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처갓집의 비밀

부잣집 사위 ‘발목 잡힐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해소되지 못한 의혹은 망령처럼 떠돈다. 진실에 다다를 때까지 의혹에는 살이 붙는다. 많은 유명인들이 의혹 속에서 살아간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국정감사, 청문회서 깨끗이 씻어내지 못한 의혹이 최근 방송 보도를 통해 또 다시 불거졌다. 배우자와 장모가 얽혀있는 의혹, 윤 총장 처갓집의 비밀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 윤석열 검찰총장 ⓒ나경식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정부 들어 가장 승승장구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승진한 지 2년 만인 지난해 7, 문무일 검찰총장에 이어 43대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로 좌천성 인사 등 수모를 당한 지 6년 만에 검찰 수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좌천 검사서
검찰총장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윤 총장은 1991, 무려 9수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4년 대구지검을 시작으로 대검 중앙수사부 중수1과장(2011),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2012) 등에서 일했다. 늦깎이 검사였지만 여러 대형 사건 수사를 전담하면서 검찰 내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2007년 변양균 전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과 신정아 전 교수 사건, 씨앤(C&)그룹 비자금 수사, 부산저축은행 수사 등을 주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고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을 구속시키기도 했다.

윤 총장은 박근혜정부 첫 해인 20134월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차출되면서 검사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는다. 그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 논란으로 낙마한 후에도 검찰 수뇌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사를 강행했다. 201310월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보고·결재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그해 국정감사서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과 조영곤 지검장 등의 수사 외압이 있었다는 폭로와 함께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른바 항명파동의 중심에 선 윤 총장은 이후 수사 일선서 배제된 뒤 대구고검, 대전고검 등을 전전했다.

좌천 검사였던 그는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에 참여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쏴 올렸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윤 총장을 수사팀장으로 발탁했고, 그는 특검 활동 내내 수사 전반을 주도했다.

20175월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대전고검 검사였던 윤 총장을 검찰의 핵심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일하던 2년간 국정농단과 사법 농단 등 문재인정부의 대표 정책인 적폐 청산수사를 진두지휘했다.

배우자·장모 의혹 또 다시
국정감사·청문회 방송까지

문 대통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6월 윤 총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했다. 이 또한 파격적인 인사로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검찰총장으로 직행하는 일은 윤 총장을 제외하곤 전례가 없었다. 그는 청문회를 거쳐 지난해 7월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

윤 총장은 법과 원칙대로를 기조로 내세우며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 비리 의혹 사건, 청와대 선거 개입·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사건을 지휘하고 있다. 이 과정서 추미애 법무부와 사사건건 갈등을 빚으며, 야 양쪽서 사퇴 압박도 받고 있지만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그런 윤 총장의 주변을 2년 넘게 맴도는 망령이 있다. 바로 배우자 김건희 코바나 컨텐츠 대표와 장모 최모씨를 둘러싼 의혹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725일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 동석하면서 화제로 떠올랐다.


윤 총장과 김 대표는 지난 20123월 결혼했다. 당시 두 사람의 나이는 김 대표가 40, 대검찰청 중수1과장이던 윤 총장이 52세였다. 김 대표는 최근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윤 총장 장모 최모씨의 둘째 딸로 알려져 있다.
 

▲ 윤석열 장모 보도 예고편 ⓒMBC

김 대표는 2018<주간조선>과의 인터뷰서 나이 차도 있고 오래 전부터 그냥 아는 아저씨로 지내다 한 스님이 나서서 연을 맺어줬다가진 돈도 없고 내가 아니면 영 결혼을 못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윤 총장과) 결혼할 때 남편은 통장에 2000만원밖에 없을 정도로 가진 것이 없었다결혼 후 재산이 늘기는커녕 오히려 까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 부인이라고 해서 전업주부만 할 수 없지 않느냐며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김 대표는 2009년 주식회사 제임스앤데이빗 엔터테인먼트코리아서 현재 사명으로 바꾼 코바나컨텐츠를 운영하고 있다. 코바나컨텐츠는 문화·콘텐츠 제작 및 투자업체로 까르띠에 소장품전, 샤갈전, 반 고흐전, 고갱전 등 유명 예술 전시를 주관했다.

12세 연하와
2012년 결혼

지난 3월 공개된 ‘2019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공개당시 윤 총장은 법무·검찰 고위직 간부 중 가장 많은 재산인 65억원을 신고했다. 이중 49억원가량의 예금이 김 대표의 소유인 것으로 파악됐다. 12억원 상당의 건물과 2억원 상당의 토지도 김 대표 명의의 재산이다. 윤 총장 본인 명의의 예금은 21400만원 정도로 드러났다.

윤 총장의 배우자 김 대표와 장모 최씨에 대한 의혹은 지난 201810월 국정감사장서 한 차례 불거졌다.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서 피해자 9명이 저를 찾아와서 ‘(윤석열)장모로부터 사기를 당해 30억원을 떼였다. 장모 대리인은 징역 받아서 살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사기의 주범인 장모는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윤 지검장이 배후에 있다는 하소연을 했다고 말했다.

