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이후…> ⑪‘벼랑 끝’ 윤석열 검찰총장의 운명

칼 들고 바람 앞 등불 신세

[일요시사 장지선 기자] = 4·15총선이 집권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한국 정치사에 유례없는 승리다. 선거 결과가 한쪽으로 크게 기울면서 정치권은 당분간 후폭풍에 휩쓸릴 전망이다. 검찰 역시 선거 이후의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를 두고 ‘바람 앞에 등불’이라는 말이 나온다.
 

▲ 발언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마무리 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국회 전체 의석(300) 5분의 3에 달하는 180석을 확보했다. 그야말로 슈퍼 여당, 공룡 여당의 탄생이다. 민주당은 지역구서만 과반(163)을 얻었고,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7석을 차지했다.

슈퍼 여당
견제 없다

단일 정당 기준 전체 의석의 60%를 차지하는 거대 정당이 직접선거를 통해 탄생한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은 지역구 84,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9석을 얻어 103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정의당은 6(지역구 1), 국민의당 3, 열린민주당 3석 등이다.

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하면서 단독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가 가능해 사실상 개정 국회법인 선진화법이 무력화됐다. 야당이 법안처리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을 진행해도 합법적으로 저지가 가능하다. 헌법을 고치는 일 빼고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절대권력을 쥐게 된 것이다.

보수 궤멸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참패를 기록한 통합당을 비롯해 정치권은 상당한 후폭풍에 휘말리게 됐다. 검찰 역시 그 후폭풍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에 관심이 모인다. 윤 총장은 선거기간 내내 유독 여야 인사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윤 총장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4·15총선서 그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특히 야권서 자주 언급됐다. 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는 선거 전날인 지난 14일 종로 보신각 기자회견서 민주당이 이번 총선서 180석을 내다본다며 기고만장하고 있다“(180석이 되면)경제가 더 나빠지고 민생은 파탄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반기업 친노조 정책도 그대로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쫓겨나고 조국 부부는 미소를 지으며 부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지난 12일, 수도권 유세를 돌면서 검찰서 조국 전 장관과 주변 수사를 시작하니까 못마땅해서 수사팀을 해체하는 인사를 했다. 이런 행위가 공정하다고 보시냐. 한때 가장 칭송했던 검찰총장이 지금 와서는 가장 두려워하면서 싫어하는 총장이 됐다” “윤 총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 통합당이 꼭 국회서 과반의석을 해야 한다등의 언급을 했다.

총선 결과 한쪽으로 크게 쏠려
청와대 겨냥 수사들 난항 예상

여권에선 열린민주당이 윤 총장 비판에 앞장섰다. 범여권 비례 위성정당을 표방한 열린민주당은 윤 총장 퇴진, 사퇴 등의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비례대표 후보 2번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라디오에 출연해 윤 총장 부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7일에는 열린민주당 후보들이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와 장모 최모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최강욱·황희석·조대진 비례대표 후보들은 주가조작 및 사문서 위조혐의로 김씨를, 최씨는 사기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당시 황 후보는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축소하거나 생략한다면 올 7월 출범하는 공수처서 직무태만 등 여러 문제를 짚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문병희 기자

선거기간 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윤 총장은 지난 15일 투표를 마치고 대검찰청 공공수사부 검사들과 만나 국민들께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인근 식당서 대검 공공수사부 검사들과 만나 정치적 중립은 펜으로 쓸 때 잉크도 별로 안 드는 다섯 글자이지만 현실서 지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정치적 중립 언급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4·15총선의 후폭풍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장관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부터 청와대는 물론 민주당과도 각을 세워 왔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취임 이후에는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선거결과가 한쪽으로 크게 쏠리면서 이 역학구도는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 개혁
날개 달 듯

당장은 청와대 관계자의 관여 의혹이 있는 사건들이 관심을 모은다. 검찰은 지난 1월 최강욱 전 비서관을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과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을 두고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비롯해 관련자 13명을 무더기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달 30일 검찰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에 관한 수사 중 숨진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검찰 수사관 A씨의 휴대폰 잠금장치를 4개월 만에 풀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A씨는 백 전 비서관 아래 행정관으로 근무했으며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의 고발 사건과 관련해 주요 참고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해 121일 검찰 출석을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휴대폰은 사인 규명을 비롯해 사건들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으로 주목받았다. A씨의 휴대폰을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이 대립하기도 했다. 변사사건을 수사하던 경찰로부터 검찰이 휴대폰을 가져가면서 논란이 됐다. 이후 경찰이 A씨의 휴대폰을 돌려받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두 번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당했다.
 

