기관인 공수처를 만드는 방식으로 검찰개혁을 진행했다. 검찰개혁은 문 정부를 상징하는 수식어로 자리 잡았다. 대통령은 물론 여권 인사들, 지지자들까지 검찰개혁이라는 말을 수시로 사용했다.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2019년 9월27~28일 양일간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검찰개혁 주장에 대한 공감도’ 여론조사에서 61.0%가 검찰개혁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36.1%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검찰개혁의 핵심인 공수처에 대한 지지는 2019년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019년 1월9일에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9%가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 응답은 15.6%에 그쳤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검찰개혁에 대한 여론 변화
대통령 지지율도 추락 거듭

하지만 이 같은 기류는 지난해 들어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해 추·윤 갈등은 1년 내내 사회를 달궜다. 지난해 1월 추 장관이 법무부에 입성한 이후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치기 시작했다. 검찰인사‧수사 지휘권 문제를 거쳐 검찰총장 직무배제‧징계청구 등 사상 초유의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여당에선 추 장관의 행보를 두고 검찰개혁의 일환이라고 주장했지만, 야당에선 ‘윤석열 찍어내기’라고 비판하면서 정치권으로까지 전선이 넓어졌다. 그 사이 윤 총장이 대권후보로 급성장하더니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과 함께 3강 구도를 구성할 만큼 지지율이 폭발적으로 오르면서 묘한 상황이 됐다. 

게다가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정직 2개월 처분 모두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특히 법무부 징계위의 정직 2개월 처분은 문 대통령의 재가까지 이뤄졌던 터라 추 장관은 물론 청와대도 타격을 받았다.
 

▲ 문재인 대통령 ⓒ고성준 기자

문 대통령의 사과, 후임 법무부 장관 지명 등 지난해 말에 이르러서야 추·윤 갈등이 윤 총장의 압승으로 마무리되는 모양새가 나왔다. 

엠프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기관 4개사가 지난해 11월30일부터 12월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5%가 검찰개혁 추진 방향이 ‘검찰 길들이기로 변질되는 등 당초 취지와 달라진 것 같다’고 응답했다.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게 진행되는 것 같다’는 응답은 28%에 그쳤다(자세한 사항은 NBS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근에는 국민 59%가 검찰개혁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71%는 절차와 방법에 무리가 있다고 인식한다는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겨레>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지난해 12월27일부터 사흘간 벌인 여론조사 결과다(자세한 사항은 케이스탯리서치 홈페이지 참조). 대의에 공감하지만 절차가 잘못됐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는 셈이다.

국민 절반
“매우 잘못”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35%대로 주저앉으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동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얼미터가 지난 4~6일 만 18세 이상 성인 1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5.1%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부정평가도 61.2%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문 대통령이 강세를 보였던 40대에서도 부정평가가 긍정을 앞섰다. 특히 ‘매우 잘못함’이라고 응답한 적극적 비토층이 50%에 육박했다(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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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