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윤석열 검찰총장의 반격카드

라임 몸통 잡고 되치기 한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라임 사태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 청와대 행정관이 구속된 데 이어 라임 사태의 몸통으로 불리는 인물들의 신병이 차례로 확보되면서 수사 속도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거져 있는 터라 검찰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를 두고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이하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지난달 25일 구속됐다. 이 전 부사장과 함께 경찰에 붙잡힌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도 지난달 26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서울 성북구의 한 주택서 함께 도피생활 중이던 두 사람은 지난달 24일 경찰에 검거됐다.

5개월
도피생활

앞서 라임 사태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간부 출신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도 지난달 18일 구속됐다. 김 전 행정관과 이 전 부사장, 김 전 회장 등 라임 사태와 관련된 인물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가 궤도에 오르고 있다. 16000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한 만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피해자 구제 문제도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라임펀드를 운용한 라임자산운용은 2012년 투자 자문사로 시작했다가 2015년 펀드 운용사로 업종을 바꿨다.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시점이다. 지난해 7월에는 운용 자산규모가 59000억원을 넘어 국내 1위 헤지펀드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라임은 결국 환매중단을 결정하면서 피해 투자자를 대거 양산했다.

지난해 7월 라임이 펀드 수익률을 돌려막기 한다는 의혹이 한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대형증권사들을 끼고 상장사 전환사채(CB)를 장외업체와 편법으로 거래해 펀드 수익률을 관리해 왔다는 의혹이다. 새로운 투자자들의 투자자금을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금으로 돌리는 이른바 카드 돌려막기와 비슷한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라임에 대한 검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서 이 전 부사장이 펀드를 운용하며 회사 안팎의 자금을 횡령한 정황이 포착됐다. 금감원은 라임 관계자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불안해진 투자자들은 환매를 요청했지만 라임은 지난해 10월 환매중단을 결정했다.

당시 원종준 라임 대표는 기자회견서 최근 코스닥 시장이 침체하면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주식으로 전환하려던 메자닌 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져 유동성 확보가 어렵게 됐고 결국 환매를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메자닌은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 공간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로,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이종필·김봉현·청 전 행정관
핵심인물 구속으로 수사 속도↑

라임은 지난해 10국내 사모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플루토 FI D-1국내 메자닌에 주로 투자하는 테티스 2해외 무역금융 관련 자산에 투자하는 플루토 TF 1호 등 3개 모펀드와 157개 자펀드의 환매중단을 선언했다.

지난 1월에도 무역금융 펀드 크레딧 인슈어드(모펀드)16개 자펀드(2949억원 규모)의 환매를 중단했다. 환매중단 펀드는 모펀드 4개와 자펀드 173개로 늘어났고 금액 규모도 총 16679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6조원에 달했던 라임의 사모펀드 운용 규모는 2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환매중단 펀드 규모가 17000억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라임이 운용하는 펀드 자산의 80%가량은 환매가 안 되는 상황인 셈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 라임 운용 사모펀드는 232개이며, 순자산은 2902억원이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 723(22107억원)보다 66.3%(41205억원) 줄었다.
 

▲ 금융감독원 ⓒ문병희 기자

검찰은 지난해 10월 라임의 최대주주였던 코스닥 상장사 리드 경영진 4명을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했고, 이 전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이 전 부사장은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지난해 11월 잠적했다. 지난해 1월 경기도버스운송업체인 수원여객 횡령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경찰에 수사망에 올랐던 김 전 회장도 지난해 12월 사라졌다.

핵심인물 두 명이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 달아나면서 지지부진했던 수사는 금감원 간부 출신 김 전 청와대 행정관의 등장으로 다시 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했다.

피해액만
1조6000억

김 전 행정관의 존재는 라임 펀드를 1조원 이상 판매한 대신증권 전 센터장 장모씨가 피해 투자자와 나눈 대화 녹취록에도 등장한다. 그는 녹취록서 라임 사태의 확산을 막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장씨는 피해자에게 김 전 행정관의 명함을 보여주며 그가 금융당국의 검사를 막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고 라임의 투자자산 매각을 돕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전 행정관은 김 전 회장과 유흥업소서 어울렸으며 스타모빌리티 법인카드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1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됐다. 김 전 회장에게 직무상 취득한 정보나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49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다.