▲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문제는 검찰이 수사 과정서 기소한 인사들이 이번 선거서 여럿 당선됐다는 점이다.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은 각각 전북 익산을과 대전 중구서 당선됐다. ‘날치기 기소라고 검찰을 비판했던 최 전 비서관도 금배지를 달게 됐다. 향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총선 이후로 미뤘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사법처리도 남아 있다. 임 전 비서실장은 지난 131일 검찰에 출두하면서 우리 검찰이 좀더 반듯하고 단정했으면 좋겠다. 왜 손에서 물이 빠져나가는지 아프게 돌아봤으면 좋겠다모든 권력기관은 오직 국민을 위해서만 필요하다.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소 인사
대거 당선

여권을 중심으로 윤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198812월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됐다. 1987년 민주화 운동의 산물이다. 검찰청법 12조는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검찰청법 37조에 따라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지 않는 이상 검사 신분이 보장된다.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면 발의가 가능하고 재적 과반수가 찬성하면 탄핵소추가 이뤄진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경우 검찰총장의 직무는 곧바로 정지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구본선 대검 차장이 총장 직무를 대행한다. , 이 경우 윤 총장이 위법을 저질렀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
 

아내와 장모 등 처가 문제가 불거졌지만 윤 총장과의 연관성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MBC의 보도로 측근 논란도 불거졌지만 이 또한 윤 총장의 관여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치적 압박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오히려 윤 총장에게 더 위협이 되는 부분은 공수처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선거기간 동안 공수처를 중심으로 검찰 개혁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엇갈렸다. 민주당은 공수처의 조속한 연내 설치를 약속한 반면 통합당은 공수처가 위헌적이라며 폐지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민의당은 공수처의 기소권을 폐지하고 타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을 이첩할 수 있도록 한 독소조항의 삭제 등 일부 법 개정을 공약으로 삼았다.

이번 선거서 승패가 확연하게 갈리면서 민주당은 검찰 개혁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정부와 민주당은 오는 715일로 정한 공수처 출범 목표 시기에 맞춰 검찰 개혁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설립준비단은 이달 말 2차 자문위원회를 열고 공수처장 인선 등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7월 출범할 공수처
새 처장에도 밀릴라

공수처장은 국회 추천을 받아 문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있는 만큼 제1당을 차지한 민주당은 21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서 원내3당이 캐스팅 보터로 떠올랐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모두 7명으로 구성되는데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이 1명씩 추천하고 여당과 야당이 2명씩 추천하도록 돼있다. 사실상 여당 성향 위원 5명과 야당 성향 2명으로 나뉘는 셈이다. 이들 7명 중 6명이 동의하는 후보자에 한해 대통령에게 추천할 수 있다.

야당 추천 몫 위원 2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민주당의 경우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나 범여권 야당이 제2야당으로 올라서 야당 몫 2명 중 1명에 대한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경우 제1야당인 통합당의 의사와 관계없이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문병희 기자

반대로 통합당 비례대표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제2야당이 되면 야당 몫 2명에 대한 추천권을 모두 갖게 돼 공수처 출범에 제동을 걸 수 있다. 4·15총선서 미래한국당은 19, 더불어시민당은 17석을 얻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두고 여야가 의원 꿔주기나 군소 정당과의 공동 교섭단체 구성 등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검찰과 법무부의 대결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무부서 MBC가 제기한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감찰을 진행하면서 윤 총장 힘빼기에 나설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추 장관이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윤 총장에게 직접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래도
사퇴 없다

법조계 안팎에선 윤 총장의 자진 사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선거일에 대검 검사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언급했고, 이전에도 취임사와 신년사 등을 통해 법과 원칙에 따라 소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어 2년 임기를 다 채울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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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