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 국면 전환 프로젝트

공수처로 추미애 구하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동안 잠잠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공수처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고 있는 것. 한편에서는 여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논란으로 시끄러운 국면을 돌리기 위한 카드로 공수처를 써먹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는 여권의 대표적인 숙원사업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1호 공약도 공수처 설치였다. 대선 후보 때부터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던 문 대통령은 공수처 설치를 그 시작점으로 여겼다. 

대통령의
1호 공약

참여연대는 지난 1996년 공수처를 포함한 부패방지법안을 입법 청원했다. 이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공수처 설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로부터 17년 만인 지난해 12월30일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수처 설치 방안이 논의된 지 20여년이 흐르고서야 마침내 제도화에 성공했다.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며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함에 차질이 없도록 문재인 정부는 모든 노력과 정성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공수처의 권한은 막강하다.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와 국무총리 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검찰총장, 판·검사, 시·도지사 등이 모두 공수처 수사대상에 포함되며, 이 중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기소권도 갖는다.


중복되는 범죄 수사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우선 수사권을 지닌다. 또 검찰과 경찰 등이 범죄 수사 과정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이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통보 의무 조항’은 수사 착수 단계부터 검·경의 수사를 무력화하고, 공수처가 특정 인사에 대한 선택적 수사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앞서 검찰은 해당 조항에 대해 “국가의 부패 범죄 대응 역량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검찰과 경찰도 독립적으로 공수처와 함께 고위공직자의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것으로, 공수처는 검·경 등 다른 수사기관의 상급기관 또는 반부패수사 기구의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고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공수처 출범이 가시화되면서 1호 수사 대상이 누가 될지를 두고 정치권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특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검찰 인사, 청와대 관계자 연루 의혹 사건 수사 등으로 대립각을 세운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다. 

추, 아들 휴가 미복귀 의혹 진땀
대정부질문서 질문 세례 쏟아져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는 “공수처가 설치되면 윤석열 검찰총장 부부가 수사 대상 1호가 될 수 있다”며 “윤 총장 본인이 검찰총장으로 재임하면서 나에 대한 날치기 기소를 포함해 법을 어기고 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 문제들이 공수처서 다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조모씨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했다는 혐의로 지난 1월 기소됐던 바 있다.  

공수처에 대한 논의는 지난 4월 총선서 여당이 압승을 거둔 이후 더욱 활발해졌다. 조 전 장관 의혹과 검찰 개혁은 총선 기간 내내 이슈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총선 승리로 검찰 개혁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고, 공수처 출범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출범 시기를 비롯한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위한 정치권의 수 싸움도 치열해졌다.


여당은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차지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또 야당과의 진통 끝에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도 차지했다. 법사위는 국회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되기 전 마지막 관문으로, 다수당을 견제하기 위해 현재까지는 야당이 맡아왔다.
 

▲ 발언하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다시 말해 공수처 출범을 위한 후속법안 처리 등 민주당 앞에 놓인 장애물은 없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공수처가 발 빠르게 출범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문 대통령 역시 법정 시한 내 공수처 출범에 적극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여야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서 “공수처 7월 출범에 차질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21대 국회가 열리면 공수처법 시행을 위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6월24일에는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6월26일 청와대 브리핑서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 제5조에 따라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총선에서도
뜨거운 감자

하지만 공수처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결국 법정 시한 내에 출범이 무산됐다. 공수처 설립준비단은 7월15일에 맞춰 업무처리 체계 설계와 조직 구성, 법령 정비와 청사 마련 등 인적·물적 시스템을 구축해 준비를 마무리했지만 공수처장 자리는 공석으로 남았다. 

남기명 단장은 “공수처가 조속히 출범할 수 있도록 국회서 후속법안 처리와 처장 인선에 적극 협조해주길 바란다”며 “공수처 준비단은 최소한으로 축소 개편하고 준비한 사항은 공수처에 잘 이관하겠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공수처 출범 무산의 책임을 국민의힘(전 미래통합당)으로 돌렸다. 국민의힘은 공수처 출범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공수처법 위헌 소송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당시 당선인)은 변호사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과 함께 공수처법에 대해 지난 5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유 의원은 “공수처법은 법안 제출 과정부터 본회의 의결까지 문희상 의장에 의한 불법 사·보임 허가, 원안 내용을 일탈한 위법한 수정안 상정 등의 절차와 조문에 심각한 위헌·위법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공수처 설치를 위한 후속법안을 국회서 처리했다. 지난 8월4일 인사청문회법과 국회법 개정안,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운영 규칙 개정안 등 이른바 공수처 후속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인사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에 따라 공수처장은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됐다. 또 공수처 관련 상임위는 법사위로 결정됐다.  
 

