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첫 정기국회 관전 포인트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8.31 10:26:38
  • 호수 12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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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가시밭, 곳곳이 지뢰밭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의정활동의 꽃인 정기국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선 부동산대책·4차 추경 등 민감한 사안들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일요시사>는 여야의 공방으로 희뿌연 화약 연기가 자욱해질 정기국회의 현장을 미리 살펴봤다.
 

▲ 본회의 참석한 김태년(더불불어민주당, 사진 왼쪽)·주호영(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여야가 9월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포함한 현안에 전격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박병석 국회의장과 만나 합의를 이뤘다. 

첫 단추
기싸움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은 회동 후 브리핑을 통해 “여야가 21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를 오는 9월1일 개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기국회는 교섭단체 대표연설→대정부질문→국정감사 순으로 진행된다. 또 양당 원내대표는 윤리특별위원회 등 5개 국회 특위 구성에도 뜻을 모았다.

이번 정기국회는 21대 국회 첫 정기국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첫 단추를 잘 꿰기 위한 여야의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문재인정부의 핵심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입법에 매진할 전망이다. 부동산대책 후속법안, 권력기관 개혁법 등이다.


앞서 문정부는 6·17부동산대책을 발표, ‘법인 부동산’ 세제 강화 방안을 내놨다. 민주당은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법인세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재석 187인 중 찬성 185인, 반대 1인, 기권 1인이라는 압도적인 결과였다.

민주당이 통합당의 반대를 뚫고 이뤄낸 결과다. 당시 통합당은 본회의에는 출석했지만, 소득세법·법인세법·종합부동산세법 등 이른바 부동산 3법을 비롯한 쟁점법안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통합당은 부동산 3법이 국회 상임위원회서 처리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 통합당 간사 류성걸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 반대 토론자로 나서 “부동산 3법의 안건상정절차에 하자가 있기 때문에 원천무효임을 밝힌다”며 “국회법 제58조에 규정된 소위원회 법안심사를 건너뛴 채 벼락치기로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여야 간사들이 합의한 소위원회 구성을 민주당 의원들이 조세소위를 요구하며 반대한다는 이유로 무산시켰다는 주장이다.

부동산·행정수도 격전 예상
2차 재난지원금도 지급되나?

여야 사이에는 여전히 스파크가 튄다. 지난 20일 기재위 회의장은 막말과 고성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통합당 김태흠 의원이 부동산 3법 강행 처리의 책임을 민주당 의원들에게 물었다. 의사진행 발언서 김 의원은 “민주당이 국회법 절차도 무시하고 부동산 3법을 통과시키고 난 다음 오늘 소위를 구성했는데,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소위원장이 그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시도 않았다”며 “참 염치가 없다, 뻔뻔하다, 이런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이 김 의원의 말을 받아치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그런 얘기를 하는 게 더 뻔뻔하다”며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나”라고 김태흠 의원을 쏘아붙였다. 그러자 김태흠 의원이 “뭐가 함부로 해. 말 그 따위로 할래. 어린 것이...”라며 “이렇게 됐으면 사과를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분노했고, 김경협 의원은 “동네 양아치가 하는 짓을 여기서 하려고 한다”고 따졌다.
 

▲ 악수 나누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두 사람의 설전은 윤후덕 기재위원장의 만류에도 3분여 동안이나 지속됐다.

여야의 갈등은 정기국회서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부동산대책 후속법안 처리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표준임대료제 도입을 위한 주거기본법 개정안, 주택 임대차 관계서 발생하는 분쟁의 심의·조정을 담당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이 대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하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소속 윤호중 의원은 주거기본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주거기본법 개정안은 표준임대료를 정해 안정적인 주거 생활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는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윤 의원은 자당의 부동산 관련 법안 추진에 총대를 메고 있다. 비법조인 출신의 첫 법사위원장인 윤 의원은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법사위원장직 제의를 받아들이며, 임대차법 처리를 전제조건으로 걸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부동산
정조준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은 부동산 3법과 함께 본회의를 통과한 상태다. 그중 윤 의원은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를 도입하는 임대차 2법의 처리를 주도했다.

