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킬’ 이낙연의 한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5.04 10:55:31
  • 호수 12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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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도 당했었는데…추락만 남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서울 종로 당선인은 대권 레이스서 독주하고 있다. 당장 그의 자리를 위협할 잠룡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2년. 길어도 너무 길다. 친문(친 문재인)의 견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 최근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서 11개월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독주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당선인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서 2위 그룹에 크게 앞섰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달 20일부터 24일까지 조사하고 지난달 28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 따르면, 이 당선인은 40.2%를 기록했다. 

전국구로
떴지만…

11개월 연속 1위이자, 개인 최고 기록이다. 2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14.4%)에 비해 약 26% 포인트 앞선 수치다(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예상된 결과였다. 이 당선인은 ‘종로 대첩’을 통해 자신을 추적하던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를 낙마시켰다.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를 제거한 셈이다. 황 전 대표의 지지율은 21대 총선 이후 큰 폭으로 추락했다.

황 전 대표가 재기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이 당선인을 견제할 야권 후보가 사라진 것이다. 이는 대권 레이스서 이 당선인의 ‘독주’를 의미한다.


종로서의 승리는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보선·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만 3명을 배출한 지역이 종로다. 이 때문에 대권을 노리는 후보라면 누구나 종로를 탐내 한다. 정치권서 종로가 ‘대권의 교두보’로 불리는 이유다. 

이 당선자는 자신의 승리는 물론, 민주당의 압승도 견인했다. 이 당선인은 앞서 같은 당 이해찬 대표와 함께 ‘투톱’을 결성,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선거전을 치렀다. 종로서의 승리로 이 당선인은 자신이 당내 가장 경쟁력있는 잠룡이라는 인식을 친문 지지층에게 각인시켰다.

이 당선인은 이번 21대 총선을 통해 ‘전국구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이전까지는 이 당선자에게 ‘호남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전남 영광서 태어났으며,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또 역대 총선서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서만 4선을 했다. 이후에는 전남도지사를 역임한 바 있다.

종로서의 승리, 전국 지원유세라는 대선주자급 행보로 이 당선자는 ‘호남 정치인’이라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이미지를 완전히 뗄 수 있게 됐다. 이를 증명하듯 21대 총선 과정서 유 권자들은 이 당선자가 나타나면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일부 유권자들은 이 당선자에게 ‘대통령’이라고 외쳤다.

지지율 40%↑“막을 자 없다”
포용리더십? 지금부터 줄서나 

이번 21대 총선은 이 당선자의 전국적 인지도를 확인하는 선거기도 했다.

가히 ‘이낙연 대세론’이라 말할 만하다. 이는 민주당 내부서 이 당선인에 대한 활용가치가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이 당선인에게 구애를 보내는 일이 이를 증명한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들 중 상당수가 이 당선인과의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몇몇은 이미 이 당선인과 티타임을 가졌다는 후문이다. 이 당선인의 지지를 받기 위함이다. 이 당선인의 존재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의 주요 변수 중 하나다.

그러나 이는 이 당선인의 한계이기도 하다. 이 당선인은 정치권 내 대표적인 ‘신사’로 통한다. 그간 안정적이고 포용적인 리더십을 보여왔다. 문재인정부서 최장수 총리 기록을 경신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의 리더십 덕분이다.

포용적 리더십은 이 당선인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두루두루 잘 지낼 수는 있지만, 한 세력의 열성 지지를 얻기는 힘들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 과정서도 정치권은 이 당선인이 특정 인물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중론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일요시사>를 통해 “누구를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비쳐지느냐의 문제”라며 “총선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특정 (원내대표 경선)후보를 언급했다가 괜한 억측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의 특정 후보 지지가 자칫 ‘세 가르기’로 비쳐질 수 있다는 뜻이다.

사방이 적
내편 어디에?

이 당선자는 친문·비문(비 문재인) 중 어느 한 계파에 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반면 원내대표 경선은 계파 대리전으로 불릴 만큼 세 대결이 치열한 선거다. 대세론까지 언급되는 잠룡 1위가 특정 후보를 언급하는 순간 반대쪽 진영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정치권은 이 당선인의 약점으로 당내 지지 세력이 약하다는 점을 꼽아왔다. 지난 2014년 7월 전남도지사로 당선된 이후 이 당선인은 줄곧 여의도서 멀어져 있었다. 20대 국회만 봐도 ‘이낙연계’라 할 만한 국회의원은 설훈, 이개호, 오영훈 의원 등 손에 꼽을 정도다.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문병희 기자

대권을 위해서는 열성 지지 세력이 필수적이다. 정치권은 이 당선인이 자신의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21대 총선 과정서 민주당 후보 38명의 후원회장을 자청했다고 평가한다. 

이들이 향후 ‘이낙연계’로 발전할지는 미지수다. 이 당선인이 후원회장을 맡았던 후보들 중에는 청와대 출신은 물론, 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이었던 이해찬 대표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영입한 인사도 있다. 이들은 향후 친문행을 선택할 공산이 크다.