▲ 지난해 12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서 열린 본회의서 공직자수사법이 통과되고 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운영 규칙 제정안에는 야당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공수처장 선출이 사실상 어려워지는 현행 공수처법을 보완하는 내용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국회의장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를 지체 없이 구성해야 한다 ▲국회의장은 교섭단체에 기한을 정해 위원 추천을 서면으로 요청할 수 있고 각 교섭단체는 요청받은 기한 내 추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은 총 7명으로, 당연직 3명(법무부 장관·법원행정처장·대한변호사협회장)과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으로 구성된다. 이중 6명이 찬성해야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가능하다. 현행 정치 지형대로라면 국민의힘이 비토권을 갖고 있는 셈이다.


처장 후보
야당 비토권

국민의힘서 위헌 소송 등을 이유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거부하면서 공수처 출범은 표류 상태에 빠졌다.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8월5일 “공수처 설치 법정 시한이 속절없이 늦어져 현재는 위법 상태에 있다”며 “전적으로 법률을 어기면서까지 추천위원을 선임하지 않는 (미래)통합당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은 통합당이 야기한 국회 탈법 상태와 공수처 출범기한 지연을 용인할 생각이 없다”며 “통합당은 늦어도 8월 국회 시작까지 추천위원을 선임해 법적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으로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이 심화되고,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공수처에 대한 언급은 줄어들었다.

그러다 최근 민주당서 공수처 이슈를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으로 수세에 몰린 민주당이 국면 전환용으로 공수처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8개월 넘게 정체돼있던 검찰 수사가 야당 공세에 밀려 급물살을 타면서 추 장관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추 장관의 아들 서씨는 2017년 주한미8군 한국군지원단 미2사단지역대 소속 카투사로 복무하면서 총 23일에 걸쳐 1·2차 병가와 개인 휴가를 연달아 사용했다. 이 과정서 부대 복귀 시한이 지난 뒤 개인 휴가가 처리돼 휴가 미복귀 논란이 일었다. 또 추 장관 부부와 전 보좌관 등이 휴가 연장 문제로 군 관계자에게 수차례 문의 전화를 했다는 의혹도 있다. 

추 장관 아들 의혹은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서 쟁점이 됐다. 추 장관은 물론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해당 논란으로 질문 세례를 받았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의원들의 잇단 법안 발의로 공수처 출범의 고삐를 쥐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서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지 않아 공수처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고 보고,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을 내고 있는 것.

한동안 언급 없이 조용해
의원들 잇따라 법안 발의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 8일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내지 않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 의원 22명이 공동발의한 개정안은 국회의장이 10일 이내의 기한을 정해 각 교섭단체에게 위원을 추천하도록 통고하고 해당 기간 내에 위원을 추천하지 않는 교섭단체가 있는 경우에는 법원조직법상의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해당 교섭단체 추천으로 갈음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으로 임명 또는 위촉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14일에는 법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개정안을 냈다. 개정안에는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에 10일 이내 기한을 정해 위원 추천을 요청하고, 기한 내 추천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법학교수회장과 법학전문대학협의회 이사장을 추천위원으로 임명·위촉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소집되면 30일 이내로 추천 의결을 마치고 한 차례에 한해서만 10일 이내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의 법안 발의에 발끈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참으로 황당하다. 이제 민주적 대표성이 전혀 없는 사단법인을 들러리 야당으로 세워놓고 자기 맘대로 하겠다는 흉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이젠 눈에 뵈는 게 없다 보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서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 도중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민주당 의원들의 법안 발의에 환영의 뜻을 보였다. 이 지사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수처법 개정안 발의를 환영한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야당 협조 없이도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출범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이재명과 공수처의 조합은 상상 가능한 것 중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뭐하러 한국판 두테르테가 되려고 하는지”라고 비판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권위주의적인 통치자로 유명하다. 

180석으로
밀어붙여?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백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현실적으로 봤을 때 정기국회 내에는 당연히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법사위 소위원회서 논의 절차, 결의 절차 등이 있는데 모든 절차들을 그대로 밟아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공수처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통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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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