세 사람 외에도 검찰은 라임 사태에 가담한 인물들을 줄줄이 구속기소한 상태다. 지난달 14일에는 라임펀드 자금이 투입된 상장사의 주가를 조작해 약 83억원을 챙긴 일당을 구속기소했다. 같은달 13일에는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운전기사 2명을 구속 기소했다.

지난달 10일에도 라임펀드의 부실을 숨기고 투자자들에게 수백억원의 상품을 판매한 신한금융투자 임모 전 본부장을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해 재판에 넘겼고, 이 전 부사장의 공범인 김모 대체투자운용본부장도 구속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구속한 피의자들을 대상으로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라임 사태의 정확한 피해 규모나 범행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신병 확보가 무엇보다 급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지난달 24일, 경찰은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기에 이른다.

금융권에도
불똥 튈라

경찰은 지난달 27일 김 전 회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날 변호인 입회하에 경기도 버스업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에 대해 김 전 회장을 조사했다. 조사는 11시간 넘게 강도 높게 이어졌다.

이 과정서 경찰은 김 전 회장의 업무수첩 두 권을 압수했는데, 이 중 한 권에는 20페이지 분량으로 업무와 관련된 법인명과 직원, 자금 흐름 내용 등이 적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권 인사나 로비 대상으로 보이는 명단은 업무수첩 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 사태의 핵심인물이 모두 검거되면서 향후 검찰 수사가 정관계 로비 쪽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구속된 김 전 행정관과 김 전 회장, 이 전 부사장의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면 검찰의 칼끝이 윗선까지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

금융권은 이미 바짝 엎드린 상태다.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은 금감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두 차례 실시한 데 이어 금융위원회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감독 업무를 총괄하는 당국의 허술한 관리가 집중 타깃이 되는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신한금융투자사와 대신증권, KB증권, 우리은행 등 펀드 판매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일각에선 21대 총선 이후 전방위적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라임 사태 수사를 통해 반전을 꾀할 기회를 잡은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윤석열 검찰은 총선 직후부터 청와대나 여권 인사들이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들의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1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의혹을 받고 있는 신라젠을 압수수색했다. 신라젠은 라임 사태 건과 유사하게 정관계 유력인사 연루설이 끊이지 않았던 사건이다. 검찰은 총선 이후로 미뤄놨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도 수사를 재개했다. ‘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수사는 앞으로 좀 더 강도 높게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정관계 로비 의혹 밝혀질까
검찰 칼끝 더 ‘윗선’으로?

문제는 정치지형의 변화와 시간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총선서 유례없는 승리를 거뒀다. 지역구서만 과반(163) 의석을 얻었고, 비례 위성정당이 얻은 의석(17)과 합치면 단독으로 180석을 확보한 상태다. 헌법을 고치는 일 빼고는 의회서 뭐든지 할 수 있는 절대권력을 손에 넣었다.


검찰 개혁을 내세운 집권여당의 총선 승리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은 가시권에 들어왔다. 당장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공수처장 후보를 선정하는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 권한을 두고 합종연횡에 돌입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초대 공수처장으로 여러 인물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인사들이나 검사 출신 친문(친 문재인) 인사들이 거론된다. 지난달 27일 퇴임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도 그중 한 사람이다. 김 전 차관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논란이 불거졌을 무렵 검찰 개혁을 강조했던 바 있다.

