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공공기관 청렴 성적표 들여다보니…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1.04 10:42:19
  • 호수 13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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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 조직문화 부패도 여전하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공공기관들의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민은 분노한다. 부패라는 것은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서 구성원 전체가 그 줄을 끊어내야 한다. <일요시사>는 중앙행정기관에 속한 검·경찰 등 10개 공공기관들의 청렴도 측정 결과를 정리했다. 
 

▲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공공기관이 사적 이익을 취하거나 권력을 남용할 경우 사회적 지탄을 받는다. 공공기관 안팎에서는 이를 견제하고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청렴도를 측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의 부패 실태와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함이다.

권익위 발표

국민권익위원회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를 지난해 12월9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총 20만8152명을 대상으로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간 전화와 온라인을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종합 청렴도는 외부 청렴도, 내부 청렴도를 가중 평균한 후, 부패사건 발생 현황 감점 등을 반영한 점수다.

내부 청렴도 항목은 크게 ‘청렴 문화’와 ‘업무 청렴’으로 나뉜다. 외부 청렴도는 최근 1년간 공공기관과 업무처리 경험이 있는 민원인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진다. 국민의 입장에서 평가하는 ‘적극행정’ 항목을 신설하고, 외부 청렴도의 평가비중을 높여 국민의 목소리를 더 반영하고자 했다.

▲국토교통부= 국토부의 청렴도는 2단계 떨어져 중앙행정기관 중 유일하게 5등급을 받았다. 공직자들이 평가한 내부 청렴도 점수는 3등급이었지만, 국민들이 평가한 외부 청렴도 평가에서 5등급을 받았다.

권익위 관계자는 “유관단체 지원·관리 업무와 계약 및 관리 업무가 특히 낮게 나와 외부 청렴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국토부 업무 경험자나 관련 업체들에서 부패 정도가 크다고 판단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해서 내년에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국세청

▲국세청= 국세청은 2019년 5등급에서 2020년 4등급으로 상승해 최하위는 면했다. 이는 국세청의 외부 청렴도가 2019년 보다 1등급 상승한 4등급을 기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세청 직원들이 평가하는 내부청렴도는 지난해 1등급이었던 것에 비해 두 등급이나 떨어진 3등급을 기록했다.

지난해에 국민들이 평가하는 외부 청렴도가 5등급, 직원들이 평가하는 내부 청렴도가 1등급으로, 국민과 국세공무원 간의 청렴도 인식 격차가 컸던 것에 비해 올해는 인식 격차가 다소 줄었다. 그러나 내부 청렴도는 오히려 떨어졌다는 점이 의구심을 자아낸다.

권익위는 이와 관련해 “종합 청렴도가 상승했지만 공직자들이 느끼는 부패 인식과 부패통제 제도의 운영에 대한 인식 점수는 하락했다”며 “내부 부패 경험률이 대체로 감소했음에도 부패 인식 점수가 하락하고 있는 것은 공직자들이 조직 내부의 부패를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경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무처리한 민원인 비중 커져
고위직 직접 소통 참여하기도

▲검찰청= 검찰은 2019년보다 한 계단 오르면서 2등급을 받았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검찰청 같은 경우는 외부 청렴도와 내부 청렴도 전체 점수 자체가 전반적으로 좀 상승해서 종합 청렴도가 오른 부분이 있다”며 “어떤 특정 부분의 업무가 높게 평가되거나 그런 건 아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경찰청은 4등급이었다. 2019년보다 외부 청렴도 평가가 1등급 하락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현 정부가 출범한 이래 불과 2년 만에 경남청장, 부산청장을 거쳐서 경찰 조직의 수장으로 올라섰다. 이 같은 고속 승진 배경을 두고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김 청장을 기억해 ‘지금 어디에 있느냐’며 챙겼다”는 일화가 회자됐다.

경찰의 청렴도 하락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유해업소 수사 관련 업무 점수가 늦게 나왔다”며 “그쪽 업무 청렴도가 취약해진 게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복건복지부= 보건복지부는 2등급 상승해 종합 청렴도 2등급으로 올라섰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방역(K-방역)의 3대 원칙인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을 청렴정책 추진 과정에도 적용해 국민들의 신뢰를 형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다양한 정책을 실천했다. 또 코로나19 대응 시 사전 컨설팅, 일상감사 등을 적극 지원하고 고위직이 직접 참여하는 ‘공감소통관’도 운영하며 조직 내 청렴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했다.
 

