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마지막 국감’ 관전포인트

칼 가는 총장님 ‘장관님 깔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정감사는 선거를 제외하면 정치권의 가장 큰 이벤트다. 매년 9~10월경 국감장에선 정부 기관과 국회의 격전이 벌어진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2013년 국감서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7년 후, 임기 반환점을 돈 윤 총장이 마지막 국감을 앞두고 있다.
 

▲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2013년 10월21일 국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정갑윤 의원은 당시 여주지청장이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증인은 혹시 조직(검찰)을 사랑합니까?”라고 물었다. 윤 총장은 “예, 대단히 사랑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사랑합니까? 혹시 사람에 충성하는 것은 아니에요?”라고 거듭 물었다. 윤 총장은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작심발언 
또 나올까

그는 박근혜정부 첫 해인 2013년 4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의 발탁으로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차출됐다. 국감 당시 윤 총장은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로 ‘윗선’과 갈등을 빚고 있었다. 

윤 총장은 채 전 총장이 혼외자 논란으로 낙마한 후에도 검찰 수뇌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사를 강행했다. 2013년 10월에는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보고·결재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그러다가 그해 국감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과 조영곤 지검장 등이 수사 과정에 외압을 넣었다고 폭로했다. 이후 윤 총장은 여주지청장서 대구고검·대전고검 검사로 좌천당하는 등 인사서 거듭 불이익을 받았다. 

당시 윤 총장의 발언으로 국감장은 말 그대로 뒤집어졌고,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윤 총장을 가리키는 대표적인 수식어가 됐다.

한직을 전전하던 윤 총장은 2016년 7월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 특검에 합류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윤 총장을 깜짝 스타로 만든 2013년 국감 이후 7년이 흘렀다. 그동안 윤 총장은 2013년, 2017~2019년 등 총 4번 국감장에 섰다. 

2013년 국감, 수사외압 폭로
7년 동안 국감장에 4번 등장

4번의 국감을 거치는 사이 윤 총장의 상황은 변화무쌍했다. 2017~2018년 그의 위치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적폐 청산의 기수였다. 문 정부는 취임과 동시에 사회 각 분야의 적폐 청산을 외치면서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 검찰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당시 국감에서는 야당과 끊임없이 부딪쳤다. 

2017년 적폐 청산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윤 총장은 “검찰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수사 의뢰를 받아 범죄를 수사하는 사람들”이라며 “법에 따라 수사하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 국감 출석한 한동훈 검사장

2018년 사법 농단 수사와 관련해서도 “특정 사람을 표적으로 하는 수사는 하지 않고 있다”며 “수사를 하다가 개별 법관의 어떤 비위가 나온다면 그건 수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총장이 여러 차례 언급했던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라는 것이다. 


야당의 공세를 받았던 2017~2018년과 달리 지난해 국감에선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해 국감 최대 이슈는 ‘조국 사태’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은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물론 모든 국감의 이슈를 집어삼켰다. 

윤 총장 휘하의 검찰은 조 전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불거진 가족 비리 의혹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수사에 뛰어들었다. 윤 총장과 여당과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지난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취임하고부터는 검찰 내 입지가 더욱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2번의 검찰 인사 과정서 측근들이 잘려 나갔고,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으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등장마다
공수 바뀌어

그 사이 아내와 장모 등 가족 관련 비리 의혹이 재차 불거졌다. 자진 사퇴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여당과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민들은 윤 총장을 대선후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윤 총장은 여론조사 대선후보군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지만, 지지율은 상위권을 달렸다. 몇몇 조사에선 야당 후보 가운데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지난해 7월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이번이 검찰총장 자격으로는 마지막 국감인 셈이다. 윤 총장이 이번 국감서 어떤 발언을 하든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다는 게 중론이다.

