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계 이낙연 ‘책사그룹’ 대해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5.25 10:37:44
  • 호수 12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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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행 드림팀 뭉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거대 잠룡이 꿈틀댄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NY계’(친 이낙연계) 세 확장에 나선 모습이다. <일요시사>는 이 위원장 당권·대권의 주요 변수인 NY계를 해부했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7일에는 총선 낙선인들과, 15일에는 자신이 후원회장을 맡은 당선인들, 18일에는 광주·전남 당선인 14명과 만찬을 가졌다. 21일에는 더불어시민당(이하 시민당) 출신 비례대표 당선인들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주최 측인 시민당서 일정 취소를 알려와 성사되지 못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연합정당인 시민당과 지난 20일에 합당 절차를 완료했다.

이낙연계
세 확장

이 위원장 측은 잇단 ‘식사’의 목적이 지난 21대 총선 결과에 대한 격려와 위로 차원이라고 말한다. 순수하게 당선인은 축하하고 낙선인은 위로하는 자리라는 것.

이 위원장은 지난 18일 광주·전남 당선인들과의 오찬 뒤 기자들과 만나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전당대회(이하 전대) 얘기나 특정인에 대해 얘기를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나도 (전대 얘기를)안 꺼냈고 누구도 꺼낸 적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의도 생각은 다르다. 이 위원장이 ‘NY계’ 세 확장을 위해 잇단 식사자리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앞서 이 위원장은 총선 전 38명의 후보자의 후원회장을 맡았으며, 그중 22명이 당선됐다. 정치권에선 이들 당선인·낙선인이 NY계로 합류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의 의견을 종합하면, NY계는 크게 다섯 그룹으로 나뉜다. ▲전남도그룹 ▲총리실그룹 ▲구NY계 ▲신NY계가 그것이다. 여기서 신NY계는 ▲재선그룹 ▲초선그룹으로 구분된다.

‘전남도그룹’은 이 위원장이 과거 전남도지사를 역임했을 당시 만들어진 측근그룹이다. 이들은 이 위원장이 전남도정을 살필 때 지근거리서 이 위원장을 보좌했다. 

최충규 전 전남도청 도민소통실 실장이 전남도그룹의 대표적 인사로 꼽힌다. 그는 이 위원장이 국회의원이던 시절부터 의원실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이 위원장을 보필했다. 21대 총선에선 이 위원장 캠프서 선거사무를 총괄했다. 이 위원장이 종로서 당선된 후에는 민주당 종로구 지역위원회의 사무국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잇따른 ‘식사정치’ 다음은?
전남도·총리실 측근이 주축

이경호 전 전남도청 정무특보도 전남도그룹으로 분류된다. 이 위원장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비서관으로 일했던 그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이 위원장 캠프에 들어가 조직과 일정 등을 총괄했다.

‘총리실그룹’과 전남도그룹 사이에는 교집합이 상당하다. 모두 이 위원장을 오랜 기간 곁에서 보좌한 사람들이다. 전남도청서 근무했던 이 위원장의 측근들은 이 위원장이 국무총리로 임명되자 대거 총리실로 옮겨갔다. 

총리실그룹으로 꼽히는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 역시 이에 해당한다. 앞서 그는 전남도청 서울사무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후 총리실 민정실장을 거쳐 21대 총선서 공동선대위원장의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총선 전 민주당은 이 위원장에게 이해찬 대표와 함께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 안을 제안했고, 이 위원장은 이를 수락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이 대표와 투톱을 이뤄 전국 선거를 이끌었고, 민주당의 총선 압승을 달성했다.

남 전 실장은 김근태계로 분류된다. 이에 고 김근태 전 의원의 정치적 동지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들을 규합하는 데 큰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남 전 실장은 현재 이 위원장이 맡고 있는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에서 운영단장으로 활동 중이다.

노창훈 전 국무총리실 정무과장 역시 앞서 전남도청 서울사무소서 근무한 바 있다. 이후 21대 총선서 이 위원장 캠프서 상황실장을 맡았고, 당선인인 이 위원장의 보좌관으로 갈 예정이다.

측근부터
신입까지

양재원 전 국무총리실 민정팀장은 이낙연 의원실 비서관 출신이다. 그는 21대 총선 과정서 이 위원장 캠프 부대변인 겸 민주당 중앙당 상근 부대변인으로 활동했다. 현재 양 전 팀장은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서 일하고 있다.

앞서 양 전 팀장은 <이낙연은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른다>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책에서 그는 ‘NY(이낙연)의 정치 인생 곁에 늘 함께해온 보좌관 최충규, 총리의 길이 늘 바른 곳이길 바라며 헌신해온 남평오, 길을 가르쳐주고 손을 잡아주는 든든한 형님 이경호, 힘든 길을 마다하지 않는 동지 노창훈, 김대경을 비롯해,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희망찬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보좌진 여러분께 이 글을 바친다’고 전했다. 