▲환경부(기상청)= 외부 청렴도는 지난번보다 한 등급 오른 2등급, 내부 청렴도는 1등급 오른 4등급을 받았으며 종합 청렴도는 3등급을 받았다. 기상청은 과거 2014년과 2018년 4등급, 2015년, 2016년, 2017년, 2019년은 최하등급인 5등급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4월 제기된 기상청 내부의 비위사실에 대한 제보 내용도 이 같은 내부청렴도 평가 결과와 같은 유형의 문제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분석 결과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기상청의 내부 청렴도가 낮은 부분과 제보된 비위 행위 유형이 상당히 유사한 지점이 있다”며 “몇몇 학연 등으로 뭉친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기상청의 낮은 청렴도와 여러 비위행위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교육부는 전체 청렴도 3등급을 받았다. 전체 5등급 가운데 3등급이면 양호하다는 의미다. 2019년 4등급에서 한 계단 올라섰다. 외부 청렴도는 2019년과 같은 4등급이었지만 내부 청렴도가 3등급에서 2등급으로 한 계단 상승했다.

교육부가 3등급을 받은 것은 2012년 이후 8년 만이다. 청렴도 평가에서 교육부는 그동안 하위권을 맴돌았다. 2013~2014년 4등급을 받은 데 이어 2015~2016년 2년 연속 최하위 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2017~2019년에는 3년 연속 4등급을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조사와 비교해 종합 청렴도는 1등급 하락한 4등급으로 나타났다. 외부 청렴도와 내부 청렴도 모두 한 단계씩 내려가 각각 3등급, 4등급을 받았다.

권익위는 “공공기관과 업무경험이 있는 국민이 평가하는 외부청렴도는 좋아졌지만 공직자가 평가하는 내부청렴도 점수는 하락해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며 “권익위는 이번 청렴도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취약하게 나온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관리해 문재인 정부의 반부패 개혁 성과를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집중 관리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지난번과 비교해 외부 청렴도는 변동 없이 4등급, 내부 청렴도는 한 단계 떨어진 3등급을 받았다. 종합 청렴도는 4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 권익 제고를 위한 대민 접촉과 피해 구제가 주된 업무인 기관”이라며 “특히 높은 투명성과 청렴도가 요구되는 기관이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4등급 이하를 기록했다는 점을 봤을 때 개선 대책 마련에 각별히 힘써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성가족부= 여가부는 외부 청렴도 3등급, 내부 청렴도 4등급을 받았으며 종합 청렴도는 3등급을 받았다. 2019년 조사와 비교해 변동폭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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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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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청구서 받은 한국 제3의 선택

