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이후…> ⑪‘벼랑 끝’ 윤석열 검찰총장의 운명

칼 들고 바람 앞 등불 신세

[일요시사 장지선 기자] = 4·15총선이 집권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한국 정치사에 유례없는 승리다. 선거 결과가 한쪽으로 크게 기울면서 정치권은 당분간 후폭풍에 휩쓸릴 전망이다. 검찰 역시 선거 이후의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를 두고 ‘바람 앞에 등불’이라는 말이 나온다.
 

▲ 발언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마무리 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국회 전체 의석(300) 5분의 3에 달하는 180석을 확보했다. 그야말로 슈퍼 여당, 공룡 여당의 탄생이다. 민주당은 지역구서만 과반(163)을 얻었고,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7석을 차지했다.

슈퍼 여당
견제 없다

단일 정당 기준 전체 의석의 60%를 차지하는 거대 정당이 직접선거를 통해 탄생한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은 지역구 84,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9석을 얻어 103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정의당은 6(지역구 1), 국민의당 3, 열린민주당 3석 등이다.

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하면서 단독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가 가능해 사실상 개정 국회법인 선진화법이 무력화됐다. 야당이 법안처리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을 진행해도 합법적으로 저지가 가능하다. 헌법을 고치는 일 빼고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절대권력을 쥐게 된 것이다.

보수 궤멸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참패를 기록한 통합당을 비롯해 정치권은 상당한 후폭풍에 휘말리게 됐다. 검찰 역시 그 후폭풍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에 관심이 모인다. 윤 총장은 선거기간 내내 유독 여야 인사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윤 총장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4·15총선서 그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특히 야권서 자주 언급됐다. 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는 선거 전날인 지난 14일 종로 보신각 기자회견서 민주당이 이번 총선서 180석을 내다본다며 기고만장하고 있다“(180석이 되면)경제가 더 나빠지고 민생은 파탄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반기업 친노조 정책도 그대로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쫓겨나고 조국 부부는 미소를 지으며 부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지난 12일, 수도권 유세를 돌면서 검찰서 조국 전 장관과 주변 수사를 시작하니까 못마땅해서 수사팀을 해체하는 인사를 했다. 이런 행위가 공정하다고 보시냐. 한때 가장 칭송했던 검찰총장이 지금 와서는 가장 두려워하면서 싫어하는 총장이 됐다” “윤 총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 통합당이 꼭 국회서 과반의석을 해야 한다등의 언급을 했다.

총선 결과 한쪽으로 크게 쏠려
청와대 겨냥 수사들 난항 예상

여권에선 열린민주당이 윤 총장 비판에 앞장섰다. 범여권 비례 위성정당을 표방한 열린민주당은 윤 총장 퇴진, 사퇴 등의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비례대표 후보 2번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라디오에 출연해 윤 총장 부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7일에는 열린민주당 후보들이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와 장모 최모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최강욱·황희석·조대진 비례대표 후보들은 주가조작 및 사문서 위조혐의로 김씨를, 최씨는 사기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당시 황 후보는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축소하거나 생략한다면 올 7월 출범하는 공수처서 직무태만 등 여러 문제를 짚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문병희 기자

선거기간 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윤 총장은 지난 15일 투표를 마치고 대검찰청 공공수사부 검사들과 만나 국민들께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인근 식당서 대검 공공수사부 검사들과 만나 정치적 중립은 펜으로 쓸 때 잉크도 별로 안 드는 다섯 글자이지만 현실서 지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정치적 중립 언급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4·15총선의 후폭풍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장관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부터 청와대는 물론 민주당과도 각을 세워 왔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취임 이후에는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선거결과가 한쪽으로 크게 쏠리면서 이 역학구도는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 개혁
날개 달 듯

당장은 청와대 관계자의 관여 의혹이 있는 사건들이 관심을 모은다. 검찰은 지난 1월 최강욱 전 비서관을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과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을 두고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비롯해 관련자 13명을 무더기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달 30일 검찰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에 관한 수사 중 숨진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검찰 수사관 A씨의 휴대폰 잠금장치를 4개월 만에 풀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A씨는 백 전 비서관 아래 행정관으로 근무했으며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의 고발 사건과 관련해 주요 참고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해 121일 검찰 출석을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휴대폰은 사인 규명을 비롯해 사건들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으로 주목받았다. A씨의 휴대폰을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이 대립하기도 했다. 변사사건을 수사하던 경찰로부터 검찰이 휴대폰을 가져가면서 논란이 됐다. 이후 경찰이 A씨의 휴대폰을 돌려받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두 번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당했다.
 

