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문의 가신들은 지금…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2.07 09:57:45
  • 호수 13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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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끝나기 전에 한자리씩 안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더문캠’은 지난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경선 캠프의 이름이다. 더불어문재인캠프의 약칭이다. 더문캠이 세상에 알려진 지도 4년여가 다 돼간다. <일요시사>는 살아있는 권력의 ‘개국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더문캠 출신 인사들의 현주소를 추적했다. 
 

▲ (사진 왼쪽부터)박병석 국회의장,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상곤 서울교육감 ⓒ고성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 경선주자 신분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경선캠프를 꾸렸다. 민주당 손혜원 당시 의원은 경선캠프의 이름이 ‘더문캠’으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손 의원은 캠프에서 홍보부본부장으로 위촉돼 활동하고 있었다. 

2실 7본부
중추 역할

더문캠 조직은 2실(비서실·종합상황실) 7본부 체제로 꾸려졌다. 전·현직 친문 정치인 다수가 더문캠에 합류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후 청와대 비서진으로, 내지는 21대 국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박병석 국회의장이다. 더문캠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6선에 성공, 21대 국회 전반기 의장으로 추대됐다. 국회의장은 삼권 중 입법부의 수장이다.

박 의장 외에도 더문캠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린 인사는 6명이 더 있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 민주당 김진표·김두관 의원, 이미경·김효석 전 의원,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그들이다. 


김상곤 전 교육감은 문재인정부 초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지난 2018년 10월 교육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그는 경기도교육연구원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달 13일부터 교육부 산하단체인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5선 국회의원 출신인 이미경 전 의원은 더문캠에서 여성, 가족 정책 입안을 담당했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한국국제협력단은 1991년 4월 설립된 정부 차원의 대외무상협력사업 전담기관으로, 해외봉사단 파견사업 등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다. 

김효석 전 의원은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민주당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등 당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 정치인이다. 문 대통령 당선 후인 지난 2017년 11월부터 대한석유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다가, 2020년 5월 지병으로 별세했다.

김진표·김두관 의원은 21대 총선에 당선돼 민주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서 활동 중이다. 그중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김진표 의원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 핵심 인사다. 

전·현직 친문 정치인 다수
국회의장·부총리 등 요직에

도쿄올림픽과 관련해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석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김진표 의원은 일본 정관계 지도자들과 만난 후 “올림픽 조직위원장은 북한이 승낙할 가능성이 있으면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두관 의원은 ‘친문 적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후 부산·경남(PK) 지역 차기 대권주자로 이름이 거론될 정도로 몸값이 상승했다. 그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당의 요청을 받아 문 대통령의 사저가 위치한 곳이자 낙동강 벨트의 최전선인 경남 양산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김두관 의원은 최근 민감한 현안과 관련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이 대표적이다. 김해신공항안의 백지화로 가덕도신공항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PK 대권주자인 김 의원이 가덕도신공항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부산 시민들이 오랫동안 염원한 사업이다. 

김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교롭게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맞물리게 됐지만, (가덕도신공항 사업 추진을)더 늦출 수 없다”며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국토 다극화를 위해서라도 당연히 해야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 이미경 국제한국협력단 이사장

‘추미애-윤석열 갈등’ 국면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검찰총장은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며 “윤 총장은 국가와 공공에 충성하는 데 실패했다. 자신과 검찰조직에 충성하고 말았다. 윤 총장은 사법부를 사찰했고, 대통령 원전정책을 수사했다. 그는 국가의 검찰, 민주주의의 검찰이기를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을 파면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경제계 원로로서 문 대통령에게 국정운영에 관해 조언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문 대통령은 전 전 원장 등을 청와대 본관에 초청해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로 상징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 추진에 대한 보완 의견을 청취했다. 

더문캠 
보은인사 

이 자리에서 전 전 원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상생협력,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가야 할 방향이나 최저임금과 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하여 시장의 수용성을 감안하여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특히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주 52시간제가 노동자의 소득을 인상시켜주는 반면 혁신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기업에게는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더문캠 총괄선거대책본부장, 같은 당 박정 의원은 부본부장으로서 문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그중 송 의원은 이낙연 체제 이후 유력 당권주자 중 한 명으로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송 의원은 민주당의 ‘인천 맹주’다. 호남 출신의 인천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인 송 의원은 문재인정부 들어 꾸준히 몸집을 불리며 체급을 키워가고 있다. 문 대통령의 당선 후에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박병석 국회의원, 문희상 전 국회의원과 함께 4대 열강 특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폭넓은 정치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논란에 뛰어든 일이 대표적이다. 호남 출신의 수도권 의원이 영남권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그는 김해신공항의 한계를 지적하며 가덕도신공항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 10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송 의원은 “동남권 신공항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라며 “대선 공약집에 들어있지 않다는 형식적 이유로 대선공약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부산시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송 의원은 부산에서 ‘가덕도신공항과 조선 산업 그리고 부산경제’라는 주제로 특강을 열기도 했다.
 

민주당 강기정 전 의원과 같은 당 윤건영 의원은 각각 더문캠 종합상황실장과 부실장으로 활동했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 윤 의원은 청와대로 직행,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았다. 그로부터 3년여 후 21대 총선에 나선 윤 의원은 서울 구로을에서 당선됐다.