공수처 자체가 검찰 권력을 축소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만큼 누가 공수처장이 되든 윤 총장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검찰이 라임 사태나 신라젠 등의 수사를 서두르는 것도 7월 출범이 예정돼있는 공수처 때문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 이종필

또 이 과정서 윤 총장 흔들기가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실제 총선 이후부터 윤 총장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당선자를 비롯,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대표,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등은 선거 기간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를 재개했지만 친여 세력이 이를 무력화시키려 조국 대 검찰프레임을 가동시키고 있다참 징그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재소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보도를 전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사퇴 압박
한방 먹이나

진 전 교수는 만해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의 첫 구절을 인용하며 님은 갔지만 저들은 님을 보내지 않았다조국은 갔지만 문제를 처리하는 조국 모델을 그대로 남아 정권을 향한 다른 수사 등에도 요긴히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선거개입 수사는 청와대 부서 전체가 연루돼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전방위적인 검찰 흔들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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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두 달’ 쿠팡발 관세 음모론

‘벌써 두 달’ 쿠팡발 관세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쿠팡 사태의 ‘나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일으킨다는 뜻처럼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외교전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더불어 쿠팡의 ‘믿는 구석’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권을 넘어 미국 정가마저 반응하고 있는 쿠팡 사태를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지난해 11월 말 온라인 이커머스 업체 쿠팡에서 고객의 개인정보가 3000만건 이상 유출됐다.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규모를 웃도는 수치였다. 지난달 28일로 쿠팡 사태는 두 달째를 맞았다. 그동안 정치권은 물론 대통령까지 쿠팡 사태를 언급했다. 미국 기업 방패 삼아 하지만 쿠팡의 태도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다. ‘뻔뻔함’을 앞세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쿠팡 사태는 지난해 11월29일 쿠팡 고객에게 발송된 문자로 시작됐다. 문자에는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배송 주소록, 주문 정보 등 개인정보가 ‘노출’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쿠팡 측은 결제 정보와 로그인 관련 정보는 괜찮다고 했다. 주말 사이에 문자를 받은 고객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앞서 상반기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보다 더 큰 규모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 외부의 공격이 아니라 내부 직원의 소행이라는 의혹이 번지면서 충격을 더했다. 사태가 쿠팡 시스템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정부는 쿠팡 사태 발생 직후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경찰은 쿠팡 본사 현장을 압수 수색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청문회를 진행했다. 정부는 쿠팡 유출 대응 범부처 TF를 구성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국세청도 가세해 전방위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난 지 사흘 만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쿠팡 때문에 우리 국민이 걱정이 많다”며 “사고 원인을 조속하게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 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현실화하는 등의 대책에 나서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역대 정부 최초로 생중계된 기관별 업무보고에서도 쿠팡에 대한 질책을 이어갔다. 당시 이 대통령은 “‘무슨 팡’인가 하는 곳에서 규정을 어기지 않았나. 그 사람들은 처벌이 전혀 두렵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에 대한 처벌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전방위서 압박했는데도… 그러면서 “야간 노동자의 건강권 이야기가 사실 쿠팡 때문 아니냐. 너무 가혹하고 심야 노동 때문에 많이 죽는 것 아니냐. 금지시키자는 주장도 있다”며 “새로운 노동 형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 기법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뿐만 아니라 쿠팡 자체를 정조준한 것이다. 문제는 이 정도의 전방위적 공격에도 쿠팡의 태도는 그대로였다는 점이다. 정부와 논의되지 않은 자체 조사 결과를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도 모자라 실제 개인정보 유출 규모는 3000여건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쿠팡의 ‘셀프 조사’ 결과에 경찰 등이 반박했지만 쿠팡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쿠팡의 주장대로면 피해 규모는 1만분의 1로 줄어든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의 대국민 사과도 사태 발생 한 달 만에야 나왔다. 김 의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고개를 숙이면서도 자체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하지만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진행한 청문회에는 출석하지 않아 사과의 진정성이 바랬다. 실제 김 의장뿐만 아니라 김유석 쿠팡 부사장 등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쿠팡에서 제시한 보상안은 부정적인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쿠팡은 1인당 5만원 상당의 쿠폰을 지급하는 등 총 3370만명의 고객에게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마련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현금 배상이 아니라 쿠팡, 쿠팡이츠(배달), 쿠팡트래블(여행), 쿠팡알럭스(명품)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으로 쪼개놓은 것도 모자라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의 지급이라 비판이 빗발쳤다. 대통령도 나섰는데 심지어 사용 조건도 까다롭게 설정해 놨다. 