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소통령 레이스 관전포인트

첫 걸음 떼기도 전에 아귀다툼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가 결정됐다. 다만 시작부터 단일화 걸림돌에 가로막힌 모양새다. 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교통정리의 귀추가 주목된다.
 

▲ (사진 왼쪽부터)박영선(더불어민주당)·안철수(국민의당)·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 수도와 1000만 시민을 이끄는 ‘소통령’은 누가 될까. 여야는 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확정하는 등 각자 채비를 마쳤다. 본격적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선거전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천만 수도
사수하라!”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다. 박 부호는 지난 1일 경선에서 70%에 가까운 득표율로 후보 타이틀을 가뿐히 거머쥐었다.

박 후보의 상대는 우상호 의원이었다. 박 후보는 대세론을 탔지만 승리를 예단할 수 없었다. 우 의원의 탄탄한 당내 기반 때문이었다. 경선은 권리당원 투표 50%와 일반 선거인단 투표 50%로 진행된 만큼 우 의원은 반전을 도모할 수 있었다. 게다가 우 의원은 의원직까지 내걸으며 배수진을 친 상황이었다.

반면 박 후보는 ‘비문 정치인’ 꼬리표를 달고 가야 했다. 박 후보는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지지하면서 비문으로 분류된 바 있다. 물론 문재인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입각했지만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결과는 30.44% 대 69.56%. 박 후보의 압승이었다. 박 후보는 이날 수락 연설에서 “저 박영선이 여러분의 소중한 뜻을 받들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바람을 변화의 에너지로 만드는 서울시장이 되겠다”며 소회를 밝혔다.

서울시장에만 세 번째 도전하는 박 후보는 일찌감치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선거전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서 걸림돌이 솟아나왔다. 박 후보는 범 진보진영과 단일화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박 후보는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과의 단일화를 지난 2일 합의했다.

이들은 TV토론, 정책 선호도 조사, 현장방문, 여론조사 등을 거치기로 했다. 후보 공약 선호도 조사 역시 동반된다. 이들이 제시한 공약 가운데 선호도가 높은 정책은 단일 후보 공약을 내세우는 방식이다.

여야 서울시장 후보자 확정
단일화 질질…늦으면 이달 말

단일화 방식은 100% 국민 여론조사로, 결과 발표는 8일로 못 박았다. 선거법에 따르면 현직 국회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 한 달 전 직에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박 후보와 조 의원의 단일화 과정은 비교적 순탄했다. 하지만 열린민주당의 경우는 결이 달랐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을 자처하는 열린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 3번까지 당선된 바 있다. 차례로 강민정·김진애·최강욱 의원으로, 친문(친 문재인) 성향이 짙다. 사실상 자매정당과 다름없는 곳에서 변수가 발생한 셈이다.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김진애 의원이다. 김 의원은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면서도 시한을 8일에 두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의원직 사퇴라는 강수를 뒀고, 단일화 시점은 이번 달 말까지 미뤄졌다.


김 의원은 박 후보와 조 의원이 단일화 합의를 발표했던 날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 성사를 위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두 당이 함께 승리하기 위해서는 충실한 단일화 방식이 필요하며 “그 과정을 서울시민들이 흥미진진하게 여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박성원 기자

김 의원은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에게 “민주당에서 8일까지 모든 걸 끝내자고 하는데, 저는 열흘 정도의 성실한 단일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10년 전 박영선·박원순 단일화 당시에도 열흘이 걸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박 후보와 최소 3번의 스탠딩 토론, 자유토론, 1:1 토론을 민주당에 제안했다.

이는 박 후보에게 부담일 공산이 크다. 시작 전부터 열린민주당이 찬물을 끼얹는 겪인 데다가 단일화가 지연될수록 여권 분열로 여겨지면서 본선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당이 엇박자를 내는 사이 야권에서 단일화를 먼저 성공시킨다면 컨벤션 효과를 빼앗기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래서인지 민주당 안팎에서는 김 의원을 두고 ‘몽니를 부린다’는 표현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의원직 사퇴
부정적 영향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 역시 민주당에 악재로 다가올 공산이 크다. 열린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 3번까지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김 의원이 의원직을 내려놓으면서 지난해 당선되지 못했던 비례대표 4번이 의원직을 승계 받을 전망이다. 주인공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김 전 대변인은 과거 청와대 대변인 시절 ‘흑석동 부동산 논란’으로 사퇴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18년 7월 주택 전세금과 아내 퇴직금 등으로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대지와 상가 주택을 25억7000만원에 매입했다.

이후 2019년 3월 부동산 투기 논란이 일자 아내의 결정이었다고 해명하고 청와대 대변인직에서 사퇴했다. 이후 김 전 대변인은 2019년 12월 흑석동 집을 34억5000만원에 매각해 1년5개월 만에 8억80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이에 ‘흑석 선생’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의원의 결단이 민주당의 서울시장 선거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김 전 대변인에 대한 비판의 화살이 오롯이 열린민주당으로 쏠리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으로도 향하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김 전 대변인의 복귀를 두고 ‘친문의 밥그릇 나눠 먹기’라며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4일 서울시장 후보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승자는 오세훈 후보로 41.64%를 기록했다. 2위 나경원 후보는 36.31%에 그쳤다.
 