장 의원에 따르면 제보자들은 윤 총장의 장모가 딸인 김 대표의 친구인 김모씨와 공모해 허위 잔고증명서를 떼는 데 관여하고, 이를 토대로 차용을 받은 뒤 수표가 부도나면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으로 형사처벌이 이뤄졌지만 윤 총장의 장모는 처벌받지 않은 것을 두고 윤 총장의 영향력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
 

▲ 윤석열 검찰총장과 부인 김건희씨 ⓒ청와대

윤 총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장 의원의 의혹 제기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국감장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저는 정말 모르는 일이고 중앙지검에는 ()친인척 관련 사건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3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면 고소가 됐을 텐데 대체 어느 지검에 고소·고발이 들어왔는지 아시느냐”며 제가 관여했다는 증거가 있느냐. 아무리 국감장이지만 이거 너무하신 거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는 곳마다
고소·고발전


지난해 78일 열린 윤 총장의 인사청문회서도 김 대표와 최씨에 대한 의혹이 흘러 나왔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기 전부터 김 대표의 코바나컨텐츠가 진행한 전시회에 검찰 수사 중인 대기업이 대거 협찬했다는 의혹 장모가 연루된 사기사건 무마 의혹 등을 두고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특히 최씨가 의료인이 아니면서 명의를 빌려줘 의료재단을 설립하도록 해 요양급여비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챙긴 사건, 최씨 지인이 통장 잔고를 위조해 여러 명에게 수십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사건 등에 연루됐지만 모두 처벌을 면했다는 의혹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최씨를 사기·사문서위조 및 행사·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후보자였던 윤 총장 측은 사건 관련 내용은 알지 못하고 수사·재판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쟁점이 되리라 여겨졌던 의혹들은 실제 인사청문회에선 일절 다뤄지지 않았다. 최씨에 관한 의혹도 언급이 거의 없었다. 2018년 국정감사서 의혹을 제기했던 미래통합당 장제원 의원도 제가 장모 사건에 윤 후보자가 배후에 있다는 고리를 풀지 못했다그래서 장모 얘기는 안 하려고 한다고 했을 정도다.

당초 김 대표와 최씨에 대한 맹탕 검증은 예상됐던 바였다. 김 대표와 최씨 등 윤 총장의 가족은 인사청문회 증인서 제외됐고, 김 대표의 미술 전시회를 후원한 대기업 관계자 등도 참고인 채택이 이뤄지지 않았다.

20184<중앙일보>가 보도한 김 대표가 도이치모터스의 자회사인 도이치파이낸셜 전환사채를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매입했다는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당시 증인으로 채택된 권오수 회장이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고, 윤 총장은 관련 증거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사실 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


“알지 못한다…관여 안했다” 일관
법무부 감찰 원하는 국민청원도

이 같은 의혹은 지난달 17<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한 차례 더 언급됐다. <뉴스타파>2013년 당시 경찰 내사 보고서를 인용해 권 회장이 20102011년 주식시장서 주가조작 세력으로 활동하던 이모씨와 함께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서 김 대표가 주가조작에 돈을 투자하는 일명 쩐주’(전주)로서 관여했다는 것.

<뉴스타파> 보도가 나간 직후 경찰청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권 회장에 대한 내사를 진행한 것은 맞지만 김 대표는 내사 대상도 아니었고 접촉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도 “(윤 총장) 흠집내기라고 반발했다. 김 대표의 투자 시점이 윤 총장과 결혼하기 전이라는 반박도 나왔다.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9MBC <스트레이트>는 윤 총장의 장모 최씨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심층보도했다. <스트레이트>는 최씨의 의혹을 넘어서 윤 총장이 장모의 행적을 알고 있었는지, 사건에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 윤석열 검찰총장

대한민국의 검사가 2000명이 넘는데 검찰총장의 친인척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는 검사가 있다면 그동안 취재한 자료를 다 넘겨드리겠다고도 했다. 이날 방송은 8.0%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주 대비 1.2%p 오른 수치로 상당한 후폭풍이 일었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지난 10방송(<스트레이트>)를 보고 2000명의 모든 검사를 비겁한 자로 오해할 분들이 많으실 듯하다속상해할 적지 않은 후배들을 대신해 법률과 현실을 짧게 설명드리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전국의)2000명의 검사 중 수사 관할이 있는 검찰청 검사는 극히 일부고, 관할권이 있는 검찰청 검사라 하더라도 배당 기록에 치여 숨쉬기도 벅찬 형사부 검사들에게 인지 수사할 여력을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형사부 검사들은 관할권이 있더라도 방송을 보고 수사에 착수할 여력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리더십
흔들리나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윤석열 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MBC <스트레이트>를 언급하면서 공정하고 청렴해야 할 직위에 있는 자가 이런 비위 의혹에 있다는 건 검찰조직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고 국민에게 정의 실현은 허울이라는 자괴감을 심어준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에는 52000(13일 오전 8시 기준)이 동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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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