윤 총장이 지난 8월 신임검사 신고식에 참석해서 한 발언을 두고 정치권이 떠들썩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 그는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는 민주주의의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또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로 실현된다.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권력형 비리 의혹을 수사하면서 여당으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아온 그가 작심발언을 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윤 총장은 최근 공식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논란이 된 사건들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두문불출해왔다. 그랬던 그가 오랜만에 국감에 나타나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 검찰 인사, 추 장관 아들 의혹 수사 결과 등에 대해 입을 열 가능성이 제기된다. 

발언 따라
정치적 해석?


실제 이번 법사위 국감의 최대 이슈는 윤 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가족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는 지난 7일 대법원을 시작으로 헌법재판소(8일), 법무부(12일), 일선 검찰청(19일), 일선 법원(20일), 대검찰청(22일), 종합감사(26일) 순으로 국감을 진행한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추 장관 아들 의혹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여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검찰 개혁 현안을 이슈로 잡겠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서 윤 총장 가족 의혹이 다시 한 번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야당 의원들은 12일 법무부 국감서 추 장관의 ‘거짓말’에 대한 질타와 해명 요구로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추 장관의 부정 청탁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공개한 수사 내용이 그동안의 발언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거짓말 논란이 추석 연휴 내내 이어지자 추 장관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 수사가 ‘혐의 없음’으로 마무리됐지만 야당과 보수 언론은 본질로부터 벗어난 ‘거짓말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보좌관에게 전화번호를 전달한 것을 두고 ‘지시’라고 볼 근거는 없다”고 선을 그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추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한 동부지검의 수사 결과를 두고 윤 총장에게 질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서울동부지검 형사 1부는 군무이탈, 근무기피목적위계 혐의를 받는 추 장관 아들 서모씨를 불기소 처분하고 추 장관과 추 장관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에 대해서도 군무이탈방조, 부정청탁 혐의 등이 없다고 결론 낸 바 있다. 


아내·장모 의혹 또 다시 불거져 
<조선일보> 사장 비밀회동 의혹도

오는 22일 대검찰청 국감에선 윤 총장의 가족 의혹이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의 아내와 장모를 둘러싼 논란은 검찰총장 청문회 때도 언급된 바 있으나 당시에는 민주당이 아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측의 공격이었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해당 논란을 가지고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윤 총장은 가족 의혹에 대해 지금껏 침묵을 지켜왔다. 이번 국감서 가족 논란에 대해 어떤 말을 꺼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윤 총장의 장모와 아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사업가 정대택씨, 열린민주당 황희석 최고위원, 조대진 변호사를 고소·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지난 2013년 국감서 업무보고 중인 윤석열 검찰총장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과 비밀리에 만났다는 의혹에 대한 질의도 있을 예정이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앞서 방 사장과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대검 국감 증인으로, 열린민주당 황희석 최고위원(당시 법무부 인권국장)을 참고인으로 각각 신청했다. 

윤 총장이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지낼 무렵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태 무마를 위한 TV조선 간부와 청와대의 불법거래, 방 사장 아들 방정오씨의 횡령·배임 의혹, <조선일보>와 로비스트 박수환의 기사 거래 의혹 등을 고발했다.

이 시기에 윤 총장이 수사대상인 방 사장과 비밀회동을 가졌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한 사람은 윤대진 당시 법무부 감찰국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수사기관장이 사건 관계자를 사적인 자리서 만났다면 감찰 대상”이라며 “지난달 21일부터 대검에 자료를 요구했지만 한 달이 넘도록 답변하지 않고 있어 법사위 국감서 윤 총장과 방 사장 간의 검언유착 의혹을 풀겠다”고 밝혔다. 

두문불출
입 열까?

한편 국민의힘은 추 장관 아들 의혹과 관련해 20여명에 달하는 증인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아 채택이 무산됐다. 검언유착 의혹 관련 핵심인물인 한동훈 검사장, 조국 전 장관 사건을 맡은 김미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측의 증인 요구가 있었지만 민주당에 의해 채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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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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