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 나선 문정부의 두 얼굴

청와대 건든 검사들이 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토사구팽은 토끼 사냥을 마치고 더 이상 쓸모 없어진 개가 또 다른 사냥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현재 검찰의 상황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사자성어다. 문재인정부 초기 검찰은 적폐 청산을 내세운 정부의 사냥개였다. 하지만 지금은 ‘검찰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사냥을 당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 문재인 대통령

지난달 16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8·29전당대회 최고위원에 출마한 이원욱 의원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서 열린 온라인 합동연설회서 “임명받은 권력이 선출 권력을 이기려고 한다.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라며 “권력을 탐하는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검찰 개혁을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끼 잡고
먹힌 개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 의원의 발언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원욱 의원의 ‘검찰총장이 주인 무는 개’라는 발언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막말이자 망언”이라며 “문재인정부가 임명한 검찰총장이 개라면, 대통령이 개인 줄 알고도 임명한 것인가. 설마 대통령도 개라는 건 아니겠지요?”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이 의원의 발언이 집권여당인 민주당서 검찰을 대하는 시각을 보여준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실제 문재인정부 들어 검찰에 대한 평가는 널을 뛰고 있다.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초부터 적폐 청산의 칼이면서 조직 자체가 청산의 대상인 적폐로 지목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 중심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있다. 문 대통령은 고검장급인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사장급으로 환원 조치하면서까지 윤 총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승진, 임명했다. 당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의 최대 현안인 최순실 게이트 추가 수사 및 사건 공소유지를 원활하게 수행할 적임자를 승진 인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25일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박근혜정부서 한직으로 좌천됐던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의 수장으로 올라선 순간이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 임명식서 그를 ‘우리 윤 총장’이라고 부르며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또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격한 수사를 당부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우리 윤 총장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 권력에 대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았는데 그런 자세를 끝까지 지켜달라”고 말했다. 

장관이 휘두른 인사권에
청와대 수사팀 우수수∼

이어 “그런 자세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청와대든 정부든 또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 그래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국민이 체감하게 되고 권력형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윤 총장 취임 직후 단행된 첫 검찰인사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과 특수통 검사들이 약진하는 등 시작은 훈훈했다. 윤 총장과 함께 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이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 박찬호 제주지검장(당시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승진) 등이다. 

검찰과 청와대·정부·민주당의 허니문은 길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 8월27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가족 비리 의혹 등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현직 법무부 장관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사상 초유의 일도 일어났다. 검찰이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에 뛰어들면서 검찰과 당·정·청의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조 전 장관은 임명 35일 만인 지난해 10월14일에 전격 사퇴했다. 이후 지난 1월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했다. 추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인사권과 직제개편 등을 무기로 검찰을 흔들었다. 이 과정서 윤 총장은 지금껏 관행처럼 내려왔던 부분서조차 배제되는 ‘윤석열 패싱’을 당했다.


검찰청법 34조 1항은 검사 인사와 관련해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추 장관은 1월 단행된 첫 검찰인사부터 윤 총장과 인사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인사 대상자들의 복무평가와 인사에 대한 개략적인 구도를 남긴 인사자료인 ‘블루북(bluebook)’도 오가지 않았다고 한다. 

조국 수사에
허니문 끝나

윤석열 패싱 논란은 1월과 8월 검찰인사서도 이어졌다. 검찰총장이 배제된 두 번의 검찰인사는 ‘윤석열 고립’ ‘친정부 검사 약진’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윤 총장의 측근들은 좌천성 인사를 당했고, 문 정부 들어 승승장구 하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필두로 그의 측근들이 전진 배치됐다. 

여기에 청와대 및 청와대 관계자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사건 수사팀의 해체가 이어졌다. 검찰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라임·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태, 추 장관 아들 군대 휴가 미복귀 의혹 등에 대해 수사 중이었다. 

이 수사팀 관계자들이 검찰인사 과정서 전부 뿔뿔이 흩어졌다. ‘살아있는 권력’이 연루된 사건인 만큼 수사와 공소유지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수사의 연속성을 위해 수사팀에 대한 인사를 뒤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 검찰 내부는 물론 법조계 등에서도 제기됐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월에 단행된 검찰인사가 문 정부 핵심 인사들을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문책 내지 보복이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 법무부는 “검찰개혁법령의 제·개정에 따라 직접수사 부서 축소·조정과 공판중심주의 강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형사부와 공판부의 확대를 추진한 것”이라며 “현안 사건 수사팀 존속 여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추 장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인 6월 당시 인사가 ‘문책성 인사’였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추 장관은 지난 6월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서 7월로 예정됐던 검찰인사 방향에 대한 질문에 “2월 문책성 인사에 이어 7월 인사는 형사부나 공판부서 묵묵히 일하는 인재를 발탁, 전문검사 제도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겠다”고 답했다. 

