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처갓집의 비밀

부잣집 사위 ‘발목 잡힐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해소되지 못한 의혹은 망령처럼 떠돈다. 진실에 다다를 때까지 의혹에는 살이 붙는다. 많은 유명인들이 의혹 속에서 살아간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국정감사, 청문회서 깨끗이 씻어내지 못한 의혹이 최근 방송 보도를 통해 또 다시 불거졌다. 배우자와 장모가 얽혀있는 의혹, 윤 총장 처갓집의 비밀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 윤석열 검찰총장 ⓒ나경식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정부 들어 가장 승승장구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승진한 지 2년 만인 지난해 7, 문무일 검찰총장에 이어 43대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로 좌천성 인사 등 수모를 당한 지 6년 만에 검찰 수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좌천 검사서
검찰총장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윤 총장은 1991, 무려 9수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4년 대구지검을 시작으로 대검 중앙수사부 중수1과장(2011),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2012) 등에서 일했다. 늦깎이 검사였지만 여러 대형 사건 수사를 전담하면서 검찰 내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2007년 변양균 전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과 신정아 전 교수 사건, 씨앤(C&)그룹 비자금 수사, 부산저축은행 수사 등을 주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고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을 구속시키기도 했다.

윤 총장은 박근혜정부 첫 해인 20134월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차출되면서 검사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는다. 그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 논란으로 낙마한 후에도 검찰 수뇌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사를 강행했다. 201310월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보고·결재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그해 국정감사서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과 조영곤 지검장 등의 수사 외압이 있었다는 폭로와 함께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른바 항명파동의 중심에 선 윤 총장은 이후 수사 일선서 배제된 뒤 대구고검, 대전고검 등을 전전했다.

좌천 검사였던 그는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에 참여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쏴 올렸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윤 총장을 수사팀장으로 발탁했고, 그는 특검 활동 내내 수사 전반을 주도했다.

20175월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대전고검 검사였던 윤 총장을 검찰의 핵심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일하던 2년간 국정농단과 사법 농단 등 문재인정부의 대표 정책인 적폐 청산수사를 진두지휘했다.

배우자·장모 의혹 또 다시
국정감사·청문회 방송까지

문 대통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6월 윤 총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했다. 이 또한 파격적인 인사로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검찰총장으로 직행하는 일은 윤 총장을 제외하곤 전례가 없었다. 그는 청문회를 거쳐 지난해 7월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

윤 총장은 법과 원칙대로를 기조로 내세우며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 비리 의혹 사건, 청와대 선거 개입·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사건을 지휘하고 있다. 이 과정서 추미애 법무부와 사사건건 갈등을 빚으며, 야 양쪽서 사퇴 압박도 받고 있지만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그런 윤 총장의 주변을 2년 넘게 맴도는 망령이 있다. 바로 배우자 김건희 코바나 컨텐츠 대표와 장모 최모씨를 둘러싼 의혹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725일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 동석하면서 화제로 떠올랐다.


윤 총장과 김 대표는 지난 20123월 결혼했다. 당시 두 사람의 나이는 김 대표가 40, 대검찰청 중수1과장이던 윤 총장이 52세였다. 김 대표는 최근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윤 총장 장모 최모씨의 둘째 딸로 알려져 있다.
 

▲ 윤석열 장모 보도 예고편 ⓒMBC

김 대표는 2018<주간조선>과의 인터뷰서 나이 차도 있고 오래 전부터 그냥 아는 아저씨로 지내다 한 스님이 나서서 연을 맺어줬다가진 돈도 없고 내가 아니면 영 결혼을 못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윤 총장과) 결혼할 때 남편은 통장에 2000만원밖에 없을 정도로 가진 것이 없었다결혼 후 재산이 늘기는커녕 오히려 까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 부인이라고 해서 전업주부만 할 수 없지 않느냐며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김 대표는 2009년 주식회사 제임스앤데이빗 엔터테인먼트코리아서 현재 사명으로 바꾼 코바나컨텐츠를 운영하고 있다. 코바나컨텐츠는 문화·콘텐츠 제작 및 투자업체로 까르띠에 소장품전, 샤갈전, 반 고흐전, 고갱전 등 유명 예술 전시를 주관했다.

12세 연하와
2012년 결혼

지난 3월 공개된 ‘2019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공개당시 윤 총장은 법무·검찰 고위직 간부 중 가장 많은 재산인 65억원을 신고했다. 이중 49억원가량의 예금이 김 대표의 소유인 것으로 파악됐다. 12억원 상당의 건물과 2억원 상당의 토지도 김 대표 명의의 재산이다. 윤 총장 본인 명의의 예금은 21400만원 정도로 드러났다.

윤 총장의 배우자 김 대표와 장모 최씨에 대한 의혹은 지난 201810월 국정감사장서 한 차례 불거졌다.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서 피해자 9명이 저를 찾아와서 ‘(윤석열)장모로부터 사기를 당해 30억원을 떼였다. 장모 대리인은 징역 받아서 살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사기의 주범인 장모는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윤 지검장이 배후에 있다는 하소연을 했다고 말했다.