정기국회의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는 8월 결산국회서 여야 갈등의 조짐이 드러났다. 임시회지만, 정기국회를 앞두고 열리는 만큼 정국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통합당은 민주당이 176석으로 밀어붙인 임대차 3법과 부동산 3법 등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점을 적극 활용해 공세에 나선다. 전세 품귀 현상의 원인을 전월세상한제로 돌리고,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율 상향을 ‘세금폭탄’으로 규정, 문정부의 부동산 대책 실정을 부각한다는 계획이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정부·여당은)집값 폭등 문제도 그저 세금 폭탄을 터뜨리고, 조금이라도 재산이 있으면 죄악시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민주당이 저희(통합당)의 동의 없이 부동산 관련 법안들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는데, (집값이) 진정되기는커녕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 편성 논의도 지뢰밭이다. 수해 피해에 코로나19까지 재확산되면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필요성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에 대한 당 정책위원회 차원의 검토를 요청했다. 김 원내대표는 “코로나19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앞으로 두 달 정도 경제가 다시 얼어붙을 것 같다”며 “정책위 차원의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과 분석이 필요하다. 2차 재난지원금도 검토를 해보자”고 전했다.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4차 추경이 필수적이다. 내년도 본예산 편성을 위한 당정 협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본예산과 추경 편성이 동시에 논의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당초 민주당은 4차 추경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수해 지원 등은 예비비 활용으로 가능하며, 가을에 태풍 등이 올라올 수 있는 상황이어서 빠른 추경 논의는 ‘시기상조’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수해 피해 복구를 위한 4차 추경에 대해 “복구예산이 부족하다면 당연히 추경을 마련해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지금 확보된 예산으로 지원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4차 추경
결론나나?


통합당은 4차 추경에 신중한 민주당을 압박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는 코로나19와 관련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추경을 추진하더니, 수해 피해 복구를 위한 4차 추경에는 주저하고 있다는 논리였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취임 100일’을 기념해 열린 간담회서 “앞으로 국민에게 필요한 재난 지원금은 빚을 내서라도 하겠다”고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4차 추경에 여당 대권주자들까지 나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서 열린 목요대화서 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며 ”과감히 한두 번 더 지급하는 게 오히려 재정적 이익을 보고 경제 악화를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 ▲▲ 본회의 중인 국회 본회의장 ⓒ고성준 기자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은 “긴급재난지원금 필요성이 가장 절실한 상황”이라며 “정치권에서 이미 추경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이번 수해를 입은 지방 소도시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여야 최대 전쟁터로 예상됐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과 검경 수사권 조정 후속 입법 문제는 민주당이 ‘속도 조절’에 나설 전망이다. 김 원내대표는 “‘검찰 개혁’은 속도전을 하지 않을 테니 9∼11월 석 달 정도는 당과 원내대표단 안에서 논의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수처 출범에 강경했던 기존 입장과 달라진 모습이다. 앞서 이해찬 대표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서 공수처 출범 법정 시한(7월15일)을 넘긴 점을 지적하며, 통합당은 늦어도 8월 국회 시작(지난 18일)까지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을 선임해 법적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름이 계속 거론되는 현 상황을 민주당 지도부가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미 법정 시한을 넘겨 속도전의 실익을 상실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자칫 윤 총장만 띄워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한때 윤 총장의 대선주자 선호도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민주당 이낙연 의원에 이은 3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윤리특별위원회 외 4개 특위 구성에 합의했다. 균형발전특별위원회가 그 중 하나로 꼽힌다. 민주당은 여야 합의에 의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수도 이전 문제를 매듭지으려 한다.

여야 5·18 한목소리?
공수처는 속도 조절

‘어게인 2002’다. 지난 2002년 9월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당시 대통령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서 “한계에 부딪힌 수도권 집중 억제와 낙후된 지역경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해 청와대와 중앙부처부터 옮겨 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충청권 민심을 얻는 결정적 한마디였다. 이회창 후보를 2.3% 포인트 차로 꺾고 16대 대통령에 오른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7월 정부혁신·지방분권·국가균형발전·동북아 경제 중심에 방점을 찍고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을 출범시켰다. 