추 장관이 언급한 2월 인사는 1월23일에 단행된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257명과 평검사 502명 등 759명에 대한 것이다. 당시 인사로 청와대 관련 수사를 실무 지휘했던 차장검사 3명은 모두 지방으로 발령났다. 윤 총장 취임 이후 첫 검찰인사가 이뤄진 지 불과 6개월 만이었다. 조 전 장관 시절 만들었던 ‘필수 보직기간 1년’ 원칙도 지키지 않은 셈이다. 

손발 잘라
총장 고립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이던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평택지청 지청장으로, 조 전 장관 가족 비리 의혹 수사를 맡았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여주지청 지청장으로 전보됐다. 이들과 함께 손발을 맞췄던 부장검사들도 대거 보직이 변경됐다. 반부패수사 1∼4부장도 모조리 교체됐다. 

1월23일 인사를 통해 좌천성 인사 발령을 받은 김성주 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장검사는 검복을 벗었다. 그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던 중이었다. 법무부는 김 전 부장검사를 울산지검 형사5부장으로 전보 조치했다. 초임 부장으로 근무했던 자리에 다시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좌천성 인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1월 검찰인사가 윤 총장의 수족을 잘라내는 것이었다면 8월에는 그 자리를 친정부 인사로 채우는 작업이 이뤄졌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2부장은 지난 8월27일 중간간부 인사서 대구지검 형사 1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삼성전자·제일모직 합병 의혹 사건을 수사한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은 대전지검 형사3부장으로 이동했다. 

반면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서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과 폭행 논란을 빚은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광주지검 차장으로 영전했다.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4차장과 구자현 법무부 대변인 등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추 장관의 측근은 각각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영전했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는 윤 총장 장모의 사문서 위조 혐의를 수사 지휘했던 최성필 의정부 지검장이 올랐다. 반부패수사부 등 직접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4차장은 형진휘 서울고검 검사로 정해졌다. 차장급 보직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 1∼4차장이 이 지검장과 추 장관의 측근으로 채워진 셈이다. 

좌천되거나 전보되거나
빈자리 친정부 검사로

추 장관은 8월7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 당시 “특정 학맥이나 줄을 잘 잡아야 출세한다는 것도 사라져야 한다”며 “이제 검찰서 ‘누구누구의 사단’이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 애초 특정라인·특정사단 같은 것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적은 바 있다. 

하지만 7일 검찰인사 직후 사의를 표명한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은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행태가 우려스럽고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사장 인사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나자 사의를 표하면서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렸다. 


그는 “전국시대 조나라가 인재가 없어서 장평 전투서 대패하고 40만 대군이 산채로 구덩이에 묻혔느냐”며 “옹졸하고 무능한 군주가 무능한 장수를 등용한 그릇된 용인술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을 옹졸하고 무능한 군주, 검찰인사서 요직을 차지한 검사장들을 무능한 장수로 빗대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 윤석열 검찰총장

직제개편을 통해 정권 관련 수사는 와해되다시피 했다. 추미애 법무부의 검찰인사 기조는 특수부 축소, 형사·공판부 우대다.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가 추 장관 취임 이후 초토화됐고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형사·공판부 검사들이 요직을 꿰찼다. 

앞서 1월에는 라임사태를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이 해체됐다. 2013년 출범한 합수단은 6년 반 동안 1000명 가까운 자본시장법 위반 사범을 다루며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려 왔지만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 과정서 분해됐다. 이 과정서 라임사태의 수사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또 8월27일 검찰인사 직전에도 직제개편 과정서 대검의 차장급 보직 4개(수사정보정책관·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공공수사정책관·과학수사기획관)가 사라졌다. 모두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자리다. 대검은 “범죄 대응 역량 축소가 우려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반대 입장을 냈지만 사실상 법무부 안이 그대로 통과됐다. 

8월 인사로
마침표 찍어

8월 인사로 추 장관의 ‘검찰 장악이 완결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전체적인 수사 지휘를 맡아야 할 검찰총장은 수족이 다 잘려 ‘식물총장’으로 전락했고, 주요 수사팀은 인사이동 과정서 와해돼 동력을 잃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권이 검찰을 ‘믿는 구석’으로 만들어버렸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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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