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윤석열 검찰총장의 반격카드

라임 몸통 잡고 되치기 한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라임 사태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 청와대 행정관이 구속된 데 이어 라임 사태의 몸통으로 불리는 인물들의 신병이 차례로 확보되면서 수사 속도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거져 있는 터라 검찰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를 두고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이하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지난달 25일 구속됐다. 이 전 부사장과 함께 경찰에 붙잡힌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도 지난달 26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서울 성북구의 한 주택서 함께 도피생활 중이던 두 사람은 지난달 24일 경찰에 검거됐다.

5개월
도피생활

앞서 라임 사태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간부 출신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도 지난달 18일 구속됐다. 김 전 행정관과 이 전 부사장, 김 전 회장 등 라임 사태와 관련된 인물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가 궤도에 오르고 있다. 16000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한 만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피해자 구제 문제도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라임펀드를 운용한 라임자산운용은 2012년 투자 자문사로 시작했다가 2015년 펀드 운용사로 업종을 바꿨다.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시점이다. 지난해 7월에는 운용 자산규모가 59000억원을 넘어 국내 1위 헤지펀드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라임은 결국 환매중단을 결정하면서 피해 투자자를 대거 양산했다.

지난해 7월 라임이 펀드 수익률을 돌려막기 한다는 의혹이 한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대형증권사들을 끼고 상장사 전환사채(CB)를 장외업체와 편법으로 거래해 펀드 수익률을 관리해 왔다는 의혹이다. 새로운 투자자들의 투자자금을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금으로 돌리는 이른바 카드 돌려막기와 비슷한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라임에 대한 검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서 이 전 부사장이 펀드를 운용하며 회사 안팎의 자금을 횡령한 정황이 포착됐다. 금감원은 라임 관계자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불안해진 투자자들은 환매를 요청했지만 라임은 지난해 10월 환매중단을 결정했다.

당시 원종준 라임 대표는 기자회견서 최근 코스닥 시장이 침체하면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주식으로 전환하려던 메자닌 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져 유동성 확보가 어렵게 됐고 결국 환매를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메자닌은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 공간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로,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이종필·김봉현·청 전 행정관
핵심인물 구속으로 수사 속도↑

라임은 지난해 10국내 사모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플루토 FI D-1국내 메자닌에 주로 투자하는 테티스 2해외 무역금융 관련 자산에 투자하는 플루토 TF 1호 등 3개 모펀드와 157개 자펀드의 환매중단을 선언했다.

지난 1월에도 무역금융 펀드 크레딧 인슈어드(모펀드)16개 자펀드(2949억원 규모)의 환매를 중단했다. 환매중단 펀드는 모펀드 4개와 자펀드 173개로 늘어났고 금액 규모도 총 16679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6조원에 달했던 라임의 사모펀드 운용 규모는 2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환매중단 펀드 규모가 17000억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라임이 운용하는 펀드 자산의 80%가량은 환매가 안 되는 상황인 셈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 라임 운용 사모펀드는 232개이며, 순자산은 2902억원이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 723(22107억원)보다 66.3%(41205억원) 줄었다.
 

▲ 금융감독원 ⓒ문병희 기자

검찰은 지난해 10월 라임의 최대주주였던 코스닥 상장사 리드 경영진 4명을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했고, 이 전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이 전 부사장은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지난해 11월 잠적했다. 지난해 1월 경기도버스운송업체인 수원여객 횡령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경찰에 수사망에 올랐던 김 전 회장도 지난해 12월 사라졌다.

핵심인물 두 명이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 달아나면서 지지부진했던 수사는 금감원 간부 출신 김 전 청와대 행정관의 등장으로 다시 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했다.

피해액만
1조6000억

김 전 행정관의 존재는 라임 펀드를 1조원 이상 판매한 대신증권 전 센터장 장모씨가 피해 투자자와 나눈 대화 녹취록에도 등장한다. 그는 녹취록서 라임 사태의 확산을 막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장씨는 피해자에게 김 전 행정관의 명함을 보여주며 그가 금융당국의 검사를 막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고 라임의 투자자산 매각을 돕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전 행정관은 김 전 회장과 유흥업소서 어울렸으며 스타모빌리티 법인카드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1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됐다. 김 전 회장에게 직무상 취득한 정보나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49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다.

