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첫 정기국회 관전 포인트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8.31 10:26:38
  • 호수 12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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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가시밭, 곳곳이 지뢰밭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의정활동의 꽃인 정기국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선 부동산대책·4차 추경 등 민감한 사안들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일요시사>는 여야의 공방으로 희뿌연 화약 연기가 자욱해질 정기국회의 현장을 미리 살펴봤다.
 

▲ 본회의 참석한 김태년(더불불어민주당, 사진 왼쪽)·주호영(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여야가 9월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포함한 현안에 전격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박병석 국회의장과 만나 합의를 이뤘다. 

첫 단추
기싸움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은 회동 후 브리핑을 통해 “여야가 21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를 오는 9월1일 개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기국회는 교섭단체 대표연설→대정부질문→국정감사 순으로 진행된다. 또 양당 원내대표는 윤리특별위원회 등 5개 국회 특위 구성에도 뜻을 모았다.

이번 정기국회는 21대 국회 첫 정기국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첫 단추를 잘 꿰기 위한 여야의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문재인정부의 핵심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입법에 매진할 전망이다. 부동산대책 후속법안, 권력기관 개혁법 등이다.


앞서 문정부는 6·17부동산대책을 발표, ‘법인 부동산’ 세제 강화 방안을 내놨다. 민주당은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법인세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재석 187인 중 찬성 185인, 반대 1인, 기권 1인이라는 압도적인 결과였다.

민주당이 통합당의 반대를 뚫고 이뤄낸 결과다. 당시 통합당은 본회의에는 출석했지만, 소득세법·법인세법·종합부동산세법 등 이른바 부동산 3법을 비롯한 쟁점법안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통합당은 부동산 3법이 국회 상임위원회서 처리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 통합당 간사 류성걸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 반대 토론자로 나서 “부동산 3법의 안건상정절차에 하자가 있기 때문에 원천무효임을 밝힌다”며 “국회법 제58조에 규정된 소위원회 법안심사를 건너뛴 채 벼락치기로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여야 간사들이 합의한 소위원회 구성을 민주당 의원들이 조세소위를 요구하며 반대한다는 이유로 무산시켰다는 주장이다.

부동산·행정수도 격전 예상
2차 재난지원금도 지급되나?

여야 사이에는 여전히 스파크가 튄다. 지난 20일 기재위 회의장은 막말과 고성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통합당 김태흠 의원이 부동산 3법 강행 처리의 책임을 민주당 의원들에게 물었다. 의사진행 발언서 김 의원은 “민주당이 국회법 절차도 무시하고 부동산 3법을 통과시키고 난 다음 오늘 소위를 구성했는데,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소위원장이 그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시도 않았다”며 “참 염치가 없다, 뻔뻔하다, 이런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이 김 의원의 말을 받아치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그런 얘기를 하는 게 더 뻔뻔하다”며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나”라고 김태흠 의원을 쏘아붙였다. 그러자 김태흠 의원이 “뭐가 함부로 해. 말 그 따위로 할래. 어린 것이...”라며 “이렇게 됐으면 사과를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분노했고, 김경협 의원은 “동네 양아치가 하는 짓을 여기서 하려고 한다”고 따졌다.
 

▲ 악수 나누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두 사람의 설전은 윤후덕 기재위원장의 만류에도 3분여 동안이나 지속됐다.

여야의 갈등은 정기국회서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부동산대책 후속법안 처리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표준임대료제 도입을 위한 주거기본법 개정안, 주택 임대차 관계서 발생하는 분쟁의 심의·조정을 담당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이 대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하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소속 윤호중 의원은 주거기본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주거기본법 개정안은 표준임대료를 정해 안정적인 주거 생활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는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윤 의원은 자당의 부동산 관련 법안 추진에 총대를 메고 있다. 비법조인 출신의 첫 법사위원장인 윤 의원은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법사위원장직 제의를 받아들이며, 임대차법 처리를 전제조건으로 걸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부동산
정조준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은 부동산 3법과 함께 본회의를 통과한 상태다. 그중 윤 의원은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를 도입하는 임대차 2법의 처리를 주도했다.

정기국회의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는 8월 결산국회서 여야 갈등의 조짐이 드러났다. 임시회지만, 정기국회를 앞두고 열리는 만큼 정국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통합당은 민주당이 176석으로 밀어붙인 임대차 3법과 부동산 3법 등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점을 적극 활용해 공세에 나선다. 전세 품귀 현상의 원인을 전월세상한제로 돌리고,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율 상향을 ‘세금폭탄’으로 규정, 문정부의 부동산 대책 실정을 부각한다는 계획이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정부·여당은)집값 폭등 문제도 그저 세금 폭탄을 터뜨리고, 조금이라도 재산이 있으면 죄악시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민주당이 저희(통합당)의 동의 없이 부동산 관련 법안들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는데, (집값이) 진정되기는커녕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 편성 논의도 지뢰밭이다. 수해 피해에 코로나19까지 재확산되면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필요성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에 대한 당 정책위원회 차원의 검토를 요청했다. 김 원내대표는 “코로나19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앞으로 두 달 정도 경제가 다시 얼어붙을 것 같다”며 “정책위 차원의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과 분석이 필요하다. 2차 재난지원금도 검토를 해보자”고 전했다.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4차 추경이 필수적이다. 내년도 본예산 편성을 위한 당정 협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본예산과 추경 편성이 동시에 논의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당초 민주당은 4차 추경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수해 지원 등은 예비비 활용으로 가능하며, 가을에 태풍 등이 올라올 수 있는 상황이어서 빠른 추경 논의는 ‘시기상조’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수해 피해 복구를 위한 4차 추경에 대해 “복구예산이 부족하다면 당연히 추경을 마련해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지금 확보된 예산으로 지원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4차 추경
결론나나?


