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검찰 총선 손익계산서

어느 한쪽은 죽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5총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사태, N번방 사건으로 분위기는 예전만 못해도 결과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특히 청와대를 비롯해 집권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검찰은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조직의 명운이 갈릴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 윤석열 검찰총장

20171월 정치검찰을 다룬 영화 <더 킹>이 개봉했다. 정우성, 조인성 등 유명 배우를 내세운 영화는 5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는 권력의 향방에 따라, 권력의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검찰의 민낯을 조명했다.

칼과 방패
검찰 역할

<더킹>의 한강식(정우성 분)과 박태수(조인성 분)는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는지를 두고 불안에 떨다가 무속인을 찾는다. 배경은 DJ가 당선됐던 1998년 대선이다. 점집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의 당선을 예측하자 한강식 라인은 묵혀둔 자료를 꺼내든다. 권력의 쓰임새가 다했을 때 이들의 움직임은 더욱 기민해진다.

문재인정부 들어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이면서 청산돼야 할 적폐로 여겨졌다. 적폐로 지목된 곳에 어김없이 검찰의 칼이 겨눠졌다. 그와 동시에 검찰 개혁이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검찰 개혁을 주장했고, 그 방안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경 수사권 조정을 내세웠다.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모두 검찰의 힘을 빼는 방안이었기 때문에 반발이 나왔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정부 정책에 몇 차례 반발하긴 했지만 무난히 임기를 마쳤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후임으로 온 이후에도 검찰과 청와대 사이의 기류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급변했다.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 그와 관련된 온갖 의혹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검찰이 수사에 뛰어들면서 상황은 대결구도로 바뀌었다. 여기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이 불거졌고, 최근 들어서는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이하 라임 사태)까지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하고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하면서 검찰과 법무부는 사사건건 부딪쳤다. 법무부서 인사권을 휘두르면 검찰서 기소권으로 맞서는 식이었다. 그 사이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수사와 기소 주체 분리 방안을 두고도 충돌했다. 검사장회의를 둘러싸고는 집단 반발이 나올 태세였다.

청와대 정조준 수사
선거 후 본격화 조짐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전국적으로 번지면서 검찰과 법무부의 대립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문제는 총선 이후다. 검찰은 청와대 관계자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는 사건들을 여럿 쥐고 있다. 검찰과 청와대 그리고 정부 사이의 뇌관이 아직 살아있다는 뜻이다.

먼저 지난해 8월부터 검찰이 정조준한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의혹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김미리 부장판사)는 가족 비리 및 감찰무마 의혹 등으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사건을 놓고 재판 절차를 시작했다. 조 전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노환중 부산의료원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등도 함께 재판받는다.
 

▲ 최광욱 전 청와대 비서관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자녀들의 입시 비리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처음 재판에 넘겨졌다. 딸 조모씨가 20171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부산대 의전원서 받은 장학금 600만원에 대해서는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또 정 교수의 차명주식 투자와 관련해 공직자윤리법상 백지 신탁의 의무를 어기고 재산을 허위 신고한 혐의도 있다. 지난 1월에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 중단을 결정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검찰은 조 전 장관 가족이 연루된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 전 장관 5촌 조카의 재판에 정 교수를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승인했다. 당시 검찰은 정 교수가 공범으로 이뤄진 범행은 공모관계와 구성 요건, 준비 과정, 행위, 사후적 범행 은폐 등을 봤을 때 낮지 않다특히 정 교수는 수사 과정서 건강 등을 이유로 충실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증인 신문은 오는 20일 열릴 예정이다.

조국 의혹
재판 시작

검찰은 지난 123일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최 전 비서관은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로 일하던 201710월 조 전 장관의 아들 조모씨의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줘 대학원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조씨가 2017110월 자신의 법무법인 사무실서 문서 정리와 영문 번역 업무를 보조하는 인턴활동을 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써주고 지도 변호사명의 인장도 찍은 것으로 파악했다. 조씨는 이 인턴확인서를 고려대와 연세대 대학원 입시에 제출했다. 검찰은 인턴활동 내역이 허위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서도 폭탄이 남아있다. 검찰은 지난 1월 송철호 현 울산시장과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한병도 전 정무수석 등 전현직 공무원 13명을 공직선거법 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서 송 시장이 당선될 수 있도록 청와대가 관계기관 등을 동원했다고 본 것이다. 경찰 하명수사와 관련해 검찰은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경찰 수사가 송 시장 측의 청탁에 따른 것으로 봤다.