세 사람 외에도 검찰은 라임 사태에 가담한 인물들을 줄줄이 구속기소한 상태다. 지난달 14일에는 라임펀드 자금이 투입된 상장사의 주가를 조작해 약 83억원을 챙긴 일당을 구속기소했다. 같은달 13일에는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운전기사 2명을 구속 기소했다.

지난달 10일에도 라임펀드의 부실을 숨기고 투자자들에게 수백억원의 상품을 판매한 신한금융투자 임모 전 본부장을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해 재판에 넘겼고, 이 전 부사장의 공범인 김모 대체투자운용본부장도 구속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구속한 피의자들을 대상으로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라임 사태의 정확한 피해 규모나 범행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신병 확보가 무엇보다 급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지난달 24일, 경찰은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기에 이른다.

금융권에도
불똥 튈라

경찰은 지난달 27일 김 전 회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날 변호인 입회하에 경기도 버스업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에 대해 김 전 회장을 조사했다. 조사는 11시간 넘게 강도 높게 이어졌다.

이 과정서 경찰은 김 전 회장의 업무수첩 두 권을 압수했는데, 이 중 한 권에는 20페이지 분량으로 업무와 관련된 법인명과 직원, 자금 흐름 내용 등이 적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권 인사나 로비 대상으로 보이는 명단은 업무수첩 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 사태의 핵심인물이 모두 검거되면서 향후 검찰 수사가 정관계 로비 쪽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구속된 김 전 행정관과 김 전 회장, 이 전 부사장의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면 검찰의 칼끝이 윗선까지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

금융권은 이미 바짝 엎드린 상태다.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은 금감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두 차례 실시한 데 이어 금융위원회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감독 업무를 총괄하는 당국의 허술한 관리가 집중 타깃이 되는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신한금융투자사와 대신증권, KB증권, 우리은행 등 펀드 판매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일각에선 21대 총선 이후 전방위적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라임 사태 수사를 통해 반전을 꾀할 기회를 잡은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윤석열 검찰은 총선 직후부터 청와대나 여권 인사들이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들의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1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의혹을 받고 있는 신라젠을 압수수색했다. 신라젠은 라임 사태 건과 유사하게 정관계 유력인사 연루설이 끊이지 않았던 사건이다. 검찰은 총선 이후로 미뤄놨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도 수사를 재개했다. ‘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수사는 앞으로 좀 더 강도 높게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정관계 로비 의혹 밝혀질까
검찰 칼끝 더 ‘윗선’으로?

문제는 정치지형의 변화와 시간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총선서 유례없는 승리를 거뒀다. 지역구서만 과반(163) 의석을 얻었고, 비례 위성정당이 얻은 의석(17)과 합치면 단독으로 180석을 확보한 상태다. 헌법을 고치는 일 빼고는 의회서 뭐든지 할 수 있는 절대권력을 손에 넣었다.


검찰 개혁을 내세운 집권여당의 총선 승리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은 가시권에 들어왔다. 당장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공수처장 후보를 선정하는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 권한을 두고 합종연횡에 돌입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초대 공수처장으로 여러 인물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인사들이나 검사 출신 친문(친 문재인) 인사들이 거론된다. 지난달 27일 퇴임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도 그중 한 사람이다. 김 전 차관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논란이 불거졌을 무렵 검찰 개혁을 강조했던 바 있다.

공수처 자체가 검찰 권력을 축소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만큼 누가 공수처장이 되든 윤 총장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검찰이 라임 사태나 신라젠 등의 수사를 서두르는 것도 7월 출범이 예정돼있는 공수처 때문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 이종필

또 이 과정서 윤 총장 흔들기가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실제 총선 이후부터 윤 총장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당선자를 비롯,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대표,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등은 선거 기간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를 재개했지만 친여 세력이 이를 무력화시키려 조국 대 검찰프레임을 가동시키고 있다참 징그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재소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보도를 전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사퇴 압박
한방 먹이나

진 전 교수는 만해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의 첫 구절을 인용하며 님은 갔지만 저들은 님을 보내지 않았다조국은 갔지만 문제를 처리하는 조국 모델을 그대로 남아 정권을 향한 다른 수사 등에도 요긴히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선거개입 수사는 청와대 부서 전체가 연루돼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전방위적인 검찰 흔들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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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