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이후…> ⑤‘참패한’ 보수의 미래

‘침몰 직전’ 구멍난 통합호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21대 총선서 참패하면서 ‘선거 4연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역대 대한민국 선거 중 보수정당이 맞은 최악의 참패다. 이대로라면 2022년 대선도 어렵다. <일요시사>는 통합당의 향후 계획을 점쳐봤다.
 

▲ 지난 15일, 21대 총선서 미래통합당 여의도 당사서 출구조사를 지켜보고 있는 미래통합당 지도부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은 21대 선거서 103석(지역구 84석·비례대표 19석)을 얻어 개헌 저지선(100석)을 겨우 지켜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경기·충청·제주 등 대부분의 지역서 우세를 보이면서 180석(지역구 163석·비례대표 17석)을 얻는 기염을 토했다.

중도 이탈
분당까지?

통합당에게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 총선서 보수 세력이 결집했다는 점이다. 통합당의 주요지지 기반인 TK(대구·경북)에서는 범보수 진영이 석권했다. PK(부산·울산·경남) 역시 표심이 다소 갈렸지만 거의 분홍 물결로 덮혔다. 하지만 집토끼 잡기에 급급해 중도층을 놓쳤다는 뼈아픈 평가가 잇따랐다.

이번 선거로 통합당은 충격에 휩싸인 상태다.

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는 지난 15일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늦은 밤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21대 총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제1당을 자신했던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 역시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에게 지지를 요청해 송구하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김 전 위원장은 민주당과 통합당의 지난 선거를 진두지휘하며 승기를 잡아오면서 ‘선거의 달인’으로 불렸지만 통합당의 참패로 커리어에 적잖은 흠집이 나게 됐다.


이번 선거는 영·호남 지역구도가 더 굳혀져 거대양당 정치 형태로 다시 회귀하는 양상을 보였다. 선거의 승패를 가른 건 역시 중도 민심이었다. 통합당은 선거내내 ‘문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네거티브 공세에만 집중했다.

텃밭만 겨우 지켜…대선도 먹구름
궤멸 위기 직면 가시밭길 앞날은?

선거 직전까지 휘말렸던 막말 논란은 민심이 등을 돌리는 데 불을 지폈다. 당 윤리위는 ‘세월호 텐트’ 막말 논란을 일으킨 경기 부천병의 차명진 후보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내렸다. 세대 비하 발언으로 빠르게 제명된 관악갑 김대호 후보에 견줘봤을 땐 상당히 낮은 수위의 징계였다. 수도권 후보들 사이에선 차 후보를 지키다 수도권 표심이 다 날아가게 생겼다는 읍소마저 터져 나왔다.

끝내 차 후보는 ‘현수막 성희롱’ 등의 발언을 이어가며 중도 민심 이탈을 자초했다.
 

▲ 기자회견 갖는 김종인 위원장

이번 선거로 통합당은 대선에 출마할 지도부급 인물들을 모두 잃었다. 황 전 대표는 종로서 민주당 대표주자인 이낙연 후보에게 선거 초반에 패색을 보였고, 심재철 원내대표는 경기 안양시동안을서 민주당 이재정 당선인에게 패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 역시 4선 고지서 같은 판사 출신인 민주당 이수진 당선인에게 동작을을 내줬다.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광진을의 통합당 오세훈 후보는 민주당 고민정 당선인에게 꺾이면서 정치적 치명타를 입게 됐다.

진공 상태
비대위 출점?


이언주 의원 역시 광명서 부산으로 지역구를 옮기는 배수의 진을 쳤지만 고향서 패했다. ‘세종시 설계자’로 꼽혔던 김병준 후보는 선거 전 세종을 ‘사지’로 칭하며 살아오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결국 강준현 당선인에게 밀려났다.

당내 입지도가 높은 대표주자들 역시 여의도 입성에 실패했다. 동대문을에 출마한 3선의 이혜훈 의원 역시 민주당의 파란 물결을 이겨내지 못했다. 구로을의 민주당 윤건영 당선인을 잡기 위해 투입된 통합당 김용태 후보 역시 무릎을 꿇었다. 김 후보는 양천을서 3선을 한 후 ‘윤건영의 자객’으로 구로을에 나섰지만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대선까지 남은 2년동안 통합당은 설욕전을 치르기 위해 당 정비에 사력을 다할 전망이다. 당헌 당규상, 당 대표 궐위 시에는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원래는 심 원내대표 주도로 비상대책위를 꾸린 후 빠른 시일 내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 선출 등 지도부 구색을 맞추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다. 하지만 총선 패배로 권력 진공 상태에 빠졌기 때문에 당선자들 간 논의가 전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계
기대주는?

특히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의 비대위행이 크게 점쳐진다. 당내 중진들 역시 김 전 위원장을 원하고 있고, 황 전 대표 역시 김 전 위원장에게 비대위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이 이를 수락할지는 미지수다. 그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걸로 전해졌다. 기자회견서도 그는 “여기 올 때부터 분명히 말씀드렸는데 선거하는 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임무라고 생각하고, 선거가 끝나면 일상의 생활로 돌아간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다만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이 있는 만큼 당 안팎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김 전 위원장이 이를 거부하면 당은 오는 7∼8월 전당대회를 열어 당 대표를 선출할 전망이다. 따라 이 경우에는 중진들이 당 리더십 구축에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5선고지에 오른 이들이 유력한 대상이다. 주호영(대구 수성갑)·서병수(부산 진갑)·정진석(충남공주부여청양)·조경태(부산 사하을)의원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향후 지도부 구성에는 당에서 컷오프된 후 무소속으로 당선된 홍준표(대구 수성을)·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윤상현(인천 동구미추홀구을)·권성동(강원 강릉) 당선인들도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 당선인은 당선 소감으로 “제대로 보수 우파 입지를 다지는 정당으로 만들겠다. 보수 우파 이념과 정체성을 잡고, 2022년 정권을 가져올 수 있도록 다시 시작하겠다”며 당 재건에 힘 쓸 것을 시사했다.

비대위 김종인 유력 “5선 리더십 기대”
홍준표·김태호 부상…안철수계 영입설도

문제는 당의 복당 허용 여부다. 당은 무소속 출마자들에 대한 복당을 불허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재로서는 한 석이 아쉬운 만큼 이들을 외면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주호영 의원 역시 복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사실상 이들의 당 복귀는 시간문제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 재건 과정서 유승민 전 대표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유 의원은 SNS에 올린 글에서 “저희들이 크게 부족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보수의 책임과 품격을 지키지 못했다”며 “더 성찰하고 더 공감하고 더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지 위에 새로운 정신, 새로운 가치를 찾아 보수를 재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총선 참패 속에서도 김웅(송파갑)·하태경(부산 해운대갑)·유의동(경기 평택을) 등 이른바 유승민계 인물들은 10명 넘게 생환했다. 대권 의지가 있는 유 의원이 비대위를 맡은 후 측근 의원들을 요직에 배치하면서 존재감을 다시 드러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 외에도 4선에 오른 권영세(서울 용산)·박진(서울 강남을) 등도 당권 레이스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분류된다.

외연확장
국민의당?

끝으로 국민의당과의 통합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도층의 마음을 되돌리는 건 통합당의 첫 번째 과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연 확장이 시급하다. 그나마 정치적 궤를 함께하는 국민의당이 유력한 통합 후보다. 이번 총선서 국민의당은 6.8%의 비례 득표율을 얻으며 3석을 배분 받았다. 이들과 만약 합당이 이뤄진다면 안철수 대표 역시 통합당의 대권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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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