▲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문제는 검찰이 수사 과정서 기소한 인사들이 이번 선거서 여럿 당선됐다는 점이다.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은 각각 전북 익산을과 대전 중구서 당선됐다. ‘날치기 기소라고 검찰을 비판했던 최 전 비서관도 금배지를 달게 됐다. 향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총선 이후로 미뤘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사법처리도 남아 있다. 임 전 비서실장은 지난 131일 검찰에 출두하면서 우리 검찰이 좀더 반듯하고 단정했으면 좋겠다. 왜 손에서 물이 빠져나가는지 아프게 돌아봤으면 좋겠다모든 권력기관은 오직 국민을 위해서만 필요하다.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소 인사
대거 당선

여권을 중심으로 윤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198812월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됐다. 1987년 민주화 운동의 산물이다. 검찰청법 12조는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검찰청법 37조에 따라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지 않는 이상 검사 신분이 보장된다.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면 발의가 가능하고 재적 과반수가 찬성하면 탄핵소추가 이뤄진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경우 검찰총장의 직무는 곧바로 정지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구본선 대검 차장이 총장 직무를 대행한다. , 이 경우 윤 총장이 위법을 저질렀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
 

아내와 장모 등 처가 문제가 불거졌지만 윤 총장과의 연관성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MBC의 보도로 측근 논란도 불거졌지만 이 또한 윤 총장의 관여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치적 압박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오히려 윤 총장에게 더 위협이 되는 부분은 공수처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선거기간 동안 공수처를 중심으로 검찰 개혁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엇갈렸다. 민주당은 공수처의 조속한 연내 설치를 약속한 반면 통합당은 공수처가 위헌적이라며 폐지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민의당은 공수처의 기소권을 폐지하고 타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을 이첩할 수 있도록 한 독소조항의 삭제 등 일부 법 개정을 공약으로 삼았다.

이번 선거서 승패가 확연하게 갈리면서 민주당은 검찰 개혁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정부와 민주당은 오는 715일로 정한 공수처 출범 목표 시기에 맞춰 검찰 개혁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설립준비단은 이달 말 2차 자문위원회를 열고 공수처장 인선 등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7월 출범할 공수처
새 처장에도 밀릴라

공수처장은 국회 추천을 받아 문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있는 만큼 제1당을 차지한 민주당은 21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서 원내3당이 캐스팅 보터로 떠올랐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모두 7명으로 구성되는데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이 1명씩 추천하고 여당과 야당이 2명씩 추천하도록 돼있다. 사실상 여당 성향 위원 5명과 야당 성향 2명으로 나뉘는 셈이다. 이들 7명 중 6명이 동의하는 후보자에 한해 대통령에게 추천할 수 있다.

야당 추천 몫 위원 2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민주당의 경우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나 범여권 야당이 제2야당으로 올라서 야당 몫 2명 중 1명에 대한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경우 제1야당인 통합당의 의사와 관계없이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문병희 기자

반대로 통합당 비례대표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제2야당이 되면 야당 몫 2명에 대한 추천권을 모두 갖게 돼 공수처 출범에 제동을 걸 수 있다. 4·15총선서 미래한국당은 19, 더불어시민당은 17석을 얻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두고 여야가 의원 꿔주기나 군소 정당과의 공동 교섭단체 구성 등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검찰과 법무부의 대결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무부서 MBC가 제기한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감찰을 진행하면서 윤 총장 힘빼기에 나설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추 장관이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윤 총장에게 직접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래도
사퇴 없다

법조계 안팎에선 윤 총장의 자진 사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선거일에 대검 검사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언급했고, 이전에도 취임사와 신년사 등을 통해 법과 원칙에 따라 소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어 2년 임기를 다 채울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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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