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태풍’ 검찰의 명운

21대 국회 개원 전에 잡아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비판 수위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21대 총선서 집권여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윤 총장이 궁지로 몰리는 모양새다. 21대 국회가 시작되기까지 이제 30일 남짓 남았다. 윤 총장의 명운이 이 한 달에 달렸다는 말이 들린다.
 

▲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21대 총선서 유독 자주 언급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 개혁에 대한 엇갈린 목소리와 함께 선거의 중심에 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공수처 출범을 외치며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은 공수처법 폐지를 주장했다.

개혁의 창

이 과정서 윤 총장의 거취에 대한 언급도 여러 차례 나왔다. 범여권 비례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은 윤석열 사퇴’ ‘윤석열 퇴진을 거침없이 외쳤다. 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압승. 민주당은 지역구서만 163석을 얻어 통합당(84)을 압도했다. 절대적인 의회 권력을 손에 넣은 민주당은 검찰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채비를 하고 있다.

실제 총선 직후 윤 총장에 대한 비판 강도는 세지고 있다.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공동대표는 총선 다음날인 지난 16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총장의 퇴진을 종용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윤 총장의 거취에 관한 기사를 공유하며 “서초동에 모였던 촛불시민은 힘 모아 여의도서 이제 당신의 거취를 묻고 있다”고 썼다. 이어 “그토록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당신, 이제 어찌할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우 공동대표는 지난 20일에도 “나 역시 그들(촛불시민) 중 한 사람으로서 페북(페이스북)에 개인 의견 남긴 것이 그리 오만한 것인가. 어느덧 검찰 개혁을 말하면 오만한 것이 되는 사회가 됐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지난 17일 통합당 김용태 의원이 “선거에 졌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우희종의 하늘을 찌르는 오만방자는 무엇인가. 기다렸다는 듯이 윤석열 총장의 목을 베겠다고 나선 당신의 후안무치에는 내 비록 선거에 졌으나 준엄히 경고한다”는 비판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민주당 승리로 개혁 드라이브 
윤 총장 비판 수위 높아져

선거기간 내내 윤 총장을 비판했던 열린민주당 최강욱 당선자도 가세했다. 최 당선자는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을 앞두고 정작 법정에 서야 할 사람들은 한 줌도 안 되는 검찰정치를 행하고 있는 검사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른 정치검찰의 불법적이고 정치적 기소로 저는 오늘 법정으로 간다이미 시민들의 심판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당선자는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로 일하던 201710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아들 조모씨의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줘 대학원 입시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월 최 당선자를 기소했다. 최 당선자는 검찰의 기소를 두고 날치기 기소’ ‘정치 기소라고 비판해왔다.

윤 총장은 선거 당일 투표를 마친 이후 대검찰청 간부들과 만난 자리서 정치적 중립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 최강욱 전 청와대 비서관 ⓒ문병희 기자

그는 이날 정치적 중립은 펜으로 쓸 때 잉크도 별로 들지 않는 다섯 글자지만, 현실서 지키기 어렵다선거 사범 수사서 엄정중립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여야의 언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하지만 일각에선 윤 총장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당장 공수처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올 것이고, 공수처장까지 결정되면 윤 총장의 입지가 지금보다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검찰은 20대 국회 임기가 한 달여 남은 현재 민감한 수사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총선 이틀 뒤인 지난 17일 바이오 업체 신라젠의 이용한 전 대표와 곽병학 전 감사가 구속됐다. 이들은 신라젠의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임상 중단 사실이 공시되기 전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대거 팔아치워 거액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는다. 신라젠은 펙사벡 개발의 기대감으로 주가가 한때 고공 행진을 했지만 임상시험이 중단되면서 폭락했다.

검찰은 21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신라젠 서울사무소, 문은상 대표이사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8월에 이은 또 한 번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다. 문 대표 역시 이 전 대표나 곽 전 감사처럼 거액의 지분을 처분한 바 있어 같은 의혹을 사고 있다. 또 자본 없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신주인권부사채(BW)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회사 지분을 부당하게 취득했다는 의혹도 제기돼있다.

신라젠 의혹은 MBC서 제기한 검언유착의혹과도 닿아있다. MBC는 채널A 기자가 윤 총장 측근 검사장과 유착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관련 비리를 집요하게 요구했다는 내용으로 보도한 바 있다.

유 이사장은 지난 21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방송서 신라젠 연루 의혹에 대해 거듭 부인했다. 앞서 보수진영에서는 유 이사장 등 일부 여권 인사가 신라젠 설명회에 참여한 증거가 있다며 이번 사건과의 연루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방송서 아무리 파도 안 나온다. 지금도 파고 있다면 포기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렇게 세게 나올 때는 검사들도 여기 파 봐도 물이 안 나오나 보다하고 접어야 한다구속된 신라젠 임원 두 사람의 휴대전화, 다이어리를 뒤져도 안 나올 거다. 실제 전화번호를 모르고 만난 적이 없으니까. 행사장서 한 번 인사한 것 말고는이라고 했다.

속도 내는 신라젠·라임 수사
당선된 기소 인사들 때문?

검언유착 의혹은 본격적인 수사 단계에 돌입했다.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 간 유착 의혹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낸 고발장을 토대로 이뤄지는 수사다. 김 상임대표는 지난 21일 검찰 조사에 앞서 채널A 기자가 한 일은 언론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검찰 수사까지 이뤄져 안타깝지만 사실 조사권이 없는 상태서 진실을 밝히기 어려워 검찰에 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당사자도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SNS에 허위사실을 퍼뜨린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지난 19일 최 당선자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해 달라고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 유시민 작가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이 단체는 최 당선자가 지난 3편지와 녹취록상 채널A 기자 발언 요지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 이 대표님,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해라. 그러면 그것으로 끝이다라는 부분이 허위사실이며 채널A 기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8일에는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건(라임사태)과 관련해 청와대 전 경제수석실 행정관 김모씨가 구속됐다. 현재 금융감독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청와대서 파견근무를 하면서 라임사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라임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도 지난 23일 검거됐다. 주요인물들이 구속되면서 검찰의 칼끝이 어디까지 미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수사의 방패

검찰이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수사 속도를 높이는 것에 대해 검찰 개혁 드라이브가 걸리기 전 최대한 성과를 올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등과 관련해 기소된 인사들 가운데 민주당 황운하 당선자, 한병도 당선자 등이 원내에 입성하게 된 상황도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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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