검찰에 따르면 송 시장은 20179월 황 전 청장에게 관련 수사를 청탁했고,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문모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비위 정보를 제공했다. 문 전 행정관은 이 제보를 재가공한 첩보를 작성했고, 백 전 비서관은 이를 같은 해 1112월 박 전 비서관을 통해 경찰청, 울산경찰청에 차례로 내려 보냈다.
 

▲ 황운하 전 대전지방경찰청장

황 전 청장은 하명수사 의혹 외에도 김 전 시장 측근 수사에 미온적인 경찰관들을 부당하게 인사조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검찰은 송 시장과 송 전 부시장이 공공병원 유치를 시장 선거공약으로 삼기 위해 201710월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게 당시 김 전 시장의 공약이던 산재모병원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 연기를 부탁했다고 봤다.

당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은 기소 대상서 빠졌다. 송 전 부시장의 업무일지에는 201710월 임 전 실장이 송 시장 측과 만나 출마 요청과 함께 공약을 협의한 정황이 담겼다. 검찰은 총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기소 여부는 선거 이후에 결정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기소된 인사
선거 출마

흥미로운 사실은 검찰이 기소한 관련자들 가운데 일부 인사가 이번 총선서 선수로 뛴다는 점이다. 검찰의 기소를 날치기라고 비판했던 최 전 비서관은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2번으로 총선에 나선다.

최 전 비서관은 지난달 16일 사의를 표했다. 이날 최 전 비서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정부의 성공과 대통령님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더 이상 안에서 대통령님께 부담을 드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생각했다고 전했다.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은 더불어민주당 대전 중구 후보로 나선다.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도 더불어민주당 전북 익산을 후보로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역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연루돼 불구속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임동호 전 최고위원도 경선 끝에 울산 중구 후보로 확정됐다.

최근 들어서는 라임 사태가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단순 금융권 사기로 보였던 사건에 청와대 전 행정관이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속속 밝혀지면서 정치권으로 불이 옮겨 붙고 있다. 미래통합당에서는 라임 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 검찰의 제대로 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정당국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검찰은 라임 사태와 관련해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지난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서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된 김모 팀장(현재 보직해임)의 관계를 주시하고 있다. 김 회장은 스타모빌리티를 비롯해 여러 기업을 M&A해 회사 돈을 빼낸 뒤 다시 다른 기업을 M&A하는 전형적인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 행적이 묘연하다.

라임 측이 김 회장의 M&A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기 행각에 동참했고, 역시 행적이 묘연한 라임펀드의 설계자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과정서 금융사기를 적발해야 할 금감원 소속 김 팀장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김 팀장과 김 회장은 고향 친구 사이로, 최근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라임펀드를 대량으로 판매한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 센터장은 김 팀장의 청와대 명함을 보여주며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1일에는 김 팀장이 김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 팀장이 라임사태와 관련해 실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감원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석열 둘러싼 논란 비화
법무부 감찰로 또 대립?

검찰이 청와대 관계자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마냥 유리한 국면은 아니다. 검찰을 둘러싼 논란도 연일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모 최모씨 사건, 최측근 논란 등 윤 총장 주변서 여러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윤 총장의 장모 최씨는 지난달 27일,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전 동업자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의정부지검 형사1부는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 행사,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최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윤 총장이 최씨의 혐의를 알고 있었을 경우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재난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 출연해 “(윤 총장이)최소한 알았거나 알고도 묵인·방조했거나 법률자문을 제공한 경우라면 문제가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31일에는 MBC가 채널A 법조팀 소속 B 기자가 금융사기죄로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돼있는 이철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전 대표를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서 B 기자가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유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취재원을 압박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기서 말한 현직 검사장이 윤 총장의 최측근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사태가 커졌다. 해당 검사장은 MBC의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지난 1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한 인터뷰서 저도 그 기사를 보고 사실이라면 대단히 심각하다고 봤다일단 해당 기자 소속사와 검찰 관계자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나선 단계지만 녹취가 있고 상당히 구체적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냥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전했다.

검언유착 의혹
법무무 감찰?

그러면서 사실 여부에 대한 보고를 먼저 받아보고 그것에 대해 합리적으로 의심을 배제할 수 없는 단계라고 본다면 (법무부의)감찰이라든가, 드러난 문제에 대해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등 여권에서 감찰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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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