통합당은 4차 추경에 신중한 민주당을 압박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는 코로나19와 관련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추경을 추진하더니, 수해 피해 복구를 위한 4차 추경에는 주저하고 있다는 논리였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취임 100일’을 기념해 열린 간담회서 “앞으로 국민에게 필요한 재난 지원금은 빚을 내서라도 하겠다”고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4차 추경에 여당 대권주자들까지 나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서 열린 목요대화서 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며 ”과감히 한두 번 더 지급하는 게 오히려 재정적 이익을 보고 경제 악화를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 ▲▲ 본회의 중인 국회 본회의장 ⓒ고성준 기자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은 “긴급재난지원금 필요성이 가장 절실한 상황”이라며 “정치권에서 이미 추경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이번 수해를 입은 지방 소도시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여야 최대 전쟁터로 예상됐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과 검경 수사권 조정 후속 입법 문제는 민주당이 ‘속도 조절’에 나설 전망이다. 김 원내대표는 “‘검찰 개혁’은 속도전을 하지 않을 테니 9∼11월 석 달 정도는 당과 원내대표단 안에서 논의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수처 출범에 강경했던 기존 입장과 달라진 모습이다. 앞서 이해찬 대표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서 공수처 출범 법정 시한(7월15일)을 넘긴 점을 지적하며, 통합당은 늦어도 8월 국회 시작(지난 18일)까지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을 선임해 법적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름이 계속 거론되는 현 상황을 민주당 지도부가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미 법정 시한을 넘겨 속도전의 실익을 상실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자칫 윤 총장만 띄워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한때 윤 총장의 대선주자 선호도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민주당 이낙연 의원에 이은 3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윤리특별위원회 외 4개 특위 구성에 합의했다. 균형발전특별위원회가 그 중 하나로 꼽힌다. 민주당은 여야 합의에 의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수도 이전 문제를 매듭지으려 한다.

여야 5·18 한목소리?
공수처는 속도 조절

‘어게인 2002’다. 지난 2002년 9월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당시 대통령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서 “한계에 부딪힌 수도권 집중 억제와 낙후된 지역경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해 청와대와 중앙부처부터 옮겨 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충청권 민심을 얻는 결정적 한마디였다. 이회창 후보를 2.3% 포인트 차로 꺾고 16대 대통령에 오른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7월 정부혁신·지방분권·국가균형발전·동북아 경제 중심에 방점을 찍고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을 출범시켰다. 

이후 그해 12월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하 신행정수도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헌재는 2004년 10월 신행정수도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헌법개정이 이뤄져야 함에도 정부는 헌법 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아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결국 신행정수도 계획은 청와대·국회가 서울에 남는 반쪽짜리로 끝났다.
 

▲ 악수 나누는 박병석 국회의장(사진 왼쪽)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절치부심한 민주당은 이번만큼은 행정수도 이전에 성공한다는 각오다. 그 일환으로 세종시에 국회 분원이 아닌 국회 전체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행정수도 완성 추진단 간사인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국가균형발전 행정수도 완성 태스크포스(TF)’ 비공개 3차 회의를 마친 뒤 언론 브리핑서 “가능하면 국회 전체를 이전하는 방안을 포함해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은 행정수도 이전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민주당의 진정성에는 의문을 제기한다. 부동산 민심이 부정적으로 바뀌자 이미 위헌 판결이 난 사안을 국면전환용 카드로 꺼내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여야가 첨예한 입장차를 보여 왔던 ‘5·18 민주화운동’ 관련 법안은 비교적 평화로운 처리가 예상된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9일 광주를 방문,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당의 소극적 대응과 일부 정치인의 막말을 사죄했다.

행정수도
어게인 2002

민주당은 ‘5·18 3법’, 즉 ▲허위사실 유포 처벌 ▲진상규명 ▲피해자 범위 확장 등의 내용을 당론으로 채택해 추진하고 있다. 오는 정기국회서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통합당 역시 5·18 유공자에 대한 예우 강화 법안을 준비 중이다. 호남 민심잡기에 나선 최근 당 기조에 따른 과정으로 읽힌다. 통합당이 민주당의 5·18 3법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통합당의 ‘호남 품기’ 플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호남 민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호남인사 비례대표 우선추천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비례대표 당선권 내 25%를 호남지역 인사로 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당헌·당규에 명문화하겠다는 약속도 밝혔다.

본격 세 확장에 나서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호남을 텃밭으로 갖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통합당의 발표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통합당이 호남 민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지지율을 끌기 위한 ‘보여주기’라는 평가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호남출신 인사를 국회의원 시켜주면 호남의 민심을 얻을 것이라 생각하는가”라며 “호남출신 인사 몇 명이 통합당에 없어서 호남이 통합당을 싫어하는가? 호남에서 왜 당신들을 안 찍는지부터 먼저 생각하시라”라고 지적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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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