이후 그해 12월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하 신행정수도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헌재는 2004년 10월 신행정수도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헌법개정이 이뤄져야 함에도 정부는 헌법 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아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결국 신행정수도 계획은 청와대·국회가 서울에 남는 반쪽짜리로 끝났다.
 

▲ 악수 나누는 박병석 국회의장(사진 왼쪽)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절치부심한 민주당은 이번만큼은 행정수도 이전에 성공한다는 각오다. 그 일환으로 세종시에 국회 분원이 아닌 국회 전체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행정수도 완성 추진단 간사인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국가균형발전 행정수도 완성 태스크포스(TF)’ 비공개 3차 회의를 마친 뒤 언론 브리핑서 “가능하면 국회 전체를 이전하는 방안을 포함해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은 행정수도 이전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민주당의 진정성에는 의문을 제기한다. 부동산 민심이 부정적으로 바뀌자 이미 위헌 판결이 난 사안을 국면전환용 카드로 꺼내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여야가 첨예한 입장차를 보여 왔던 ‘5·18 민주화운동’ 관련 법안은 비교적 평화로운 처리가 예상된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9일 광주를 방문,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당의 소극적 대응과 일부 정치인의 막말을 사죄했다.

행정수도
어게인 2002

민주당은 ‘5·18 3법’, 즉 ▲허위사실 유포 처벌 ▲진상규명 ▲피해자 범위 확장 등의 내용을 당론으로 채택해 추진하고 있다. 오는 정기국회서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통합당 역시 5·18 유공자에 대한 예우 강화 법안을 준비 중이다. 호남 민심잡기에 나선 최근 당 기조에 따른 과정으로 읽힌다. 통합당이 민주당의 5·18 3법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통합당의 ‘호남 품기’ 플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호남 민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호남인사 비례대표 우선추천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비례대표 당선권 내 25%를 호남지역 인사로 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당헌·당규에 명문화하겠다는 약속도 밝혔다.