쿠폰 사용 기간을 지급일로부터 3개월로 제한하고 도서, 주류, 상품권 등은 구매할 수 없으며, 쿠팡이츠에서 사용할 때는 최소 주문 금액 이상일 때만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이었다. 보상안에 대해서는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비판했지만 쿠팡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상황이 이 정도까지 되다 보니 쿠팡의 ‘뻣뻣한’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체 쿠팡의 ‘믿는 구석’이 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쿠팡이 그동안 정치권 인사를 영입한 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언급됐다. 쿠팡은 정부 부처 출신을 많이 데려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치권 인사와 쿠팡 관계자가 식사했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탈당한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쿠팡 대표와 고가의 식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쿠팡으로 이직한 전직 보좌관 관련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자신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전직 보좌관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쿠팡이 독점적 지위를 무기로 뻔뻔하게 굴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쿠팡은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에도 전국에 지어놓은 물류센터가 배송 거점 역할을 하는 중이고 ‘로켓배송’이라 이름 붙인 새벽배송은 배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월 구독료 7890원의 ‘로켓와우’ 서비스는 2024년 말 기준으로 1500만명 이상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로켓와우에 가입하면 무료 배송, 무료 반품은 물론 쿠팡에서 론칭한 OTT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회원 탈퇴 등으로 이용자가 감소 중이지만, 여전히 후발 주자와는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격 없이 흘러가나 실제 사건 발생 직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쿠팡에 미칠 손실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언급했다. 쿠팡이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에 개인정보가 유출됐어도 이용자는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다 최근 또 하나의 의견이 더해졌다. 쿠팡이 미국을 믿고 우리나라 상황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쿠팡은 우리나라에서 매출 대부분을 올리고 있지만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미국 기업이다. 쿠팡의 대처가 주가에 미칠 영향만을 고려한 행보였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사태 규모를 축소한 자체 조사 결과가 주가 방어용이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의견은 최근 미국의 행보로 힘을 받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국회가 미국과의 관세 협정에 대해 승인을 하지 않고 있는 점을 배경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무역 협정은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합의된 거래에 따라 신속하게 관세를 낮췄고 당연히 우리의 무역 파트너들도 같은 조치를 취하길 기대한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지난해 7월30일 양국 모두에 훌륭한 협정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10월29일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 조건을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왜 한국 국회는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나”라고 적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외신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에 불이익 조치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기습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오간 대화라는 점에서 쿠팡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뻔뻔한 태도 일관하더니 ‘믿는 구석’ 있었나 의심 <WSJ>는 관계자 발언 등을 인용해 “밴스 부통령이 지난주 워싱턴 D.C.에서 김 총리와 만나 쿠팡을 포함한 미국 기술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대화는 양국 간 무역 긴장이 정점에 이르기 불과 며칠 전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이 일반적인 규제 집행 수준을 넘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대응이 주가 하락 등 손실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 정보 근절법)과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해서도 트럼프정부와 의회 일부에서는 검열이자 미국 기업 차별이라는 비판을 냈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체결한 대미 투자 관련 양해각서(MOU)에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내용,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차별 금지 약속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는 이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관계자를 급파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쿠팡이나 온라인 플랫폼법 등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메시지가 나온 뒤 저희가 미국 국무부와 접촉한 바로는 쿠팡이나 온라인 플랫폼법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그렇게 결론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안갯속 조 장관은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추정되는 어떤 특별한 이유를 특정키가 어렵다”며 “그런 이유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추가 메시지를 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 발표 하루 뒤인 지난달 27일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협상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한국 국회가 무역 합의를 통과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승인하기 전까지는 한국과의 무역 합의는 없는 것”이라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 한 번 우리나라가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의 늪에 빠진 셈이다. 동시에 쿠팡 사태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