국무총리실서 연설팀장이었던 이영옥 전 팀장도 이번 선거서 이 위원장의 메시지를 총괄했다.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서도 메시지 담당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어록으로 본 이낙연>의 저자인 이제이 전 국무총리실 연설비서관은 이 위원장 의원실 보좌관으로 일할 예정이다. 성공회대 외래교수이자 방송작가 출신인 그는 국무총리실서 이 위원장의 메시지를 2년7개월간 맡은 바 있다. 의원실서도 이 위원장의 메시지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NY계’는 원내서 활동했던 기존 현역 국회의원들을 지칭한다. 민주당 이개호, 설훈, 오영훈 의원이 대표적이다. 중진인 이들은 이 위원장이 정치권으로부터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평을 듣는 가운데도 NY계를 지켜온 버팀목이다. 세 명의 의원은 이번 21대 총선서 모두 당선됐다. 
 

▲ 남평오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들은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위원장이 당권에 도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코로나19 이후 여러 가지 국가적 어려움을 놓고 볼 때 강력하고 질서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 중에 하나인 이 위원장 같은 분들이 당을 추스르고 이끌어주시면 큰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탄탄해진
보좌라인


‘신NY계’는 이 위원장이 21대 총선서 후원회장을 맡았던 사람들을 통틀어 지칭한다. 신NY계는 ‘재선그룹’과 ‘초선그룹’으로 나뉜다.

재선그룹은 강훈식·김병욱·백혜련·김한정·고용진·정춘숙 의원 등이다. 이들은 21대 총선을 통해 재선에 성공했다. 초선그룹에는 김용민·김주영·문진석·소병철·이소영·이탄희·허종식 당선인 등이 꼽힌다. 

다만, 정치권 안팎서 신NY계로 분류하는 초재선 당선인들은 대체로 계파 정치를 경계하는 성향이 강해, 21대 국회서 실제 신NY계로 활동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정치권이 NY계 세력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 여부 때문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임기는 오는 8월 종료된다.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차기 전대까지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를 통틀어 가장 주목받는 잠룡인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 여부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이 위원장 주변서 출마 권유가 있었다. 지난 15일 이 위원장이 후원회장을 맡은 초재선 당선인들과의 오찬서 이 위원장의 전대 출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 자리에는 신NY계로 분류되는 인사는 물론 이 위원장 측근인 남 전 실장도 자리했다.

이 위원장이 먼저 참석자들에게 “전대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참석자들에게 의견을 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찬이 끝난 후 이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전대 출마와 관련해 “유불리의 프레임으로 안 갔으면 좋겠다. 국가적 위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지를 중요시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으며, 참석자 중 한 명인 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기자들에게 참석자들 중 전대에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고 밝혔다.

‘다섯 그룹’ 합심?
집중 견제 우려도

당시 자리서 고 의원은 이 위원장에게 “대권 도전한 분 중 당권을 안 한 분은 노무현 전 대통령 외엔 없었다”며 “잘못하면 피해 간다는 이야기가 돈다”고 이 위원장의 전대 출마에 힘을 실었다고 한다.

이 위원장의 전대 출마를 반대하는 의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유는 임기 때문이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선에 출마하려는 자는 대선 1년 전부터 당직을 맡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차기 대선은 2022년 3월에 열린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즉 이 위원장이 당권을 잡더라도 2021년 3월 이전에는 대표직서 내려와야 한다. 7개월짜리 ‘시한부 당 대표’인 셈이다. 일부 참석자들은 7개월짜리 당 대표라는 점, 당권 도전 과정에서의 잡음 등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역대 전대는 총선만큼이나 치열하게 전개돼왔다. 역대 가장 무난했다고 평가받는 지난 8·25전당대회 때도 이해찬·송영길·김진표 등 당권주자들은 선거일이 다가오자 상대 후보에 대한 공세를 펼친 바 있다.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은 전대 레이스에 일대 지각변동을 불러올 전망이다.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을 전제로 민주당 당권주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불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지각변동
일어나나

유력한 당권주자 중 한 명인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지난 19일 “이 위원장이 출마하면 나는 불출마한다는 입장”이라며 “180석이 힘을 합쳐야 하는 시기에 당권 경쟁이 격화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다. 다른 대권 주자들도 있고, 같이 대결하는 구도가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8일 “너무 오래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대발표를 시사했다. 정치권에선 오는 27일 열리는 민주당 당선인 워크숍 이후 이 위원장의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낙연 ‘싱크탱크’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의 ‘싱크탱크’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 위원장은 전남지사·국무총리로 재임했을 당시 주말에 개인적으로 해왔던 공부모임을 확대·개편, 싱크탱크로 운영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싱크탱크가 2년 뒤 열릴 대선을 위한 정책연구소 역할을 할 것이라 분석한다. 경제·외교·안보·사회·교육 등 각계 전문가 100여명 정도가 싱크탱크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전문가의 참여도 예상된다.

앞서 이 위원장은 “이미 공부를 해 왔고, 앞으로도 공부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만드는 건 필요하다”라며 “나 개인의 기구”라고 설명했다.

향후 싱크탱크는 이 위원장이 내놓을 정책의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역대 잠룡들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을 남겨두고 싱크탱크를 발족, 대권행보를 보인 바 있다. 이 위원장의 싱크탱크를 정치권이 주목하는 이유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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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