동맹 청구서 받은 한국 제3의 선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했다. 결국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원유 수입의 61%는 호르무즈와 연결돼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 사실상 편입되면 헌법·여론·대이란 관계까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2020년 청해부대 독자 파병 모델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과연 한국은 한미동맹의 ‘청구서’와 국익 사이에서 제3의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각)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한미 연합 군사 훈련 규모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 그 근거는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었다. 해협은 열고 전쟁 선 긋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면서 “오래전부터 미국이 한국과의 연합 군사 훈련에 참여하기로 동의해 온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한미 연합 훈련은 비용이 많이 들고,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북한을 일컬어 “내가 취임한 이래로 미국에 위협적이지 않고, 미국을 존중해 온 국가”라고 하며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칭한 한미 연합 훈련은 지난달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한미 연합 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폭 축소’를 지시한 이유는 “취소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 대폭 축소의 근거로 자신과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들었지만, 국내에서는 다른 신호로 받아들였다. 국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호르무즈 파병을 위한 압박” 신호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14일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중국·프랑스·일본·한국·영국 등 5개국을 지명하면서 “미국이 홀로 해상을 보호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5개국에 “즉각 군함을 파견해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로 확보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요구의 명분은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면 이들 국가의 원유 공급에도 영향이 간다”는 것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Hopefully’라는 표현을 활용했다. 명령보다는 조금 약한 표현이었지만, 전 세계는 ‘명령 아닌 명령’ 혹은 ‘요구 아닌 요구’로 해석했다. 5개국이 거론된 기준은 경제적 이익이었다. 이 때문에 동맹국이 아닌 중국도 파병 요구 대상으로 거론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석유의 90%를 호르무즈 해협에서 조달하고 있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물론 실제로는 경유분 40% 미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오가고 있었다. 프랑스·영국은 미국과 나토 동맹을 맺고 있다. 한국·일본은 각각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이다. 중국에 대한 파병 요구가 없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끊임없이 반복해 온 전형적인 부담 분담이 될 뻔했다. 중국이 파병 요구 대상에 포함된 순간 우리에 대한 파병 요구도 더욱 진지해진 것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 원유 수입의 약 61%와 나프타 수입의 약 54%가 호르무즈 해협과 연결돼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중국도 참전? 트럼프식 부담 분담 새 기준 헌법 제5조 앞 고민 “무엇을 할 것인가?” 하지만 호르무즈 항행 보호와 미국의 대이란 전쟁 상황은 현실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는 군함 파견을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초의 압박을 가했던 지난 3월 독일·스페인·이탈리아는 “즉각적인 함정 파견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독일과 협의하지 않았고, 독일군 파견에 필요한 유엔·유럽연합·나토 차원의 근거도 없다”고 반발했다. 프랑스도 미국의 대이란 작전과 거리를 두면서 미국 주도가 아닌 별도의 호르무즈 통행 확보 구상을 추진했다. 전투 상황이 안정된 후 이란과의 긴장 완화까지 병행하면서 유조선을 호송한다는 취지의 구상이었다. 영국·프랑스는 “방어적이고 독립적인 다국적 임무”라는 명분으로 다국적 방어 임무에 한정해 작전에 참여했다. 영국은 지난 5월 ▲자율 기뢰 탐색 장비 ▲타이푼 전투기 ▲구축함 HMS 드래곤 ▲대드론 장비 등을 보냈다. 하지만 “미국과 함께 이란과 싸운다”는 인상을 지우는 방식의 파병이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던 것은 미국 중심의 연합군이었다. 한국·일본·독일·호주 등은 영국·프랑스의 다국적 임무 공동성명을 지지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우리나라에도 한미 연합 훈련 대폭 축소라는 현실적인 체감이 닥쳐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해상 초계기·군수 지원함·기뢰 제거 전력 등 구체적인 군사 옵션을 공개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 안보를 위해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데, 한국은 미국이 필요로 할 때 왜 중동에서 역할을 하지 않느냐”는 트럼프식 계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응수였다.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에는 여러 쟁점이 있다. 그런데 그중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헌법적 쟁점이다. 우리 헌법 제5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란 전쟁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이미 미국·이란 전쟁을 침략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범여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파병 요구는 동맹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요구”라며 “국회는 국익과 헌법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무리한 파병 요청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엔 독자 지금은 실전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호르무즈에 단 한 척의 군함도 보내서는 안 된다”며 “한·미 상호방위조약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는 “어떠한 국제적 분쟁이나 국제적 평화와 안전과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해 해결한다”는 취지로 규정된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1조였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다시 파병 반대 주장을 펼쳤다. 그는 “국제 평화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적 가치가 중요한 판단 근거였다”며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이후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도,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엔 헌장 제2조 제4항은 유엔 회원국 간 영토 보전·정치적 독립에 대한 무력 위협·무력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예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공격과 무력 공격에 대응하는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이다. 따라서 파병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결국 파병을 결정하더라도 파병 동의안의 문구와 파병 시 수행할 작전의 내용에 따라 성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파병 이전에 파병의 성격부터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특히 미국은 선전포고 없이 전쟁을 시작했다. 