장 의원에 따르면 제보자들은 윤 총장의 장모가 딸인 김 대표의 친구인 김모씨와 공모해 허위 잔고증명서를 떼는 데 관여하고, 이를 토대로 차용을 받은 뒤 수표가 부도나면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으로 형사처벌이 이뤄졌지만 윤 총장의 장모는 처벌받지 않은 것을 두고 윤 총장의 영향력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
 

▲ 윤석열 검찰총장과 부인 김건희씨 ⓒ청와대

윤 총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장 의원의 의혹 제기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국감장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저는 정말 모르는 일이고 중앙지검에는 ()친인척 관련 사건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3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면 고소가 됐을 텐데 대체 어느 지검에 고소·고발이 들어왔는지 아시느냐”며 제가 관여했다는 증거가 있느냐. 아무리 국감장이지만 이거 너무하신 거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는 곳마다
고소·고발전


지난해 78일 열린 윤 총장의 인사청문회서도 김 대표와 최씨에 대한 의혹이 흘러 나왔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기 전부터 김 대표의 코바나컨텐츠가 진행한 전시회에 검찰 수사 중인 대기업이 대거 협찬했다는 의혹 장모가 연루된 사기사건 무마 의혹 등을 두고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특히 최씨가 의료인이 아니면서 명의를 빌려줘 의료재단을 설립하도록 해 요양급여비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챙긴 사건, 최씨 지인이 통장 잔고를 위조해 여러 명에게 수십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사건 등에 연루됐지만 모두 처벌을 면했다는 의혹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최씨를 사기·사문서위조 및 행사·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후보자였던 윤 총장 측은 사건 관련 내용은 알지 못하고 수사·재판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쟁점이 되리라 여겨졌던 의혹들은 실제 인사청문회에선 일절 다뤄지지 않았다. 최씨에 관한 의혹도 언급이 거의 없었다. 2018년 국정감사서 의혹을 제기했던 미래통합당 장제원 의원도 제가 장모 사건에 윤 후보자가 배후에 있다는 고리를 풀지 못했다그래서 장모 얘기는 안 하려고 한다고 했을 정도다.

당초 김 대표와 최씨에 대한 맹탕 검증은 예상됐던 바였다. 김 대표와 최씨 등 윤 총장의 가족은 인사청문회 증인서 제외됐고, 김 대표의 미술 전시회를 후원한 대기업 관계자 등도 참고인 채택이 이뤄지지 않았다.

20184<중앙일보>가 보도한 김 대표가 도이치모터스의 자회사인 도이치파이낸셜 전환사채를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매입했다는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당시 증인으로 채택된 권오수 회장이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고, 윤 총장은 관련 증거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사실 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


“알지 못한다…관여 안했다” 일관
법무부 감찰 원하는 국민청원도

이 같은 의혹은 지난달 17<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한 차례 더 언급됐다. <뉴스타파>2013년 당시 경찰 내사 보고서를 인용해 권 회장이 20102011년 주식시장서 주가조작 세력으로 활동하던 이모씨와 함께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서 김 대표가 주가조작에 돈을 투자하는 일명 쩐주’(전주)로서 관여했다는 것.

<뉴스타파> 보도가 나간 직후 경찰청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권 회장에 대한 내사를 진행한 것은 맞지만 김 대표는 내사 대상도 아니었고 접촉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도 “(윤 총장) 흠집내기라고 반발했다. 김 대표의 투자 시점이 윤 총장과 결혼하기 전이라는 반박도 나왔다.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9MBC <스트레이트>는 윤 총장의 장모 최씨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심층보도했다. <스트레이트>는 최씨의 의혹을 넘어서 윤 총장이 장모의 행적을 알고 있었는지, 사건에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 윤석열 검찰총장

대한민국의 검사가 2000명이 넘는데 검찰총장의 친인척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는 검사가 있다면 그동안 취재한 자료를 다 넘겨드리겠다고도 했다. 이날 방송은 8.0%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주 대비 1.2%p 오른 수치로 상당한 후폭풍이 일었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지난 10방송(<스트레이트>)를 보고 2000명의 모든 검사를 비겁한 자로 오해할 분들이 많으실 듯하다속상해할 적지 않은 후배들을 대신해 법률과 현실을 짧게 설명드리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전국의)2000명의 검사 중 수사 관할이 있는 검찰청 검사는 극히 일부고, 관할권이 있는 검찰청 검사라 하더라도 배당 기록에 치여 숨쉬기도 벅찬 형사부 검사들에게 인지 수사할 여력을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형사부 검사들은 관할권이 있더라도 방송을 보고 수사에 착수할 여력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리더십
흔들리나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윤석열 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MBC <스트레이트>를 언급하면서 공정하고 청렴해야 할 직위에 있는 자가 이런 비위 의혹에 있다는 건 검찰조직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고 국민에게 정의 실현은 허울이라는 자괴감을 심어준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에는 52000(13일 오전 8시 기준)이 동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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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