▲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고성준 기자

오 후보는 이날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국민의 지상명령을 받들어 단일화의 힘으로, 국민 여러분의 힘으로, 교두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내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오 후보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굳게 믿고 의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분열된 상태에서의 선거는 스스로 패배를 자초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는 구설에 휘말렸던 ‘조건부 출마’에 대해서도 야권 단일화의 연장선으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오 후보는 안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는다면 출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 후보는 “야권 분열에서는 선거를 치르지 않겠다는 나름의 결단”이라며 “기존의 정치 문법과는 조금 다른 접근이었지만 그 충정, 단일화 순간까지 조금도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고 해명했다.

2번이냐
4번이냐

오 후보의 경선 승리 소식이 전해지자 안 후보도 화답했다. 이날 안 후보는 “(오 후보와) 가급적 빨리 만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무소속 금태섭 서울시장 후보와의 ‘제3지대’ 단일화에서 승리한 상태다. 야권 판이 어느 정도 정리된 만큼 이들의 단일화에 이목이 집중된다.

하지만 양 측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지속될 모양새다. 이른바 숫자 논란으로 불리는 ‘2번이냐, 4번이냐’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견이 좁혀진 곳은 없다.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오 후보와 안 후보 모두 마찬가지다.

안 후보는 야권 단일화 완주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기호 4번 출마’를 고수하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2일 CBS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에 출연, “기호 3번 정의당이 후보를 안 낸다. 기호 2번이든 4번이든 야권 단일후보는 (투표용지에서) 두 번째”라며 “(기호 4번 출마로) 국민의힘 지지자들과 민주당은 싫은데 국민의힘을 선택 못 하는 분들 양쪽 힘을 결집시켜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후보직 양보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 후보는 “그런 일은 결코 없다”며 “경선을 하면 누가 뽑히더라도 깨끗하게 승복하고 내가 단일후보가 못 돼도 단일후보를 도와서 당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전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 ⓒ고성준 기자

그는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문항에 ‘본선 경쟁력’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왜 단일후보를 뽑느냐. 본선에서 이기려고 하는 것”이라며 “시민들이 생각하는 상식 수준에서 결정하면 복잡할 게 아니고 오히려 개인이나 개별 당의 유불리에서 따지면 국민과 시민들이 등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적합도’가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의 4번 출마 역시 평가절하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후보가 4번 출마를 고수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인 지난 4일 “기호 2번 국민의힘이냐, 기호 4번 국민의당이냐를 강조했을 때, 과연 4번 가지고서 선거를 이기겠다고 확신할 수 있나”라고 날을 세웠다.

여, 몽니 부린다는 비판…왜?
야, 계속되는 2·4번 딜레마

이어 “무슨 생각으로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제3의 후보라는 사람을 데리고 단일화를 하고, 그렇게 된다고 하면 선거를 이기지 못한다는 게 기본적 내 생각”이라며 “현재 나타나는 지지율이란 건 진짜 지지율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와 당장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오 후보의 행보 역시 예단하기 어렵다. 앞서 오 후보는 안 후보가 기호 2번으로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오 후보는 경선이 치러지기 하루 전인 지난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야권 단일화 후보는 누구든) 가능하면 기호 2번을 달고 출마하는 것이 득표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혼자 시정을 이끄는 것이 아니어서 시의회의 도움이나 이런 것도 필요한데 (국민의힘은) 시의회의 의석수가 많지 않지만, 안 후보 당에는 시 의원이 한 명도 없지 않은가”라고 설명했다. 양 측의 단일화 승부는 후보등록 마감인 오는 19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 ‘2번’을 놓지 못하는 배경은 향후 정국 주도권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는 것도 모자라 국민의당의 4번으로 이름을 올린다면, 명색이 103석을 확보한 제1야당의 존재감이 퇴색돼서다. 4월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내년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 서울시장 보궐선거 플래카드 설치하는 선관위 관계자들 ⓒ박성원 기자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지난 2일 “김종인발 기호 2번 논란, 참으로 유치찬란하다”며 “지금 시점에서 기호 2번, 4번을 논하는 것이 우리 진영 전체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장 의원은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되든, 국민의힘 후보로 단일화되든, 지금 국민의힘에 더 필요한 사람은 김종인 위원장이 아니라, 안철수 후보”라고까지 말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 역시 같은 날 “박완서 선생님의 <그 남자네 집>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며 “‘수술을 잘못했으면 국으로 가만히나 있을 것이지’라는 대목이 괜히 와 닿는다”고 언급했다.

뒤엉켜∼
주도권 분열

여야 모두 경선을 치른 뒤 후보까지 선정했지만 시작부터 변수와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양 진영 모두 단일화라는 의제로 뒤엉켜 있는 상황”이라며 “누가 먼저 교통정리에 나서느냐에 따라 컨벤션 효과를 비롯해 선거 레이스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탈락 또 탈락, 나경원 행보는?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 정치생명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 전 의원은 지난해 4·15 총선에서 민주당 이수진 의원에게 패배해 낙선한 바 있다.

이어 서울시장 경선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넘지 못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나 전 의원이 당권으로 고개를 돌릴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당심 경쟁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다.

나 전 의원은 본경선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 전 시장을 앞섰다.

의원들의 지지와 함께 당내 분위기도 나 전 의원쪽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나 전 의원은 당내 1차 경선에서 20% 당원 투표에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80%가 반영된 시민 여론조사에서는 오 전 시장에게 밀렸고, 본경선이 시민 여론조사 100%만으로 이뤄진 만큼, 강경보수 이미지에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나 전 의원으로서는 이번 경선을 통해 당심을 확인한 만큼, 차기 당권에 도전할 입지 정도는 남겨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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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