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이후…> ①문재인 국정운영 로드맵

“날개 달았다” 비상하는 문정부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여당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레임덕 걱정 없는 개혁 드라이브가 가능해진 가운데, 현 정부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로드맵에 정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취임 2년11개월 만에 치러진 중간평가는 여당의 완벽한 승리였다. 지난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이하 총선)서 민심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163석)-더불어시민당(17석)에 180석을 몰아줬다. 여당이 전체 의석의 60%를 차지한 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압도적 지지
슈퍼당 탄생

슈퍼정당을 탄생시킨 총선 결과는 문재인정부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을 떠받치는 든든한 배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당 간 이합집산에 따른 인위적인 정개개편이 아니라, 유권자의 선택을 통한 압도적인 의석수 확보라는 점에서 문정부의 정통성은 어느 때보다 견고해졌다. 현 정부에 대한 재신임 의지가 여당의 총선 승리로 귀결된 만큼, 문 대통령은 2022년까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예상치를 뛰어넘는 압승에 힘입어 여당은 엄청난 추진력을 얻게 됐다. 유권자들의 재신임을 토대로 주요 입법과제에 본격적인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점쳐진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 진정을 위해 과감한 정책을 추진할 만한 여력이 생겼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정계에선 문 대통령이 당분간 코로나19 극복에 올인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총선 민심이 사실상 ‘국난 극복’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인 만큼 문 대통령으로서도 한층 더 과감한 정책수단 활용이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주체제 갖추고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
몰표로 굳건해진 정통성…대선도 순항?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과정서 소득하위 70% 가구에 지급하기로 했던 긴급재난지원금의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사태 위기 극복과 관련한 추가적인 정책수단 사용과 각종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내각 및 청와대 참모진 일부에 대한 교체 작업은 집권 후반부 정국 운영 계획을 재정립을 위한 필수요소로 인식된다. 이미 정계에선 총선 직후 내각 및 청와대 참모진 개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내달 10일 정부 출범 3주기를 맞는 등 집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시점인 만큼 문 대통령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일부 인적쇄신을 단행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 공수처 반대 집회 갖는 미래통합당

코로나19 사태로 제자리에 머물러 있던 각종 개혁 작업은 당장 오는 7월부터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점쳐진다. 문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 계획에 정계의 시선이 쏠리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집권 후반부
전략 움직임

총선 전까지만 해도 공수처장 인선 논의는 난항을 겪었다. 여야 간 대립이 극렬한 데다, 공수처장 인선을 단독 강행하기에는 여당 의석수가 한참 모자랐던 탓이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 직후 상황은 급반전됐다. 눈여겨볼 부분은 여당이 확보한 180석이다.

여야 간 입장차로 인해 상임위서 처리되지 않는 법안이 생기더라도 전체의원 300명 가운데 5분의 3(180명) 이상이 서명을 하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 본회의에 자동 상정이 가능하다.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법률로서 통과되고 대통령이 이를 공포하면 법률로서 효력을 갖게 된다.

압도적인 의석 수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선정 과정에도 큰 힘이 된다.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보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법무부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교섭단체 자격을 지닌 정당(의석 수 20석 이상 확보)이 추천한 위원 각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이들 중에서 6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공수처장 후보를 정할 수 있다.

개혁 작업
의욕적 추진

공수처장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교섭단체로 구성된 야당 위원 2명 중 1명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여당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중심축으로 열린민주당, 정의당 등의 힘을 빌려 야당 몫으로 배정된 추천위원 2명 중 1명을 확보할 여유가 생긴 셈이다. 

공수처장 인선을 무리 없이 처리되면 개헌이라는 더 큰 목표를 추진할 여력이 생긴다. 앞서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2017년 4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담은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2018년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투표 진행을 제안하기도 했다.
 

▲ 국회 시정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하지만 지방선거와 동시 국민투표를 목표로 개헌안 마련에 들어갔던 국회에서는 여야 간 이견 끝에 단일안 도출이 무산됐다. 국회가 지지부진한 사이 문정부가 국민 자문위를 통해 마련한 개헌안 또한 ‘관권 개헌’ 논란에 직면하며 발의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헌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는 완곡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서 “이번 (20대)국회에서는 어렵겠지만 다음 국회서라도 총선 시기에 대한 공약 등을 통해서 개헌이(여론의) 지지를 받는다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2022년으로 예정된 대선은 임기 후반부에 접어든 문정부가 개헌 작업에 매진할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가 된다. 다만 여당 단독 의석만으로는 개헌 논의에 한계가 분명하다.

코로나 이겨내고 참모 개편 시나리오 
공수처 매듭짓고 개헌까지 일사천리

개헌을 위해서는 재적 3분의 2의석이 필요한 만큼 여당이 보유한 180석 이외에도 20석이 추가돼야 한다. 범여권의 힘을 빌리더라도 부족하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은 이번 총선서 6석, 열린민주당은 3석을 확보했고, 전북 남원·임실·순창 지역구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이용호 의원도 민주당에 입당을 예고했다. 이들을 모두 포함하면 190석이다.

나머지 10석을 우호 세력에 편입시키는 과정은 그리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총선서 참패했지만 여당의 대척점에 서 있는 미래통합당(84석)과 미래한국당(19석)은 103석을 확보함으로서 단독 개헌 저지가 가능한 상황이다. 국민의당(3석)과 무소속 당선자(4석) 역시 야권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 청와대 ⓒ문병희 기자

게다가 미래통합당의 개헌에 대한 거부 의사는 완곡하다. 미래통합당서 선거운동 막판 보수진영 자체적인 ‘개헌 저지선’은 반드시 확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읍소 전략을 꺼내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물론 희박하게나마 군소야당과 미래통합당서 일부만 이탈하면 개헌안 의결에 필요한 200석을 채울 가능성이 생긴다. 개헌 의결은 단독으로 불가능하지만 개헌안 단독 발의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궁극적 목표
정권 재창출

한편 여소야대 정국서 문 대통령의 과제도 적지 않다. 양당으로 재편된 의회 지형으로 여야  간 대립은 한층 격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호남 의석을, 미래통합당은 영남 의석을 싹쓸이하면서 지역색이 더 짙어졌다는 점도 풀어야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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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