본격 세 확장에 나서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호남을 텃밭으로 갖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통합당의 발표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통합당이 호남 민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지지율을 끌기 위한 ‘보여주기’라는 평가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호남출신 인사를 국회의원 시켜주면 호남의 민심을 얻을 것이라 생각하는가”라며 “호남출신 인사 몇 명이 통합당에 없어서 호남이 통합당을 싫어하는가? 호남에서 왜 당신들을 안 찍는지부터 먼저 생각하시라”라고 지적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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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이 끝났다. 모두가 예상한 대로 승자와 패자가 뚜렷하게 갈렸다. 각 정당은 선거 결과에 따라 여당과 야당의 역할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선거를 치른 정치권은 숨 돌릴 새도 없이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지방 권력의 향방을 결정하는 지방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대선 정국이 마무리됐다. 2022년 5년 만에 정권교체를 당했던 진보 진영은 3년 만에 다시 여당의 지위를 되찾았다. 보수 진영은 비상계엄과 탄핵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대선이 대통령 궐위로 치러진 보궐선거인 만큼 당선인은 인수·인계 기간 없이 바로 임기에 돌입했다. 또 한 번 정권교체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6개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한 지 60일 만에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지난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9.4%,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2%,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0.1%였다. 지상파 3사(KBS·MBC·SBS)가 진행한 출구조사 결과와 차이를 보였지만 당락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는 한국리서치·입소스·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서 본투표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325개 투표소의 투표자 8만14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0.8%포인트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는 이 대통령 51.7%, 김 후보 39.3%, 이 후보 7.7%였다. 출구조사와 비교해 이 대통령은 낮았고 김 후보와 이 후보는 더 득표했다. 이 대통령은 1728만7513표를 얻어 역대 대선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지만 과반 득표율에는 실패했다. 역대 대선에서 과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선관위가 지난 4일 오전 6시21분 이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식 확정하면서 이 대통령의 5년 임기가 시작됐다. 임기 개시와 동시에 국군 통수권을 비롯한 대통령의 모든 고유 권한이 이 대통령에게 자동 이양됐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2030년 6월3일까지다. 비상계엄부터 대통령 탄핵, 대선까지 숨 가쁜 6개월을 보낸 정치권은 대선 후폭풍에 직면했다. 문재인정부 이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던 민주당은 3년 만에 여당으로 복귀했다. 민주당 단독으로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범진보 진영(192석)으로 보면 200석에 육박하는 ‘거대 여권’의 등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 이어 대선서도 패배하면서 존망의 갈림길에 섰다. 당장 대선 패배 책임론이 불거졌고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 양상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범진보 진영과 비교해 107석이라는 ‘초라한’ 국회 의석수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차지한 이재명정부를 견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3년 만에 정권 탈환 국민의힘, 총선 이어 또 졌다 대선 후폭풍이 걷히면 정치권은 또다시 ‘선거 모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3일 지방선거가 예정돼있다. 채 1년이 남지 않은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지 않았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윤석열정부 임기 중에 치러질 예정이었다. 윤정부서만 두 번의 지방선거가 열리는 셈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윤정부에 대한 평가이자 대선 전초전 격이었을 선거가 이재명정부의 첫 대형 선거가 된 것이다. 이미 여당이 행정과 입법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서 지방 권력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재명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이른바 ‘절대 권력’을 손에 쥐게 된다. 가능성은 작지 않다. 대선 이후 몇 개월 만에 치러지는 선거서 여당이 진 적은 거의 없다. 바로 직전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게 대표적이다. 2022년 6월, 윤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열린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서울·인천 등 12곳에서 이겼다. 민주당은 경기·광주·전남·전북·제주 등 5곳에서만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국민의힘이 완승했다. 전국 226곳 중 145곳에서 이겼다. 서울에서는 25개 자치구 중 17곳에서 승리했다. 2018년 지방선거서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에서 민주당이 이겼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열린 재보궐선거서도 7곳 중 5곳을 차지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과 제주을을 제외한 대구 수성을·경남 창원의창·경기 성남시 분당구갑·강원 원주갑·충남 보령·서천 등에 국민의힘 깃발이 꽂혔다. 지난 지방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불릴 정도로 네거티브가 난무했던 20대 대선 직후에 열리면서 당시 투표율은 50%를 간신히 넘는 낮은 수준이었다. 역대 지방선거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낮은 수치였다. 새 정부 탄생과 거의 동시에 치러진 만큼 ‘허니문’ 성격이 강했던 점도 국민의힘 승리에 영향을 미쳤다. 민심이 새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계엄·탄핵 보수 폭망 불과 3년 만에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대선 승리를 등에 업고 지방 권력까지 차지했던 국민의힘은 순식간에 야당으로 전락했고 민주당은 기세를 탄 상황이다. 이재명정부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지방선거 승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한 호흡으로 같이 나가려면 기울어진 지방 권력 구도를 돌려놔야 한다는 취지다. 내년 6월3일 열릴 지방선거는 대선 이후 1년 뒤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이전 허니문 선거와 비교해 기간이 긴 게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임기 초인 만큼 여당에 유리한 이슈가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두고 진행 중인 재판이 1년 내내 사회를 달굴 가능성이 크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14일부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직을 상실하면서 불소추특권도 사라졌기에 혐의가 더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 심리 때부터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해 철저하게 부인해 왔다. 