문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이었던 윤 의원은 문 대통령의 ‘정치적 호위무사’ ‘여의도판 청와대 대변인’ 등으로 불린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각종 현안에서 현 정부를 비호하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친문 적자
인천 맹주

윤 총장 직무배제 결정을 두고 국민의힘 등 야당이 연일 문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요구하자 윤 의원은 “(야당은)노무현 전 대통령이 뭐라고 말만 하면 온갖 독설을 퍼부었다”며 “(노 전) 대통령의 말을 공격하던 분들이 지금은 (문) 대통령의 침묵에 독설을 쏟아낸다. 180도 다른 주장을 철면피처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의 지지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문 대통령의 복심이다. 그가 문 대통령의 의중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는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한국 일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왕 위원은 국회의장 예방에 앞서 윤 의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등과 조찬 자리를 가졌다. 

강 전 의원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을 역임했다. 정무수석은 국회·정당과 청와대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하는 자리다. 이에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강 전 의원은 정무수석의 적임자로 평가됐다. 

강 전 의원은 정치적 위기에 놓여있다. ‘라임 사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0월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강 전 의원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강 전 의원은 김 전 회장을 위증죄로 고소했다.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문재인 당시 경선 후보의 비서실장,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부실장으로 활동했다. 원조 친문과 신친문의 조화다. 두 사람은 많은 ‘정치적 교집합’을 가졌다.

임 전 부시장은 문 대통령 당선을 전후로 친문으로 분류되기 시작해 정치권에서는 그를 신친문으로 본다. 반면 양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이 2011년 정치에 참여한 이후 지난 대선 때까지 줄곧 곁을 지켜온 최측근이다.

임 전 부시장의 더문캠 합류는 양 전 비서관의 작품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비서실에서 함께 일했다. 또 다른 교집합은 ‘광흥창팀’이다. 광흥창팀은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실무그룹이었다. 양 전 비서관은 광흥창팀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대선 후 광흥창팀은 청와대 1기 참모진으로 이어졌다.

잠룡 후보 오르락내리락 
‘호위무사’ 자처 세력도

정치권이 양 전 비서관의 복귀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는 최근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세균 국무총리, 김경수 경남도지사, 이광재·김두관 의원 등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들과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권력과 거리를 두겠다”며 21대 총선 이후 잠행에 들어갔던 양 전 비서관의 등장은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년 4월에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열린다. 민주당은 야권과 민심의 지탄을 무릅쓰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양 전 비서관은 민주연구원장을 역임하는 등 민주당에서 손꼽히는 선거 전략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양 전 비서관이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후임으로 부임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선 기간 더문캠의 대변인단은 화려한 면면으로 주목받았다. MBC 보도국장 출신의 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미디어본부장 겸 수석대변인으로 활동했다. 그는 당 사무총장과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부위원장 등 당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친문 적자’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가 더문캠의 대변인이었다. 지난 2018년 6월에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김 지사는 지금의 경남도지사로 당선됐다. 친문 대권주자 중 한명인 김 지사는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과 관련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며 정치적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대법원에서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김 지사는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멀어질 전망이다.

고 전 아나운서는 21대 총선을 통해 현역 국회의원으로 거듭났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라는 야권의 거물과 맞붙어 승리했다. 지난 4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으로부터 허위 사실 공표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고 전 아나운서는 최근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아 정치적 짐을 덜어냈다.

이지수 전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은 더문캠의 외신담당 대변인이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서울 중구·성동을 후보로 공천받는 등 정치에 뜻이 있었던 이 전 위원은 현재 대통령비서실 해외언론비서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돌아가며
BH 직행

권혁기 전 국회 부대변인은 더문캠에서도 부대변인을 맡았다. 이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실 춘추관장을 거쳐 지난 5월부터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의 비서실장으로 활동 중이다. 민주당은 당시 권 전 부대변인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며 “민주당을 대표하는 공보맨이자 기획통으로 당과 청와대의 최일선에서 언론과 소통해왔다”고 그를 소개했다.

민주당 노영민 전 의원은 더문캠의 조직본부장이었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 그는 주중대사를 거쳐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앞서 ‘똘똘한 한 채’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노 전 의원은 청와대 교체 대상자 중 1순위로 꼽힌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못 말리는 수석님의 축구 사랑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코로나19 3차 대유행 속에서도 축구 경기에 참여해 여론의 빈축을 샀다.

최 수석은 최근 서울 송파구 삼전동의 한 학교에서 열린 조기축구회에 운동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전반전 20분, 후반전 20분 등 총 40분가량 진행된 경기에서 최 수석은 직접 경기를 뛴 것으로 전해진다.

최 수석은 정치인 중 대표적인 ‘축구광’이다.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는 정무수석이 한층 강화된 방역 조치를 준수하지 않고 단체 모임에 간 사실이 크게 지적받고 있다.

앞서 최 수석은 방역 수칙을 이유로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하고 있는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과의 면담을 거절한 바 있다. 

결국 최 수석은 고개를 숙였다.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죄송하다”며 “정부 기준보다 더 강력한 방역 수칙을 자체적으로 만들고 준수하는 분들을 격려하는 자리였지만, 더 신중해야 했다”고 사과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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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