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α’ 야권 합당 시나리오

‘원팀’이라더니 독불장군 입맛대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미래통합당이 총선 참패로 표류하는 가운데 미래한국당과 합당하지 않는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미래한국당이 독자적으로 교섭단체를 꾸린다면 실리를 얻는 지점도 분명 있지만 국민들로부터 ‘꼼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일각에선 미래한국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과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하 한국당)의 합당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만약 한국당이 독자 세력화에 나서면 교섭단체를 꾸린 후 원내 3당이 돼 통합당의 아군 세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초선으로 구성된 한국당이 통합당보다 더 개혁 보수다운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초선 파워
어느 쪽으로?

지난달 한국당은 통합당 측 인사를 초대하지 않고 20대 현역의원·21대 국회의원 당선자 합동 워크숍을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더불어시민당과 초선 워크숍을 함께 치른 것과는 대비돼 일각에선 한국당이 개별 정당의 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워크숍서 한국당 원유철 당 대표의 발언 역시 논란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당시 원 대표는 “한국당은 야당으로서 정치적 공세가 아닌 실질적 대안과 정책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말해 하나의 독립된 정당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

정치권서 한국당의 독자 노선 시나리오가 계속해 제기되자 원 대표는 지난 4일 “통합당의 지도체제가 정비되면 합당을 진행하겠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통합당 지도체제에 대한 최종적 상황이 정리가 안 됐다”며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할지, 비상대책위가 들어설지 등 지도체제가 정리되면 당연히 시기와 절차, 방식을 협의해 합당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이 총선 참패로 인해 지도부 공백 및 내분이 계속되는 상황인 만큼 좀 더 추이를 지켜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달리 한국당은 독자 노선의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국당 지도부가 21대 총선서 컷오프 된 뒤 무소속으로 당선된 일부 의원에게 물밑서 한국당 이적 의사를 살피는 등 교섭단체 구성의 움직임이 있었다.

한국당 독자노선? 또 기승부리는 꼼수
통합당 중진 “빠른 시일 내에” 목소리

하지만 무소속 당선인 4명(홍준표·윤상현·권성동·김태호) 모두 중량급 인사들이라 포섭이 녹록지 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통합당 출신 무소속 당선인들은 한국당 합류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권성동 의원은 통합당에 이미 복당 신청서를 낸 상태고, 윤상현 의원은 복당 신청에 있어 “예의상이라도 주민들의 뜻을 묻고 의견수렴하는 절차를 가져야 된다”며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지켜볼 예정이다.

통합당 일각에선 무소속 의원의 합류가 어렵다면, 이른바 ‘의원 꿔주기’를 통해서라도 한국당이 별도의 교섭단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향후 국회서 진행될 각종 협상서 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보수 쇄신 분위기가 형성되는 와중에 통합당이 굳이 꿔주기를 강행하는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민주당이든 통합당이든 (의원 꿔주기)테이프를 끊으면 추태가 나오는 것”이라며 “의원 꿔주기는 단순히 연대 합당과는 다른 차원의 편법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어 테이프를 끊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이번 총선서 비례대표 19석을 얻어 당선인을 한 명만 더 당으로 영입하면 교섭단체 요건인 20석을 충족할 수 있다. 만약 통합을 하지 않는다면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한국당이 교섭단체 역할을 한 후, 대선 전 통합당과 합당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사실상 통합당이 21대 국회 전반기에 우군 역할을 할 교섭단체를 따로 두는 격이기에 당 입장에선 국회 논의는 물론 당 살림 차원서도 실리가 더 크다.

각종 협상
선점 싸움

먼저 한국당이 교섭단체가 되면 현재 문재인정부의 검찰 개혁 핵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추천위원 추천권 등의 권한을 누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야당 몫 2명을 통합당과 한국당이 모두 차지할 수도 있다. 아울러 원 구성 때 상임위원장 배분에 참여할 수 있고, 한국당 몫으로 국회부의장 자리도 가져갈 수 있다.

특히 국가가 정당에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을 더 많이 챙길 수 있는 점은 큰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한국당은 이번 총선에 앞서 통합당 여상규·박맹우·백승주 의원을 영입해 55여억원의 보조금을 더 확보해 총 61억원을 챙겼다. 이 외에도 정책 및 입법을 보좌하는 정책연구위원을 국가 비용으로 둘 수 있고, 별도의 입법지원비도 받을 수도 있다.
 

▲ 회동 갖는 미래통합당 중진 의원들 모임

하지만 통합당 중진의원들 사이에서는 합당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통합당이 이번 총선서 한국당을 내세운 것은 지난해 ‘4+1 협의체’가 통과시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항하기 위한 고육책에 불과했기에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당은 선거 시즌에 ‘꼼수정당’이라는 국민들의 지탄에도 불구하고, 통합당과 원팀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총선 후 합당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지금 와서 한국당이 독자적인 교섭단체를 구성한다면 명분도 없을 뿐더러 국민들에게 또다시 실망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통합당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은 페이스북에 “미래한국당이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비쳐선 안 된다”며 “연동형비례제를 반대하며 정당방위로 급조한 당”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이라는 계열사를 거느릴 형편이 못 된다. 본사인 통합당으로 빨리 합치는 것이 순리”라고 밝혔다.

이번에도
역시나?