재판서도 같은 태도를 보여 1심 선고까지는 1년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도, 취임사에서도 내란 종식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서 진행한 취임 선서에서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은 이제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확고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안팎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내수 시장은 ‘폭망’ 상태에 접어들었고 외부에선 관세 등으로 시장을 흔들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경제 이슈는 선거판을 늘 좌지우지했다. 텃밭 빼고 다 뒤집혀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먹사니즘’이라는 표현으로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 회복을 첫손에 꼽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가 재정 투입을 예고했다. 취임 선서에서도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돌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재명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다.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되겠다”며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 기업인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시장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비상계엄 사태 극복과 경제 회복을 전면에 내세워 민심을 다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야당이 된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은 ‘견제론’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의회 권력과 행정부를 장악한 이재명정부를 지방 권력으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총선은 2028년, 이 대통령의 임기 중반 이후에나 치러진다. ‘거대 야권’ 국면이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지속된다는 뜻이다. 그사이 판을 흔들만한 대형 선거가 없기에 보수 진영으로선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총선이 지방의회 상황에 영향을 받는 만큼 국회 의석 상황을 바꾸려면 지방선거 결과가 중요하다. 문제는 내부 상황이 지나치게 어지럽다는 점이다. 보수 진영서 배출한 대통령이 벌써 두 번째 파면됐고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국민에게 외면받았다. 보수 세력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총선 때부터 나왔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선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보여준 윤 전 대통령 측 세력과 결별하는 과정서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혈전이 예상된다. 새 정부 1년 만에 맞대결 3년 전에는 여당이 압승 대선을 완주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의원은 비록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대선 기간 내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을 모두 처리하고 난 뒤에야 보수 진영은 지방선거에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선 과정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선거에 임하거나 지지층만 믿고 막무가내식 행보를 보이면 총선, 대선서 이어 지방선거까지 3연패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대선과 8대 지방선거, 이번 대선서 각 정당 후보가 얻은 표를 보면 보수 진영의 상황이 얼마나 ‘최악’인지가 드러난다. 국민의힘 후보로 윤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이 대통령이 나선 20대 대선 당시 승부를 가른 건 ‘서울’이었다. 민주당은 선거를 치르면서 서울서 진 적이 많지 않았는데 2022년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로 민심을 까먹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50.6%, 이 대통령은 45.7%를 받았다. 표수로는 31만표 차이였다. 윤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전체 표 차인 24만7000표(0.73%p 차이)보다 컸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을 필두로 강원·대전·충청·TK(대구·경북)·PK(부산·경남)·울산서 승리해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지방선거 때에는 대선서 패했던 인천과 세종에서도 국민의힘이 이겼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국민의힘)이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무려 20%p 차이로 이겼다. 대선서 45.6%(윤 전 대통령) 대 50.9%(이 대통령)로 5.3%p 차이가 났던 경기도조차 48.9%(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대 49.1%(민주당 김동연 후보)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그로부터 3년 뒤 이번 대선서 국민의힘은 강원·TK·PK·울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서 졌다. 지역별로 보면 6곳에서만 김 후보가 이 대통령에 앞섰다. 국민의힘 텃밭이라고 불릴만한 지역과 보수세가 강한 지역서 선전했을 뿐 수도권과 표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충청권서 모조리 패배했다. 여러 차례 대통령을 배출한 전국 정당이 ‘영남당’으로 쪼그라든 순간이다. 안정론? 견제론? 발 빠른 인사들은 벌써부터 지방선거를 정조준하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대선 패배 연설서 “저희가 잘했던 것과 못했던 것을 잘 분석해 정확히 1년 뒤 다가올 지방선거서 개혁신당이 한 단계 약진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어느 정도 승부가 예측됐던 이번 대선과 달리 내년 지방선거가 진짜 대결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헌 국민투표 가능성 ‘동시에 진행될까?’ 이재명정부는 개헌을 할 수 있을까? 대선일로부터 꼭 1년 뒤인 내년 6월3일 열리는 9대 지방선거서 개헌 이슈가 다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첫 대형 선거인 만큼 이날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의견은 대선 기간 내내 나왔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지난 4월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로 제7공화국의 문을 열자”며 “대선후보들은 개헌을 약속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정 회장은 “느닷없는 계엄령이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가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며 “다가오는 대통령선거는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결정적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87체제’ 종말 초읽기? 그러면서 “개헌 시점은 늦더라도 2026년 6월이어야 한다”며 “이번 대선 이후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협력 아래 정부가 지원하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칠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대선후보 당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국무총리 국회 추천 등을 골자로 한 개헌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제안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