이 당선인의 대권 가능성은 맷집과 비례한다. 2년 동안 친문의 견제를 얼마나 견뎌내느냐에 따라 대권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느냐가 결정된다. 이는 고건 전 국무총리의 사례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고 전 총리는 한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대권에 더욱 가까웠다. 그의 대중적 인기는 지금의 이 당선인 못지않았다. 그러나 참여정부 국무총리직을 내려놓은 이후 관료 출신의 한계를 드러내며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친문 견제
견뎌내나

부침을 겪던 고 전 총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마디로 대권가도에 치명적 타격을 받았다. 지난 2006년 12월21일 노 전 대통령은 고 전 총리를 참여정부의 첫 국무총리로 기용한 것에 대해 ‘실패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이에 고 전 총리 측은 “고 전 총리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이라며 반박했다. 친노(친 노무현)와 고 전 총리 간의 갈등은 고 전 총리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결국 이듬해 고 전 총리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당선인은 비노(비 노무현)·비문 성향에 가깝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누구를 꼽느냐는 질문에 이 당선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고 곧잘 답해왔다. 이 당선인을 정치계로 발탁한 사람도 다름 아닌 김 전 대통령이다. 
 

▲ 홍준표 미래통합당 당선인

김 전 대통령이 창당한 새천년민주당과 노 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사이서도 이 당선인은 새천년민주당의 잔류를 선택한 바 있다. 정치권이 이 당선인을 친노·친문이라고 분류하지 않는 이유다. 

원내대표 경선과 8월 전당대회 사이가 친문 견제의 분수령이다. 이 당선자인은 당 대표 출마를 고심 중이다. 이 외에도 홍영표·우원식·이인영·송영길·김두관·김부겸 의원 등이 유력한 당권주자로 꼽힌다.


이 당선인 입장에서 당권은 ‘독이 든 성배’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당선인이 당권을 차지해 잠룡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일각에선 ‘문재인식’ 대권 모델을 제시한다.

고건 VS 친노 재현?
친문과의 불편한 동침

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2월부터 1년여간 민주당 당 대표를 역임한 뒤, 20대 총선을 앞두고 대표직서 물러났다. 이후 문 대통령은 19대 대선에 출마해 대권을 잡았다. 마찬가지로 이 당선인 역시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서 민주당 당권을 잡았다가 2021년 3월 대표직을 사퇴, 20대 대선으로 직행한다면 대권까지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임기다. 민주당 당헌·당규 상 대선에 출마하려는 자는 대선 1년 전부터 당직을 맡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차기 대선은 2022년 3월에 열린다. 즉 이 당선자가 당권을 잡더라도 2021년 3월 이전에는 대표직을 내려와야 한다. 7개월짜리 ‘시한부 당 대표’인 셈이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반면 이 당선인이 당권을 건너뛰고 곧바로 대권으로 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당선인이 당권에 도전하면 다른 당권주자들 사이서 불만이 나올 수 있다. 이 당선인의 당권 도전이 과욕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친문의 집중 견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총선만큼 당권 경쟁도 진흙탕 대결이다. 역대 가장 무난했다고 평가받는 8·25전당대회 때도 이해찬·송영길·김진표 등 당권주자들은 선거일이 다가오자 상대 후보에 대한 공세를 펼친 바 있다.

21대 총선서 ‘친문의 힘’이 증명된 만큼, 오는 민주당 전당대회 때도 후보들 간 친문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친문 경쟁의 포화 속에서 계파색이 옅은 이 당선자가 자칫 타깃이 될 수 있다. ‘집안 대결로 생긴 상처가 더욱 쓰리다’는 말은 정치권의 오래된 속설 중 하나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 당선인은 친문과 당권-대권을 분리하는 ‘전략적 제휴’로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 당내 주류 계파의 지원을 받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통과하는 시나리오다.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반면 이 당선인이 주인공으로 나서서 당권은 물론, 대권까지 잡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문제는 이럴 경우 친문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힌다는 점이다. 이 당선인과 함께 유력 대권주자로 언급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비문이다. 당내 지분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친문이 ‘친문 대권주자’를 표방하며 세 결집에 나선다면 대권 지형도는 얼마든지 요동칠 수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낙연 ‘거리 두기’ 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서울 종로 당선인은 자신의 공약 이행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 당선인 측은 지난달 26일 “이 당선인이 지난달 24일 자신의 첫 공약인 신분당선 서북부연장 사업의 추진 상황을 서울시 관계자들로부터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신분당선 서북부연장 사업뿐 아니라 지난달 25일에는 ‘홍제천 산책로 조성’ 공약 관련 소식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알렸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등 당의 민감한 사안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이 당선인은 지난달 17일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 이후 당과 관련된 언급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당내 기반이 약한 이 당선인이 섣불리 당내 현안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한동안 중립을 지키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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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