통합당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구)도 “미래한국당과의 즉각적인 합당을 촉구한다”며 “정무적 판단이니, 공수처장 추천위원 수니, 정당 보조금이니 이런 말로 국민들께 또다시 꼼수로 보이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일각에선 한국당이 독자 교섭단체로 전환할 경우 향후 자매정당으로서 원팀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당 내에서 당권을 키우고 싶은 사람들의 사심이 들어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통합당 한 의원는 “합당이 차일피일 미뤄진다면 미래한국당서 당 대표·원내대표를 하고 싶은 사람들의 사심이 들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현재 비대위 출범을 두고 혼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원내대표가 새로 뽑히더라도 비대위 전환 여부까지 확정이 되어야 하고, 합당은 전국위원회를 열어야 성사되며 이에 대한 권한은 비대위원장에게 있기 때문에 합당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당 윤영석 의원(경남 양산시갑)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앞으로 원내대표가 뽑히면 5월 또는 6월 중에 국회의 원구상 협상과 함께 통합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당과 국민의당의 공조 시나리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번 총선서 3석을 확보한 국민의당과 손을 잡는 것이 의원 꿔주기나 무소속 당선인의 합류보다 대외적으로는 더 나은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민의당 역시 이번 총선서 3석을 얻는 데 그쳐 안철수 대표가 홀로 중도실용 노선을 지키는 일은 무망한 공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선거철 ‘형제 정당’ 자처
3석 얻은 국민의당과 케미?

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지난 6일 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연합교섭단체’를 구성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서 “통합당 출신 무소속 당선인의 한국당 입당과는 별개로 국민의당 같은 경우도 미래한국당과의 연합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지난 4일, 범야권을 향해 “야권에 주어진 시대적 요구와 혁신 과제를 함께 공유하고 혁신 경쟁에 나서자”며 합동 총선평가회를 제안한 바 있다.

정치권에선 안 대표의 합동 총선평가회 제안이 연대를 염두에 두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발언으로 보고 있다. 다른 범주의 정당과 총선 결과를 함께 평가하는 일은 사실상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는 미래한국당 자체를 거대 양당의 불법과 꼼수로 탄생한 정당으로 본다”며 “연합해 교섭단체를 만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른 국민의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라며 “논의(진행)된 건 없다”며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일축했다.
 

▲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

한국당 조수진 대변인은 이 최고위원을 향해 “다른 정당의 한 최고위원이 연일 한국당에 대해 이런저런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며 각을 세웠다. 조 대변인은 미래한국당과 미래통합당이 지난 연말 ‘선거악법’으로 인해 분가가 불가피했지만, 현재는 법률적으로 다른 정당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총선서 두 정당이 합당을 전제로 형제 정당임을 자처하며 선거 전 공동 선언식서 ‘둘째 칸 찍기’ 퍼포먼스를 진행해 표심을 유도한 것과는 사뭇 결이 다른 행보다.

반면 통합당에선 꼼수라는 비판을 불식시키고자 한국당의 독자 행보설을 일축하고 있다. 5선의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 역시 “미래한국당과는 빨리 합칠수록 좋다”는 의견을 냈다.

“여러 가능성
열려 있어”

한국당 합당 논의는 통합당의 새 원내지도부에 넘겨진 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21대 총선서 통합당은 84석을 얻으며 굴욕적인 참패를 당했지만 한국당은 비례대표 19석으로 비례대표 의석 수 1등을 차지했다. 총선 참패 후 한국당이 원내 교섭단체를 결성한다면 통합당의 쇄신 약속은 물거품이 되는 셈이다. 통합당 차기 지도부에 대해서도 명분없는 형제 정당에 대한 책임론과 국민적인 비난이 크게 일 것으로 보인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당 독자노선, 술렁이는 정치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6일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하 한국당)서 독자 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그런 일이 없도록, 정상적 국회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함께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항간에 한국당서 교섭단체 구성 여부로 여러 논의가 있는 모양인데 제발 부탁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국민들로부터 지난 선거 과정서 꼼수 비례정당을 만들었다고 여야가 엄청난 지탄을 받았다. 달게 받아야 할 지탄이었다”며 “다시는 그런 지탄을 받지 않도록 국회가 구성되고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1대 국회는 무엇보다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는, 일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 민주당은 새로운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법률이 정한 시한 내에 개원하고 6월 첫 국회부터 본격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하겠다”며 “통합당도 새로운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데 21대 국회의 출발이 국민들에게 희망이 되도록 협력해달라”고 촉구했다.

민생당은 지난 7일 한국당과 국민의당의 연합 교섭단체 구성 가능성과 관련해 ‘바른미래당 창당 당시의 예로 보건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한국당과 통합을 결정해도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생당 이연기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안 대표는 언제나 일구이언한 적이 없다고 강변하지만 한솥밥을 먹어본 이들로서는 실소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늘 자기중심적이고 자의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변인은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만 해도 그렇다. 국민의 뜻이 하늘의 뜻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서도 굳이 이번 총선은 여당의 승리가 아니라 야당의 패배라고 규정한다’며 ‘여당의 승리에 공감하는 민심은 천심서 제외해버릴 태세다. 선거 결과에 대해 나라 망하는 길이라고 저주를 퍼붓고 떠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설>
 



<기사 속 기사> [반론보도문] ‘85만원 의혹 노웅래 의원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 관련

본지는 지난 3월17일자 보도에서 ‘<단독>‘85만원 의혹’ 노웅래 의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제하로 보도한 바 있습니다.

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서울 마포갑)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경찰에서 수사를 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 노웅래 의원 측은 “신년하례식과 관련해서는 마포갑 지역구 국회의원 경쟁후보 측의 악의적인 고발”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신년하례식 행사는 노웅래 의원이 주관한 행사가 아니며, 핵심당원으로 단순 참석한 행사”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노웅래 의원은 현재 피고발인 신분일 뿐이며, 수사기관으로부터 공식적인 조사나 수사대상이 전혀 아니며, 출석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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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