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이후…> ①문재인 국정운영 로드맵

“날개 달았다” 비상하는 문정부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여당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레임덕 걱정 없는 개혁 드라이브가 가능해진 가운데, 현 정부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로드맵에 정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취임 2년11개월 만에 치러진 중간평가는 여당의 완벽한 승리였다. 지난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이하 총선)서 민심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163석)-더불어시민당(17석)에 180석을 몰아줬다. 여당이 전체 의석의 60%를 차지한 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압도적 지지
슈퍼당 탄생

슈퍼정당을 탄생시킨 총선 결과는 문재인정부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을 떠받치는 든든한 배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당 간 이합집산에 따른 인위적인 정개개편이 아니라, 유권자의 선택을 통한 압도적인 의석수 확보라는 점에서 문정부의 정통성은 어느 때보다 견고해졌다. 현 정부에 대한 재신임 의지가 여당의 총선 승리로 귀결된 만큼, 문 대통령은 2022년까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예상치를 뛰어넘는 압승에 힘입어 여당은 엄청난 추진력을 얻게 됐다. 유권자들의 재신임을 토대로 주요 입법과제에 본격적인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점쳐진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 진정을 위해 과감한 정책을 추진할 만한 여력이 생겼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정계에선 문 대통령이 당분간 코로나19 극복에 올인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총선 민심이 사실상 ‘국난 극복’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인 만큼 문 대통령으로서도 한층 더 과감한 정책수단 활용이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주체제 갖추고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
몰표로 굳건해진 정통성…대선도 순항?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과정서 소득하위 70% 가구에 지급하기로 했던 긴급재난지원금의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사태 위기 극복과 관련한 추가적인 정책수단 사용과 각종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내각 및 청와대 참모진 일부에 대한 교체 작업은 집권 후반부 정국 운영 계획을 재정립을 위한 필수요소로 인식된다. 이미 정계에선 총선 직후 내각 및 청와대 참모진 개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내달 10일 정부 출범 3주기를 맞는 등 집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시점인 만큼 문 대통령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일부 인적쇄신을 단행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 공수처 반대 집회 갖는 미래통합당

코로나19 사태로 제자리에 머물러 있던 각종 개혁 작업은 당장 오는 7월부터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점쳐진다. 문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 계획에 정계의 시선이 쏠리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집권 후반부
전략 움직임

총선 전까지만 해도 공수처장 인선 논의는 난항을 겪었다. 여야 간 대립이 극렬한 데다, 공수처장 인선을 단독 강행하기에는 여당 의석수가 한참 모자랐던 탓이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 직후 상황은 급반전됐다. 눈여겨볼 부분은 여당이 확보한 180석이다.


여야 간 입장차로 인해 상임위서 처리되지 않는 법안이 생기더라도 전체의원 300명 가운데 5분의 3(180명) 이상이 서명을 하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 본회의에 자동 상정이 가능하다.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법률로서 통과되고 대통령이 이를 공포하면 법률로서 효력을 갖게 된다.

압도적인 의석 수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선정 과정에도 큰 힘이 된다.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보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법무부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교섭단체 자격을 지닌 정당(의석 수 20석 이상 확보)이 추천한 위원 각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이들 중에서 6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공수처장 후보를 정할 수 있다.

개혁 작업
의욕적 추진

공수처장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교섭단체로 구성된 야당 위원 2명 중 1명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여당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중심축으로 열린민주당, 정의당 등의 힘을 빌려 야당 몫으로 배정된 추천위원 2명 중 1명을 확보할 여유가 생긴 셈이다. 

공수처장 인선을 무리 없이 처리되면 개헌이라는 더 큰 목표를 추진할 여력이 생긴다. 앞서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2017년 4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담은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2018년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투표 진행을 제안하기도 했다.
 

▲ 국회 시정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하지만 지방선거와 동시 국민투표를 목표로 개헌안 마련에 들어갔던 국회에서는 여야 간 이견 끝에 단일안 도출이 무산됐다. 국회가 지지부진한 사이 문정부가 국민 자문위를 통해 마련한 개헌안 또한 ‘관권 개헌’ 논란에 직면하며 발의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헌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는 완곡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서 “이번 (20대)국회에서는 어렵겠지만 다음 국회서라도 총선 시기에 대한 공약 등을 통해서 개헌이(여론의) 지지를 받는다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2022년으로 예정된 대선은 임기 후반부에 접어든 문정부가 개헌 작업에 매진할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가 된다. 다만 여당 단독 의석만으로는 개헌 논의에 한계가 분명하다.

코로나 이겨내고 참모 개편 시나리오 
공수처 매듭짓고 개헌까지 일사천리

개헌을 위해서는 재적 3분의 2의석이 필요한 만큼 여당이 보유한 180석 이외에도 20석이 추가돼야 한다. 범여권의 힘을 빌리더라도 부족하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은 이번 총선서 6석, 열린민주당은 3석을 확보했고, 전북 남원·임실·순창 지역구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이용호 의원도 민주당에 입당을 예고했다. 이들을 모두 포함하면 190석이다.

나머지 10석을 우호 세력에 편입시키는 과정은 그리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총선서 참패했지만 여당의 대척점에 서 있는 미래통합당(84석)과 미래한국당(19석)은 103석을 확보함으로서 단독 개헌 저지가 가능한 상황이다. 국민의당(3석)과 무소속 당선자(4석) 역시 야권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 청와대 ⓒ문병희 기자

게다가 미래통합당의 개헌에 대한 거부 의사는 완곡하다. 미래통합당서 선거운동 막판 보수진영 자체적인 ‘개헌 저지선’은 반드시 확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읍소 전략을 꺼내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물론 희박하게나마 군소야당과 미래통합당서 일부만 이탈하면 개헌안 의결에 필요한 200석을 채울 가능성이 생긴다. 개헌 의결은 단독으로 불가능하지만 개헌안 단독 발의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궁극적 목표
정권 재창출

한편 여소야대 정국서 문 대통령의 과제도 적지 않다. 양당으로 재편된 의회 지형으로 여야  간 대립은 한층 격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호남 의석을, 미래통합당은 영남 의석을 싹쓸이하면서 지역색이 더 짙어졌다는 점도 풀어야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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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