선전포고는 법적 판단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역사적 문제 제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정식 전쟁 선언과 명확한 전쟁 목표 없이 군사행동부터 선행됐다는 불안정성을 충분히 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 전쟁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헌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아울러 우리 군의 임무가 무엇으로 규정되느냐에 따라 헌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가령 한국군이 ▲상선 호위 ▲기뢰 제거 ▲수색 구조 ▲해상 초계 ▲군수 지원 등에 한정된 임무만 수행한다면 이는 국제 항행 보호 및 자국민·자국 선박 보호 목적의 방어적 해외 파병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란 함정 선제 타격 ▲이란 본토 공격 지원 ▲미군의 공격 작전에 정보·표적·화력 측면에서 직접 결합 ▲미국의 작전지휘체계에 편입 등의 상황이 파병의 성격으로 확정된다면 이는 전쟁의 일부로 평가될 수도 있다. 이미 이란은 지난 7일(현지시각) 에스마일 바가이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X에 한국어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은 이 성명을 통해 “현재 이란 국민은 미국의 침략적 행위에 맞서 자위하고 있으며, 여성·어린이를 상대로 한 미국의 전쟁범죄에 단호히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국가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으로 주둔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침략 행위의 당사자를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에 대해서는 “이란과 대한민국의 관계는 64년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양국 관계는 줄곧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이란은 대한민국과의 우호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경고했다. 청해부대 딜레마 여론 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3월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상대로 무선(100%) RDD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으로 진행한 미국의 해군 파병 요청 관련 긴급 현안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60.9%는 파병에 반대했고, 37.2%는 “매우 반대”였다. 찬성 의견은 34.4%였고 “매우 찬성”을 선택한 사람의 비율은 17.9%였다. 당시에는 파병 반대 목소리가 더 컸다는 간접 근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압박을 가한 현시점에서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혁신당 개혁연구원이 지난 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7명을 대상으로 무선 RDD 방식의 ARS 자동응답 방식을 적용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론은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34.9%는 군 병력 파병을 지지했지만, “방어용 무기만 지원하자”는 의견도 31.8%였다. “군사 지원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도 27.6%였다. 이렇듯 여론도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위헌·여론 비판을 피할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개혁연구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월 미국의 요청 이후 현재까지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전체 응답자 중 50.9%는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을 선택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을 선택한 비율은 42.2%였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을 선택한 비율은 6.9%였다. 지난 3월부터 파병 결정 시 실제 파병할 수 있는 유력한 부대로는 청해부대가 거론된 바 있다. 정부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20년 국회 동의 없이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대해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한 적이 있다. 미국과 이란은 당시에도 충돌했다. 당시 정부는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 연장 동의안’의 단서 조항을 근거로 국회의 별도 동의를 받지 않았다. 동의안에는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을 포함한다”는 문구가 포함돼있었다. 이를 토대로 문재인정부는 청해부대의 활동 영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병력? 무기? 불참? 세 갈래 갈린 민심 다만 당시 청해부대 파병은 미국의 연합군 참여 요청과 무관하게 독자 파병 형식을 취했다. 이 옵션이 다시 부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은 2020년과 다르다. 미국이 다시 ‘미국이 요청한 다국적 호르무즈 군사작전 참여’를 요구하며 강하게 압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에는 그해 5월에 이르기까지 청해부대가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에 투입된 적이 없었다. 아울러 당시와 달리 현재 임무·지휘 체계·교전규칙이 질적으로 달라진다면 기존 파병 동의안을 확대 해석해 처리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국회 동의를 받는 게 헌법 제60조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나폴레옹 놀이’를 시도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프랑스의 나폴레옹 1세는 1806년 베를린 칙령을 통해 영국을 대상으로 한 대륙봉쇄령을 발동했다. 이는 유럽 전체와 영국 간 무역·교류를 모두 차단해 영국 경제를 질식시키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던 중 러시아가 경제적 피해 때문에 대륙봉쇄령에서 이탈했고, 나폴레옹은 1812년 러시아 원정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몰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도 나폴레옹 1세의 대륙봉쇄령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은 물론 전략적 적대국인 중국에까지 해협 확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상황이다.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와 강한 경제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적국의 경제적 생명선 조이기 전략 ▲봉쇄의 성공이 제3국의 협조에 달려 있다는 점 ▲패권국의 강력한 협조 요구 ▲경제·안보 조치가 동맹국 통제 문제로 확대된다는 점 등의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이란은 미국의 봉쇄 조치 이후 원유 수출이 크게 감소해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부담 분산과 이란 고립이라는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한다. 대륙봉쇄령은 비현실성에서 비롯된 유럽 각국의 비협조·밀무역을 시작으로 러시아의 이탈을 거쳐 러시아 원정의 대실패로 연결됐고, 결국 나폴레옹 1세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 균열과 국내 이익의 경계선을 교묘하게 오가면서 21세기판 대륙봉쇄령을 시도하려고 한다. 이란의 경고 우리의 응수 패권국이 자신의 전략적 목적을 위해 참여국이 감수할 수 있는 국익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강제로 만든 연합은 내부로부터 붕괴되기 시작한다. 이 같은 흐름이 보이는 현 상황에서 지지율 하락세에 시달리고 있는 이재명정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3년 전 이라크 파병 문제에 시달리다가 지지율 하락과 진보 진영의 비토에 직면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뇌가 이 대통령의 눈가에 아른거리고 있진 않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