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이후…> ④잠룡들의 대권가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4.20 10:37:06
  • 호수 12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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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을 잡아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낙연을 잡아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당선자가 종로서 승리하면서 1인 독주체제가 굳어졌다. 특히 복수의 여론조사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2위를 기록하던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황교안 후보의 낙선으로 이 같은 경향은 더욱 강화됐다.
 

▲ 지난 15일, 21대 총선서 홍준표 당선자가 당선을 확정 지은 후 꽃다발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이 당선자를 제외하면,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것이다. 잠룡들 중 누가 2위로 올라설 것인가에서 누가 이 당선자를 잡느냐의 대결로 양상이 바뀐 것. 홍준표·유승민·김태호 등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대여 투쟁

무소속 홍준표 당선자는 21대 총선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해 탈당했던 홍 당선자는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권력 누수로 인한 통합당의 리더십 부재를 채워줄 몇 안 되는 후보로 꼽힌다. 또 지리멸렬해진 야권 잠룡 구도를 바로잡아줄 인물로도 통한다.

홍 당선자가 통합당 당권 레이스에 합류할지는 미지수다. 당헌·당규 상 대선에 출마하려는 자는 선거 1년6개월 전에 모든 당직을 내려놓게 돼있어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 이에 정치권은 홍 당선자가 곧바로 대권으로 직행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한다.

다만 새로 재편되는 통합당 최고위원회의서 당헌·당규를 손본다면 홍 당선자의 당권 도전의 길도 열린다는 것이 중론이다. 홍 당선자는 통합당 권력 재편의 중심에 있다.


대권까지 남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홍 당선자는 정부·여당, 그리고 이낙연 당선자를 저격하며 존재감을 드러낼 공산이 크다. 실제로 꾸밈없는 직설화법은 그의 특기다. 앞서 지난 2월 그는 이낙연 당시 후보를 향해 “문재인 폭정에 가장 책임이 있는 사람이 종로에 출마해, 자신은 마치 문정권과 상관없는 양 미소와 너그러운 척하는 모습으로 종로 구민들을 현혹하는 것은 참으로 보기 민망하다”고 직격한 바 있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 2위
황 추락으로 본격 레이스

경남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산청·함양·거창·합천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금배지를 단 김태호 당선자도 통합당 권력 재편의 중심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지난 9일 MBC경남의 TV토론회에 참석해 “우리 지역서 대통령이 나오지 말라는 법 있습니까?”라며 대권 도전을 시사했던 바 있다.

이번 당선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김 당선자는 통합당 외연 확장을 주도하며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는 “총선이 끝나면, 중도보수 세력들은 서로 손을 잡고 나라를 아슬아슬하게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문재인정부에 맞서 정권재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승민 의원은 통합당 참패의 책임서 비켜 서 있다. 일찌감치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으며, 통합당을 결성한 후에는 두 달 가까운 기간 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가 총선일이 다가오자 통합당 소속 후보들을 지원하는 일에만 집중했다.

수확은 컸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후보들이 원내에 다수 진입했다. 조해진·유의동·하태경·김희국·김웅 등 10여명이 주인공이다. 유승민계의 가치는 총선 막판 통합당 내부서 막말 논란이 일어나면서 더욱 높아졌다. 개혁적 보수, 합리적 보수의 상징과도 같은 유 의원의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통합당 내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촌철살인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역시 유 의원의 등판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통합당을 대표하는 경제 전문가다. 유 의원은 총선 참패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백지 위에 새로운 정신, 새로운 가치를 찾아 보수를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그간 보수가 중시해온 ‘작은 정부, 큰 시장’의 원칙으로 돌아가자는 뜻으로 읽힌다. 현 정부·여당의 복지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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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